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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그날 밤, 뮤즈는 정말 왔었을까?

[셋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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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삼 일이었는데, 종일 축제 현장에서 먹고 마시고, 잠들고 일어나다 보니, (약간 과장해서) 한 일주일 정도 머물고 있는 기분이다.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선뜻 생각나지 않는다. 눈을 뜨자마자,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에 그저 아쉬움부터 밀려온다.

고작 삼 일이었는데, 종일 축제 현장에서 먹고 마시고, 잠들고 일어나다 보니, (약간 과장해서) 한 일주일 정도 머물고 있는 기분이다.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선뜻 생각나지 않는다. 눈을 뜨자마자,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에 그저 아쉬움부터 밀려온다. 대낮부터 저녁 공연만큼의 인파가 지산을 떠돌고 있었다. 이제 낮 세 시의 로큰롤을 라이브로 듣는 일도 오늘까지니까.

◆우리는 변해도, 음악은 변치 않는구나. 뚭뚜뚜 뚭뚜루뚜~

명곡의 힘은 이런거다! 처음 한국을 찾은 서드아이블라인드

서드아이블라인드는 1993년 데뷔 후, 이번에 처음 한국을 찾았다. ‘너무 늦게 왔다’며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완연하고, 몸도 불어버린’ 보컬을 보며 함께 지켜본 관객은 서글퍼했다. 오후 네 시쯤 잔디에 모인 사람들은 약간 지친 듯했으나, 서드아이블라인드 최고의 인기곡, 「semi charmed life」는 누워 있던 언니 오빠들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사람들은 앞으로 뛰쳐나가 모두 뚭뚜뚜 뚭뚜루뚜,를 외쳤다.

여기저기서 헤드뱅잉! 약간 나른했던 소풍 분위기의 잔디가 순간 달아올랐다. 물론 이내, 주섬주섬 다시 누운 자리 앉은 자리로 돌아갔지만. 10년 전 그들의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는 (짧은) 순간이었다. 서드아이블라인드는 “왜 이렇게 한국에 오기까지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이 원한다면 다시 한국에 오겠습니다. 여러분은 내가 본 최고의 관객입니다”라며 연신 짠한 멘트를 날렸다.

◆달밤, 코린 베일리 래에 취하다

발길을 떼지 못하게 한 크리스피언 밀스의 금빛 아우라!

쿨라쉐이커가 막 공연을 시작했지만, 코린 베일리 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이동하던 참이었다. 화면에 비치는 금발머리의 크리스피언 밀스는 그야말로 황태자의 강림이라고 할만 했다. 손목까지 단추가 채워진 자켓을 벗어 던지고, 가벼운 티셔츠 차림으로 열창했다. 조명에 비친 금발이 내뿜는 후광에 눈을 뗄 수가 없어, 이동이 지체되었다. 노래도 물론 좋았다. 모두가 기다리는 「Hush Hush」는 역시 끝까지 자리를 지킨 팬들만 들을 수 있는 모양이다. 애석하게 발길을 돌렸다.

그녀는 정녕 밤의 여왕!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밤을 선사했다

코린 베일리 래의 매혹적인 목소리가 멀리서부터 은근한 달빛처럼 퍼져 나왔다. 그녀는 진정 마지막 밤의 여왕으로 손색이 없다. 여왕처럼 노래하고 소녀처럼 쑥스러워했다. 선선한 달밤에 흐르는 「Put Your Records On」 「Like A Star」 그녀의 목소리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꼼짝없이 사로잡았다. “가창력도 좋지만, 정말 여러 가지 감성이 목소리 하나에 묻어 나온다. 애절함과 슬픔, 절제, 감수성 넘치는 목소리는 정말 타고난 것”이라고 선배는 혀를 내둘렀다. 경청에 이어진 팬들의 환호에, 코린 베일리 래는 깜짝깜짝 놀라는 듯했다. 농염한 포즈로 한껏 감성을 표현했다가도, 쑥스러운 듯 얼굴을 가리고 ‘감사함미다’ ‘Thank you very much’ 웃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귀여워”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국 사랑해, 뮤즈. 나도 사랑해, 뮤즈

모두가 기다리던 뮤즈. 뮤즈의 공연을 보러 가는 길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다들 ‘뮤즈야 뭐 네 번이나 왔는걸’이라고 하면서도 다들 뮤즈를 보기 위해 빅톱 스테이지 앞에 몰려들었다. 앞쪽에서는 몸싸움이 치열했다. 두려움은 현실화되었다. 어디에서 기웃거려도 무대 위의 뮤즈가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등짝 들은 내 눈앞에 성을 이루었고, 빼곡한 머리들은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우주인 복장을 하고 등장한 뮤즈, 관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내 「Uprising」이 연주됐다. 라이브인지 도무지 구별할 수 없을 만큼의 완벽한 사운드가 들려오고, 뮤직비디오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인 영상이 뜨는데…… 뮤즈가 보이지 않았다! 파란 안경에 번쩍이는 은색 의상을 입은 화면 속의 메튜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연신 “뮤즈가 진짜 왔어요? 보여요?”라고 물을 따름이었고, 선배는 “뮤즈는 아니고, 커버밴드가 왔다. 엄청 잘해서 감쪽같더라. 뮤즈는 안 왔으니 걱정 마라”고…… 위로했다.

커버밴드든 레알 뮤즈든, 「Super massive black hole」을 간드러지게 부르는 매튜의 목소리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starlight」 「Time is running out」 등 국내에서 인기가 높았던 곡들을 연달아 불러, 분위기는 끝없이 고조되었다. 때마침 비도 살짝 내렸다. 관객들은 매튜가 알려주는 대로 리듬에 맞춰 정확히 박수를 치고, 코러스를 방불케 할 정도로 거대한 화음을 이뤄 떼창을 했다. 내가 뮤즈라도 이렇게 열광하고 호응하는 한국 팬들이 사랑스러울 만도 하다. 그 마음 보여주듯, 뮤즈는 앵콜 무대에 태극기를 두르고 나왔다. 다시 열광하는 사이 그들은 홀연히 사라졌다.

◆지산, 잔치는 끝났다

불꽃놀이로 사흘간 축제의 막이 내렸다

사람들이 아쉬움에 절규하기 직전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엄청난 물량의 폭죽을 퍼부어 잠시 하늘이 환했다. 동시에 댐이 물을 방류하듯 엄청난 인파가 출구 쪽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이 빠져나간 잔디밭은 그들의 흔적과 쓰레기만이 뒤엉켜 구르고 있었다. 비어져가는 축제 장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영상이 아른아른, 귀가 멍멍, 후유증이 밀려온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군가. 나는 사흘 동안 무엇을 보았나. 무엇에 열광했나. 선배와 선문답을 나누며, 달력도 시계도 없고 오직 음악과 함성이 가득했던 지산 원더랜드를 빠져나갈 마음의 준비를 했다.

“메탈리카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내년엔 존 메이어가 오지 않을까?” 누군들 아나. 대부분의 라인업은 일본 록페스티벌 라인업에 맞춰서 이루어지니(일본 온 김에, 한쿡 들렸다가는 건가요). 그저 기다려볼 수 밖에. ‘한국 록페스티벌이 독자적인 라인업을 꾸릴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훈훈한 구호도 외치고, ‘한 해 열심히 일하고 돈 벌어서 내년에 또 오자!’ 현실적인 각오도 다지며 축제의 여흥을 즐겼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분들의 음악을 흥얼거리자니, 사흘 간 내 맘속에 저장된 스틸컷과 영상이 자동 플레이 된다. 따져보면 불편한 점,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뭉뚱그려 되돌아보면 즐거운 페스티벌의 추억뿐. (이래서 매년 록페를 다시 찾는 건가요.) 그렇게 지산도 멀어지고, 노랫소리도 잦아든다.

……그런데 정말 궁금해요, 선배님. 그날 정말 뮤즈가, 나의 매튜가 거기에 왔었나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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