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염으로 인해 내한 공연이 취소된 탐 존스(Tom Jones)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청춘을 대표하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골반을 강조한 꽉 끼는 바지와 풀어헤친 셔츠 사이로 보이는 가슴 털 그리고 이것을 잔디 삼아 가슴 위로 자리 잡은 금 목걸이를 과시하던 탐 존스의 모습은 지금 기준으로는 느끼함의 초절정이며 역함의 지존이다.
바리톤의 굵은 음색과 정력 넘치는 가창력은 군사 독재 시절을 살아가는 남성들에게는 후련하고 통쾌한 해방구였고 여성들에겐 가요에서 느낄 수 없는 남성미를 경험케 했다. 당시에 탐 존스의 목소리만 들어도 청각적 오르가슴을 느낀 여성들은 적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외모로는 이성의 호감을 얻기 힘들 것 같은 조영남이 남성상을 강조하기 위해 탐 존스의 대표곡인
「Green green grass of home」과
「Delilah」 두 곡을 번안해서 불렀겠는가.
외국에서는 실제로 탐 존스가 공연을 하면 여성들이 자기가 묶고 있는 호텔 방 열쇠와 속옷을 무대 위로 던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매우 부럽다). ‘미스터 타이거’라는 별명만으로도 탐 존스의 마초적 위상은 가감 없이 입증된다.
1965년에
「It's not unusual」과
「What's new pussycat?」이 빌보드 싱글 차트 10위와 3위를 차지하면서 그해 그래미 신인상을 수상한 탐 존스는 지금까지 모두 19곡이 빌보드 싱글 차트 탑 40에 랭크되면서 당대 최고의 영국 남성 가수 중 한 명으로 공인받았다.
1965년에는 당대 최고 인기 가수의 특권이었던 영화
<007>의 주제가
「Thunderball」을 취입했고 1971년에는 「Diana」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폴 앵카(Paul Anka)가
「She's a lady」라는 멋진 곡을 작곡해 주기도 했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는 탐 존스의 목소리가 좋다고 했고 미국 대중문화의 큰 별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역시 그의 무대 매너에 매료됐을 정도였다.
1960년대 말에 발표한
「Delilah」와
「Green green grass of home」은 국내 음악 다방과 라디오 전파를 독식할 정도로 무한 질주를 했고 스펜서 데이비스 그룹(Spencer Davis Group)의 원곡을 흥겨운 리듬으로 부활시킨
「Keep on running」은 고고장에서 사람들의 이성을 망각시켰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근 10년 동안 탐 존스는 무기력했다. 1988년 연말에 아트 오브 노이즈(Art Of Noise)와 함께 프린스(Prince)의 원곡인
「Kiss」를 리메이크하면서 재활에 성공했고 이것을 계기로 그는 다시 한번 일어났다.
1996년에는 팀 버튼의 영화
<화성 침공>에 카메오로 출연해 엉뚱한 캐릭터를 소화했고 1999년에는 대부분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우렁차게 리메이크한 <Reload>로 인기의 페달을 재장전했다. 영국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한 이 음반에 수록된 리드 싱글
「Sex bomb」은 지금도 클럽의 플로어를 달구는 트랙으로 이 노래 덕분에 젊은 세대들도 탐 존스의 존재감을 인지했다. 탐 존스는 지난 45년 동안 영국의 위상을 높인 공로로 1999년에는 영국 제국 훈장(OBE)과 2006년에는 기사 작위를 하사받아 그 업적을 인정받았다.
탐 존스가 가수 인생을 선택한 45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 동안 우리는 그의 음악과 몸짓에 따라 신경을 곤두세웠고 근육을 수축시켰다. 탐 존스의 열정에 감사한다.
추천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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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oad> (1999) |
<Ultimate Hit Collection> (2009) | |
추천 곡「It's not unusual」「What's new pussycat?」「Green green grass of home」「Delilah」「Love me tonight」「Keep on running」「She's a lady」「I (Who have nothing)」「Kiss」「Sex bomb」
- 글 / 소승근(gicsuck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