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안 허스키가 신보를 발표했네요. 8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홍대 신의 유명 밴드죠. 리뷰를 쓴 한동윤 필자님에 의하면 이번 앨범은 ‘다채로움’에 포인트가 있다고 하네요. 대학 강사들로 구성된 실력파 록 그룹 악퉁도 새 음반을 내놨습니다. 출중한 기본기와 기교에도 불구하고 심플함을 잃지 않는 밴드죠. 간만에 나온 신작이라 아주 반갑습니다. 다니엘 권의 앨범도 같이 소개할게요!
시베리안 허스키(Siberian Husky) <네 번째 아이> (2010)
그룹의 매력이자 특장인 다채로움이 이번에도 펼쳐진다. 록을 중심 줄기로 두면서도 애시드 재즈, 펑크록(funk rock),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의 가지를 뻗어 온 그들다움의 재현이다. 정규 작품으로는 3년 6개월 만에 선보이는 2집 <네 번째 아이>는 음악 양식에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온화함, 밝음, 거칢, 차분함 등의 기운을 획득한다.
여러 스타일이 어우러지는 탓에 앨범은 마치 만물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스카와 컨트리를 절묘하게 교접한 「안녕, 레옹」, 보사노바와 애시드 재즈를 잇대 감상용 음악을 참여형으로 탈바꿈시키는 「시간의 향기」, 스탠더드 재즈의 옷을 입은 「봄비」, 화사한 모던록의 숨결과 재지(jazzy)한 문법을 동시에 지닌 「네 번째 아이」, 2009년에 서거한 두 대통령에 대한 추모를 블루스 록으로 풀어낸 「Heaven's gain」 등 각각의 수록곡들은 동일한 장르를 연이어 재생하지 않는다. 백인의 취향을 다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메뉴가 호화롭다.
골라 듣는 재미를 극대화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프론트 우먼 유수현의 보컬이다. 그녀는 어떤 노래에서도 창법과 음성을 달리해 카멜레온처럼 그 음악에 딱 들어맞는 보컬을 완성한다. 「봄비」처럼 재즈가 바탕인 곡에서는 관능적으로 목소리를 바꾸며, 광포한 내지름을 요하는 「Don fantasy」에서는 그에 어울리게 시원하게 분출하는 연기력을 드러낸다. 어린 마틸다가 레옹을 사랑하는 그 순수함과 귀여움이 관건인 「안녕, 레옹」에서의 변신 또한 마찬가지로 유수현의 뛰어난 표현력을 체감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결성한 시베리안 허스키(Siberian Husky)는 수많은 라이브 공연과 세 장의 음반을 발표하며 인디 신에서 경력을 다져 왔다. 무대와 앨범을 통해 보여 준 멤버들의 탄탄한 연주와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은 인디 음악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의 재능은 또한 선배 음악가의 탄성도 이끌어 냈다. 신해철은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네이션> 방송에서 시베리안 허스키에 대해 ‘월드클래스’ ‘98점짜리 밴드’라는 표현을 써 가면서 극찬했으며 선곡 표를 이들의 노래로 도배할 정도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데뷔 초반에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시베리안 허스키의 신작은 그룹 특유의 다방면적인 접근과 이것을 내보이는 능력이 결코 쉬거나 쇠하지 않았음을 일러 준다. 아니, 더 강해지고 실해졌음을 감지하게 된다. 록, 재즈, 펑크(funk), 팝 등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의 재림이다.
-글 / 한동윤(bionicsoul@naver.com)
악퉁(Achtung) <네 안에 숨기> (2010) 2002년에 독일어로 ‘경고’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으로 밴드를 결성한 이후 무려 6년 만인 2008년 밴드명과 동일한 제목의 첫 번째 앨범을 발표한 악퉁(Achtung)은 이듬해 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월의 우수 신인 음반’에 선정되기도 한 실력파 그룹이다. 활동해 온 기간에 비춰 턱없이 적은 수의 앨범을 발표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 심리 내지는 내재된 음악적 욕구 충족의 기지를 한껏 발휘하려는지 1년 만에 2집
<네 안에 숨기>를 공개했다.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의 분위기는 첫 곡에서부터 마지막 곡에 이르기까지 앨범 전반에 고루 퍼져 있다. 어쿠스틱과 모던록, 재즈와 함께 장르 간의 통합을 꿈꾸며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주류 음악의 감성과 다르게 자신들의 음악을 펼치고자 한 점이 감지된다.
앨범은 어쿠스틱 기타가 곡의 중심축을 잡고 베이스와 드럼의 미니멀한 악기 구성을 이루지만 필요에 따라 첼로와 피아노, 만돌린, 하모니카가 삽입되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밋밋함을 경계한다. 1집에서와 마찬가지로 어쿠스틱한 분위기를 살려 꼭 전자음을 쓰지 않고도 밀도 높은 음악을 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앨범 제목으로 내건 곡 「네 안에 숨기」는 마치 영화에서의 페이드 아웃(Fade Out)효과를 연상시킨다. 밝은 화면이 점차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곡의 도입부를 꽉 채운 악기는 점점 해체주의적 기악 구성을 보이며 결국에는 볼륨을 낮춰 보컬만을 남기는 독특한 음악 전개를 선보인다. 타이틀곡 「Dilemma」(딜레마)는 묵직한 첼로 반주를 특징 삼아 많은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머물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너만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무거운 마음을 대변한다.
앨범에서 유일한 리메이크곡인 「Autumn leaves」(어텀 리브스)는 원곡과는 또 다른 경쾌함을 선보인다. 가을의 서정과 쓸쓸함이 짙게 배어나던 느린 템포의 곡이 휘몰 듯 연주하는 현란한 악기 연주와 짧게 끊어 부르는 보컬로 대치되었다. 원곡의 느낌이 살아 있기는 하지만 상큼한 느낌으로 편곡되었던 기존의 익숙한 곡들과는 또 다른 감성을 전이한다. 재기 발랄한 악퉁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트랙이다.
블루지한 감성과 어쿠스틱한 연주로 한껏 발휘된 포크의 감성 그리고 팝의 요소를 두루 시도한 악퉁. 그들은 음악적으로 특정 장르에 치중하거나 한 장르에 머물기를 고집하는 다른 가수들과는 다르게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며 자신들만의 특정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밴드의 조속한 귀환에 반가움과 고마움이 교차 공존하는 이유다.
-글 / 옥은실(lameta@gmail.com)
다니엘 권(Daniel Kwon) <Layin' In The Cut> (2009) 디지털이 음악 산업에 일으킨 변화는 거대하다. 무겁게 들고 다니던 CD와 음원을 파일로 압축시켜 메모리칩에 넣었고 공연을 못 봤던 아쉬움은 유튜브(YouTube) 시청으로 달랠 수 있다. 물론 이 놀라운 편의는 음악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갔다. 굳이 소속사의 문을 두드리지 않고도 실력을 옮겨 담은 동영상 하나로 인터넷을 달궈 캐스팅 제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다니엘 권(Daniel Kwon)은 위와 같은 스스로의 방식으로 미니 앨범을 발표했다. 본인의 홈페이지에 올렸던 자작곡들이 누리꾼들의 소문으로 이어졌고 그 무리 중 한 명이던 일본 팝 밴드 램프(Lamp)의 소메야 타이요가 직접 음반 제작을 권유했다.
말도 안 통하는 먼 나라의 뮤지션과 연결될 만큼 다니엘의 음악에는 근래의 노래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현재 활동하는 가수들에게선 보기 드문 보컬의 여유로움과 1970년대 싱어송라이터들이 떠오르는 작곡법,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능란한 연주가
<Layin' In The Cut>에 조화롭게 존재한다.
모던한 시기에 탄생한 올드 팝 같다. 힘주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부르는 창법과 노련한 기타, 쉴 틈 없이 흔들어 대는 퍼커션의 「A tiger's meal」은 듣는 순간 과거를 그리며 빈티지 세계에 빠져든다.
옛 향수는 단순히 복원 차원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Against the grain」은 교회 활동으로 익숙히 접했던 건반 반주를 옮겨 그만의 개성을 확보했고 「Inertia」의 후반부에서는 동화의 한 부분을 읽듯 장난스럽게 마무리하는 재치도 있다.
음악 역시 트렌드에 따라가기 바쁜 시대에서
<Layin' In The Cut>는 한국계 미국인이 재해석한 추억의 감동이 느껴진다. 7곡에 불과한 미니 앨범이지만 2분이든 5분이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헤치는 20대 청년의 자유분방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자칫 낡아 보일 수 있는 앨범 수록곡들 중에서 좀 더 세련되고 친숙하게 접근해 주는 노래의 부재가 유일한 흠이지만, 검증된 인터넷 스타의 실력은 거품이 아니었다.
-글 / 이종민(1stplanet@gmail.com)
제공: 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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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