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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의 귀환 - 토니 브랙스톤(Toni Braxton), 자넬 모네(Janelle Monae), 바비 킴

1990년대 팝의 전성기를 이끈 디바들 중에는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그리고 중저음의 매력적인 보이스로 청감을 사로잡았던 토니 브랙스톤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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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팝의 전성기를 이끈 디바들 중에는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그리고 중저음의 매력적인 보이스로 청감을 사로잡았던 토니 브랙스톤이 있었죠. 풍부한 성량을 바탕으로 한 스트레이트한 창법, 테크닉을 주무기로 삼은 두 디바들과의 구별점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비록 화려했던 전성기 시절은 지났지만, 그 이후에도 토니 브랙스톤만큼 매력적인 저음을 구사하는 여가수는 흔치 않았던 것 같네요. 5년 만의 신보입니다. 실력 있는 신인 여가수 ‘자넬 모네’는 국내에서는 익숙하지 않을 컨셉트 앨범으로 데뷔작을 발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흑인의 소울을 자신만의 독특한 창법으로 승화시킨 바비 킴의 신보도 들어보세요.

토니 브랙스톤(Toni Braxton) - <Pulse> (2010)

1990년대 팝/알앤비의 전성기를 이끌던 대표 아티스트로 토니 브랙스톤(Toni Braxton)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디바들이 목소리로 대기권을 들락거리던 때, 그녀는 신비로운 중저음을 무기로 ‘지구인의 친구’다운 면모를 보여주었고 이같이 특출한 성대는 당시 미다스의 손 베이비 페이스의 음악과 만나 1990년대 팝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새천년을 맞이해선 음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극심한 침체기를 겪은 그녀이기에 5년 만의 신보 <Pulse>가 주는 의미는 적잖이 남다를 듯하다. 무엇보다 메이저 레이블인 애틀랜틱(Atlantic)에 적을 두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녀의 상업적 가치가 아직은 살아 있음을 강하게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장기인 애절한 발라드 넘버뿐만 아니라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댄스 트랙들로 구성된 <Pulse>는 90년대 중반 그녀의 농염한 보이스 컬러를 잊지 못하는 이들의 목마름을 속 시원히 풀어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전작 <Libra>에선 찾기가 쉽지 않았던 목소리의 총기가 <Pulse>에 담겨있다. 복귀작에 담긴 토니의 보컬에선 전성기 적 미세한 떨림이나 소울풀한 감성이 느껴진다.

첫 싱글은 2009년 9월에 일찌감치 공개되었으며 트레이 송즈(Trey Songz)와의 듀엣 버전으로도 발매된 바 있는 「Yesterday」. 그녀 특유의 애절한 허스키 보이스와 감성적인 멜로디, 가슴을 울리는 비트가 일체화된 곡으로 그녀의 보컬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왔음을 여실히 증명하는 곡이며, 동시에 2009년에 남편과 별거한 그녀의 감정이 듣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곡이기도 하다.

1996년 히트 싱글 「Let it flow」의 관능적인 저음을 연상시키는 「Hand tied」,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에게 히트송 「Run to you」를 선사한 주드 프리드먼(Jud Friedman)과 앨런 리치(Allan Rich) 듀오가 펜을 든 「If I have to wait」도 목소리의 특장점을 잘 활용한 알앤비 발라드. 귀에 착 달라붙을 정도는 아니지만 앨범의 발라드 곡들은 미운 정을 갖고 들어도 제법 관대한 마음을 가질 정도의 품질은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앨범의 슬로우 넘버들이 비교적 선방한 반면, 아프리칸 리듬과 전자음이 이색적인 댄스 곡 「Lookin' at me」를 제외한 그 외 업 템포 곡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Make my heart」는 브라스와 비트의 과도한 사운드가 흥을 돋우지 못하고 오히려 토니의 보컬을 잠식하는 상황. 저음의 목소리와 귀를 찌를 듯이 반복되는 사운드의 부조화는 곡의 몰입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이는 마치 디온 워윅(Dionne Warwick)이 리한나(Rihanna)의 댄스 넘버를 부른 것처럼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녀가 트렌디한 음악을 한다고 해서 비판할 수는 없다. 고착화된 음악에 새로운 스타일을 심어 신선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면, 이는 토니의 음악 인생을 더욱 굵고 길게 지속시키는 역할을 할 테니 말이다. 허나 누가 불러도 소화 가능한 업 템포 스타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녀의 보컬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음악 스타일이 동반되어야 함은 대중적인 성공이나 음악적 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다. 이 점에선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가 컴백작 <The Emancipation Of Mimi>에서 보여준 시도들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데뷔작과 <Secrets>에서 보여줬던 섬세한 터치나 귀에 꽂히는 멜로디, 유니크한 매력이 약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작은 체구의 그녀가 두 어깨에 짊어졌던 수많은 악재들, 예를 들어 레이블과의 계약 파기, 별거, 자신의 건강 이상, 아들의 자폐 판정으로 인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발표한 앨범이라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더군다나 여전한 목소리의 총기는 그녀의 미래가 아직은 긍정적임을 확인 가능케 한 부분. <Pulse>에선 아직 포기를 택하지 않은, 또 그녀가 꿈꾸는 희망의 맥(脈)이 뛴다.

- 글 /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자넬 모네(Janelle Monae) <The ArchAndroid (Suites II and III)> (2010)

흑인 음악 신에 새로운 여신이 강림했다. 흉흉한 지상세계의 번민을 종식시키기 위해 검은 뮤즈가 차고도 넘칠 만한 복음을 들고 내려온 것이다. 호들갑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25살의 초신성 자넬 모네(Janelle Monae)의 첫 정규 앨범은 신선한 충격이자, 축복이다. 그녀에게는 자그마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데다 이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노련미가 양존한다. 폭넓게 수용 가능한 목소리 그릇에는 성별과 시대의 구분선조차 무의미하다.

가공할 만한 장르 변환 능력이 혼란을 주지 않는 이유는 모든 실험적인 시도가 공상적인 앨범 콘셉트와 결부되기 때문이다. 공상과학영화의 시초라 불릴 만한 프리츠 랑(Fritz Lang) 감독의 1927년작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에 영감을 받아, 그녀 자신이 디스토피아 ‘메트로폴리스’를 음악으로 구원하려는 안드로이드 신디 메이웨더(Cindi Mayweather)로 분한 것이 이번 앨범의 테마다.

표면적인 분위기와는 다르게 앨범 속 내용들은 과거의 유산들을 복원한다. 펑크(Funk), 포크, 소울, 블루스, 랩, 아트 록까지 현대 대중음악의 박물관이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인으로서 다소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니겠냐는 염려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기세에서는 담대함이 느껴진다. 실험성이 강한 이번 앨범이 피 디디(P.Diddy)의 비호 아래 탄생했다는 점에서 사업 수완가라는 선입견이 강했던 그의 이미지까지 다시 돌아보도록 한다.

그럼에도 미래지향적인 앨범 콘셉트는 과거의 사이키델릭이라는 접점을 만나 기묘하게 점화된다. 빠른 비트 속에서도 무그 신시사이저가 감초역할을 하는 「Dance or die」 「Neon gumbo」에서 활용한 백워드 매스킹(Backward Masking) 기법 등이 멋진 신세계의 밤을 몽롱하게 전달한다.

변화무쌍한 몽타주 자체가 그녀의 매력이지만 앨범의 백미는 무자비하게 두 귀를 잠식하는 폭발력이다. 소름을 끼치기에 충분한 「Come alive」는 순간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 그녀의 몸에 빙의된 것은 아닌지 의심을 자아낸다. 역시 신데렐라 탄생에 도움을 준 아웃캐스트(Outkast)의 빅 보이(Big Boi)가 피처링한 첫 싱글 「Tightrope」는 다이나믹한 라이브 무대에 더 어울리는 곡이다. 밧줄을 타며 무대를 미끄러지는 독특한 춤사위로 현지의 눈길을 낚아챈 면모에서는 댄서로서의 자질도 발견할 수 있다.

가끔 콘셉트 앨범은 아티스트 혼자만의 세계로 함몰되는 자가당착의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자넬 모네는 이것을 경계한다. 엘리트 냄새가 풍기는 앨범 내의 표상 속에서도 그녀의 몸에서 역동하는 노동자 계급의 맥박이 가사와 음악 스타일에서 꿈틀대고 있다. 콘셉트와 사운드의 완성도의 측면에서 로린 힐(Lauryn Hill)의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비 킴(Bobby Kim) <Heart & Soul> (2010)

바비 킴(Bobby Kim)은 이름 석 자로도 오롯하게 빛을 발한다. 특유의 보이스 컬러와 창법은 함부로 모방할 수 없는 그만의 트레이드마크다. 그의 노래는 맹목적으로 흑인의 소울을 껍질로만 복사하려는 범인(凡人)들 사이에서 군계일학의 미덕을 증명하는 장인의 손길이 담겨있다. 1993년 닥터 레게(Dr. Reggae)부터 가요 판에 뛰어들기 시작했으니, 근 20년을 바라보고 있는 관록과 인생역정이 자연스럽게 그의 음악에서 투영되고 있다.

자신의 음악을 여러 가지 장르가 버무린 비빔밥이라고 규정한 이 사내는 곡 해석에 있어서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번 3집 <Heart & Soul>도 작사는 동료 뮤지션에게 다수 위임했지만, 곡이 흥겹든, 애절하든지 간에 각각의 멜로디 안에서 설득력을 머금은 목소리가 그의 진가를 증명하며 교감을 자아낸다.

특히 스산함이 기저에 깔려있는 곡이 그렇다. 바비 킴의 울림 자체에 구슬픔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량함이 가사에 절어있는 「외톨이」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너에게만」 같은 연가에서도 남다른 스킨십으로 청취자의 폐부를 먹먹하게 만든다.

그동안 간과하고 있던 점은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역량이었다. 이번 앨범도 일부 곡을 제외한 열두 곡이나 작곡자의 이름으로 명함을 내밀었다. 닥터레게나 힙합 트리오 부가킹즈(BugaKingz)에서의 전력에서 짐작할 수 있지만, 각각 쉽게 겹쳐질 수 없는 특색을 가진 트랙들이 이번 앨범에도 즐비하다. 그의 앨범에서 자주 연상이 되는 돈키호테의 감성이 담겨있는 라틴 풍의 「남자답게」부터 포크, 힙합 등의 스타일도 발견할 수 있는 묘미가 있다.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든다. 프로그램으로 덧입힐 수 있는 세션도 그는 직접 사람의 손을 통해 구현했다. 호의적이지 않은 시장의 논리에 따른다면 다소 미련해보일 수 있는 접근법이다. 그럼에도 바비 킴은 손길이 묻은 음악의 여운을 잘 알고 있는 아티스트다. 앨범 타이틀인 <Heart & Soul>이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이다.

-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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