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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유재하가 살아있다면?

유재하, 단 한 장의 유작 앨범으로 최고의 명반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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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장의 앨범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어도 유재하의 음악은 당대는 물론 ‘유재하가요제’가 말해주듯 지금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 대중음악의 위대한 유산이다. <사랑하기 때문에>로 제목이 붙은 그의 단 하나 유작은 어떤 조사에서든 한국 대중음악계 최고의 명반 1, 2위를 다툰다. 유재하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등 거의 모든 악기를 다루고, 비범한 작곡재능을 지녀 생전에 이미 음악인들 사이에서 ‘천재’ 소리를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스물다섯 살이었던 1987년에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살아 있다면 마흔 아홉(1962년생)의 어른이 되어있을 유재하와의 가상인터뷰를 구성해본다.

단 한 장의 앨범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어도 유재하의 음악은 당대는 물론 ‘유재하가요제’가 말해주듯 지금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 대중음악의 위대한 유산이다. <사랑하기 때문에>로 제목이 붙은 그의 단 하나 유작은 어떤 조사에서든 한국 대중음악계 최고의 명반 1, 2위를 다툰다. 유재하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등 거의 모든 악기를 다루고, 비범한 작곡재능을 지녀 생전에 이미 음악인들 사이에서 ‘천재’ 소리를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스물다섯 살이었던 1987년에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살아 있다면 마흔 아홉(1962년생)의 어른이 되어있을 유재하와의 가상인터뷰를 구성해본다. (전 워너뮤직 강인중사장, 뮤지션 김수철, 김영 동아기획사장, 봄여름가을겨울 전태관의 증언을 토대로 했다)



 

 

요즘도 음악 작업을 하고 있나요?

“그럼요, 음악을 하는 게 내 일인데 당연히 멈출 수가 없지요. 후배들이 저렇게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좋은 작품을 써야지요. 그런데 현재 주류 음악시장이 아이돌 그룹의 감각적인 후크송이 판치니 걱정이에요, 걱정. 작곡이라는 게 어마어마한 고통의 산물인데 내가 보기에 요즘 작곡가는 작곡을 하는 게 아니라 따다 붙이고 무슨 순열 조합하는 것 같아……”

앨범을 발표한 1987년으로 돌아가죠. 유재하씨 대표곡 「사랑하기 때문에」는 조용필씨가 1985년에 먼저 발표했습니다. 어떤 경위로 조용필이 유재하씨 곡을 부르게 된 건가요?

“대학(한양대 음대 작곡과) 재학 중일 때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의 키보드 주자로 잠시 활동했었어요. 그때 써놓았던 「사랑하기 때문에」를 들려주게 되었는데 조용필 선배님께서 맘에 들어 하셔서 취입이 이뤄진 거예요. 아마 이전까지 불렀던 노래와는 스타일이 다르고 코드워크가 특이해서 호감을 가지셨던 것 같습니다. 이 곡은 그 이전에도 몇몇 가수에게 들려주웠더니 다들 새롭다고 했죠.”


그런데 「사랑하기 때문에」는 당시 유재하씨가 사랑했던 여인에게 바치는 곡이었다는데 맞나요? 앨범 전체의 곡이 그 분에게 바치는 사랑의 헌정이었다는데.

“어떻게 알았죠?(웃음) 맞습니다. 그 앨범에서 플루트 세션으로 참여한 김 모여성이었죠. 앨범 전체라…… 그것도 뭐 틀린 얘기라고 할 순 없죠. 당시 그녀와 나는 열렬히 사랑하고 있었고 많이 붙어 다녔어요. 애인이기도 했지만 음악의 감수성과 정보를 주고받는 음악동료이기도 했습니다. 그 얘긴 여기까지 하죠.”

음악은 유재하씨에게 뭘 의미했나요?

“음악은 저의 전부였어요. 지금도 그렇고. 저는 대학에서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그때부터 대중가요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클래식을 하지 않고 가요를 한다고 아버지께서도 반대하셨어요. 정말 엄청나게 반대하셨지…… 음반이 나오고 주변에서 인정을 해주니까 그때서야 반대가 누그러지셨죠. 전 제 음악이 인정받기를 바랐고 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열심히 찾아가 배웠어요. 김수철, 김현식 선배의 음악을 무척 좋아했죠. 그래서 수철이형이 1986년인가, 영화음악을 녹음하시고 계셨는데 음료수와 튀김, 과자 같은 먹을 것을 잔뜩 사가지고 스튜디오를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한번이 아니라 자주 갔죠. 영화음악을 알고 싶어서였죠. 수철선배가 저를 꽤나 예뻐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본인 앨범이 나왔을 때 김수철씨는 뭐라고 하던가요?

“가사도 훌륭하고 자기 색깔이 분명하다고 격려해주셨죠. 자기 색깔이 없으면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어요. 노랫말이 좋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하시더라구요. 황송하게도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 최초의 팝 발라드라는 칭찬도 해주셨습니다.”

김현식씨가 3집 녹음할 때 백업 밴드인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였다면서요?

“네 그래요. 나중에 듀오 ‘봄여름가을겨울’이 된 김종진과 전태관, 후에 ‘빛과 소금’으로 활동한 장기오 그리고 나, 이렇게 네 사람이 멤버였죠. 전태관 하고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었고 그래서 태관이 소개로 들어가게 됐죠. 김현식선배는 평소 좋아하던 뮤지션이었고 마침 1986년 3집을 준비하던 중에 같이 음반을 만들어보자고 제의해서 팀이 짜이게 되었죠.”

그런데 왜 곧바로 밴드에서 탈퇴한 거죠?

“김현식선배가 작업하기에 앞서 ‘너희가 곡을 써오면 부르겠다!’고 했거든요. 아까도 말했지만 내 음악이 인정받기를 열렬히 원했던 나는 그래서 열심히 비장의 곡을 다섯 곡이나 써서 드렸어요. 그런데 막상 김현식선배는 단 한 곡 「가리워진 길」만을 채택한 거예요. 솔직히 실망했고 마음의 큰 상처를 받았죠.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 같아서 밴드가 한창 연습하던 여름에 팀을 나와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베이스를 연주하셨던 조원익선배님을 만나게 되면서 저만의 독집을 구상하게 되었던 거죠.”


그토록 원하던 앨범을 냈지만 방송국의 오디션에서 노래를 못한다고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의가 컸겠어요.

“아무래도 내 음악이 기존의 패턴과는 다르기 때문이란 걸 알지만 내 음악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솔직히 너무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술도 많이 마셨죠. 그때는 방송국에서 노래가 나오고 출연을 하려면 심의위원들 앞에서 오디션을 봐야했죠. 내 곡에 맞는 노래라고 난 보는데 그분들은 그저 노래를 못한다, 음치라는 거였죠. 그래서 음반이 나왔지만 노래가 전파를 탈 수 없었죠. 앨범이 나오자마자 대학가에서는 제 음반이 나름 꽤 팔리고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이 되나요?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잠이 안와요.”

1989년부터 ‘유재하가요제’가 열리고 지금도 후배들로부터 아낌없는 경배를 받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기분 좋지요. 유재하가요제가 상금이 많다는 것도 흐뭇하고.(웃음) 앨범에서 작사?작곡만이 아니라 편곡까지 했기 때문에 자기 음악 전부를 자신이 꾸려내는 싱어송라이터, 편곡자의 세계에 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 무엇보다 자부심을 느낍니다. 남의 것이 아닌 내 음악을 했기에 누릴 수 있는 영광이지요.”

2010/08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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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진모(대중문화평론가)

학력
고려대학교 사회학 학사

수상
2011년 제5회 다산대상 문화예술 부문 대상
2006년 MBC 연기대상 라디오부문 공로상

경력
2011.06~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영상물 등급위원회 공연심의위원
내외경제신문 기자

음악웹진 이즘(www.izm.co.kr)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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