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존슨’ 하면 우리에겐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는 포크 특유의 아늑하고 차분한 감성을 기억하게 합니다. 이 잭 존슨이 이번에는 일렉 기타의 비중이 늘어난 아주 작은 변화를 시도했네요. 그래도 타이틀 곡 「You and your heart」에는 여전히 온기가 가득합니다. 얼마 전에는 2009년, 자그마치 8년 만의 신보로 돌아온 싱어 송 라이터 ‘오소영’의 앨범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번에는 더욱 간소한 편곡으로 EP앨범을 발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더운 여름, 시원한 댄스음악은 어떠세요? 블루 샤벳의 2집입니다.
잭 존슨(Jack Johnson) <To The Sea> (2010)
앨범 패키지를 재생지로 제작한 점이나 뒤표지에 ‘지구를 위한 1%’ 로고를 새겨 넣는 등 지구 사랑을 몸소 실천 중인 잭 존슨(Jack Johnson)은 여전히 인간적인 면모가 물씬 풍기는 뮤지션이다. 태양열 에너지로 운영되는 망고트리 스튜디오와 플라스틱 플랜트 스튜디오에서 녹음해 환경을 배려한 점도 변함없다. 앨범을 만든 과정은 이처럼 전과 다를 바 없지만
<To The Sea>가 머금고 있는 내용물들은 예전과 성질이 사뭇 다르다. 일렉 기타의 쓰임이 늘어났고, 분위기는 다소 어두워졌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생각하는 잭 존슨의 음악은 어쿠스틱 기타를 기반으로 한 훈훈한 포크송일 것이다.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토대로 인류의 화합을 노래하던 그에게서 대중들이 따스한 온기를 느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전작들이 이처럼 감싸 안고 보듬는 풍의 음악이었다면, 「바다」를 타이틀로 내건 신작은 듣는 이를 마냥 보듬고 감싸지는 않는다.
날선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첫 싱글 「You and your heart」부터 따스함과는 거리가 멀다. 좀 더 스피디하고 날랜 음악엔 전기적인 감성이 물씬 배어 있다. 이런 경향을 잘 나타내는 주는 곡이 바로 「When I look up」. 걸걸한 일렉 기타와 힘찬 드럼 비트의 조화가 속도를 높이는 노래엔 초식남적인 잭 존슨의 보컬 대신 바다처럼 시원한 목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변화가 주가 되었다고는 하나 앨범에선 특유의 차분한 면도 발견 가능하다. 어쿠스틱 기타를 바탕으로 차분히 읊조리는 「The upsetter」와 타이틀 곡 「To the sea」가 대표적인 트랙. 비교적 파워풀한 트랙들 사이에 존재하는 이런 담백한 포크 곡들은 앨범의 쉼표 역할을 하며 듣는 맛을 배가시켜주는 효과적인 장치로서 작용했다. 강과 약을 반복하던 앨범은 마지막 곡이자 앨범의 전체 테마를 대변하는 「Only the ocean」을 끝으로 차분히 음악적 여정을 마무리한다.
전작에 이어
<To The Sea> 역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데뷔해 성공을 이어갔다. 다소 변화된 음악에도 대중들이 새 작품에 열성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는 간단하다. 잭 존슨의 음악은 음악이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환경을 위한 노력과 가사에서 오는 메시지, 또 그것을 전달하는 멜로디의 힘이 합쳐져 잭 존슨의 음악은 온전한 힘을 발휘한다.
<To The Sea>는 일관된 음악이 가져다줄 지루함을 소극적인 변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컨트롤 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부여 가능한 작품이다. 더불어 6월부터 시작된 투어의 수익금 역시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하니 우리는 한동안 이 아티스트를 더욱 우러러볼 수밖에 없을 듯하다.
글 /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삿소영 <다정한 위로> (2010)
8년 만에 내놓은 2집, 그리고 한 해가 채 되기 전에 발표한 또 한 장의 EP앨범. 음악을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오소영은 기타로 그려낸 소박한 선율을, 단아한 삶의 단상들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한 줄 한 줄 써내려간 음표들과 노랫말에서는 낯설고 음울하지만 이런 나지막한 사운드로 구현해내는 서정적 미학을 완성해냈다.
청감을 확 사로잡는 멜로디 아니면 감각적인 사운드의 스타일은 애초에 접어 두었다. 야멸친 속도감과 듣기만 해도 달콤한 선율에서 해방되어 찾은 건 감정을 ‘날 것’으로 드러내는 것에 대한 익숙함, 그리고 초연함에서 나오는 농익은 감성이었다. 이런 낯섦에 친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은 팬들을 서서히 포박하는 힘, ‘오소영’의 음악이 바로 다른 뮤지션들과 분리선을 치는 이유다.
생각나는 대로 쓴 듯한 가사 「기억 상실」로 팬들에게 각인된 후, 여전한 감성을 보여준 작년 앨범 타이틀 곡 「그만 그 말 그만」까지. 그의 음악은 통속적인 음악의 기준으로 보자면 어딘지 느리고 나른한 톤을 유지한다. 이 때문인지, 공연이 끝나면 몸과 마음이 몸살처럼 아프다는 그녀는 다음 앨범에 대해서 조금은 밝은 톤의 음악이 될 것이라는 암시를 던졌다.
타이틀 곡 「다정한 위로」가 그리 어렵게 들리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학습한 대로 흐르지 않는 코드진행, 패턴화된 문법에 길들여지지 않는 멜로디는 가끔은 듣는 이들에겐 낯설게 들리기도 했을 터. 이를 조금 걷어내고 편하게 풀어놓는 멜로디들로 익숙한 접근을 취하는 것, 아마 이 곡을 밝아졌다고 느꼈다면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결국, EP앨범은 전체적으로는 몽환적인 톤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대중의 감성과 밀착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미디를 통한 편곡구성과 다른 악기의 참여를 최대한 배제한 6곡은 모처럼의 여유 있는 구성, 여기서 나오는 편안함을 차분히 얘기한다. 그녀의 메시지가 결국은 ‘희망’임을(아이러니하게도!) 못 박는 2집의 「아름다운 너」가 그랬듯, 「어디라도」는 작법에 있어서도 그런 편안함과 여유를 맘껏 부리고 있다. 기타 하나로 그려내는 소박함, 구태여 덧붙이지 않아도 아름다운 서정성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하다.
글 / 조이슬(esbow@hanmail.net)
블루 샤벳(Blue 'Sorbet) <Club Ciel> (2010)
이름과 같이 푸른, 셔벗처럼 달콤하고 시원한 댄스음악을 들려준다. 그래서 블루 샤벳(Blue 'Sorbet)은 덥고 습한 여름에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그룹이다. 2007년,
<Melodical Sounds Of The Taste>로 데뷔한 지 3년 만에 공개하는 2집으로 또다시 해갈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빠른 템포와 명료한 전자음으로 꾸며진 경쾌한 반주가 즉각 후련함을 안긴다. 청취자들은 앨범 타이틀이자 이들이 설정해 놓은 시엘 클럽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들 듯하다. 「Club Ciel parking」은 차에서 나는 여러 소리들을 이용해 흥겨운 리듬을 만들어 낸다.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조성현의 재치 넘치는 감각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악기를 분절해 편집한 반주와 탁 트인 코러스가 매력인 「Move your body」, 긴장감 있는 구성의 빅 비트 곡 「2m15s」, 드럼 앤 베이스 스타일의 비트와 판타지풍의 가사가 어우러져 공상적인 느낌을 증강하는 「Planet shoes」, 단순하지만 충분히 활달한 「Dream dance」 등 체증을 날리기에 좋은 상쾌한 곡이 즐비하다. 팀 이름 한번 잘 지었다고 감탄하게 될 노래들이다.
한편으로 블루 샤벳의 2집은 콘셉트 앨범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시엘 클럽의 주차장부터 시작해 춤추기를 권유하며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행성 신발을 이야기하고 춤에 대한 환상, 이별의 아쉬움을 노래하니 시엘 클럽에서의 순차적인 경험을 열거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몸을 흔드는 것 외에 사랑에도 주제를 뻗어 나가는 셈쳀다.
잘 짜인 구도와 매끄러운 연출 안에서 조금 아쉬운 점도 발견된다. 일렉트로니카가 중심을 이룬 곳에서 재즈 힙합 「So unfair」가 뜬금없이 등장해 통일성을 해친다. 장르상에서의 흐름이 깨지는 형국이다. 더군다나 이 곡에서의 랩은 상당히 아마추어 같은 느낌을 줘서 감상을 불안하게 한다. 안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괜히 들인 군더더기가 되었다.
블루 샤벳은 공일오비의
<Final Fantasy> 앨범에 참여하고
<소울메이트> <별을 따다 줘> 등 여러 드라마 사운드트랙 작업에 초대될 만큼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았다. 트리오에서 조성현의 원 맨 프로젝트 그룹으로 바뀌었으나 그가 주조하는 사운드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반드럽고 근사하다. 게다가 팀의 변화로 채택한 객원 보컬 체제는 앨범을 한층 다채롭게 꾸미는 역할을 했다. 장점을 유지하면서 다양성을 보강해 더욱 시원하고 달콤한 맛을 전한다. 여름엔 블루 샤벳이다.
글 / 한동윤(bionicsoul@naver.com)
제공: 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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