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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연구소로부터 온 보고서 - 『공상비과학대전 1』

영웅들의 이야기가 그리웠던 사람에게, 과학을 바탕으로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른한 봄날 웃기는 이야기를 찾는 이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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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비과학대전 1
야나기타 리카오 글, 그림 | 대원
‘만화영화 속 장면들이 실제로도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과학적으로 풀어본 책. 공상과학만화 속 영웅들의 폼나는 모습들. 그러나 현실과학의 측면으로 본다면 그 모습이 현실이 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유쾌하게 읽을 만한 책이다.

어릴 적, 저녁 6시쯤이면 TV 앞에 앉아 지구를 구하는 영웅들을 기다렸다. 각각의 고유하고 기구한 사연 때문에 지구를 집어 삼키려고 하는 악의 무리들에 맞서 평화와 정의를 수호하는 다양한 영웅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우주 괴물이 내뿜는 거대한 화염과 무자비한 발길질에 파괴되는 지구, 종말의 위기가 닥쳤다는 긴급한 출동 명령을 받고 족히 마하 20은 되는 속도로 출동한 우리의 영웅, 끈질기게 격투를 벌이면서 아주 많이 두들겨 맞다가 결정적인 순간 팔을 열십자로 모으고 발사하는 일격필살의 광선, 그리고 다시 푸르른 지구의 모습과 영웅을 감사의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들, 감사에 답하는 일은 시크하게 생략하고 유유히 하늘을 날아 자기의 생업의 터전으로 돌아가는 우리의 영웅.

뻔하디 뻔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열광과 경이의 감정을 가지도록 했던 만화나 특촬물 시리즈가 있었다. ‘맨’으로 대표되는 울트라맨, 후레쉬맨, 바이오맨 등이나 인간형 로봇으로 기억되는 태권 V, 마징가 Z, 메칸더 V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과학 정규 교과과정을 통해 F=ma, 금속의 이온화 경향, 세포분열, 빛의 속도 등을 배우면서 우주 괴물과 매일 지구를 구하던 영웅들은 존재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체감하게 되고 나만의 영웅은 그저 상상과 공상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어린 날의 기억에 실소하게 된다. 하지만 슈퍼 영웅들의 이야기 중 어떤 부분이 비과학적인지 설명하는 것은 쉽지는 않다. 대체 어떤 부분이 어떻게 말이 안 되는 것일까? 그러게, 이 점에 관하여 자세히 풀어줄 책이나 상세하게 설명해줄 사람 없을까?

‘과학을 거절하는 공상 15가지의 법칙’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공상非과학대전』, 이 책은 애니메이션이나 특촬물에서 무리 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이 필요한지를 알기 쉽고 코믹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주 괴물들의 강력함과 영웅들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해 설정된 과학적인 표현들과 조건, 수치들의 실상을 상세하게 따져 보고 있다. 공상과학의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과 철학들을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분석해보고 있다.

“정의의 팀이 가지는 기지는 절대로 비밀기지가 아니면 안 된다.” “전투로봇은 반드시 인간형이다.” “영웅은 절대로 맨몸의 인간이어선 안 된다.” “방사능을 맞은 생물은 거대화하여 괴수가 된다.” “영웅은 단 3분 안에 지구의 평화를 지켜야 한다.” 등과 같은 철칙.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이나 특촬물을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만한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 과학을 정면으로 거절하는 법칙들이다.

위의 법칙 중에서 “영웅은 단 3분 안에 지구의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것, 복싱 경기에서는 단 1라운드에 불과한 시간이다. 3분 안에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것은 울트라맨의 이야기인데,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울트라맨은 변신과 격투, 승리에 이르는 과정을 매일 반복한다. 참으로 대단한 영웅이다. 날아서 이동하는 울트라맨은 마하5의 속도로 날아간다. 마하5는 음속의 5배, 시속 6,120km이지만 3분이라면 306km를 날아갈 수 있다. 울트라맨이 지구의 평화를 지킨다지만 우리나라의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도 400km가 넘는데 울트라맨이 부산에 산다고 가정한다면 한강에 괴물이 나타나면 전혀 손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지구를 지키는 것은 공상과학의 세계임에도 불가능하다(이 책에 따르면 울트라맨이 한반도를 우주 괴물로부터 지키는 데는 14~16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공상과학의 세계를 과학적으로 진지하게 분석한 이 책을 읽으면 어린 날의 로망이었던 슈퍼 영웅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인지를 아주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공상과학 이야기를 비판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애니메이션과 특촬물에 대한 진지하고도 과학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영웅들을 더욱 재미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준다. 영웅들을 구속하는 비과학적인 속박과 법칙들을 과학의 법칙으로 해석하는 저자의 별로 쓸 데 없어 보이는 시도가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전기 코드를 꽂고 지구를 지키던 에반게리온, 우주 최강의 전사가 되기 위해 죽었다 살아나기를 두 번씩이나 한 『드래곤볼』의 손오공과 같은 추억의 영웅부터 큐브 찾아 내려와 윗위키를 만난 옵티머스 프라임, 토루크 막토를 타고 판도라의 하늘을 날아다니던 제이크 셜리와 같은 최신의 영웅에 이르기까지 상상의 세계에 사는 영웅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수록한 『공상非과학대전』 시리즈. 영웅들의 이야기가 그리웠던 사람에게, 과학을 바탕으로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른한 봄날 웃기는 이야기를 찾는 이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야나기타 리카오

1961년 카고시마현에서 태어나, 이름 그대로 동경대학 이과 I부에 진학. 그런데 재학 중에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기쁨에 눈을 떠 중퇴하고 학원강사가 되었다. 현재도 강사로서 도쿄 세이부 신주쿠선 연선의 학원 IGS에서 교편을 잡으며 정력적으로 집필활동을 전개, 유쾌한 작가로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저서로서 『공상비과학대전』 『공상과학대전!』이 있다. 참고로 저자의 고향은 풍성한 자연과 로켓 발사장을 가지고 있는 타네가시마. 말 그대로 공상과학적인 환경 속에서 자라난 셈으로 이 책의 집필은 처음부터 저자에게 운명지어져 있었다, 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백영호 (대학교재(전문서적), 수험서/자격증, 컴퓨터와인터넷 담당)

만으로 입사 3년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묵은지 같은 컨텐츠팀의 구입(久入). 리뷰어클럽의 운영 도우미로 활동한 바 있다. YES블로그에서 watermelon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박에 자신만의 의미(1. 큰 과일이라 나눔/2. 달콤한 맛/3. 시원함)를 붙이고 의미와 같이 살아가고자 다짐하지만 성공의 횟수는 마음먹기보다 적어서 항상 고민 중이다. 하이테크 기계를 좋아하다가 구입하게 된 디지털카메라 덕에 사진이라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고 간혹 사진사로 동원되는 영광(?)도 누리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시를 좋아하고, 경제학과 자연과학, 디지털, IT에 관심이 많다. 블로그 주소는 //blog.naver.com/last2hq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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