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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음악의 모든 것 - 크레이그 데이비드 & 에리카 바두 & 매시브 어택

흑인 음악의 위상에 커다란 역할을 한 ‘모타운’이라는 레이블을 들어 보셨나요? 1960년대의 전성기 동안 무려 110개의 Top 10 히트곡을 내놓으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레이블로 기록되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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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음악의 위상에 커다란 역할을 한 ‘모타운’이라는 레이블을 들어 보셨나요? 1960년대의 전성기 동안 무려 110개의 Top 10 히트곡을 내놓으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레이블로 기록되어 있죠.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1960년 이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 ‘크레이그 데이비드’가 그만의 감각으로 이 모타운을 재조명했네요. 그 밖에도 흑인들의 대중음악인 ‘소울’에 ‘리듬앤블루스’를 결합한 ‘네오 소울’의 여왕, ‘에리카 바두’의 신보, 마지막으로 ‘트립합’의 선구자 ‘매시브 어택’의 5집도 발표되었습니다.

크레이그 데이비드(Craig David) - <Signed Sealed Delivered> (2010)

모타운이 어반 댄스와 만났을 때

“이 앨범을 통해 원곡과는 또 다른 나만의 스타일을 보여 주고 싶다”

데뷔 10년 차 가수 크렉 데이비드(28)가 다섯 번째 음반으로 ‘리메이크’를 택했다. 가수라면 누구나 리메이크 앨범을 한 번쯤 기획물로 내놓곤 하는데, 크렉 데이비드는 이 같은 말로 리메이크 작품집을 발표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오리지널 가수의 곡을 색다르게 커버한다는 건 장?단점이 뒤따른다. 장점으로는 특별한 홍보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대중이 쉽게 반응하는 장르 아이템이라는 것. 반면 단점은 잘 만들어도 원곡만큼의 퀄리티를 보장 받기 힘들며, 자칫 역으로 간다면 혹평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리메이크는 아슬아슬한 네트 위의 매치 포인트나 다름없다.

크렉 데이비드는 10년 만에 창작의 고통보다 익숙함을 내세워 한 템포 휴식을 원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 휴식을 알리는 리메이크 테마를 모타운으로 정했다. 그는 “어릴 적 모타운 음악을 들으며 흑인 음악에 빠지게 됐다”며 전설적인 모타운 가수들의 음악에 존경을 표하고 있다.

신보 타이틀부터 4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바로 그 유명한 스티비 원더의 명곡 「Signed, sealed, delivered I'm yours」에서 가져왔다. 스티비 원더의 음악은 이 곡 외에도 1968년 곡 「For once in my life」를 선택, 흥겨운 무드를 동반한 춤곡으로 새로이 만들어졌다.

앨범의 콘텐츠는 R&B의 짙은 흑인 감성을 옅게 하고 어반 댄스의 모던한 감성을 덧입히는 작업을 거쳤다. 모타운과 클럽의 동거랄까. 포탑스의 고전 「Standing in the shadows of love」를 샘플링한 첫 싱글인 「One more lie…」를 위시해 슈프림스와 마빈 게이의 대표곡들도 어반 냄새가 물씬한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모타운 소속 작곡가로 활약한 노먼 휘트필드와 바렛 스트롱 콤비의 노래가 가장 많은 3곡이나 선택되어졌다. 마빈 게이가 생전에 노래한 「I heard it through the grapevine」을 포함 템프테이션스의 명곡인 「Just my imagination」과 「Papa was a rollin' stone」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앨범은 모타운 클래식이 전부는 아니다. 크렉 데이비드는 평소 존경하는 흑인 음악계 선배들의 명곡도 그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꾸몄다. 오티스 레딩의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와 알 그린의 「Let's stay together」 등이 경쾌한 리듬과 함께 새 옷을 갈아입었다. 다만, 너무 흔한 리메이크 레퍼토리의 반복은 어쩌면 식상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앨범은 크렉 데이비드에게 예전보다 훨씬 대중 친화적인 가수로서의 방향 전환을 암시한다. ‘UK 거라지/투스텝의 아이콘’란 칭송은 이젠 그에게 불편한 딱지일 뿐이다. 음반은 기존 크렉 데이비드의 이미지를 깡그리 없애고 들어야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하다. 크렉 데이비드의 보컬이 이처럼 편안하고 여유롭게 귀에 들어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끔은 외도도 필요한 법이다.

- 글 / 김獨(quincyjones@hanmail.net)

에리카 바두(Erykah Badu) - <New Amerykah Part Two(Return Of The Ankh)> (2010)

2010년 에리카 바두(Erykah Badu)는 지난 앨범의 연작이자 다섯 번째 음반인 <New Amerykah Part Two(Return Of The Ankh)>로 다시 네오 소울 여왕의 왕좌를 예약한다. 분위기는 꽤 포근하고 환하다. 전자음, 프로그래밍 연주가 전반을 차지했던 4집과 달리 이번 작품은 아날로그 악기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완성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느낌이 강하게 들 것이다. 또한, 이전 앨범이 사회적인 문제, 흑인들의 삶을 조망했던 반면 여기에서는 개인의 감정, 내면에 품었던 이야기를 주로 펼치고 있다.

첫 싱글 「Window seat」은 그러한 감정의 표현을 드러낸 노래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아무도 옆에 앉지 않기를 바라지만 정작 본심은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 주기를 갈구한다. 빌보드 R&B/힙합 차트 28위에 오른 노래는 차분한 건반 연주와 서정적인 가사, 몽롱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코러스로 흑인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부드럽고 온화한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Gone baby, don't be long」은 사랑하는 사람의 좋지 않은 행동마저도 이해한다면서 그가 돌아오길 바라는 사랑에 목말라 하는 여인상을 그린다. 실비아 스트리플린(Sylvia Striplin)의 「You can't turn me away」, 코러스와 리듬을 샘플링한 「Turn me away(Get MuNNY)」는 리듬감 있는 반주 위에 흐르는 아기자기한 후렴이 돋보이며 딱딱 떨어지는 각운 덕분에 마치 멜로디를 입힌 랩을 듣는 기분도 들게 한다.

편한 선율의 곡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에리카 바두 음악의 특징이며 어쩌면 많은 이가 그녀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라고도 할 까다로운 반주의 노래도 담겨 있다. 고인이 된 제이 딜라의 비트를 사용한 「Love」는 4분을 조금 넘기면서 변주를 가해 색다른 느낌을 제공할 듯하며 10분이 넘는 러닝 타임에 3부로 구성한 「Out my mind, just in time」은 사이키델릭 기운과 장중함, 서사적인 구조로 듣는 이를 내내 압도할 것 같다. 영롱한 대기를 형성하는 하프 연주와 어지럽고 불규칙적으로 등장하는 전자음이 더해져 앰비언트의 모양을 완성하는 「Incense」 또한 에리카 바두표 네오 소울의 복잡성과 독특함을 보충하는 노래다.

감상하기에 좋은 선율의 곡도 있으나 난해함이 공존하는 것이 지극히 그녀다운 작품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New Amerykah Part Two(Return Of The Ankh)>는 소울과 리듬 앤 블루스의 본류 안에 힙합과 전자 음악, 재즈의 요소를 투여해 네오 소울의 혼성체적 특성을 강화한 앨범이라 할 것이다. 눈길을 요구하는 사회 현상을 들추지는 않아도 인간관계와 사랑 이야기 같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관심사에 호소해 교감을 나누려는 작품이기도 하다. 독창성과 무난함을 멋지게 화합한 구성 안에서 펼쳐지는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울림이 그녀만의 향취로 나타난다. 왜 그녀가 네오 소울의 여제라고 불리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 글 / 한동윤(bionicsoul@naver.com)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 - <Heligoland> (2010)

네 번째 앨범 <100th Window>(2003) 이후 매시브 어택의 존립 여부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그랜드 마샬은 2004년 매시브 어택의 투어에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2005년에는 스튜디오 작업을 재개했다. 그러는 동안 로버트 델 나자는 3집과 4집에서 팀과 공동 프로듀서로 활약한 닐 데이비지와 손을 잡고 영화 <더 독>(원제: Danny The Dog), <트러블 더 워터>(원제: Trouble The Water) 등의 사운드 트랙을 만들기도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정규 앨범을 기다린 팬들은 그룹의 베스트 앨범 <Collected>(2006)로 잠시나마 갈증을 풀어야 했다.

정규 활동 안팎으로 꾸준한 창작력을 과시한 매시브 어택은 4집 발매 이후에도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녹음을 시도했고, 그 가운데 높은 완성도와 알맞은 방향성을 지닌 노래들을 엄선하여 다음 앨범을 구성했다. 따라서 7년 만에 나온 신보 <Heligoland>는 매시브 어택 나름의 후기 베스트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앨범 제목 ‘Heligoland’는 독일에 있는 한 군도(群島) 지명을 따른 것이다. 로버트 델 나자에 따르면, 이것은 앨범에 담긴 다채로운 면들을 포괄하는 데 있어서 어떠한 사물이나 문장 혹은 단어를 쓰기보다는 특정 장소를 앨범 제목으로 쓰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과다. 해당 지명의 과거 명칭인 ‘Helgoland’는 ‘성지’(holy land)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앨범 제목이 적힌 재킷 이미지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이기도 한 로버트 델 나자의 작품이다.

지난 네 장의 앨범과 마찬가지로 <Heligoland>에도 여러 음악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크레딧에 올렸다. 우선 매시브 어택 앨범의 단골인 레게 뮤지션 호레이스 앤디(Horace Andy)를 비롯하여 TV 온 더 라디오(TV On The Radio)의 튠드 아데빔프(Tunde Adebimpe), 그룹 엘보우(Elbow)의 가이 가비(Guy Garvey), 트리키와의 작업으로 잘 알려진 마르티나 타플리-버드(Martina Topley-Bird) 등이 작품에 목소리를 제공했고, 브릿팝의 터줏대감 데이먼 알반(Damon Albarn)은 「Saturday come slow」에서 보컬리스트로 나선 것은 물론 가이 가비가 노래한 「Flat of the blade」에서 베이스를, 「Splitting the atom」에서는 키보드를 연주하며 앨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Saturday Come Slow」에서 기타를 연주한 포티셰드의 애드리언 어틀리(Adrian Utley)도 눈에 띄는 이름이다.

이번 앨범은 닐 데이비지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매시브 어택의 세 번째 작품이기도 하지만 머쉬룸의 탈퇴 이후 남은 두 멤버가 머리를 맞댄 첫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매시브 어택은 과거의 답습이 아닌 또 다른 변신에 주력했다. 무엇보다 트립합의 차가운 공기는 유지하되 그 형태에서 벗어난 모습이 인상적이다. 트립합을 설명하는 데 꾸준히 따라다니던 브레이크비츠나 샘플, 혹은 재지하거나 쿨한 느낌들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작년 10월에 소개된 EP의 타이틀곡이기도 한 「Splitting the atom」, 멤버들이 곡을 완성하는 데 가장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하는 마지막 곡 「Atlas air」, 미국의 중견 싱어송라이터 호프 샌도발(Hope Sandoval)이 목소리를 삽입한 「Paradise Circus」 등이 그나마 트립합의 전형에 가깝다. 기타, 베이스, 드럼 편성에 기댄 「Girl I love you」나 「Saturday come slow」는 포스트 펑크 곡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비록 팀이 템포나 편곡을 과하게 몰아가지는 않았어도 앨범 전반에서 발산되는 기운은 5장의 앨범 가운데 가장 드세게 느껴진다. 그야말로 <Heligoland>는 트립합의 새로운 변이체임에 틀림없다.

매시브 어택은 트립합을 그 안쪽에서 둘러보는 게 아니라 바깥에서, 보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바라본다. 멤버들은 1988년 결성 이후 지금까지 매 순간 새로운 실험에 목말라 했다. 구성원 간의 의견 갈등이 멤버 탈퇴라는 최악의 상황을 야기하기도 했지만 결국 매시브 어택 음악의 업데이트에는 명약이 되었다. 네 번의 다리를 건너 다섯 번의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들은 트립합이라는 기본 틀 안에서 갖가지 시도를 반복하며 그 경계선을 절묘하게 넘나들었다. 이번 앨범 <Heligoland>에서도 매시브 어택의 무한한 실험 정신은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아마도 두 사람이 미래의 어느 날 주고받을 마지막 손길이 대중음악에서 트립 합이 차지할 최종 영역을 확정할 것이다. 매시브 어택의 바이오그래피가 곧 트립합의 역사다.

- 글 / 김두완(ddoobari@hanmail.net)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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