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멤버이자 송 스튜디오의 리더로서 한국 록계에 광활한 영향력을 뻗쳤던 프로듀서 송홍섭이 새 솔로 앨범을 내놓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팝계에서 2000년대를 대표하는 미다스의 손 팀버랜드도 ‘Shock Value’ 시리즈 두 번째 앨범을 내놓았네요. 이들의 손을 거치면 히트가 만들어지곤 했었죠. 자신들의 앨범에선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8년 만에 돌아온 싱어송라이터 오소영의 앨범도 소개합니다.
송홍섭 <Love You… Honey>(2009)
송홍섭은 단 몇 마디로 수식하기엔 어려운 인물이다. 그를 이야기하려면 1970년대 말 한국 대중음악사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아야 한다. 베이시스트, 프로듀서, 제작자, 편곡자 등 직함도 그에게는 여럿 있다. 송홍섭은 ‘사랑과 평화’ 그리고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로 활약한 뒤 김현식, 한영애, 신윤철 등 실력 있는 음악인들의 음반을 감독했고, 1990년대 중반에는 ‘송 스튜디오’를 차려 유앤미블루, 삐삐밴드와 같이 개성 있으면서도 무게감 있는 신진 밴드들의 음반을 제작했다. 비록 송 스튜디오는 대중과 접점을 찾는 데 실패하면서 곧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속에서 빛을 발한 송홍섭의 업적은 이제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음악사를 꼼꼼히 짚어 보려면 본 지면보다 훨씬 넓은 더 바이오그래피 페이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마에스트로를 향한 도리이기도 하다.
송홍섭은 1992년 첫 솔로 앨범 <내일이 다가오면>을 내고 14년이 지난 2006년에 자신의 2집 앨범인 <Meaning Of Life 1>을 발표한 바 있다. 데뷔작처럼 후자 역시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의 건재함을 알린 전환점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송홍섭은 자신의 젊은 제자들과 함께 약 3년 반 만에 신보를 냈다. 노장들의 활약이 거의 전무한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그가 토해내는 창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3집 <Love You… Honey>는 근래 나온 수많은 가요 음반들 가운데 가장 자연스러운 구색을 갖추고 있다. 꾸밈이 없는 앨범 재킷처럼 음악 역시 무리한 장식을 피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유기적인 리듬 파트다. 이번 작품에는 실제 드럼 연주가 전혀 없고 그 자리를 드럼 프로그래밍이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들리는 기계음은 재즈적 어프로치를 통해 부드럽게 순환하고 있어 불편하게 들리지 않는다. 정중동을 쥐락펴락하는 송홍섭의 베이스 연주도 출렁이는 드럼 소리를 깔끔하게 매듭짓는다.
앨범을 전체적으로 조망했을 때 그 흐름을 정리하는 것은 「모퉁이를 돌 때마다」의 멜로디이다. 이 곡은 이혜연, 정의철, 그리고 이혜연과 정의철의 세 가지 보컬 버전으로 나뉘어 앨범의 초중종에 실려 있는데 보컬리스트 구성과 함께 전체적인 편곡 또한 달라 지루한 느낌은 없다. 오히려 후렴의 호소력 있는 멜로디가 앨범에 일관된 분위기를 선사한다. 일반 대중음악의 상투적인 편곡으로 이 곡이 다시 한 번 리메이크된다 해도 그 멜로디는 두드러질 것이다.
이 곡 외에도 지난 앨범의 펑키한 기조를 이어나가는 「Psycho path 887 」와 「들어봐!!」, 여러 명의 보컬리스트들과 함께 다정한 분위기를 끌어낸 「사랑해 기억해」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을 연상시키는 「세계 정복」 등에서 송홍섭의 음악적 센스는 기지개를 켠다. 이와 함께 단순한 악기 편성으로 오묘한 여백을 그린 「Gypsy」, 그리고 사물놀이가 깜짝 삽입된 「Love you」 등은 명편곡자로서의 송홍섭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이번 앨범 <Love You… Honey>에서 송홍섭은 작곡과 베이스 연주에 전념했고 나머지 부분들은 여러 제자에게 일임했다. 특히 지난 앨범과 다르게 작사와 노래에서 거의 손을 떼다시피 했다. 그러니 신구 세대의 조화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비록 제자 음악인들의 카리스마가 돋보인다거나 결과물이 대중의 구미에 온전히 맞추어진 것은 아니지만, 본 작품은 하나의 순수한 가요 앨범으로서 규격화된 장식을 대담하게 뿌리치고 있다. 무엇보다 대중음악이 시류를 쫓지 않더라도 결국 좋은 멜로디와 리듬이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음을, 그것이 가요의 기본적인 미덕임을 지금의 송홍섭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Love You… Honey>는 30여 년의 긴 음악 여정이 다듬어 놓은 그의 철학과 감각에 대한 성찰적 보고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그의 음악은 더욱더 깊은 심연을 드리운다.
- 글 / 김두완(ddoobari@hanmail.net)
팀버랜드(Timbaland) <Timbaland Presents Shock Value II>(2009) 미러볼을 사정없이 내리밟던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의
<FutureSex/LoveSounds>가 발표된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그 앨범의 대성공은 팀버레이크와 팀버랜드(Timbaland)를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퀸시 존스(Quincy Jones)와의 관계에 비견했을 정도로 양 당사자에게 ‘윈윈 효과’를 가능케 했다. 예상대로 팀버랜드의 주가는 연중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인기를 획득 혹은 유지하고 싶던 아티스트들은 모두 그의 흥행 보증 비트를 요청했다.
기세를 이어 2007년 프로듀서 앨범
<Timbaland Presents Shock Value>를 발표했지만 돌아온 것은 미지근한 대중의 반응과 날카로운 평단의 비판이었다. 무엇보다도 재기 넘치는 신예 프로듀서의 등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따라서
<Timbaland Presents Shock Value II>는 자칫하면 찰나의 시간을 뒤흔들었던 비트메이커의 말로를 확인하는 사료로 전락할 수 있다.
일단 출연진은 막강하다. 팀버랜드와 영화의 세월을 공유한 저스틴 팀버레이크, 넬리 퍼타도(Nelly Furtado), 원 리퍼블릭(One Republic)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기 중이다. 더하여 마일리 사일러스(Miley Cyrus), 케이티 페리(Katy Perry), 드레이크(Drake) 등 최근에 각광을 받기 시작한 새 얼굴들도 팀버랜드 호에 기꺼이 탑승했다. 청취자의 구미를 충분히 당길 만한 종합 선물 세트임에는 분명하다.
개성이 뚜렷한 구성원들을 규합시킨 그의 영향력도,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진취적인 실험성도 인정하지만, 전반적인 앨범의 흐름에 끼친 효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특히 후반부에 배치된 제트(Jet), 도트리(Daughtry), 원 리퍼블릭(One Republic)으로 이어지는 록 밴드 삼단 콤보 트랙은 록 마니아와 기존의 힙합 마니아, 양측 모두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록과 힙합이 만나는 접점에서 기대되는 화학적인 폭발력이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팀버랜드의 사운드가 최근 들어 연성화된 측면이 없진 않다. 마일리 사일러스와 케이티 페리가 각각 참여한 「We belong to the music」과 「If we ever meet again」은 전형적인 틴 팝(Teen Pop)의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 선명한 멜로디 라인을 만들어 내는 기본기는 아직까지 건재한 셈이다.
그의 인지도가 상승하는 추세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힙합 마니아들에게는 최근 팀버랜드의 다각적인 시도가 변절로 느껴질 수도 있다. 사실 근래에 진행된 백인 청춘 여가수, 록 스타들과의 공동 작업에서는 일면 낯선 느낌도 든다. 그러나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구축된 프로듀싱 능력은 쉬이 폄하될 수 없기에 과도기를 겪고 있는 그의 음악적 지향점이 그리 어둡게 예상되지만은 않는다.
-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오소영 <A Tempo>(2009) 우리가 늘 들어온 솟구치던 bpm은 한껏 낮춰지고, 꾸밈없는 목소리는 한없이 단아하다. 거부하기 힘든 단 하나의 하이라이트 파트는 텅 비어 있고, 엘렉트로니카에 익숙한 우리 청감은 ‘둥둥’거리는 드럼의 탁한 소리에 오히려 놀란다. 온갖 것을 집중해서 한 번에 터뜨리는 한 시절 유행가의 카테고리에 가두어 놓고 본다면, 여성 싱어송라이터 오소영의 음악은 우리에게 분명 낯설다.
그런데 그 건조한 목소리는 한 올 한 올 명징하고, 시종 곡을 지배하는 어쿠스틱 기타는 포크의 아련함을 간직한 채 소박한 음률을 그려낸다. <A Tempo>는 1994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를 통해 데뷔한 그녀가 조동익, 박용준(더 클래식), 고찬용 등의 작업으로 이루어진 2001년 데뷔작
<기억상실> 이후, 자그마치 8년 만에 내놓은 2집이다.
‘어디 사냐고? 나도 몰라 / 그런 게 어딨냐고? 여기 있지, 뭐 / 잘 곳은 있냐고? 물론 없지 / 어떻게 할 거냐고? 될 대로 되라지’ -1집 <기억상실> 중에서
‘어차피 시들 텐데 좀 메마르면 어때 / 넌 미쳤어 나도 그래 / 넌 미쳤어 나도 그래 / 그러니 우리는 happy people’ - 「Happy people」 중에서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시대를 지배하는 트렌드는 몇 번이고 자리를 바꿔도 그녀는 여전 ‘자신만의 템포(a tempo)’로 노래한다. 그래서 앨범 타이틀도 <A Tempo>다. 혹여 그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좀 메마르면 어때?’라고 담담하게 읊조리는 여유. 이 호연(浩然)에 어울리는 열정은 이쯤 하면 으레 나와야 하는 후렴, 적당한 비트와 스트링으로 확장되는 볼륨, 별 의미 없이 반복하는 재미없는 패턴을 절대 그대로 놔두진 않는다.
기타로 그려낸 첫 곡 「검푸른 수면 위로」가 서정성을 간직하면서도 은근한 낯섦을 풍기는 건 이런 이유에서이다. 인트로부터 곡을 이끄는 기타의 리듬이 아르페지오로 바뀌는 순간(「마음속을 채워주려」), 학습한 대로라면 한 번 더 반복될 것 같은 「마음속을 채워주려」의 멜로디는 「날아오르는 거야」의 음표들로 보기 좋게 예상을 비켜간다.
그의 음악이 특별한 건 꼭 추세에의 맹종을 거부하기에, 익숙한 진행을 거부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안에서 풀어내는, 작가의 사유를 아퀴짓는 정결한 음표와 가사들이 하나의 완벽한 ‘스토리텔링’으로 엮이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간 듯한 「Happy people」, 질감이 좋은 수작 「아무도 모르게」에서도 이어지지만 「검푸른 수면 위로」의 작법과는 정반대의 접근을 취한다. 리듬을 맞추는 어쿠스틱 기타의 깔끔한 프레이즈, 템포를 조금 올리고 건반의 볼륨이 높아지면 역동적인 일렉 기타와 함께 충분한 고저(高低)의 파도를 그려낸다.
모든 악기들과 코러스의 조화로운 동원을 통해 몽환적 미학을 구현하면서 자신의 메시지가 희망임을 다시금 못 박는(
‘행여 우리 멀어질까 뒤돌아 날 바라보던 / 오 아름다운 너’) 마지막 곡 「아름다운 너」는 그 고저를 확대 정리하는 완결의 방점이다. 단 한 곡도 고저를 만들어내는 긴장을 늦추지 않은 것이다.
「검푸른 수면 위로」 「Happy people」이 그의 작법 스타일을 반영한다면, 타이틀곡 「그만 그 말 그만」은 보컬에의 완성이다.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가창은 앨범을 관통하는 하나의 보컬 특색으로 다듬어 놓았다. ‘하나음악’의 옴니버스 앨범 <Dream>에 수록된 바 있는 「숲」을 들어봐도 정확하다. 보컬에 리버브를 입혀 공간감을 살리고 숨소리도 들릴만할 정도로 가깝게 믹싱한 섬세한 보컬 디렉팅은 ‘진짜 노래’에 대한 그의 의지일 것이다.
<A Tempo>는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민첩하고, 차분하다가도 강렬한 에너지를 감추고 있다. 「그만 그 말 그만」과 같이 서정성으로만 오롯이 평가받을 수 있는 곡이 시류와 조금 벗어난다고, 그 탓에 재미가 부족하다고 투정할 수 있을까. ‘음반’이라는 실체에 음악적 상상력을 꾸린 앨범은 총총히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는 완전한 ‘스토리텔링’을 구현하고 있다. 오랜만에 차분한 감상을 유도하는 수작 앨범이다.
- 글 / 조이슬(esbow@hanmail.net)
제공: 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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