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2일 이외수 작가와 200명의 독자들이 <대한민국 VS 그리스>전을 함께 보며 응원했다. | |
태극 전사들이 아테네 전사들을 이겼다! 그것도 2-0으로 화끈하게…….
당초 1점차 승부의 어려운 경기가 되지 않을까 했던 우려와는 달리 전반 7분 이정수 선수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7분 박지성 선수의 쐐기골까지! 행운의 숫자라는 7이 가져다 준 대한민국의 승리의 기운이 그리스전을 시작으로 이제 막 용솟음치고 있다.
먼저 그동안 4-4-2전술로 쭉 훈련해 왔던 대표팀의 선발 구성은 우리의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정성룡 골키퍼의 등장으로 이운재 골키퍼의 위상이 전 같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어찌됐건 월드컵 첫 경기에서 정성룡 골키퍼는 그동안 A매치의 경험과 더불어 침착하게 상대 선수들을 대응하며 성공적인 월드컵 본선 진출 데뷔전을 치렀고 벤치에 앉아 있던 이운재 골키퍼 역시 아쉬움은 있겠으나 ‘이제야 비로소 세대교체를 할 수 있겠구나’ 하며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후배의 선전을 기원했었으리라.
그리고 우리 수비수들, 이영표, 조용형, 이정수, 차두리!
누구 하나 더 잘하고 못하고를 논의할 가치도 없이 4명 다 뷰티풀, 원더풀이었다.
경험 많은 이영표는 노련함과 더불어 후배들을 격려하며 수비진영을 이끌었고 대상포진이라는 복병을 만난 조용형은 허정무 감독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지만 툭툭 털고 일어나 감독님의 무한 애정에 보답을 하며 그리스 선수들을 잘 막아냈다.
그리고 이정수! 그에게는 수비수지만 골 넣는 본능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알고 보니 대학 때까지 그의 포지션은 공격수였다. 그러다 2002년 안양 LG에 입단해 당시 조광래 감독의 권유로 수비수로 전향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2006년에도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었는데 부상으로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월드컵 본선 첫 출전에 첫 경기에서 대형 사고를 치고 만 것이다. 185cm의 큰 키와 빠른 발, 그리고 잘생긴 얼굴까지……. 훌륭한 피지컬 요소를 갖춘 그에게 기성용의 프리킥이 제대로 발끝에 걸려 그리스 골망을 흔들었으니 행운의 여신이 그동안 준비된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에게 환한 미소를 비춰주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차미네이터 차두리! 그의 돌진에는 적군이고 아군이고 부딪히면 최하 골절이다. 그래서 차로봇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듣고 있으니…….
2002년 그냥 마구잡이로 뛰어다니며 돌진했던 차두리는 이제 8년 뒤 아기 아빠가 된 현격히 달라진 위치와 책임감 속에 많이 다듬어진 플레이를 선보이며 대표팀 주전 수비수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피지컬만 훌륭하다는 평가에서 이제는 지능적인 플레이로 상대 공격수들을 막아내며 좀더 세밀해진 패스를 선보이고 있다. 아버지 차범근 해설위원은 얼마나 속으로 ‘우리 두리 잘한다~!!!’를 외쳤을까?
다음은 미드필드 진영을 장악하고 있는 박지성과 기성용, 김정우, 이청용! 김정우를 제외한 세 명 모두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해외파들이다.
외국인 선수들, 백인이건 흑인이건 별로 특별할 것도 없을 만큼 일상적으로 경기에서 만날 수 있는 상대들이다. 오히려 그들을 교란시키는 작전까지 파악하고 있으니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이들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든든할 터! 여기에다 상무 소속의 군기 바짝 든 일병 김정우! 착하게 생긴 그의 외모처럼 늘 성실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주인공으로 월급 7만9천5백 원의 가장 저렴한 몸값이지만 100배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 추가골을 넣은 기쁨에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
가장 잘나가는 주장 박지성은 역시 중원의 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봉산지성 세리머니로 폭소를 터뜨리게 했던 주인공! 지금껏 박지성 세리머니 중 최고로 재미있었다. 처음엔 “뭐야~ 지성! 왜 저래~”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트위터에서 팬들과 약속된 세리머니였다나? 하하! 아무튼 오스트리아로 전지훈련 떠나기 전, 확 바뀐 헤어스타일을 보며 뭔 일 내겠구만 싶었는데 첫 경기부터 빵 터뜨려 주셨다. 참고로 박지성은 퍼머했을 때 경기력이 좋았다고……. 늘 생머리에 좀 삐친 듯한 잘 다듬어지지 않은 스타일에 익숙한 터라 좀 낯설긴 했지만 그에게는 퍼머 머리가 좋은 징크스로 작용하는 것 같다.
그리고 기성용~~ 대표팀의 귀염둥이! 셀틱에 가서 제대로 경기도 못 뛰어보고 심난했을 텐데 대표팀 들어와서 형들의 기운을 받고 점점 컨디션 좋아지더니 그리스 본선 경기에서 이름 값 해냈다. 코너킥 제대로 한방 쏴주시고 정수 형님이 제대로 받고…….
또 하나의 “용” 시리즈 주인공 이청용! 그는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무척 궁금해지는 선수다. 예전에 국내에 있을 때는 때로 너무 거친 플레이를 하는 것 같아 별로 이쁘게 보이질 않았던 그가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에서는 아주 날개를 달았다. 미드필더로서 공을 참 예쁘게 잘 차고 잘 찔러주고 말이다. 축구를 잘하면 다 멋있어 보인다더니, 이청용 선수는 기존의 나의 선입관을 확실하게 깨게 한 선수다.
끝으로 박주영과 염기훈 최전방 공격수들이다. 그들에게는 늘 공격수로서 한 골 넣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결정적인 찬스가 왔을 때 오히려 발 끝 감각이 둔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스전에서 첫 골의 주인공이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가 되었다는 사실에 왠지 가슴 한편이 답답해질 수도 있다. 물론 골은 11명의 선수 누구나 넣을 수 있다. 그러나 공격수로서의 책임감 같은 것이 늘 압박하고 있기에 욕심을 내다보니 어긋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한 경기밖에 하지 않았는가? 기다려 보자! 곧 터진다.
그리고 염기훈! 정말 럭키가이다. 그렇게 수많은 부상과 맞서 결국 재활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최종 23명 엔트리에 들었으니……. 솔직히 2월초에 부상과 수술로 본선 진출은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베스트 11까지 들었으니 그의 재활 의지에 큰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왼발의 저격수답게 멋진 골 한번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 모든 이들을 아우르는 허정무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은 한국인 지도자들도 해낼 수 있다는 뛰어난 지도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히딩크 감독도, 아드보카트 감독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왔다가는 나그네였다. 그나저나 허정무 감독도 스카우트되어서 해외파 되는 건 아닐까? 흐흐 기분 좋은 상상이다.
아직 첫술에 배부를 수 없기에 다음 아르헨티나전이 엄청 기대된다. 세계 최고라는 ‘메시’! 과연 어떤 맛일까? 우리 선수들도 메시와 직접 경기를 뛴다는 것에 사뭇 흥분되어 있을 것 같다. 아참! 그 기분은 허정무 감독에게 물어보면 되겠다. 1986년에 마라도나를 만났던 그 기분 말이다.
--------------------
이은하 스포츠 전문 MC로 1971년 2월 22일 태어났다. 1995년 MBC 라디오 공채 리포터로 입사해 스포츠 전문 리포터로 활동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MBC 라디오 ‘이은하의 아이 러브 스포츠’ MC로 등극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여성으로서는 단독으로 스포츠 전문 MC로 활약하는 첫 번째 주인공이 되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기점으로 스포츠에 입문했으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프로그램을 제작하였다. 그녀의 마이크를 거쳐 간 스포츠 스타들은 1,000여 명이 넘을 정도. 스포츠 리포터로 시작해서 스포츠 VJ, 스포츠 MC,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포츠 캐스터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며 스포츠와 오랜 사랑에 빠져 있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뒤늦게 성균관대학 스포츠과학대학원에서 스포츠 사회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허정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누구나 쉽게 축구와 사귈 수 있는 최적의 가이드”라는 찬사를 받은
『축구 아는 여자』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