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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 재즈와 펑크(funk)의 ‘가능성’을 보다 - 자미로콰이(Jamiroquai) <Travelling Without Moving> (1996)

이보다 일찍 1990년대에는 전 세계 클럽을 뒤흔든 영국 출신의 ‘자미로콰이’가 있었습니다. ‘펑크’(funk) 리듬 위에 탄력적인 그루브의 베이스, 곡 전체를 이끄는 진한 소울 감각은 댄서블하면서도 결코 낯설지 않은 세련된 사운드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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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섬세한 화성적 접근, 서정적 가사, 구조가 확실한 멜로디 라인은 아마 여성 싱어송라이터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아닐까 합니다. 1950년대 엘비스 프레슬리를 기점으로 시작된 로큰롤. 바로 이 전통에 화성적 접근으로 더욱 풍성한 선율과 코드를 덧입힌 뮤지션이 바로 ‘캐롤 킹’입니다. 이 앨범의 「I feel the earth move」가 대표적이죠. 뿐만 아니라,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리메이크 된 앨범의 대표작 「You've got a friend」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앨범의 모든 곡을 하나씩 감상해 보세요.

캐롤 킹(Carole King) - <Tapestry> (1971)

정치적 행동주의의 급작스런 후퇴를 몰고 온 70년대 초 가치관의 변화는 한편으로 전통적 가족 개념의 붕괴를 가져왔다. 당시 베이비붐 세대들이 무엇보다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 결혼 제도였다. 71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34퍼센트의 응답자가 “결혼은 낡은 제도”라고 답했다. 60년대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사회 전반의 가치와 제도에 대한 불신이 축적되어 잉태된 결과였다.

이혼한 부부가 속출했고 많은 미혼 남녀들이 결혼을 거부한 채 ‘홀로서기’를 고집했다. 독신자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이에 따라 젊은이들 간에는 결혼 실패와 실연에 따른 고독과 소외감이 팽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60년대의 시끄러운 사운드가 어필할 리 없었다. 순식간에 음악 수요자들은 조용한 호수와 같은 노래로 몰려갔다. 70년대 초반 이런 젊은이들의 ‘심적 공황’을 대변하고 ‘청각의 선회’를 자극하는 노래를 부른 개인주의적 성향의 포크 가수들이 잇따라 주류의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제임스 테일러가 그러했고 캐롤 킹(Carole King)이 그러했다.

네가 침울하거나 고민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나 이것도 저것도 다 엉망일 때 눈을 감고 생각해 봐요. 당장 내가 나타날 테니까. 그대 깜깜한 밤에라도 환해지려면 그냥 내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돼요. 당신은 친구가 있어요.

- 「당신은 친구가 있어요」(You've got a friend)

제임스 테일러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 곡은 캐롤 킹이 썼으며 이 앨범에는 본인의 노래로 실려 있다. 위 가사에서 즉시 느낄 수 있듯 캐롤 킹은 실연자, 독신자, 이혼 남녀의 마음 한구석에 휑하니 불고 있는 공허함을 달래 주는 노래들을 연이어 발표해 환영을 받았다. 캐롤 킹의 이름으로 발표되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그녀의 출세작 「너무 늦었어요」(It's too late)와 「멀리 떨어져」(So far away) 역시 실연을 테마로 한 노래였다.

사실 그녀부터가 이혼녀였다. 이 앨범은 60년대 여러 히트곡을 만들며 함께했던 작곡 동료이자 남편인 제리 고핀(Gerry Goffin)과 헤어지고서 새로운 결혼 생활에 들어간 후 만들어진 음반이었다.

<Tapestry>이 상업적으로 대성공한 것은 캐롤 킹 자신이 속했던 시대의 조류와 맞아떨어진 측면이 강했지만 여성 싱어송라이터로서 그녀의 뛰어난 음악적 감수성을 간과할 수 없다. 최상의 경지에 이른 작곡 기량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발휘되었다. 그녀는 수록곡들을 통해 여러 계층의 다양한 사람이 나누는 사랑, 우정, 인생을 잔잔한 피아노 반주에 실어 실감나게 전달했다.

당시까지 발표된 여성 가수의 음반 가운데 가장 실적이 뛰어난 이 앨범은 갖가지 기록을 전리품으로 획득, 우선 15주 동안이나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지켰다. 이 기록은 70년대 발표된 수많은 앨범 중 1위인 플리트우드 맥의 <Rumours>, 2위 비지스의 <Saturday Night Fever>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발군의 성적이었다.

앨범 차트에 무려 302주 동안 머무른 기록 또한 역대 팝 앨범 차트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순위였다. 또한 판매 면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해 당시 1,200만 장(75년까지는 1,500만 장)이라는 전인미답의 음반 판매량 기록을 수립했다. 또 이듬해 72년 그래미상에서 ‘올해의 앨범’ 과 ‘최우수 팝 여성 가수상’을, 그리고 싱글 히트곡인 「너무 늦었어요」로 ‘올해의 레코드’, 「당신은 친구가 있어요」로 ‘올해의 곡’ 부문 상을 각각 받았다.

이 곡 외에도 「지구가 ?직이는 걸 느껴」(I feel the earth move), 「스맥워터 잭」(Smackwater Jack)도 인기를 끌었으며 아레사 프랭클린에게 준 「넌 나를 자연스러운 여자로 느끼게 하지」(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도 자기 보컬에 맞게 소화해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다.

<Tapestry>은 60년대 말의 반전, 마약, 프리섹스, 이혼 풍조 등의 혼탁한 시대 속에서 젊은이들의 황폐해진 마음을 포근히 감싸준 ‘조용한 70년대의 자장가’로서 기능을 수행했다. 그러나 대중들의 환영은 그만큼 70년대가 방금 전 60년대와는 다른 보수적인 시대로 변해 버렸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록 진영에서 호감을 품는 앨범은 아니지만 음악적으로 싱어송라이터의 시대를 선도적으로 견인한 작품이라는 점은 누구나 공감한다.

지금도 많은 음악팬들이 이 앨범을 여가수 앨범 가운데 최우수작으로 꼽는다. 외로운 순간에 「당신은 친구가 있어요」를 찾을 줄 아는 센티멘탈파들은 더욱이 여기에 조금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래서 이 곡은 훗날 히트의 주역인 제임스 테일러의 것이 아닌, 이 앨범에 실린 캐롤의 곡이 올 타임 리퀘스트로 살아남았다.

- 글 / 임진모 (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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