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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여걸 파워 - 이상은 & 메리 제이 블라이지(Mary J. Blige) & 슈프림 팀

국내에서는 한 광고 음악에 삽입된 「Family affair」 하나로도 설명할 수 있을 듯합니다. 바로 ‘힙합 소울의 여왕’으로 불리는 ‘메리 제이 블라이지’이죠. 역시나 트렌디한 사운드의 신보로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에는? 바로 이상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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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한 광고 음악에 삽입된 「Family affair」 하나로도 설명할 수 있을 듯합니다. 바로 ‘힙합 소울의 여왕’으로 불리는 ‘메리 제이 블라이지’이죠. 역시나 트렌디한 사운드의 신보로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에는? 바로 이상은이 있습니다. 꾸준한 음악적 실험으로 최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한 그녀의 신보도 역시 사운드에 중점을 둔 일렉트로니카네요. 저번 주에 이어 상반기를 뜨겁게 달굴 힙합 앨범 한 장 더 소개할게요. 캐치한 후크가 매력적인 「Step up」의 주인공, ‘슈프림 팀’입니다.

이상은 - <We Are Made Of Stardust> (2010)

음악을 통해 자아를 탐구하는 이상은의 열네 번째 앨범이다. 알다시피 이상은이 추구하는 음악적 아이덴티티는 늘 자신과 듣는 이들 모두에게 새로움을 주고자 지향한다. 그의 음악에는 대기를 유영하며 바람에 몸을 내맡긴 채로 이동하는 노마드(nomad)의 정서가 깊게 배어 있다.

음악계의 기린아(麒麟兒)라 할 만한 몇 안 되는 여성 뮤지션. 1988년 세상에 자신의 음악 존재를 공표한 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체’라는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듯 늘 변화하고 진화해 온 까닭이다. 타고난 기예(技藝)를 연마하고 구르는 돌처럼 끊임없이 변모한다.

음악에 접근하고 다루는 방식은 그러나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미리 짜인 화려한 스태프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곳에서 음악 지인을 통해 실험을 추구하고 음악을 완성시킨다. 이상은의 음악은 언제고 털어 버릴 수 있을 만큼 자유롭고 실험적이다. 때론 집시처럼, 때론 히피처럼 자유분방한 사고를 다양한 소리의 조화로 풀어낸다.

모국을 떠나 현해탄 건너 일본, 그리고 미국으로, 또 다시 그 세 곳을 오가며 그가 체감하고 생각했던 바는 앨범을 들어 보면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지만 이번 앨범만큼 강한 유대감이 형성되지는 않았다. 14집에 수록된 12곡을 따라가다 보면 이상은, 그와 함께 유성이 되어 우주를 여행하듯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취한다.

일렉트로닉 사운드 슈트를 입은 「비밀의 화원」처럼 신비로운 스페이스 록의 포스를 발산하는 「Something in the air」(대기 중을 맴도는 무언가)와 「Positiva」(포지티바)는 전자 음원으로의 변화가 갑작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미리 처방한 예방주사와도 같다. 전자음의 둔중함과 무중력 상태의 느낌을 살짝 빗겨 내 반복적인 신시사이저 음을 일정 구간에 삽입함으로써 비트를 형성했다. 경쾌한 느낌이다.

「Wild things」(자연물)와 「Cosmic nomad」(우주의 유목민)를 시작으로 앨범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번 앨범이 지향하고자 했던 바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십분 활용해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을 한껏 담아내고 있는 동시에 신시사이저의 배음에서는 공간감을 형성해 다른 일렉트로닉과의 차별화를 취한다. 이를 두고 ‘글리치’(glitchy)라는 새로운 장르로 읽기도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음악과 형식에 열린 마음을 둔 이상은의 음악 태도라는 해석이 더 안정적이다.

프로그래밍이 주가 된 음악 속에 통기타의 선율이 도도하게 흐르는 「오늘도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마지막 곡 「Invisible」(보이지 않는)까지 어느 곡 하나 섬세하게 다루어지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그의 노고가 포착되는 앨범이다.

그동안 동양적인 여백의 미와 서구적인 전자음의 결합을 시도했던 그의 다부지고 한결같은 노력이 일정의 결실을 맺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음 속에 드넓은 우주의 공간감을 구현함으로써 몇 년 동안 이상은 자신과의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하나의 매듭을 지어냈다. 그 진보, 진화의 폭과 이동을 확증하는 다음 과정은 청취자들의 몫이다.

- 글 / 옥은실(lameta@gmail.com)

메리 제이 블라이지(Mary J. Blige) - <Stronger With Each Tear> (2010)

힙합과 소울, 컨템포러리 알앤비가 서로를 부둥키던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메리 제이 블라이지(Mary J. Blige)만큼 꾸준히 자신의 음악적 퀄리티를 발전시키고 유지한 여성 아티스트는 손에 꼽을 정도다. 때문에 그녀는 치열한 시장에서 내침을 당하지 않았고 이 말인즉슨, 현재 그녀 자신이 음악계의 승리자 그룹에 당당히 속해 있음을 의미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항상 트렌디한 사운드, 세련된 알앤비 스타일, 소울, 힙합과 결합해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신보 <Stronger With Each Tear> 역시 다양한 음악 속에서도 자신의 보컬 스타일을 잃지 않는 메리 제이 블라이지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크게 댄서블한 초반부와 알앤비 팝 스타일의 중반부 그리고 정통 소울에 기반을 둔 후반부로 구성된 수록곡들은 각기 다른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매끈한 연결이 돋보인다. 이는 이어지는 곡의 성향까지 세심히 고려한 프로듀싱의 공이 크다.

앨범의 시작을 여는 곡은 펑키&디스코 뮤지션 에드윈 버드송(Edwin Birdsong)의 싱글 「Rapper dapper snapper」에서 묵직한 비트를 따와 완성한 「Tonight」. 러너스(The Runners)와 에이콘(Akon)이 프로듀서로 나선 이 곡은 ‘사랑의 클라이맥스가 될 오늘밤’을 담담히 기다리는 메리 제이 블라이지의 차분한 보컬과 함께 긴박한 분위기의 전개가 일품이다.

첫 곡의 묘한 긴장감은 드레이크(Drake)가 힘을 보탠 첫 싱글 「The one」을 지나 「I feel good」까지 이어진다. 앨범에 배치된 초반 5곡은 곡의 끝과 이어질 곡의 도입부를 같은 템포로 처리한 덕분에 상이한 분위기에도 마치 한 곡을 듣는 듯 자연스럽다. 이 같은 배려는 「I feel good」의 끝에서도 발견되는데 이는 업 템포 곡들과 중반부에 위치한 발라드 사이를 어색함 없이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1997년 작 <Share My World>의 수록곡 「Everything」과 <The Breakthrough>에서 크게 히트한 「Be without you」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I am」, ‘눈물을 흘려 본 자만이 배우고 강해지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희망적인 메시지가 돋보이는 앨범의 중심곡 「Each tear」, ‘내 남자의 주방에선 자신 외에 어떤 여자도 요리할 수 없다’는 귀여운 경고송 「Kitchen」을 지나 영화 <프레셔스>(Precious)의 주제가인 구슬픈 소울 발라드 「Color」까지 <Stronger With Each Tear>는 다양한 스타일을 안정적이고 통일성 있게 구성했다.

예전 작품의 곡들과 비슷한 작법이나 분위기가 풍기는 점은 아쉽다. 이로 인해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전작부터 이어진 대중들의 미지근한 반응은 이런 문제점에서 그녀가 완전히 자유롭지 않음을 증명한다. 전작 <Growing Pains>의 소소한 히트 이후 음악적인 발전이 다소 정체되어 있어 그녀에겐 또 한번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뉴욕 게토의 거친 삶으로부터 채득한 진한 소울 보이스는 여전히 그녀의 음악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지만, 데뷔 초기 쓴맛이 강하던 그녀의 목소리는 오랜 성장을 거치며 씁쓰레하면서도 달달하고 또 포근한 면까지도 갖췄다. 내재되어 있던 날카롭고 사나운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현재의 그녀 목소리는 오래 숙성돼 깊은맛이 감도는 오크통 속 위스키와도 같다. 순탄치 않았던 어린 시절과 20년에 가까운 활동 기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힙합&소울의 여왕은 어느덧 분노를 접고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으며, 이 점이 그녀의 목소리 발전에 큰 힘을 보탰다.

기교적이고 기계적인 보컬이 난무하는 현 상황이기에 그녀의 존재는 단연 빛을 발한다. <Stronger With Each Tear>에 담긴 악보 그 이상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힘, 온몸으로 노래할 줄 아는 그녀의 모습은 아직 완전히 영글지 못한 대다수의 요즘 가수들이 일 순위로 배워야 할 필수 덕목이다.

- 글 / 성원호(dereksungh@gmail.com)

슈프림 팀(Supreme Team) - <Supremier> (2010)

아이돌 멤버 부럽지 않은 귀여운 외모와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부터 검증된 랩 실력. 게다가 한국 힙합의 최대 흥행 파워를 보증하는 무브먼트 크루(Movement Crew)의 지원 사격까지. 힙합 팬들에게 슈프림 팀(Supreme Team)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로 최적화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흥분했고, 가요계에서도 대박을 터뜨릴 신성으로 지난여름 이들의 데뷔를 기대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절반의 성공이지 않았을까 싶다. 힙합 팬들의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적잖은 인지도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확실하게 각인을 새기기 위한 선명한 코러스 라인이 앨범을 관통하고 있었고, 그랬기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필수적인 광고 음악에 「Supermagic」과 「아리따움」 등이 쓰일 수 있었다.

적당한 워밍업을 마쳤는지 첫 정규 앨범 <Supremier>에서는 스타일의 반경이 다소 넓어졌다. 타블로(Tablo)가 가세한 「시노비」에서는 함량 미달 래퍼들을 제압하는 세치 혀의 칼부림이 뒤엉킨다. 사이먼 디(Simon D)와 이센스(E-Sens)의 하드코어한 래핑은 슈프림 팀으로 합체하기 전의 개인 활동에서 어렴풋하게나마 기억될 정도다. 두 멤버의 음악적 태반인 힙합 본연의 내실을 망각하지 않으려는 자세다.

또한 각자 솔로 곡을 할애하여 내러티브의 일관성이 묻어나는 트랙을 삽입한 것도 고무적이다. 사이먼 디의 「Where u at?」는 사랑에 미숙한 두 남녀의 연애 시각을 각 버스(Verse)에 분할하면서, 스토리를 따라가며 심리를 읽게 되는 묘미를 읽을 수 있다. 이센스의 「Where to go?」도 의식의 흐름을 그루브한 비트에 짜 맞춰 가며 진행하는 래핑이 흥미롭다. 짜임새 있는 가사의 중요도를 중시한 셈이다.

물론 많은 이들이 부담 없이 즐길 만한 트랙도 준비되어 있다. 상기된 후크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Step up」은 타이틀곡으로 이미 낙점되었다. 익살맞은 상황을 연출한 「피곤해」도 간단히 웃어넘기며 쉴 수 있는 트랙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인연을 맺은 김신영을 초대하며 대중과의 거리를 줌인하려는 흔적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힙합 신에서 이들과 같은 과정을 밟아가며 가요계에 도전장을 던진 팀을 쉽게 발견할 수 없다. 슈프림 팀이 어느 정도 대중적인 성공을 목표로 한 듀오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Supremier>는 꽤나 균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앨범이다.

- 글 / 홍혁의(hyukeui1@nate.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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