애초 서울의 횟집은 일본식이 주류였다. 일제강점기에 횟집이 생긴 까닭이다. 일본식 생선회는 생선살을 두툼하게 썰고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는다. 그러나 이는 한국 사람의 식성에는 맞지 않아 몇 가지 변형이 가해졌다. 생선을 담아내는 스타일은 일본식과 비슷한데 풋고추와 마늘에 상추, 깻잎을 더해 쌈을 싸먹는 방식을 더한 것이다. 이는 일본식도 아니고 한국식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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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회는 아래에 무채를 깔지 않고 회만 올린다. | |
1990년대 들어 이런 변형 일본식 방식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 그러니까 한국 바닷가에서 먹던 전통적인 생선회 먹는 방식이 서울로 입성하였다. 이른바 ‘막회’다. 생선을 채치듯 잘게 썰어 된장이나 고추장에 찍어 먹는 방식이다. 여기에 양파, 미나리 등을 더하여 비벼 먹기도 한다. 주로 포항과 영덕 지방의 사람들이 이 방식의 음식을 들고 상경하여 ‘포항 막회’, ‘영덕 막회’라는 이름을 퍼뜨렸다.
신사동은 마산 아구찜 골목으로 유명하다. 1980년대에 한두 집 생기더니 이제는 하나의 타운이 형성되었다. 이 아구찜 골목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진동집이 있다(현재 신사동에는 진동집이라는 상호의 음식점이 둘이다. 애초 개업했던 집이 옮겨간 뒤, 그 자리에서 같은 상호의 집이 계속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집의 음식은 비슷한데, 여기서는 옮겨간 집의 음식을 소개한다). ‘진동’은 경남 마산시에 있는 바닷가 동네다. 아구찜 골목 근처에 이 집이 들어선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진동집은 마산 스타일로 회를 낸다. 잘게 채를 쳐서 내는 것은 포항이나 영덕과 비슷하다. 그러나 양파, 미나리 등을 접시에 함께 내어 놓지는 않는다. 비벼 먹는 방식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비벼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회는 비벼 먹을 수도 있다.
일본식 회 내는 방식과 결정적으로 다른, 마산식 회 내는 방식은 회 밑에 아무것도 깔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산에서는 회 밑에 깔리는 무채 같은 것을 ‘자부동(방석)’이라 하는데 이게 깔리면 오히려 회 맛을 버린다고 생각한다. 진동집의 정체성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진동집은 초장과 함께 된장을 내는데, 이 된장이 일반적인 것과 조금 다르다. 약간의 들척지근한 맛이 나고 메주내는 덜한 이 된장은 ‘막장’이라고 하는 경상도식 회 소스이다.
신사동에 진동집이 개업했을 때 서울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조그만 어촌에서 회를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 영향으로 막회가 서울의 주요 외식 아이템으로 각광받아 유사 음식점이 꽤 늘어났다.
tip- 진동집은 마산 스타일로 회를 내는데 포항이나 영덕과 비슷하다.
이용정보- 서초구 잠원동 15-1 | 02-518-3669
- 영업시간 10:00~22:30.
- 가을에는 마산의 별미 ‘꼬시락’을 먹을 수 있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신사역 4번 출입구에서 나와 주유소 옆길.
- 142, 148, 240A, 4431, 4212, 4312번 버스 이용 신사역 사거리 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