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의 터전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 - 『가난한 이의 살림집』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의 보금자리를 가다 잊혀져 가는 공간,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기쁨과 눈물의 기록들
많은 이들이 무심하게 지나치거나 개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던 것들에 주목하고, 애정 어린 눈길로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록한 저자의 수고로움에 감사한다.
가난한 이의 살림집
노익상 글,사진 | 청어람미디어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노익상이 10여 년에 걸친 취재 기간과 5년의 집필 과정을 거쳐 엮어낸 사진에세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전 국토를 돌아다니며 취재를 하던 중, 가난하고 헐벗었던 이들, 즉 우리의 부모들 혹은 두 세대 위의 가난한 이들이 짓고 살았던 살림집에 관심을 가지고 취재에 나섰다. 소외된 가난한 이들의 보금자리와 그네들의 삶에 공감하고, 그들과 함께 교감하고자 한 저자는 그들의 삶의 터전인 살림집에 대한 사진과 글을 통해 근대 이후 한국 사회의 이면을 생생하고 솔직하게 기록하고 표현해낸다.
신문의 북리뷰 기사에서 대충 훑어보고 책을 구해 놓고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밀쳐 둔 지 한참 만에 이 책을 펴들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느꼈던 먹먹한 감정이라니. 왜 좀 더 일찍 이 책을 읽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까지 들었다.
책을 읽기 전까진 표지와 저자의 약력만 보고 가난한 이들의 살림집과 그들의 일상을 다룬 감성적인 에세이일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TV 프로그램에 비유하자면 KBS의 <인간극장> 내지는 <현장르포 동행>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막상 읽어 보니 책이 전해 주는 느낌은 묵직하다. ‘가난한 이들의 터전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근대 이후 급속한 변화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져 가는 가난한 이들의 거주 형태를 조목조목 정리한 글들을 읽고 있노라니 10여 년에 걸친 취재 기간과 5년의 집필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가끔 시골길을 지나다 보면 길거리에 덩그러니 자리 잡은 ‘외주물집(노변 가옥)’이나 외따로 떨어진 마을(‘독가촌’)들이 그렇게 자리하게 된 데에 숨겨져 있는 사연과 맥락도 처음 알았다. 또한 흔히들 정겨운 풍경으로만 기억하는 분교와 간이역이 담당해 왔던 애초의 역할 역시 변화해 온 시대상을 가늠케 했다.
가장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대목은 ‘미관 주택’에 관한 것이었다.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도로를 향해 자리 잡은 알록달록한 주택들의 모습은 스쳐 지나가는 이의 눈에는 제법 낭만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것이 군사 정권의 강력한 실천 의지였던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하니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남향집을 선호하는 우리 문화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보여지기 위해 북향으로 지어진 집들에서 살아야만 하는 이들의 불편함을 미처 보지 못했던 게다.
허나 비루하고 볼품없다고 해도, 살고 있는 이들에겐 제 한 몸 누일 수 있던 안식처였을 게다. 많은 이들이 무심하게 지나치거나 개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던 것들에 주목하고, 애정 어린 눈길로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록한 저자의 수고로움에 감사한다.
조선영 (인문, 사회 담당)
12월생. 취미는 웹서핑과 지르기, 특기는 정리정돈. 책에 파묻혀 지내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고 싶어 2001년부터 인터넷 서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초 바람과는 달리 책에 깔려 지낸다고 하소연하곤 한다. 추리소설과 만화를 주로 읽지만, 현재 YES24에서 인문, 사회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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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상> 글,사진16,2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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