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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김두식 저 | 홍성사 |
『헌법의 풍경』, 『불멸의 신성가족』으로 법조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법학자 김두식 교수가 지금껏 기독교인으로 살아오면서 느낀 ‘슬픔’, ‘절망’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한 책이다. 본문은 이사, 임지 변경, 유학 등을 이유로 여러 교회를 다닐 수밖에 없었던 그의 독특한 신앙 경험을 토대로 철저히 평신도로서 느낀 교회의 여러 모습을 담아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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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가 말했다.
“한국 교회는 말이야. 뭐든 너무 잘하려 들어. 성가대도 연주자도 다 전문 성악인에 오케스트라 악단이야. 심지어 점심 식사 당번들까지도 기를 쓰고 음식을 준비하고 이번 주 음식이 어땠네, 하는데…… 나는 그게 참 이상하더라고. 내가 다니던 작은 한인 교회에서는 뭐 음식이라고 해봐야 샌드위치였지만, 맛이 있든 없든 다들 그냥 먹었거든? 서툴면 서툰 대로~ 무슨 촌평이랄지, 뒷얘기 자체가 없었어. 주차 문제도 그래. 누가 뭘 좀 잘못 세워도 웃으며 넘어갔어. 서로 잘 아니까. 전반적으로 여유가 있었달까. 한국 돌아와서 나는 그게 참 이상하더라고.”
교회의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말미에 10여 년간 외국에서 살다 돌아온 친구가 툭 던진 이 한마디가 나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친구는 그걸 ‘여유’의 문제라고 했지만, 나는 그 이면에서 한국 교회의 단면을 살짝 엿본 거 같았기 때문이다. 대형화되고, 경쟁적이며, 그래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개인 간 소외의 문제까지. 그게 한국 교회 태동의 문제이건 국민성의 어떤 경향이건 적어도 최근 한국 교회와 한국 교인의 함께 겪고 있는 절실한 문제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그렇다. 나는 현재 소외 중이다. 무엇으로부터? 교회로부터. 자의 반 타의 반 소외를 시작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청년들이 많이 모이기로 소문난 대형 교회에 출석하는 꽤 괜찮은 교인이었다. 그리고 그전에는 작은 교회의 빡빡한 스케줄을 무슨 숙명처럼 묵묵히 버티던 한 기독 청년이었다. 어느 날 홀연 나는 작은 교회를 박차고 나와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갖춘 대형 교회로 옮겨 탔다. 잘 짜여지고 동역자가 많은 그 교회에서 나는 해외 선교니 캠퍼스 전도로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교회에서 이렇게 즐겁게 예배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결혼 후 직장과 육아 문제로 상대적으로 교회 프로그램에서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회의가 찾아왔다. 그리스도인도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역설하던 목사님의 설교는 오히려 내 나태한 신앙 생활을 옭아매는 족쇄가 되었고, 나는 자주 회의하였다. 일하지 않고 있는 나는 과연 기독교인이 맞는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내 삶의 열매는 무엇인가. 한때 젊은 청년을 흔들던 그 신선했던 목사님의 설교는 유명한 자기 관리 강사의 처세와 다를 바 없어 보였고, 나는 세상의 논리와 다를 바 없는 교회의 논리에 혼란스러웠으며, 끊임없이 뭔가 괜찮은 것을 생산해 내고 있지 않은 내가 ‘그리스도인’이 맞는지 의심했다.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는 그 와중에 만난 책이다. 그동안 한국 교회에 대한 비판서들이 꽤 출간되었지만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 책을 첫 비판서로 만난 건 그야말로 행운이다. 나는 교회 울타리 안에서 자란, 그야말로 보수 기독교인의 전형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치인이 공식석상에서 기독교인입네~ 선언하는 게 좀 껄끄럽긴 하지만 왜 꼭 안되는지는 이유는 잘 설명하지 못하며, 동성애에 관해서도 성경적인 명확한 근거보다는 아담과 하와와 하나님의 창조 원리 운운하며 그게 더 본성에 가깝지 않겠느냐고 얼버무리는 보통의 기독교인. 솔직히 교회가 초대교회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아우르지 못하고, 구제의 문제를 기관과 국가에 맡기는 것에 대해서도, 그건 교회마다 역할의 문제이지 교회 본연의 임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교회에 비판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보다는 좋은 것을 더 부각시켜줘야 성장이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현장을 두루 거치고 다소 진보적인 듯 보이는 이 법학자의 이유 있는 비판을 들으며, 이런 허술하고 근거 없는 생각의 척도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척척 합리화시키려는 잘못된 교회 문화’에 그 뿌리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이렇게 질문한다. 왜 한국 교회에는 그렇게 많은 비전 설교가 넘치는지? 왜 기독교인들은 성공해야 더 많이 베풀 수 있으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라고 버젓이 이야기하는지? (하나님은 그 자체로 영광이신데, 굳이 개인을 성공시켜 영광을 받으실 필요가 있으신가?) 우리나라에는 고난을 받으면 목사가 되겠다고 서원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은지? 왜 한국에는 교회가 버젓이 있는데 ‘기독교’를 표방하는 기업이며 단체가 그렇게 많은지? 그는 국내외 교회와 교계, 그리고 기독교 문화의 현주소를 성경에 비추어 낱낱이 진단하며, 한국 교회의 외형적인 부흥이 어떻게 본질을 흐리게 되었는지 요목조목 설명해준다.
“교회다운 교회는 그 존재만으로 충분히 정치적이며, 충분히 세상을 바꿀 힘이 있습니다. 실제로 초대교회는 그런 역할을 했으며, 그 결과로 언제나 로마의 거짓평화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대학을 세우거나 기업을 만들거나 시민운동에 참여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난 세월 동안 ‘기독교 거시기’가 그렇게 큰 힘을 얻게 된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교회가 교회답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자, 교회에서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교회를 뛰쳐 나가 교회 밖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교회에서 누리지 못한 은혜를 선교 단체 활동을 통해 누렸고, 기독교 대학, 기독교 기업에서 오히려 예수님의 모범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교회의 모습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고, 하나님 나라에서는 더 멀어지기만 했으며, 세상은 교회를 손가락질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1장부터 3장까지 저자 자신의 기독교인으로서의 개인적 이력과 뼈아픈 고백, 그리고 한국 교회의 현주소와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교회의 모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짚어준다. 예수 전도단, 법대 기독학생회, 기독법률가회, 한동대 교수 등등 여러 교회와 단체에서 신앙 생활을 한 현장 전문가로서의 경험이 비판에 힘을 실어준다. 4장부터 6장까지는 초기 기독교가 콘스탄티누스 대제로부터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은 변질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꽤 여러 장을 할애하며 기독교 진리 왜곡의 역사를 훑어준다. 다른 비판서와 질적으로 달리하는 부분은 바로 7장부터 9장까지. 신약 복음의 잘 알려진 이야기를 한국 교회와 한국 교인의 현실에 비춰 풀어낸 저자의 탁월한 해석(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 동성애 문제를 ‘죄’의 문제가 아니라 ‘이웃’의 문제로 풀어낸 비유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와 교인들 사이에 불고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실험들ㅡ13년 동안 집도 차도 바꾸지 않고 13년간 돈을 모아 형제를 도와 온 강남의 어떤 아줌마 모임도 화이팅!, 헌금 봉투에 ‘OOO 형제에게 드립니다’라고 쓰는 지정 헌금 제도(누군가의 어려움은 한 다리 건너 듣게 되기 마련이니), 성가대 대신 모든 성도가 10분쯤 먼저 예배당에 나와 예배 시간에 부를 찬송가를 미리 연습하기 등ㅡ을 소개하고 있다. 결국 교회의 교회다움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 어떻게 보면 진부한 그 이야기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평생을 기독교인으로 살아온 제가 그동안 교회 때문에 느낀 슬픔, 절망 그리고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지난 10년간 비교적 진보적인 정치인, 학자, 기자, 시민운동가들로부터 제가 가장 자주 들은 질문은 “당신은 멀쩡한 사람인 것 같은데 왜 아직도 기독교에 남아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한편 제 주변에는 교회의 현실에 절망하며 “도대체 교회를 계속 다녀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 젊은이들이 많았습니다. 이 책은 그 두 부류의 질문자들에 대한 답변입니다. 앞의 친구들은 이 책을 읽고 더 이상 저를 ‘멀쩡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뒤의 친구들은 이 책을 읽고 구체적으로 오늘 당장 교회에서 무엇을 새로 시작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주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이미 절망하여 교회를 떠난 분들께 이 책이 재도전의 용기를 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 머리말에서
저자의 전언처럼, 교회의 본질을 회복해 가는 다양한 실험들이 이 책을 읽는 곳곳에서 다양하게 시작되길, 함께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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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식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군법무관과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를 지냈다. 특수교육을 공부하는 아내를 뒷바라지하겠다며 검사직을 사임함으로써 전형적인 법조인의 길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그는 이후 2년간 딸 아이 양육, 식사 준비, 청소, 빨래, 비디오 관람 등 가사 업무에 종사했다.
2002년 『칼을 쳐서 보습을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기독교 평화주의』를 출간하였고, 여러 지면에 장애인, 여성, 병역 거부자 등 소수자 문제를 다룬 따뜻한 글들을 발표해왔다. 『헌법의 풍경』으로 2004년 한국백상출판문화상(교양 부문 저술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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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주 (도서2팀)
언젠가는 꼭 작은 마당이 딸린 집을 살 겁니다. 마룻바닥에 하염없이 누워 비 닿는 소리며,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소리를 들을 겁니다. 그때라면 매번 첫 장에서 끝난 수많은 책들의 마지막 결말도 만날 수 있겠지요. 꼭 가보고 싶었던 이스탄불로 여행도 다녀오겠습니다. 앗, 그럼 그날을 위해 오늘은 이만 안녕, 책상에 책이 한가득이네요. 대신 오늘만이라도 아이들에게 빽, 소리 지르지 않는 착한 엄마가 되게 기도해 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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