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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루덴스』

인간에게는 놀고 싶은 본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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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돌아볼 책은 이른바 ‘메인스트림’, 역사와 인간을 서술하는 방식에서 조금 빗겨나간 입장을 보여준 문화인류학의 고전, 『호모 루덴스』입니다.

※ 편집자 주
저자명은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하위징아’로 표기합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곧 생존을 판가름하기에, 인간은 인간을 인식함에 있어 그 ‘의식주’의 변화를 중심에 둡니다. 당장 모든 역사 교과서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라는 시대의 구분을 의식주 해결을 위한 노동의 도구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중심으로 서술합니다. 그 이후의 세계 서술 또한 이른바 4대 문명의 발상지를 이야기하면서, 강 하구 유역이라는 배경을 근거로 듭니다. 이 말마따나 인간과 문명의 기원은 의식주의 편안함이었습니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의식주의 배경에 자리하고 있었던 노동이라는 가치를 꺼내 역사 서술의 관점을 바꾼 바 있습니다. 의식주는 의식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그 의식주를 만들기 위해 투여하는 인간의 노동에 의해 가치를 발한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마르크스는 역사의 서술 방식을 노동과 생산 수단이 어떻게 변화하였는가에 초점을 맞추었고,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를 읽는 시선을 제공했습니다.

오늘 돌아볼 책은 이른바 ‘메인스트림’, 역사와 인간을 서술하는 방식에서 조금 빗겨나간 입장을 보여준 문화인류학의 고전, 『호모 루덴스』입니다. 생존의 필수요소인 의식주와 노동을 중심으로 풀어나간 인류사가 아니라, 오히려 ‘놀이’라는 비생산적 요소가 인류 문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은 매우 신선하고도 가치있는 시각이었고, 오늘날까지도 그 인용이 끊이지 않는 인문사회 분야의 필독서입니다.

1938년 첫 출간된 『호모 루덴스』의 정확한 제목은 『호모 루덴스 - 문화에 나타난 놀이 요소의 연구』입니다. 이 제목과 당대의 사조를 함께 생각해 보면, 책이 이야기하는 맥락에 보다 쉽고 빠르게 접근이 가능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인간이 인간을 돌아보기 위해 가장 유용한 방식은 생산과 노동, 의식주와 같은 생존에 필수적인 양식들을 살펴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실제로도 이러한 서술과 논리는 꽤 높은 신빙성과 설득력을 가집니다. 유럽은 15세기 이후 탐험에 의한 새로운 자원에 의해 극적인 발전을 거듭해 전 세계에 유럽의 문화를 널리 퍼뜨릴 수 있었고, 육류보다 해산물이 풍부하고 구하기 쉬웠던 일본은 스시와 같은 식문화가 발달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특히 마르크스주의가 영향력을 발휘함에 따라 더욱 두터워졌습니다. 마르크스주의 계열의 문화 연구자들은 이른바 토대와 상부구조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문화와 같은 정신적 영역은 물적 토대라고 부르는 물리적 토대로부터 파생되는 관념이라는 유물론적 관점을 채택한 문화 연구자들은 문화의 발생을 물적 토대, 생산과 노동의 양식으로부터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호모 루덴스』의 저자 하위징아는 아예 그 발상의 시작지점을 바꾸어 새롭게 문화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는 많은 학자들 중 거의 처음으로 ‘노동하지 않는 인류’, 이른바 놀이를 연구의 영역으로 끌어당겨 옵니다.

하위징아의 놀이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인간의 활동을 의미합니다. 단순하게 그저 논다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점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는 지점입니다. 우리가 인간을 정의할 때 쓰는 용어들, ‘호모 사피엔스’ ‘호모 폴리티쿠스’와 같은 학명은 사실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을 구분할 때 쓰는 인간만의 주요한 특징들을 정의한 것인데, 『호모 루덴스』는 그 제목으로부터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특성을 ‘놀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많은 분들이 질문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들도 자기들끼리 뒹굴고 물어뜯으며 노는데 그럼 강아지도 인간의 특징인 놀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입니다. 이 때문에 ‘놀이’는 좀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하위징아의 ‘놀이’는 노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행위이고, 이 행위 안에 포함되는 개념들은 그래서 일반적 인식 수준에서의 놀이가 아니라 다양한 행위들이 포함됩니다. 종교 의례가 대표적입니다.

하위징아(Johan Huizinga, 1872.12.7 ~ 1945.2.1)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의 제의는 모두 춤과 노래가 포함된 양식이었습니다.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의식의 영역을 인간은 춤과 노래라는, 무언가를 생산하려는 행위가 아닌 욕망의 표현을 위한 행위로 채워 나간 바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를 위해 기껏 생산한 의식주용 물품들을 없애버리기도 합니다. (고대의 제의 중에는 제물을 불태워 버리는 행위가 많았습니다. 대부분 식량이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행위를 하위징아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표현에 대한 본능을 증명하는 것으로 여기며, 이를 통해 인간을 규정하는 특징 중 놀이에 대한 본능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닌 점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인간의 놀이는 사회화와 더불어 점점 고도화되었고, 다채로운 형태로 발전하면서 문학, 미술, 음악, 도덕 등의 기초가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앞서 언급한 다른 학자들과의 입장과는 접근 시작 지점 자체가 다른 부분입니다. 문화가 형성되어 그로부터 파생되는 놀이가 아닌 놀이라는 본능으로부터 문화가 파생되었고, 물적 토대가 안정되어 남는 생산의 시간이 여가로 돌아선 놀이가 아닌 놀이 본능이 생존의 본능과 동일한 수준의 욕망이라는 주장은 학계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현상의 분석에 머무르지 않고 저자는 현대의 놀이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비판합니다. 본원적인 표현 양식으로서의 놀이가 인류 문화의 모태였고, 그 본능의 발현이 매우 신성하고 아름답게 이루어진 것이 초기 인류의 놀이였습니다만, 이는 갈수록 이상한 형태로 변화합니다.

급진적인 생산량의 증가와 이로 인한 여가 개념이 확장되면서, 여가는 새로운 서비스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이후로부터의 놀이는 고대의 놀이와 다르게, 또 다른 생산의 장이 됩니다. 고대의 제사 한바탕이 그저 신명나게 펑펑 쓰는 놀이터였다면 현대의 놀이는 놀이 한 판을 통해 수익을 챙기는 누군가가 일종의 기계처럼 자리 잡은 새로운 양식의 놀이입니다.

이는 산업화에 따른 분업의 영향, 좀 더 크게 말해서는 근대 이후 시작된 분리의 사고가 작용한 여파라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근대 이후 문화와 사고의 영역에서 인간은 ‘분리’를 주요 테마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은 주체와 객체를 분리해 객체를 변화의 대상으로 삼았고, 유럽과 비유럽을 구분해 문명국과 야만국으로 나누어 계몽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산업적인 면에서도 이제 업무는 각 부문별로 분리되어 효율을 위한 집적화를 낳았고, 과학은 세밀한 분류체계를 통해 모든 원소와 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분화는 놀이 본능에도 적용되었습니다. 신성성과 놀이가 불분명하게 구분되었던 원시와 달리 이제 인간의 놀이는 신성과 완벽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본능에 충실한 놀이라기보다는 서비스산업의 구조 아래에서 소비를 통해 즐길 수 있는 놀이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이러한 놀이는 초기의 놀이만큼이 보장했던 표현 본능을 채우지도 못할뿐더러 제약없는 놀이가 접근할 수 있었던 방대한 상상력의 영역을 제한합니다. 하위징아는 놀이의 이러한 변화에 부정적이며, 원시시대의 놀이가 가졌던 가능성의 복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놀이의 기원과 정의, 실제 고대 놀이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호모 루덴스』의 독서는 매우 재미있고 끊기지 않는 흐름을 제공해 인문학에 막 첫발을 들이는 용도로 널리 읽히는 기초교양 도서입니다. 특히 기존의 흐름에 대해 매우 전복적인 논리이면서도, 그 나름의 논리를 튼실하게 세워 나가는 서술 과정은 청소년들에게 사고의 흐름을 잡아주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주 5일제가 보편화되고서부터 뉴스는 연일 주 5일제로 인한 서비스업의 생산 효과 증가를 이야기합니다. 노는 일도 말 그대로 생산으로 표기해야만 하는 고도화된 자본주의의 현실이 우리 삶의 놀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딱히 놀잇감이 없어 동네 학교 운동장에서 돌멩이나 던지고 놀던 시절과, 축구 학원이라도 등록하지 않으면 어디 놀아 줄 친구 찾기도 힘든 요즘 아이들의 현실을 보고 있자면 하위징아의 논리가 다시금 머릿속을 뱅뱅 돌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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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루덴스

<J. 호이징하> 저10,800원(10% + 5%)

호이징거가 이 책에서 내린 결론은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나 호모 파베르라기보다는 오히려 호모 루덴스, 즉 놀이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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