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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선율제조 능력을 선포하다- 푸른하늘 - <푸른하늘 Ⅱ> (1989)

자극적인 비트와 쉬지 않고 나오는 이펙터에 길들여진 탓에, 요즘은 확실한 구조를 가진 ‘좋은 멜로디’들을 듣기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1980년대 후반, 그리고 1990년대, 자신만의 감성을 가지고 등장한 싱어 송 라이터의 붐에는 분명 듣기 좋은 멜로디가 중심이 됐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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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비트와 쉬지 않고 나오는 이펙터에 길들여진 탓에, 요즘은 확실한 구조를 가진 ‘좋은 멜로디’들을 듣기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1980년대 후반, 그리고 1990년대, 자신만의 감성을 가지고 등장한 싱어 송 라이터의 붐에는 분명 듣기 좋은 멜로디가 중심이 됐었죠. 여기서, 곡의 핵심은 늘 선율이라고 생각하는 작곡가 유영석도 물론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겨울 바다」를 시작으로 「오렌지 나라의 앨리스」 「꿈에서 본 거리」등 발군의 멜로디 감각을 뽐낸 ‘푸른 하늘’ 시절은 그 절정이라고 할 수 있겠죠. 「눈물나는 날에는」이 많은 사랑을 받은 푸른 하늘 2집입니다.

푸른하늘 - <푸른하늘 Ⅱ> (1989)

싱어송라이터 유영석이 이끌었던 그룹 ‘푸른하늘’은 다시금 음악의 감동은 멜로디가 만들어낸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미 1988년 「겨울바다」가 수록된 데뷔앨범으로 범상치 않은 재능을 과시한 유영석은 이듬해의 두 번째 푸른하늘 앨범을 통해 탁월한 선율제조 능력을 만방에 선포한다. 그 곡은 「눈물나는 날에는」이었다.

‘눈물이 나는 날에는 창밖을 바라보지만 잃어간 나의 꿈들에 어쩔 줄을 모르네…… 사랑이란, 사랑이라는 마음만으로 영원토록 기쁨 느끼고 싶어. 슬픔 안은, 슬픔 안은 날 잠이 들고파. 변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며……’

우리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이 매력적인 멜로디의 노래가 없었다면 유영석은 「겨울바다」의 단발 히트 작곡가로 사라졌을 것이다. 그는 이 곡을 지금도 자신이 가장 맘에 들어 하는 곡으로 꼽는다. 아무리 음악에 있어서 리듬과 코드 진행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하더라도, 음악가의 재기(才氣)는 그것들에 의해 심판이 되더라도 실제로 대중은 감성적인 멜로디의 흐름을 쫒아간다는 사실을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도 토로한 바 있다. “멜로디는 음악의 요소 중 하나가 아니라 절대적인 요소로 본다. 초기에 난 드럼도 무시했다!”

「눈물나는 날에는」을 위시한 수록곡들은 설령 덜 알려진 노래라도 멜로디의 성찬이란 점에서는 예외가 없다. 「슬픔은 안녕」 「지난 날」 「이 밤 내 곁에 없어도」 등 전곡이 빼어난 선율을 자랑한다. 유영석이 푸른하늘, 화이트, 화이트뱅크를 거치며 토해낸 대표작들인 「꿈에서 본 거리」 「우리 모두 여기에」 「7년간의 사랑」 「사랑 그대로의 사랑」 「네모의 꿈」 「오렌지 나라의 앨리스」만이 전부가 아니다. 또한, 그의 존재를 세상 알렸던 데뷔 앨범의 히트 레퍼토리이자 지금도 겨울이면 어김없이 전파를 타는 「겨울바다」가 다시 수록된 것도 팬들에게는 작은 기쁨이다. (물론 이것이 신작 앨범의 조건이라는 측면에서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슬픔은 안녕」은 고(故) 유재하에게 바치는 곡이다. 자주 규정되지는 않아도 실은 그가 '유재하사단'의 일원임을 말해주는 증거인 셈이다. 비록 그의 멜로디 패턴이 좀 더 대중적 흐름에 가까이 있지만 푸른 하늘의 음악이 ‘품격’을 유지하는 것은 그의 음악이 유재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88년 「하얀 사랑」을 타이틀곡으로 하는 푸른하늘 데뷔앨범을 동아뮤직에서 발표했을 때는 나중 유영석이 특급 싱어송라이터로 비상할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앨범이 나왔을 때는 호응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해 겨울, ‘올타임 베스트 윈터 송’이 ‘겨울바다’가 전파를 통해 꿈틀거리기 시작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이 소포모어 앨범이 나왔을 때 징크스란 없었다. 「눈물나는 날에는」이 널리 알려지면서 푸른하늘은 그룹이름처럼 마침내 맑고 순수한 느낌의 그룹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푸른하늘을 길러준 이미지 또한 바로 그 순수였다. 화려한 편곡, 농밀한 사운드를 짜내느라 여념이 없던 당대의 뮤지션들과는 길이 달랐다. 이 앨범의 생명이 그 순수에 있으며 푸른하늘의 이미지에도 가장 잘 맞았다. 그는 피아노의 선율감과 스트링 편곡, 말하자면 대중음악의 원초적 숨결인 ‘멜로디’에 승부를 걸었다.

당시 푸른하늘의 멤버는 유영석 박준섭 송경호 체제였다. 1집을 만들 때는 유영석, 박준섭, 전영준, 이종석 등 4인조였지만 기타 전영준과 신시사이저와 하모니 보컬을 맡은 이종석이 각각 군 입대와 개인 사정으로 빠지는 대신 그룹 ‘태맥산맥’에서 드럼을 연주하던 송경호가 가입하면서 라인업이 새롭게 짜여졌다.

하지만, 앨범의 모든 것을 해낸 사람은 어디까지나 유영석이었다. 앨범 전곡의 작사 작곡 편곡이 전적으로 그의 손에서 빚어졌다. 이런 것도 국내 최초로 작사 작곡 편곡을 싹쓸이(?)한 유재하를 닮아가려는 영향일 것이다.

유영석의 음악은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거나 음악사의 문제작으로 꼽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앨범을 들으면 그리움이 가득 묻어나는 한 편의 편지가 생각난다. 고운 노랫말과 감성적인 멜로디로 우리의 가슴을 움켜쥔 채 흔들어버린다. 비평과 역사적 위상 위에 올라있는 대중적 선율의 절대 파괴력이다.

‘나는 천재를 본 적이 없으나, 만약 천재란 것이 존재한다면 스스로 천재라 확신하는 이, 그런 영석이 형일 거라고 굳게 믿게 되었다. 그 확신에서 무한한 영감과 가능성이 샘솟으니, 생각해보라. 그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이적)

‘누군가 물어보면 주저 없이 얘기할 수 있다. 나에게 최고의 작곡가는 베토벤도, 비틀스도 아닌 유영석이라고……’(김장훈)

뮤지션들의 칭송에 다소 과장이 섞여 있을지는 몰라도, 그 시절의 많은 유영석과 푸른하늘의 팬들은 분명 이 앨범을 LP 바늘이 지지직거리며 헛돌 때까지 반복해서 들었다. 이후 노래방에서도 유영석의 노래는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정말 우린 아름다운 멜로디 때문에 음악을 듣는다. 그래서 그 어떤 앨범보다도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반 시절의 희미한 추억을 끄집어내게 하는 앨범이다. 음악의 추억은 늘 멜로디와 순수에 몰린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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