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 속의 단아한 사찰 길상사 |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입구로 나와 버스로 갈아타고 홍익초등학교 앞에서 내려, 깨끗한 성북동 주택가를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도심 속의 단아한 사찰 길상사에 이른다. 절을 시주한 김영한과 시인 백석의 애절한 러브스토리가 전해지기 때문일까. 규모도 크지 않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지도 않지만 절 곳곳에서 배어나오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사계절 언제 찾아가도 세속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사색과 산책을 하기에 그만이지만, 단풍 드는 가을에 찾아들면 그리운 사람이 더욱 그리워지는 곳이기도 하다.
|
간송미술관 1966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박물관. 신윤복의 「미인도」, 「훈민정음 해례본」 등 국보급 유물만도 10여 점을 헤아린다. 1년 중 5월과 10월에만 전시회를 갖고 그 외에는 휴관한다. 붐비는 인파로 관람이 어려울 수 있으니 개관일 오전 방문은 필수. (02-762-0442) | |
길상사의 역사는 매우 짧다. 1995년 6월 13일 대한불교 조계종 송광사의 말사인 ‘대법사’로 등록했고 1997년에 길상사로 사찰명을 개명했다. 길상사는 처음부터 사찰의 용도로 지어진 곳은 아니다. 1960년대부터 80년대 말까지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최고급 요정의 하나였던 대원각이 있던 곳이다.
한때 잘나가던 요정 ‘대원각’의 주인 김영한(金英韓, 1912~1999, 법명 길상화)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철학’에 큰 영향을 받아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시주하면서 절이 탄생하게 되었다. 사찰의 이름은 김영한 여사의 법명인 길상화(吉祥華)에서 따온 것이다.
사찰 내의 일부 건물은 개보수했으나 대부분의 건물은 대원각 시절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사찰이라는 느낌보다는 잘 꾸며 놓은 정원의 느낌이 더 강하다. 지친 마음을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위로받고 갈 수 있는 곳이다.
설법전 앞의 관세음보살 석상은 천주교 신자인 조각계의 거장 최종태 작가가 불모(佛母)를 자청해 큰 화제가 되었다. 그 생김새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불상의 미소가 아닌 마치 성모 마리아의 그것과 비슷하다. 너와 나를 넘어 모든 것을 품에 안은 길상화 할머니의 미소도 어쩌면 이러했으리라.
길상사 바로 건너편에는
『효재처럼』이라는 책으로도 널리 알려진 디자이너 이효재가 운영하는 숍 ‘효재’가 이웃해 있다. 보자기를 비롯해 손맛이 살아 있는 한국적인 생활 소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가까운 거리에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박물관인 간송미술관이 있으니 전시가 있는 5월과 10월에는 꼭 함께 둘러보기를 권한다.
* 이용 정보- 성북구 성북2동 323 | 02-3672-5945 |
kilsangsa.or.kr* 찾아가는 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입구 또는 1111번 버스 삼선교 정류소에서 30m 떨어진 동원마트 앞에서 길상사에서 운영하는 승합차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