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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일렉트로 팝이라고? - 네온스 & 비오비(B.o.B) & 엠지엠티(MGMT)

아주 뭉툭해진 비트, 전혀 자극적이지 않지만 충분히 서정적이고 아기자기한 멜로디의 팝이 여기 있습니다. 모던록 밴드 몽구스의 리더 ‘몬구’가 네온스의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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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비트와 날렵한 전자음에만 길들여진 음악팬들이라면 네온스의 음악을 듣고 “이것도 일렉트로닉이야?”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아주 뭉툭해진 비트, 전혀 자극적이지 않지만 충분히 서정적이고 아기자기한 멜로디의 팝이 여기 있습니다. 모던록 밴드 몽구스의 리더 ‘몬구’가 네온스의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한 것이죠. 그리고 「Nothin' on you」의 히트, 그리고 에미넴의 피처링으로 더욱 유명해진 비오비의 앨범, 마지막으로 엠지엠티의 신보도 함께 들어 보세요.

네온스(Neons) - <a-809> (2010)

지난 3월에 출시된 뜨거운 감자의 다섯 번째 앨범 <시소>는 영화는 없지만 어떠한 이야기를 상상하며 연주곡과 노래를 만들었다는 독특함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이 아니라 ‘가상의 사운드 트랙(IST, imaginary soundtrack)’이라는 신종 표현도 만들어 내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들이 최초는 아니다. 공일오비의 4집 <The Fourth Movement>에 실린 「푸른 바다의 전설」은 자신들이 쓴 동명의 짧은 소설의 배경 음악이 되었고 타블로와 페니(Pe2ny)의 프로젝트 그룹 이터널 모닝(Eternal Morning)의 앨범은 열두 편에 달하는 상상의 영화를 만들어 각 곡에 사운드 트랙이란 의미를 부여했다. 영화가 있든 없든, 스토리가 실재하든 안 하든 보통의 음악들과는 다르게 듣는 이의 상상력을 부추기는 재미를 준다.

몽구스(Mongoose)의 몬구가 꾸린 1인 프로젝트 네온스(Neons)의 비정규 데뷔작 <a-809> 역시 어쩌면 그러한 가상 사운드 트랙 앨범이 될 듯하다. 음반의 부클릿에는 슬픔과 쓸쓸함, 왠지 모를 시름이 묻어나는 한 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그것에 기반을 한 듯 즐거움이라든가 밝은 내음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노래들이 펼쳐진다. 그가 쓴 글에서 ‘네온’이라고 칭하는 것이 사랑인지, 감정을 일컫는 것인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어쨌든 노래를 들으면서 네온스가 써내려 간 이야기를 보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할 것 같다.

일렉트로팝, 1980년대 분위기를 느껴 볼 수 있는 신스팝이 음악적 근간이지만 수록된 일곱 곡은 전혀 춤곡의 기운을 품지 않는다. 템포가 빠른 곡이라도 댄서블하다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정물(情物)에 가까운 침착한 가사가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한다. 「혼잣말(나, 아직도 혼잣말 잘해?)」 중 ‘홀로 걷는 이 밤, 그림자도 없으니 정말 나 혼자네’라는 노랫말이나 「별의 노래」에서 ‘밤바다 밤바람에 취해 저 별들을 보며 난 눈을 감았네’ 같은 표현 덕분에 네온스의 앨범은 안정감을 한껏 드러낸다.

나라 안팎으로 주류 음악계의 차트 상위권에 들어서는 일렉트로 팝과는 전혀 다른 골격의 반주도 음악을 안락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는 요소다. 케샤(Ke$ha), 레이디 가가(Lady Gaga) 같은 센 형식이 아니라 아울 시티(Owl City)나 원기를 조금 뺀 컷 카피(Cut Copy)를 마주하는 기분이다. 부유하듯 은은하게 퍼지는 코러스가 매력적인 「별의 노래」, 군중 속의 고독에 따른 페이소스가 진하게 밴 「혼잣말(나, 아직도 혼잣말 잘해?)」, 아기자기한 전자음과 플레이걸(Playgirl) 김소라의 보컬이 귀여움을 곱절로 늘리는 「눈물의 루비」, 칩튠(chiptune)에 근접한 사운드를 내는 「Queen's cafe」 등은 아담하고도 소담스러운 멋을 전한다.

쾌활하거나 환한 모습을 내보이는 작품은 아니지만 편안함을 제공한다. 고운 선율, 감상적이며 솔직함이 느껴지는 노랫말은 각 곡의 여유로움을 보강한다. 듣는 이들은 음반에 담은 소설의 비애감과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곱 편의 노래와 네온스가 쓴 글을 매치해 보는 것도 앨범에 심은 재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흥미를 유발하는 홀로서기다.

- 글 / 한동윤(bionicsoul@naver.com)

비오비(B.o.B) - <B.o.B Presents: The Adventures of Bobby Ray> (2010)

음악적으로 가볍게 프로 파일링을 해보자. 단서는 이 정도다. 1988년 11월 15일생. 애틀란타 출생. 티아이(T.I)가 이끄는 레이블 그랜드 허슬(Grand Hustle) 소속.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영화를 좋아함. 이 인물의 음악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겠는가. 비오비(B.o.B)에 대한 정보가 백지상태에 있었다면 십중팔구 살벌한 더티 사우스 계열의 래퍼로 추측해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비오비의 음악은 그 지점에서 역발상의 전환을 이루기 시작한다. 그의 데뷔 앨범은 준거 집단과 출신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적 자양분과 개인적인 기호에 의해 창출되었다. 잘게 쪼개진 비트와 현란한 신시사이저 볼륨을 가능한 줄이고, 언플러그드 무대를 그대로 옮긴 듯한 리얼 밴드 연주 구성이 돋보인다. 신예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머릿속이 범상치 않은 상상으로 회전하고 있을 것 같은 추측을 해본다.

그는 유별나게도 보컬의 욕심을 가지고 있다. 「Past my shades」에서는 앞서 언급한 밴드 사운드 속에서, 빈티지한 록 사운드가 펼쳐지는 「Ghost in the machine」에서도 녹록치 않은 소울풀한 목소리의 기교를 드러낸다. 너드(N.E.R.D)의 퍼렐 윌리엄스(Pharell Williams)나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의 씨-로(Cee-Lo)처럼 하이브리드한 보컬에 동했던 힙합 팬이라면 비오비의 음색 또한 결코 쉽게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앨범 타이틀에서도 엿보이듯이 이번 앨범에서는 힙합 이외의 장르를 탐색하고 연구하는 학자적 면모까지 감지할 수 있다. 힙합 앨범에서 피처링이란 없으면 허전할 정도의 일상적인 관례가 되어 버린 것이 사실인지라, 웬만한 게스트가 아니라면 조그마한 시선의 미동도 움직이게 하기 힘들다. 그러나 비오비의 데뷔에 힘을 불어넣어 준 조력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결과물을 빨리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파라모어(Paramore)의 여성 보컬리스트 해일리 윌리엄스(Hayley Williams), 위저(Weezer)의 리버스 쿼모(Rivers Cuomo)가 각각 「Airplanes」와 「Magic」에서 보컬 피처링으로 깜짝 출연했다. 이들이 개입한 트랙은 당연하게도 객식구의 취향이 자연스럽게 묻어 있다. 음산하면서도 위태로운 윌리엄스의 음색이 담긴 「Airplanes」는, 여기에 에미넴(Eminem)의 목소리와 화학 작용을 일으키며 두 번째 파트에서 더욱 광적인 히스테리아를 연출한다. 반면에 유쾌하고 가벼운 팝-록 사운드의 「Magic」은 몇 번만 들어도 후렴구를 반복할 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서두보다 단서가 많이 확보된 대목에서 비오비의 가능성을 예측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문제는 지속성일 것이다. 신선했던 하이브리드 콘셉트가 밑천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비오비는 충분히 롱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벌써부터 눈썰미가 빠른 청취자들은 그를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와, 아웃캐스트(Outkast)의 안드레 3000(Andre 3000)과 비교를 하고 있는 듯하다. 두 거장의 성공 전략을 습득하여 자신만의 블루 프린트를 서둘러 구축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 글 / 홍혁의(hyukeui1@nate.com)

엠지엠티(MGMT) - <Congratulations> (2010)

우주로 환각 여행을 떠나자!

그들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굳건한 믿음을 줬다. 사이키델릭 팝의 무한 영토에 확실한 깃발을 꽂았다. 소포모어 징크스 따위는 2007년에 놀라운 데뷔작 <Oracular Spectacular>를 세상을 던져 놓을 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이키델리아의 영역은 그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확장되었다. 우주로 진입했다.

엠지엠티는 1집에서 지독히 몽환적인 사운드의 진수를 선보였던 데이브 프리드만(Dave Fridmann, 머큐리 레브의 베이시스트이자 플래이밍 립스의 주요 앨범을 프로듀싱했다)과 쿨하게 작별했다. 대신 영국의 사이키델릭 록 밴드 스페이스멘 쓰리(Spacemen 3)의 창립 멤버 소닉 붐(Sonic Boom)과 손을 잡았다. 스페이스멘 쓰리는 나른하고 축 처진, 그러나 때론 강렬함과 폭발성을 내보이는 팀. 기타의 극적인 상승, 키보드의 자유분방한 활강 등이 특징이다.

신보는 그래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아찔한 기분이 들 정도로 상승하다가 절정에서 잠시 멈추고, 정신없이 아래로 떨어진다. 약물의 경험을 노래한 오프닝 곡 「It's working」부터 듣는 이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두압, 로큰롤, 사이키델릭, 일렉트로닉, 노이즈 팝, 1960년대 리버풀 사운드 등 각종 장르가 혼재된 「Flash delirium」에 이르면 현기증을 느끼는 것처럼 어질어질하다.

「Time to pretend」 「Kids」 같은 단번에 온몸을 휘감아 버리는 킬러송은 없지만, 모든 노래들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새 중독되어 버린다. 바로 롤러코스터의 매력이 아니던가! 앤드류 밴윈가든의 팔세토 창법이 치명적일 정도로 환각적인 「Someone's missing」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아름다운 팝이다. 데이빗 보위의 글램록과 시드 배럿의 사이키델릭 포크가 만난 「I found a whistle」은 밋밋하지만, 은근하다.

두 멤버인 앤드류 밴윈가든과 벤 골드바서는 <NME>와의 인터뷰에서 “신작은 뛰어난 싱글이 포함된 앨범이 아닌 모든 노래가 한 몸처럼 연결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12분이 넘는 대곡 「Siberian breaks」가 중간에 실려 있는 것도 그래서다. 새 앨범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드라마틱하다. 소닉 붐은 ‘팝 서프 오페라’라고 명명했다.

음악 영웅들에게 바치는 노래들도 흥미롭다. 「Song for Dan Treacy」는 1970년대 후반부터 활동해 오고 있는 영국의 포스트 펑크 그룹 텔레비전 퍼스낼리티스(The Television Personalities)의 리더 댄 트레이시를 향한 오마주이고, 「Brian Eno」는 제목 그대로 브라이언 이노 찬가이다. 엠지엠티의 음악 뿌리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또 호러 연주곡 「Lady dada's nightmare」는 레이디 가가의 변화무쌍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역시 이 시대 가장 ‘핫’한 밴드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들은 우주로 환각 여행을 떠난다. 정신없이 빙빙 돈다. ‘월 오브 사이키델릭’이다.

- 글 /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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