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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고 밝은 생활을 화폭에 담다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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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거라곤 “출생일과 태어난 장소, 결혼하던 날과 화가조합에 가입하던 날, 그리고 그가 죽은 날뿐이다.” 베르메르는 고향에서 일생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델프트(Delft)의 거장’ 베르메르(Vermeer, 1632-1675)의 현전하는 이름은 다섯 개나 된다. 얀 베르메르, 반 데어 메르, 요하네스 베르메르, 베르메르 데 델프트, 페르메이르 판 델프트는 다 네덜란드 헤이그 인근의 인구가 10만 명이 채 안 되는 소도시 델프트 출신 화가를 가리킨다. 17세기 초 인구 2만3천 명의 델프트는 네덜란드에서 네 번째 가는 도시였다.

현존하는 베르메르의 작품은 서른 점 남짓이다. 이마저 원본 확정이 덜 된 상태다. ‘델프트의 거장’은 자신의 작품에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하여 ‘발견자’들에 의해 적어도 두 개의 제목을 갖게 된 작품이 다수다. 예컨대 「미소 짓는 처녀와 병사」와 「장교와 웃는 소녀」는 같은 그림이다.

또 그는 우리가 잘 모르는 사람이다. 베르메르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거라곤 “출생일과 태어난 장소, 결혼하던 날과 화가조합에 가입하던 날, 그리고 그가 죽은 날뿐이다.” 베르메르는 고향에서 일생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르메르의 생애와 작품 활동을 놓고 추측이 무성하지만, 그가 미지의 인물이라는 것에는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베르메르는 한동안 잊혀진 존재였다. 『베르메르, 방구석에서 그려낸 역사』(정진국 옮김, 글항아리, 2009)는 벨기에 출신 미술평론가 겸 작가 귀스타브 반지프(Gustave Vanzype, 1869-1955)의 ‘탁월한 저서’의 1925년 개정신판을 완역한 것이다.

“베르메르를 이야기할 때 누구든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최초의 전기이자, 간략하지만 그의 삶과 예술을 놀랍도록 설득력 있게 함축한 글이다. 그 뒤로 출간된 전기들은 사실 그의 삶이 온통 수수께끼이므로 그다지 참신하고 현저하게 이 첫 번째 전기를 능가하지 못했다.”(「역자후기」)

작가론으로 볼 수 있는 반지프의 베르메르 평전은 100쪽을 약간 웃도는 분량이다. 이 책의 한국어판은 부록으로 루브르 박물관 학예관을 지낸 앙드레 블룅의 『베르메르와 토레 뷔르거』(1946)를 덧붙였다.

토레 뷔르거(Thore-Burger, 1807-1869)는 서양미술사에서 사라졌던 베르메르를 되찾은 장본인이다. 블룅의 글이 「베르메르의 부활」이라는 제목으로 합류하면서 반지프의 베르메르 작가론 한국어판은 베르메르 발굴사가 된다.

귀스타브 반지프는 두 작품을 통해 베르메르를 극찬한다. 「마르다와 마리아 집의 예수」에 그려진 마르다는 반지프에게 너무나 인간적이다. 그는 “그 시대의 예술에서, 마르다라는 인물상보다 더 인간적이면서도 인간성을 뛰어넘는 상을 결코” 못 보았노라 고백한다. 마르다의 인간성은 빛으로 발현된다.

“수수한 옷차림에 고전적 옷 주름의 장려하게 부풀린 형태, 무한한 것에 눈길을 던지는 그 얼굴의 차분한 표정, 몸통의 폭넓은 움직임, 큰 율동에 담긴 겸손함, 감흥이 살아나는 부드러운 빛으로 끌어올려진 초인적 위엄, 이 고상한 피조물과 그녀가 주는 빵과 소박한 양식과 지상에서 지금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물질과, 거역할 수 없는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그 정신을 살아 있게 하는 부드러운 빛이다.”

어떤 미술관이든 베르메르의 작품을 단 한 점만 갖고 있더라도, 이 수수한 작품이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된다고 반지프는 강조한다. 예컨대 베를린 국립회화관에 있는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이 그렇다.

“이 보통 크기의 단편, 인물 하나뿐인 작은 그림 앞에서, 우리는 방금 전에 서구인의 모든 꿈을 짚어보았던 것 같은 이 예술의 전당에서 마치 그것만이 다시 찬란하게 피어나고 있기라도 하듯이 얼어붙는다. 다른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은 싹 가신다. 더 이상 아무것도 꿈꾸지 않는다.

그 방대하고 화려한 미술관에는 오로지 빛에 젖은 이 여자, 조신한 몸짓의 하찮고 평범한 이 여인, 움직이지도 않고 영웅적인 것도 아니며, 그저 편안히 어린애처럼 순진하게 목걸이를 거는 수수한 차림의 대수롭지 않은 이 여인뿐이다.”

반지프는 베르메르가 레오나르트 브라메르(1596-1674)의 제자라는 가설을 합리적으로 본다. 반면, 토레 뷔르거는 카렐 파브리티위스(1621-1654)를 베르메르의 스승으로 미뤄 헤아린다. 반지프나 뷔르거나 부질없는 짐작이고 추정이다. 반지프는 자신의 추측을 부정한다.

“그의 스승은 누구였을까? 베르메르 데 델프트는 누구도 닮지 않았다. 그는 당대의 홀란드 미술과 뿌리부터 다르다. 단지 작품의 표현과 스타일과 시각만이 아니라, 솜씨에서도 그렇다. 그는 정말 자신이 열광적으로 그린 개성적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그들을 끌어냈던 것을 아무것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자신만의 시선과 사고 외에는.”

반지프의 상찬은 계속된다. 베르메르는 자기 주변만을 주시하면서 생각한 첫 번째 화가다. 17세기에는 베르메르만이 유일하게 인간과 사물의 균형을 찾았다. 베르메르는 선구자다. 또한 “그는 승화된 사실주의자이고, 인간에게 더 큰 확신과 희망을, 분명한 낙관주의를 심어주려고 숭고하게 거짓말을 하는, 현실을 응시하고 변형하는 몽상가였다.”

여기에 “베르메르의 작품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화폭마다 그에 대한 존경을 절로 불러일으킨다.” 다만, 윌렘 드로스트(1630-1680)의 작품으로 밝혀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미술관의 「여인상」을 베르메르의 것으로 헛짚은 것은 반지프 개인의 역량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시대적 한계가 아닌가 싶다.

앙드레 블룅은 「베르메르의 부활」에서 베르메르를 ‘캔버스의 시인’으로 간주한다. “그는 인물들을 산문가로서가 아니라 시인으로서 다룬다. 인간 현실에서 유리되지 않고서, 그는 그들을 위대하고 편안하게 한다. 그의 비밀의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델프트의 거장’이 부활한 것은 토레 뷔르거의 베르메르 연구(「Van der Meer de Delft」)가 발표된 1866년의 일이다.

블룅은 뷔르거가 렘브란트와 베르메르의 빛을 비교한 논평을 인용한다. “렘브란트의 조명 수법은 작위적이며 그의 재능이 부리는 공상이다. (중략) 베르메르에게 빛은 전혀 작위적이지 않다. 그것은 정확하고 정상적이어서 자연에서 비추는 듯하다. (중략) 이젤에 「미소 짓는 처녀와 병사」를 걸어둔 두블 씨 댁에 찾아가본 어떤 사람은, 그림 속의 열린 창으로 들어오고 있는 이 경이로운 광선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아보려고 그림 뒤쪽으로 가서 들여다보기도 했다.”

베르메르를 스피노자와 짝짓는 건 블룅의 몫이다. “베르메르와 한 시대를 살았던 동포 철학자 스피노자는 그때 자신이 연마하던 렌즈만큼이나 투명한 세계를 모색하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설정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 『윤리학』의 저자는 사상의 집을 짓고 있었지만, 델프트의 화가는 경이롭도록 순수한 빛의 방사, 즉 빛 그 자체를 빚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블룅이 파악한 베르메르의 현대적 의미는 이렇다. “베르메르가 오늘날 그토록 중시되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이 과학적 여건을 힘차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을 썰렁하게, 기계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그는 살아 움직이는 색조를 찾아낼 줄 안다. 그렇게 해서 두 세기 뒤에 다시 발전하게 될 감수성을 예고한다.”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최재혁 옮김, 돌베개, 2005)에서 일본의 베르메르 연구자 고바야시 요리코(小林賴子, 1948- )는 ‘델프트의 거장’을 둘러싼 신화 세 가지를 배격한다. 먼저 베르메르는 관련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수수께끼의 화가’는 아니다.

“베르메르에 관한 당시의 기록이 17세기 화가로서 결코 적은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죽은 지 약 300년이 지난 옛 화가의 기록이 많이 남아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 남아 있는 고문서를 자세히 검토해보면 베르메르 생애의 상당 부분을 복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수수께끼의 화가’ 신화는 20세기 전반기에 그려진 네덜란드 화가 한 반 메헤렌(Han van Meegeren, 1889-1947)의 위작들을 진품으로 감정하는 우를 범하게 한다.

“냉정히 마주보고 분석했다면 베르메르의 그림과는 거리가 있는 그런 작품에 모두가 허무하게 속아 넘어갔을 리가 없다. 확실히 전문가의 눈을 흐리게 하는 요인은 몇 가지 있었지만, 당시 미술계에서 베르메르를 과장되게 신비화했던 잘못된 풍조가 가장 큰 이유였다. 이 화가를 ‘수수께끼의 화가’라는 솔깃한 수사법으로 예찬하고 실증적인 분석이나 진지한 논의를 거부했던 태도야말로 이 혐오스러운 위작 사건의 진짜 원인이었다.”

‘동시대인에게 무시당한 고독한 천재’라는 것도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고바야시 요리코는 1662년 이립(而立)의 베르메르가 “성 루가 길드의 이사를 맡은 것은 델프트에서 사상 최연소로 기록될 정도로 빠른 성공을 의미했다”며, “적어도 그 당시 화가 베르메르에 대한 평가가 매우 높았”음을 지적한다. 귀스타브 반지프 역시 “베르메르는 살아 있을 때 명성이 높았”다고 보았다.

‘괴팍하고도 비현실적인 천재’라는 신화 역시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 세 번째 신화의 반례로 고바야시 요리코는 이자 소득으로 생활하는 베르메르의 장모가 그에게 금전 관련 업무를 맡긴 것과 그림에 원근법을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수학적 재능을 든다.

“베르메르는 아마도 꼼꼼하고 계산적인 성격의 소유자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우리들은 베르메르를 ‘괴팍하고도 비현실적인 천재’로만 상상해왔던 것이 아닐까?” 이에 앞서 실증주의를 추구하는 연구자인 고바야시 요리코는 베르메르의 가정사와 관련하여 조심스런 추측을 한다. “베르메르의 부인 카타리나는 바람기가 있는 여자였을지도 모른다.”

실증과 엄밀함을 추구하는 고바야시 요리코는 베르메르의 현존 작품을 다소 ‘짜게’ 32점으로 한정한다. 고바야시 요리코는 「디아나와 님프들」(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 「붉은 모자를 쓴 여인」과 「플루트를 든 여인」(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성녀 프락세데스」(개인 소장) 등 진위 여부 논란이 끊이지 않는 작품 네 점을 베르메르의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고바야시 요리코에게 베르메르는 시대의 유행에 민감했던 화가다. 수준이 좀 떨어지는 작품도 없지 않다. 그러나 1660년대의 작품 중에서도 진정한 독창성이 담긴 작품들에 대해선 경의를 표한다. “이들 작품에 대해서는 ‘주옥같다’는 말 이외에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화가로서 출발한 지 겨우 1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다다른 경이로운 경지였다.”

이 책의 9장 「왜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일까」는 구치키 유리코(朽木ゆり子)가 자신의 『盜まれたフエルメ-ル』(新潮社, 2000)를 간추린 요약본이자 이듬해 우리말로 번역된 『도둑맞은 베르메르-누가 명화를 훔치는가』(장민주 옮김, 눌와, 2006)의 예고편이기도 하다. 구치키 유리코는 미술품 도둑이 주인공인 할리우드 영화 몇 편을 예로 들면서 미술품 절도범의 실상은 지적인 게이머 같은 영화 속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고 비판한다.

“그들은 미술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미술품에 대한 사회의 바람은 잘 이해하고 있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미술품을 금전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미술품 보관에는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을뿐더러, 훔친 작품이 팔릴 가능성이 없거나 덜미가 잡힐 듯하면, 주저 없이 파괴한다. 이것이 현대 미술품 절도의 실태다. 결코 귀족적이지도, 멋있지도 않다.”

책의 절반을 『도둑맞은 베르메르』에 할애한 이 책은 ‘베르메르 작품 수난사’라 해도 무방하다. 그러면 미술품 절도범들이 베르메르의 작품을 선호하는 까닭은? 우선 화가의 개인 정보가 거의 없어서다. 또한 현존하는 작품이 매우 적은 데다 작품의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아서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은 “바다 건너 식민지를 정복하고 착취해온 이국적인 물건은 말할 나위도 없고 육상과 해상 전투, 참혹한 화재, 학살을 그렸다고 할 수 있다.”(「베르메르의 부활」) 역사학자 티머시 브룩(Timothy Brook, 1951- )의 『베르메르의 모자-베르메르의 그림을 통해 본 17세기 동서문명교류사』(박인균 옮김, 추수밭, 2008)는 베르메르 작품의 소도구와 ‘무대장치’에 주목한다.

티머시 브룩은 그림을 앞세워 논의를 전개하는데 『베르메르의 모자』는 「장교와 웃는 소녀」에서 장교가 쓴 화려한 모자를 가리킨다. 당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비버 펠트 모자를 갖고 있었다. “유럽 탐사자들과 캐나다 원주민 사이의 펠트 교역은 성황을 이루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유럽 탐사자들의 예상치 못한 수입원이 되어 식민지화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해주었다.”

「델프트의 풍경」은 17세기로 들어가는 문이 두 개나 된다. 하나는 “남쪽에서 바라본 델프트의 모습이다.” 17세기로의 또 다른 진입문은 캔버스 왼쪽으로 길게 이어진 지붕이다. 그것은 동인도회사(일명 VOC)의 대형 창고 지붕이었다. 델프트에는 동인도회사 지부가 있었다.

이 책의 주된 이야깃거리가 되는, 이야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작품 일곱 점 가운데 두 점은 베르메르의 것이 아니다. ‘중국인 흡연자를 최초로 그린 델프트 접시’와 7장 「여정」의 출발점인 베르메르보다 5년 앞서 태어난 헨드리크 반 데르 부르흐의 「카드놀이」가 그렇다.

「카드놀이」에 등장하는 여주인의 지시를 따르는 흑인 소년에서 시작된 티머시 브룩의 ‘발길’은 귀화인 박연(朴淵, 1595-?)까지 이어진다. 박연의 네덜란드 이름은 얀 얀손 벨테브레(Jan Janszoon Weltevree)다. 조선에 정착한 벨테브레의 사연은 제주도 연안에 좌초한 네덜란드 배의 선원들에 의해 알려진다. 그중에는 하멜(Hendric Hamel, ?-1692)도 있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베르메르 관련서는 베르메르의 현존 작품을 대부분 싣고 있다. 그런데도 값비싼 ‘위대한 미술가의 얼굴’ 시리즈의 한 권인 『요하네스 베르메르』(파스칼 보나푸 지음, 최민 옮김, 열화당, 1994)를 인터넷서점에 주문한 것은 베르메르의 작품을 좀 더 큰 화면으로 감상하고 싶어서다. 이제 보니 그림 크기 치수는 가로?세로가 아니라 세로?가로다.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내 수중에 들어온 두 번째 ‘위대한 미술가의 얼굴’이다. 결혼하기 전, 아내가 내 스물아홉 번째 생일선물로 『빈센트 반 고흐』(파스칼 보나푸 지음, 정진국 옮김, 열화당, 1990)를 사줬다. ‘위대한 미술가의 얼굴’의 책값은 지금도 부담스럽다. 15년 전엔 오죽했으랴!

아무튼 우리는 이 ‘위대한 미술가의 얼굴’을 모른다. 베르메르는 자화상을 그리지 않은 것 같다. 「뚜쟁이」에서 “자화상을 그리는 화가의 자세를 하고 있”(르네 겡펠)는 인물을 베르메르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는 베르메르의 뒤태는 확실히 안다. 「회화」에서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화가가 바로 그다.

김연아 선수가 정말 대단한 것은 피겨 불모지대나 다름없는 나라에서 태어나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베르메르는 김연아 선수와 다르다. 17세기 네덜란드 화단(畵壇)은 저변이 꽤 두터웠다. 렘브란트와 뤼벤스(루벤스)를 제쳐 놓더라도 뛰어난 ‘선수’가 많았다. (프랑스 화가 밀레의 표기법을 ‘미예’로 바꾼 건 좀 그렇다.)

다음은 토레 뷔르거와 앙드레 블룅, 그리고 귀스타브 반지프가 호명한 17세기 홀란드 화단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다.

레오나르트 브라메르, 카렐 파브리티위스, 니콜라스 마스(1634-1693), 피터 데 호흐(1629-1684), 가브리엘 메취(1629-1667), 헤라르트 테르뷔르흐(1617-1681), 가스파르 네처(1639-1684), 얀 스테인(1626-1679), 헤라르트 도우(1613-1675), 프란스 반 미리스(1635-1681), 피터 코르넬리스 슬링겔란트(1640-1691), 미헬 스웨르츠(1624-1664), 코르넬리스 데 만(1621-1706), 야콥 오흐터벨트(1635-1708).

“그가 살아온 자취를 더듬어봤을 때, 베르메르는 결코 시대와 떨어져 혼자 아틀리에 안에서 걸작을 탄생시킨 고고한 천재 화가가 아니었다. 베르메르 역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시대의 아들 중 한 명이었으며, 결코 걸작이라고 부를 수 없는 작품을 제작하면서까지 끊임없이 실험을 멈추지 않았던 화가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고바야시 요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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