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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 잡고 아프리카로 떠난 연인이 배운 것은…

어릴 적 내가 꿈꿨던 사랑은 마냥 낭만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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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어진 젊음을 새파랗게 지새울 누군가를 찾아 둘만의 신화를 만드는 것, 광기와 도발로 점철된 사랑의 전설을 만드는 것, 나의 인생이 사랑이란 기억으로 완전히 대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어릴 적 내가 꿈꿨던 사랑은 마냥 낭만적인 것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젊음을 새파랗게 지새울 누군가를 찾아 둘만의 신화를 만드는 것, 광기와 도발로 점철된 사랑의 전설을 만드는 것, 나의 인생이 사랑이란 기억으로 완전히 대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외화 주인공들은 어린 내게 이상적인 사랑의 모델이었다. 비록 불행하거나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 사랑이었을지언정 그들의 사랑은 인생을 통째로 담보 잡힌 극단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영화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의 트리스탄과 수잔나,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그의 연인 엘리자베스, <폭풍의 언덕Emily Bronte's Wuthering Heights>의 두 주인공, 세기의 아이들이었던 작가 알프레드 뮈세와 조르주 상드, 베토벤과 불멸의 연인, <타이타닉Titanic>의 잭과 로즈까지.

지금까지도 나는 사랑은 세상의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 중 최고의 아름다움이라며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사춘기 시절 내게 뿌리 박혔던 미의 기준은 행복이나 미덕의 그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그 당시 나는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미의 조작과 허상의 감동에 눈물 흘렸던 감수성 어린 소녀였다면, 이제는 아름다움과 사랑의 진실을 구별할 줄 안다. 그와의 사랑을 시작하면서 경험한 수많은 감정의 질곡 덕분이다. 아름다움이 꼭 사랑을 약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물론, 사랑이란 것은 아름다움 자체나 미에 대한 열광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사랑은 오히려 평범한 것을 아름다움으로 만들어내는 힘이었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삶의 지속에 대한 감사로 여기게 하고, 그래도 인생이 지루하다면 모든 것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마주 잡은 두 손에 의지한 채 아프리카로, 아니 더 멀리까지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이었다.


지난 시간, 그와의 사랑이 참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 사랑은 그리고 그는 죽은 시인의 세계에서 살던 나를 꺼내 삶의 진짜 모습과 호흡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기심이나 외로움같이 홀로 하는 감정에서도 구제해주었다. 나만큼 소중한 누군가가 있음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주었으며, 미래는 불안으로 맞이하는 먼 훗날이 아니라 함께 기대하는 내일임을 알게 해주었다.

오늘날 내가 꿈꾸는 사랑은 늘그막까지 함께할 변함없는 사랑이다. 열정으로 소스라치지 않아도 은근한 깊이로 유지되는 마음, 그것이 수많은 사랑의 형태들 중에서 아름다움에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감정임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적어도 그와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마주친 다양한 삶의 모습들에서 읽어낸 사랑의 진리는 그런 것이었다. 서로의 깡마른 몸을 지팡이 삼아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던 탕헤르의 노부부,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던 보보디울라소 시장 한편의 노부부, 그리고 다정히 씨 뿌리던 레오의 어느 늙은 농부와 그 아내의 뒷모습에서 우리는 오래된 사랑의 가치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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