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모던록의 선두주자인 ‘언니네 이발관’ ‘허클베리 핀’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언니네 이발관의 기타리스트 ‘정바비’가 만든 줄리아 하트, 허클베리 핀의 ‘이기용’이 주축이 된 스왈로우의 앨범이 발표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2009년 솔로 앨범을 발표한 바 있는 오지은의 프로듀싱 앨범이자 오랜만에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음반도 반갑네요. 시와의 데뷔작 <소요>입니다.

줄리아 하트(Julia hart) - <B> (2010)

단 것은 역시 기분을 좋게 만든다. 말랑말랑하고 소프트한 멜로디가 가볍게 고막을 두드린다. 게다가 봄이라는 계절과 맞물려 달큼한 취기마저 올라온다.

줄리아 하트는 언니네 이발관의 기타리스트였던 정바비(정대욱)가 만든 3인조 밴드다. 10년 전 독립을 선언한 후 4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3년 만에 새로운 EP가 나왔다. 세월은 훌쩍 지났지만 「문학 선생님」 「펭귄을 기른다는 것」에서 보여 주었던 소년 감성과 여성적인 섬세한 가사는 변함이 없다.

3집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에서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이 보컬을 맡은 것처럼 이번 타이틀도 객원 보컬과 작업했다. 금방이라도 마법 소녀가 튀어나올 것 같은 「하얀 마법 속삭임」은 국악 세쌍둥이 아이에스(IS)와 함께했다. 「Favorite」 「시모네타」는 기타 송무곤이 불러 정바비의 목소리보다 조금 더 앳된 음색을 들려준다.

다른 음반들이 <영원의 단면>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 등의 독특한 이름을 가졌던 반면 이번 신보 제목은 심플하게 <B>다. 작품 안 동명의 곡에서 의미를 찾자면 「Plan B」는 마음을 열고 조금씩 우리는 왜 이렇게 되어 있나 알아가는 것이다.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멜로디가 들린다.


스왈로우(Swallow) - <It> (2009)

전작 <Aresco>(2005)로 ‘한국 대중 음악상’(2007)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스왈로우(Swallow)가 돌아왔다. 이번에도 통기타를 문 채 어둡게 펼쳐는 음성으로 ‘변함없는 동선’을 선보이지만, 동시에 소극적 변화를 택한 모습에서 ‘안주’라는 부정적 단어가 떠오른다.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의 멤버 이기용의 솔로 프로젝트팀이기도 한 스왈로우의 신보에서 이런 시각을 갖게 되는 건 1집 <Sun Insane>(2004)부터 살필 수 있다. 기타와 건반의 주도권을 명확히 나누기도 하고, 음악의 선을 굵고 여리게 주무르며 ‘하고 싶은 소리’를 담았던 초창기와 비교했을 때, <It>은 평단의 지지를 이끈 전작의 패턴을 이용한 흔적이 느껴진다.

달라진 게 없다는 건 아니다. 현악의 존재를 전보다 자제했고, 리듬 기타의 톤도 일정하게 나열하며 좀 더 나긋해진 모습으로 접근하려 한다. 오프닝부터 빠르게 감아 치는 「Snow」, 이번 앨범에서 가장 선명한 멜로디를 자랑하는 「자이언트」, 신시사이저의 미세한 소리를 포착하는 「나는 고요하다」까지 곡마다 다른 모양을 취하면서도 앨범이 가지려는 분위기에 반항하지 않는다.

이것이 전작과 분리할 수 있는 노력으로 비추어질 수 있지만, 전체적인 색깔을 놓고 봤을 때 <It>은 <Aresco>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해 보인다. 딱히 비난의 구석을 찾기도 어렵고, 과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치장도 하지 않음으로써 모나지 않은 이미지를 구축한 <Aresco>를 따라간 것이다. 이 상태에서 ‘답습’이라고 얘기될 수 있는 외부의 비난을 의식한 듯, 지능적으로 보완의 구색을 갖춰 놓은 거 같다.

이러한 결과는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 공감의 통로를 형성하기에 좋지만, 이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기에, 다시 쓰이면 금세 알아차리고 물리게 된다. 한 번은 인정해도, 두 번은 용납 못 하는 것이다. 안전 지향을 추구하는 게 반드시 나쁜 건 아니지만, <It>은 그 방향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공백기를 가진 4년 동안 <Aresco> 같은 음악만을 꿈꾼 건 아니지 않은가.


시와 - <소요> (2010)

앨범을 핥으면 녹차의 맛이 날 것 같다. 개운하고 단아하지만 깊게 음미하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음반이다. 안타깝게도 범인인 우리들은 맛으로 좋은 녹차와 나쁜 녹차를 구별하기 힘들다. 혀끝의 쌉싸래한 맛이 녹차라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감성을 자극하는 달콤한 로맨스나 드라마틱한 전개가 없어 범작인지 수작인지 걸러 내기 힘들다.

시와의 앨범을 펼치면 프로듀싱 ‘오지은’이라는 글자가 가장 눈에 띈다. 인디계에서 워낙 개성 넘치는 인물로 꼽히다 보니 조용하고 차분한 이번 레코딩은 오히려 놀랍다. 풋풋하고 산뜻했던 첫 번째 EP <시와>와 실험적인 소리를 들려주었던 <We Are All Together>(시와무지개) 때보다 절제하고 노멀하다. 피아노를 앞세웠던 오지은 1집 <지은>이 오버랩된다는 사람도 있다. 시와의 개성을 거세한 오버 프로듀싱 논란도 들려온다. 시간이 필요하다. 몇 번을 끓여 내는 녹차처럼 천천히 정성을 들이면 소리가 달라진다. 공백의 소리까지 살린 세심함과 기타 한 음 한 음까지 오롯이 살아난다. 가감의 편곡은 화려한 치장을 버리고 본모습 그대로 순수함을 드러낸다.

오지은은 시와의 음악을 ‘전형적인 여성 싱어송라이터’라고 표현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반문도 남겼다. “전형적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음악이 뭐가 나쁜가?” 이 질문은 ‘진부’와 ‘노멀’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던 ‘전형적’이라는 단어에 ‘보편적’ ‘표본’의 의미를 부여했다.

성숙하고 담백한 목소리, 상당히 절제한 저음이 돋보인다. 절제한 소리는 마음을 흔드는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자유롭게 거닐다’는 앨범 제목 <소요>처럼 여유와 한적함을 선사한다. 활짝 핀 꽃은 아니지만 작은 씨를 품은 듯 소박하고 단아하다.



제공: 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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