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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드레와 함께 여전한 파괴력으로 돌아온 에미넴 - 에미넴(Eminem), 사라 맥라클란(Sarah McLachlan), 10센치(10cm)

굳이 힙합을 즐겨듣는 팬이 아니더라도 ‘에미넴’의 이름 정도는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그의 자전적 영화 <8마일>의 성공으로 그 네임 밸류가 더욱 탄탄해졌죠. 여전히 날이 선, 그러나 조금은 잔잔해진 타이틀 「Not afraid」부터 심상치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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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힙합을 즐겨듣는 팬이 아니더라도 ‘에미넴’의 이름 정도는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그의 자전적 영화 <8마일>의 성공으로 그 네임 밸류가 더욱 탄탄해졌죠. 여전히 날이 선, 그러나 조금은 잔잔해진 타이틀 「Not afraid」부터 심상치가 않네요. 그리고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사라 맥라클란을 중심으로 열린 여성 뮤지션의 록 페스티벌 ‘릴리스 페어(Lilith Fair)’를 기억하시나요? 12년 만인 올해부터 다시 재개된다고 하네요. 더욱 기대가 되는 여성 싱어 송라이터 사라 맥라클란의 신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인디의 아이돌’이라 불리며 라디오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10센치의 EP앨범도 소개합니다.

에미넴(Eminem) <Recovery> (2010)

에미넴(Eminem)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갈려있다. 지지층은 허울 좋은 유명인사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독설 퍼레이드에 열광했다. 반면에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더하여 심의 딱지에 걸맞은 음담패설에 넌더리가 난 거부세력은 꼴도 보기 싫은 미꾸라지 한 마리를 보듯이 경멸했다. 호불호를 떠나서 그의 전달력과 이에 따른 파급력이 강력했다는 사실은 자명했다. 히스테릭한 랩 융단 폭격은 이라크 수용 포로를 고문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놀라운 점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살기 가득한 래핑은 <Recovery>에서 매우 잔잔해졌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자세에서 이제는 남도 돌아볼 줄 알게 된 것인가. 첫 싱글 「Not afraid」는 자전적 영화 <8마일(8 Mile)>의 주제곡이었던 「Lose yourself」에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팬들에게 때 아닌 연대의식을 강조하며 자긍심을 고취하는 메시지가 다소 당황스럽지만 이 또한 앨범 타이틀인 <Recovery>를 자아치유의 과정으로 이해하면 아귀가 맞는다.

그렇다고 에미넴이 한 마리 순한 양이 되어 돌아온 것은 아니다. 자신의 실력을 증명 혹은 과시하는 대목에서 주요 전술로 사용한 윽박지르기는 이번 앨범에서도 유효하다. 익살과 독설을 가미한 촌철살인의 래핑이 다소 무뎌진 인상을 주는 감이 없지 않지만 「Almost famous」나, 릴 웨인(Lil Wayne)과 함께한 「No love」 같은 하드코어 트랙은 여전히 위압감을 살포한다.

총괄 프로듀서는 이번에도 역시 닥터 드레(Dr. Dre)가 맡았지만, 전체적인 큰 틀만 잡는 역할을 했을 공산이 크다. 개별 트랙마다 디제이 카릴(DJ Khalil)이나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등 프로듀서 진영을 대폭 물갈이했기 때문이다. 이전 작들과 선명하게 차이점을 느낄 수 있는 연유에는 프로듀서진의 교체가 상당 부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둔탁한 바운스 감각에 록 감성에 맞닿아 있는 풍성한 리듬세션이 첨가되어 청취 장벽을 낮춘 효과를 냈다.

이러한 의도는 적중하여 차트에서도 호성적을 획득했다. <Recovery>는 어느덧 7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하는 데 도달한 베테랑의 노련함마저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선동적인 메시지를 통해 기존 팬을 방어하면서, 작전상의 음악적 전환으로 부동층까지 포섭하는 영리함을 추구했다. 야전을 함께 누빈 에미넴과 멘토 닥터 드레의 융합이 창출하는 파괴력을 다시 한 번 절감하는 순간이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사라 맥라클란(Sarah McLachlan) <Laws Of Illusion> (2010)

7년 전, 정규 앨범 <Afterglow>가 가져다준 감동의 여운은 이미 한참 전에 가셨다. 그 사이 라이브 앨범과 캐럴 앨범, 베스트 앨범이 발매되기도 했으나, 새 노래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기엔 부족한 상황. 7년 만의 정규 작품 <Laws Of Illusion>은 그런 갈증을 단박에 풀어줄 시원한 해갈(解渴) 앨범이다.

오랜 음악적 동반자 피에르 마샹(Pierre Marchand)이 변함없이 함께한 가운데, 이번 앨범에서도 그녀의 특출한 서정성은 여전히 건재하다. 기타와 건반을 기본 축으로 자아낸 사운드는 영롱하면서도 몽롱한 기운을 동시에 뿜어내며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보듬는다. 전작인 <Afterglow>에서 건반에 기운감이 없지 않았던 악기의 비중도 기타와의 균형을 맞춰 비교적 밝고 파워풀한 면이 감지된다.

앨범 안에는 사랑이 자아내는 갖가지 표정들이 있다. 권태감과 회의를 풀어놓은 첫 트랙 「Awakening」부터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첫 싱글 「Loving you is easy」, 남편과의 헤어짐을 경험한 그녀의 감정이 오롯이 투영된 「Changes」와 상심의 고통을 딛고 일어서는 내용의 가사가 일품인 「Heartbreak」까지 사람이 느끼는 보편적 감정인 사랑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앨범 안에 가득히 펼쳐진다.

후반부 일렉 기타의 휘몰아침이 장관인 「Rivers of love」도 인상적이다. 초반 잔잔한 물결처럼 펼쳐진 건반과 이어지는 일렉 기타 연주는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찾은 감격스런 상황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과거 「Angel」이나 「Fallen」을 선호했던 국내 팬들이라면 「Forgiveness」 같은 피아노 발라드 트랙들에 주목할 듯하다. 베스트 앨범에 실렸던 곡인 「Don't give up on us」와 「U want me 2」가 재차 수록된 점은 이 곡이 그냥 외면하기엔 아까운 곡이란 사실을 입증한다.

그녀만큼 애써 유행을 좇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또 있을까. 오랜만에 발매한 정규작이지만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나 음악의 깊이는 여전하다.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스타일 탓에 신선함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녀만이 창조할 수 있는 유니크한 사운드, 특히 감성의 밀도가 충만한 음악들은 강한 음악들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더욱 큰 빛을 발한다.

그녀가 공동 설립했으며 12년 만에 재개되는 여성 뮤지션들만의 음악 축제 <Lilith Fair 2010>을 계기로 사라 맥라클란의 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Laws Of Illusion>은 그녀의 활동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자, 베스트앨범 이후 두 번째 전성기의 시작을 여는 첫 앨범이다.

글 /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10센치(10cm) <10cm The first EP> (2010)

인디계에도 아이돌은 있다! 어느 업계나 될성부른 나무는 입소문이 순식간이다. 지금 한창 화제의 중심 속에 있는 떡잎은 10센치다. 활동한 지 1년 남짓이지만 첫 번째 EP는 이미 매진되었고 공연장에서도 여성들에게 둘러싸인 그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반면 인기에 비해 평단의 혹평도 여러 차례 목격된다. 이것도 아이돌의 숙명인 것인가?

그들을 EP로만 접하면 머쓱한 감정이 앞선다. 목에 힘 좀 주는 동아리 선배를 연상케 하는 통기타 연주와 멜로디는 그들이 비주얼 밴드가 아닐까 의심을 갖게 한다. 이들이 걸어온 길을 슬쩍 훑어보니 음악의 방향성은 대강 짐작 할 수 있다. 사흘이 멀다 하고 강행한 버스킹(길거리 공연)은 그들을 사이키델릭이나 펑크가 아닌 어쿠스틱 팝으로 인도했다.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인 것이다.

차가운 여관방 이불 속에 부끄러운 사랑의 자욱 「새벽4시」
팔베개, 입맞춤, 따뜻한 한 이불, 나긋한 숨소리 「Good Night」

아르페지오 연주에 풀어내는 솔직한 입담은 귀에 찰지게 달라붙는다. 게다가 은근하게 섹스어필을 담은 내용은 본능의 옆구리를 간질인다. 제이슨 므라즈가 빙의한 듯한 끈적끈적하고 매끄러운 그루브 또한 이런 가사와 맞물려 여심을 녹인다.

사실 10센치의 이번 음반에는 히트곡 다수가 빠져있다. 수컷의 발칙한 세레나데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사랑스러운 후크송인 「아메리카노」 「킹스타」 등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두 멤버는 “오래 들었을 때 가슴에 남는 곡들을 첫 앨범에 담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10센치앓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직접 길로 나서야 할 듯하다.

글 / 김반야(10_ban@naver.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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