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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너티브에 대한 얼터너티브!’ -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

예술적인 록의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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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에 발표된 스매싱 펌킴스(Smashing Pumpkins)의 두장 짜리 CD <멜론 콜리와 무한한 슬픔>(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은 바로 ‘얼터너티브 록의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한 기념비작’이었다. 이 앨범은 얼터너티브로 분류되기 힘들만큼 그 사운드가 독창적이고 컬러풀했다. 『스핀』은 이 그룹을 ‘근래 록 오리지널리티의 모델’이라고 했다. 완전히 새것을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그 음악은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독창적인 것임을 응축한 표현이었다.

며칠 전, ‘너바나(Nirvana)’, ‘펄 잼(Pearl Jam)’과 함께 얼터너티브 록 밴드로 제일 먼저 손꼽히는 ‘스매싱 펌킨스’가 내한 공연을 했었죠. 2000년 이후 두 번째 한국 공연이었는데요, 2000년 해체 이후, 2006년 재결성된 스매싱 펌킨스는 리더인 ‘빌리 코건(Billy Corgan)’의 뜨거운 기타연주와 함께 아직도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내었다고 하네요. 그래미상 6개 부문의 후보로 오르기도 한 기념비적인 앨범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입니다.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1995)

그런지와 얼터너티브 록의 지향은 어느 그룹들도 집합성을 공언하진 않았지만 공동체 의식이란 것이었다. X세대라는 용어부터가 그랬다. 지배적 엘리티즘에 대한 하위층의 반란이라고 할 시애틀 그런지는 그 버팀 논리로 기능 연주를 배격하는 반(反)연주(anti-playing)주의와 펑크의 쓰리 코드 미니멀리즘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그것은 그러나 한정된 패러다임이었다.

더욱이 그런지는 주류음악으로, 이를테면 얼터너티브로 안착 되면서 본연의 성질이 혼돈되어 크게 휘청거렸다. 얼터너티브의 한계와 ‘은연중 스타일에 대한 압박’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들도 잇따르게 되었다. 음악적으로는 그런지와 얼터너티브에서 의도적으로 홀대된 ‘예술성’을 구출하는 것이었다.

95년에 발표된 스매싱 펌킴스(Smashing Pumpkins)의 두장 짜리 CD <멜론 콜리와 무한한 슬픔>(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은 바로 ‘얼터너티브 록의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한 기념비작’이었다. 이 앨범은 얼터너티브로 분류되기 힘들만큼 그 사운드가 독창적이고 컬러풀했다. 『스핀』은 이 그룹을 ‘근래 록 오리지널리티의 모델’이라고 했다. 완전히 새것을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그 음악은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독창적인 것임(록이든 힙합이든 90년대 음악은 그랬다)을 응축한 표현이었다.

그들은 얼터너티브 록의 코드를 숭상하지 않고 30년간 지배해온 록 만들기의 패턴을 받들었다. 섹스 피스톨스보다는 차라리 예스, 제니시스와 같은 ‘아트 록’ 쪽이었다. 긴 곡, 기본 코드가 아닌 복잡한 코드의 예술적인 곡 그리고 멜로디가 강한 곡을 선호했다. 무조건의 분노 표출이 아니라 ‘아름다운 다양한 음악’(beautiful music that varies)을 궁극적 목표로 삼았다. ‘얼터너티브주의’에 감염된 뮤지션들의 길, 방식, 목표와 완전히 그룹의 색을 분리했다. 단적으로 ‘얼터너티브에 대한 얼터너티’였다.

사적으로 너바나와 커트 코베인 증후군으로부터 탈출하려는 몸부림은 결코 아니었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두 사람은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사랑경쟁을 벌였고 결국 커트니 러브가 커트 코베인의 품에 안기면서 빌리 코건은 패자가 되었다. 또한, 같은 시기에 ‘서브 팝’에서 앨범 계약을 맺고 함께 스타트를 끊었지만 커트 코베인의 화려한 성공을 지켜보며 자신의 천재성은 잠시 접어두어야만 했다. 이후 닥쳐온 커트의 죽음, 그것은 분명히 빌리 코건에게는 기회였고 동시에 부담이었다.
<멜론 콜리와 무한한 슬픔>은 그 기회와 부담을 단번에 해결하기 위해 그가 절치부심 끝에 만들어낸 역작이었다.

95년 『롤링스톤』의 연말독자투표에서 그룹은 이 앨범으로 ‘올해의 아티스트’를 위시해 ‘최고의 앨범’, ‘최고의 싱글’, ‘최고의 밴드’, ‘최고의 앨범 재킷’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뿐만 아니라 첫 싱글이었던 「나비 날개의 총탄」(Bullet with butterfly wings)으로 그래미상에서 ‘최고의 하드 록’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비록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이 앨범이 그래미의 ‘올해의 앨범’ 그리고 여기 수록된 곡 「1979」가 ‘올해의 레코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성과였다.

일반 대중과 록의 코어를 동시 포획한 ?천은 물론 빌리 코건의 발군의 음악적 역량이었다. 먼저 코건의 서정적이며 꿈꾸는 듯한 가사와 음악이 유려하고 아름답게 순환하고 있다. 하지만, 메시지는 얼터너티브 록의 정서 일반을 수용해 참담한 심정으로 마비된 육체와 착란 증상의 정신세계를 탐험하고 있다(그것은 좀처럼 극복될 리 없다).

「나비 날개의 총탄」은 흡혈귀처럼 모든 꿈과 희망을 빨아먹고 있는 세상에 대한 넋두리이며 「육체」(Bodies)에선 ‘사랑은 자살’이라고 노래한다. 사랑에도 의존적이지 않다. 「영(零)」(Zero)에선 천국에서도 응답이 없는 상태를 묘사하고 있다. 총체적 절망, 바로 좌절을 도리어 화력(火力)으로 택한 X세대의 사고 그 자체였다. 코건의 몽롱하고 낮으나 불길한 목소리는 더욱 어두움을 고조시킨다. 오직 「오늘 밤 오늘 밤」(Tonight, Tonight)에서만이 ‘삶은 변할 수 있다. 너는 헛되이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며 가냘픈 희망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것이 앨범의 이미지를 결정짓지는 못한다.

전작들
<기시>(Gish) <샴인의 꿈>(Siamese Dream)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시끄러운 기타소리는 이 앨범의 여러 곡에서 다른 악기들로 대체되고 있다. 이 악기들이 다채로운 소리의 그림물감들이 되어준 덕에 앨범에는 오페라적 분위기도 이입되었다.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은 첫 곡인 「멜론 콜리와 무한한 슬픔」과 마지막곡 「안녕 잘자요」(Farewell And Goodnight)로 수미상관되어 서정성을 높이고 있으며, 「로크의 큐피드」(Cupid de Locke)에서는 하프, 하프시코드(harpsichords)가 사용되어 천상(天上)의 소리를 구현했다.

「1979」는 뉴 웨이브 풍이며 「X?Y?U」는 디스토션이 걸린 기타와 날카로운 보컬이 동시폭발하고 있다. 9분 짜리 대곡 「넓은 대양의 포르셀리나」(Porcelina of the vast oceans)는 하나의 웅대한 대서사시였다. 재즈 뮤지션이었던 아버지와 비틀스, 레드 제플린, 도어스, 블랙 사바스로부터 영향을 받은 빌리 코건이었기에 이처럼 ‘멀티 스타일’의 음악 실험이 가능했다.

『타임』은 웅장한 천상의 아트 팝 분위기를 전제해 ‘이 시카고 얼터너티브 록 그룹의 거만한 두 장 짜리 CD는 그들의 고상한 욕구대로 작동하는 날개가 달린 이카루스(Icarus)처럼 높이 솟아올랐다’고 했다. 이 시사주간지는 이 음반을 ‘95년의 최우수 앨범’으로 선정했다. 빌리 코건과 기타의 제임스 이하, 베이스의 다시, 드럼의 지미 챔벌린은
<멜론 콜리와 무한한 슬픔>으로 정반대의 무한한 기쁨을 획득했다. 음악감독 코건은 앨범에 잃어버린 꿈의 파편들을 뿌려대 『스핀』의 묘사처럼 ‘그의 꿈을 실현시킬 소행성’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소행성은 곧 현저히 기능이 저하되어 드러머 지미 챔벌린이 마약관련으로 그룹에서 퇴출당했고 갈수록 그룹의 정력은 감퇴해갔다. 정규 드러머 없이 전자음을 대폭 차용한 98년의 앨범
<숭배>(Adore)는 ‘음악적 비아그라의 필요성’만을 확인해주면서 판매량은 더블 플래티넘에도 못 미쳤고 대중의 관심도 숭배 수준은 되지 못했다.

얼터너티브의 ‘파워 엘리트’마저 대중의 외면이라는 암세포가 생겨난 얼터너티브의 건강악화를 막지 못한 것이었다. 실은 이미 얼터너티브는 싸늘하게 얼어붙은 시체 상태였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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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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