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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IT史 100 김중태 저 | e비즈북스 |
미국에 이어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을 개통한 국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이 책은 그 동안 우리가 몰랐지만 우리가 알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IT 역사를 재발견한 내용을 담고 있다. IT 전문가인 저자는 한국의 IT 4대 분야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신, 문화 분야의 역사를 아우르고 주요 인물들의 발자취를 추적하여, 40여 년간에 걸친 한국 IT계의 도전과 성과를 백 가지 이야기 형식으로 재조명하여 흥미롭게 풀어 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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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교육용 컴퓨터, 70KB 대용량 메모리, 카세트 데크 내장.’ 1983년에 출시된 컴퓨터의 사양 설명이다. 카세트 데크가 내장돼 있던 것은, 데이터를 디스크가 아니라 테이프에 저장했기 때문이다. 원한다면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별도 설치해 쓸 수도 있었다. 100만 원이 넘는 가격을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해, 차량에 별도 안테나를 설치하고서야 사용할 수 있었던 카폰은 가입비까지 400만 원이었다. 불과 한 세대 전의 일이다.
한국의 IT 산업은 불가사의한 면이 있다. 1967년 IBM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IBM은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홍콩 등에는 이미 오래전에 진출해 있었다. 전쟁이 끝난 지 몇 년 되지 않은, 1인당 국민 소득 100달러가 안 되는 한국에서 컴퓨터를 도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이로부터 불과 15년이 지난 1982년에 한국은 세계 두 번째로 인터넷을 사용한 국가가 되었다. 그해 5월 15일에 경북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학교 사이에 인터넷이 개통된 것이다. 1986년에는 IP 주소를 할당받았고 도메인을 공식 등록했다. 1994년에는 코넷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이 일반에게 제공되었다. 2000년대,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통신과 이동 통신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야말로 숨 가쁘게 받아들이고 새로 만들고 고쳐 온 한국 IT기술과 문화에서 백 장면을 뽑았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백 장면이 특별한 기준으로 선택된 것은 아니다. 저자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정했다.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역사이기 때문에 읽을거리가 풍성하고 쉽게 읽힌다. 글과 함께 실린 사진 자료가 특히 눈길을 끈다.
「케텔 시절 문화 중 하나로 가장 유명한 것은 ‘탑돌이와 5분 귀신’이다. 케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는 단연 대화방 서비스인데, 회선 문제로 인해 30분으로 제한되었다. 때문에 한창 대화를 나누다 보면 ‘5분 귀신’이 나타나 “대화 최대 사용 시간이 5분 남았습니다”라는 무시무시한 경고장을 남긴다. 만약 5분 안에 방므 나가지 않으면 자동으로 케텔 접속이 끊어지는데, 한 번 접속이 끊어지면 다시 케텔 접속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 전화 회선이 한정되어 있어 붐비는 시간에는 접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화방 참여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을 빠져나와 초기 화면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대화방을 찾아 들어가는 ‘탑돌이’를 했던 것이다.」「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웹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1995년부터는 웹 에이전시라고 부르는 웹 페이지 구축 업체들이 출현하기 시작했고 몇 년에 걸쳐 많은 전설을 남겼다. 지금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회사 소개 페이지도 몇천만 원을 받는 것은 기본이었다. “어떤 사이트에 갔더니 팝업 창이라는 것이 뜨던데, 우리도 그렇게 만들어 달라”는 고객 주문에 의해 팝업 창 하나 띄워 주고 500만 원을 받았다는 전설이 만들어지는 시기였다.」한 세대에 걸친 한국 IT 기술과 문화의 발전이 한 사람의 육성으로 한 권에 담겼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이 책이 출간된 시기 역시 의미심장하다. 한국 IT 문화는 시험대에 올랐다. 뒤늦게 수입된 iPhone에 이어 iPad가 소개될 예정이다.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인 모바일 시장이 앞으로 대한민국 IT사에 어떤 사건들을 만들지, 이제까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속도로 발전해 온 한국 IT 기술은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 무척 궁금하다.
책 속 부록으로 실려 있는 대한민국 IT사 연표는 2009년 4월까지 정리돼 있다. 거의 정확히 스마트폰 이전의 역사인 셈이다. 1967년부터 2009년까지, 인터넷이 연구실과 사무실, 책상 위에 머물렀던 시기를 온전히 정리했다. 아무것도 장담하긴 힘들지만, 아마도 이 책 이후의 한국 IT 역사는 크게 다른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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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태
한국의 대표적인 IT 전문가.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PC 통신 시절부터 올바른 통신 문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한 문화 활동가이기도 하다. 미래 IT 업계에 대한 탁월한 식견으로 기업의 IT 컨설턴트 및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건강한 IT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IT 전도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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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희 (도서3팀장)
분위기가 어색해지면 오히려 말이 많아진다. 이게 지나쳐 호스트처럼 굴다가 추한 꼴로 끝낸 술자리가, 요즘도 몇 차례 있었다. 곧 인터넷 서점에서 일한 지 10년이 된다. 인터넷 서점에서 일하기 전엔 철학을 공부했다. 이건 참 멋지고도 부끄러운 말이다. 서점에서 일하는 동안 인문 분야를 맡은 일은 하루도 없었는데……. 다행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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