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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음악에 세대교체 광풍을 일으킨 21세기 첫 문제적 작품 -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es, The) <White Blood Cells>(2001)

21세기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이죠. 록 팬들 사이에서 ‘이제 록은 끝났다’라는 허무감이 팽배해 있던 찰나에 빨강-하양 알록달록한 무늬 옷을 맞춰 입은 괴상한 2인조 혼성 밴드가 등장했습니다. 화이트 스트라입스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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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네요. 21세기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이죠. 록 팬들 사이에서 ‘이제 록은 끝났다’라는 허무감이 팽배해 있던 찰나에 빨강-하양 알록달록한 무늬 옷을 맞춰 입은 괴상한 2인조 혼성 밴드가 등장했습니다. 화이트 스트라입스였죠. 이들이 선보였던 블루스 향 강한 개러지 록으로 록은 다시금 활기를 찾았고 전 세계 음악계가 ‘복고’ 열풍에 휩싸였습니다. 록음악계에 세대교체 광풍을 일으킨 21세기의 첫 문제적 작품.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White Blood Cells>를 소개합니다.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es, The) <White Blood Cells>(2001)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es)는 기타와 보컬의 남성 멤버 잭 화이트(Jack White)와 드럼을 치는 여성 멤버 멕 화이트(Meg White), 두 미국 디트로이트 출신으로 이뤄진 혼성 듀오 록 밴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밴드’라는 사실이다. 둘이서 록 밴드의 기본 라인업인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드럼을 모두 소화할 수는 없다. 뭔가 하나를 희생시켜야 한다.

그들은 베이스(Bass guitar)를 포기했다. 화이트 스트라입스가 화제를 모은 것은 밴드 리듬워크의 기본 악기인 베이스가 없어서였다. 최소의 구성. 과연 잭 화이트의 일렉트릭 기타와 멕 화이트의 드럼만으로 정상적인 음악이 가능할까. 정통 록의 접근법에 익숙한 사람은 당연히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틀 깨기와 파괴가 상습적으로 자행되는 새 천 년에는 안 될 것도 없다. 대신 잭 화이트는 자신이 치는 기타의 가장 낮은 현인 6번 줄로 베이스의 음색을 내고 있다.

1997년 처음 결성될 때부터 멤버는 오로지 둘이었다. 그에 대해 잭 화이트는 “더 있어봤자 낭비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추구하는 가사, 멜로디, 리듬이란 3요소에 집중하기가 어렵게 된다.”고 설명한다. 순수를 추구하겠다는 말이다.

악기가 달랑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인데 이들의 사운드가 광대할 리 없다. 코드가 복잡하거나, 길게 늘이거나 세련된 편곡을 추구하는 음악과는 인연을 맺지 못한다. 과거 ‘없던 시절’의 단출한 패턴으로 돌아가야 뭐가 된다. 그래서 이들의 사운드는 지극히 복고적이다. 형식으로 말한다면 최소의 악기 구성으로 구사가 가능한 ‘원형’의 장르들이 될 것이다.

듣는 즉시 블루스의 냄새가 강하게 압박해온다. 동시에 컨트리, 포크 같은 루츠(roots)의 분위기도 느껴지고 사이키델릭, 소울, 펑크, 인디 록 등의 요소도 나타난다. 단순하고 소박한 느낌인 대신 속내를 파고들면 이런저런 색채가 묻어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잡종’이다. 그렇다면 이것저것 섞인 것을 선호하는 이 시대 음악 소비자들과 ‘합방’할 수 있는 소지는 있다.

잭 화이트에게 영향을 준 음악가들을 보면 안다. 그의 우상은 ‘블루스의 전설’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과 블라인드 윌리 멕텔(Blind Willie McTell), ‘모던 포크의 영웅’ 밥 딜런(Bob Dylan), 소음을 실험한 캡틴 비프하트(Captain Beefheart), ‘개러지의 우상’ 스투지스(Stooges) 등 각 분야의 전설적인 이름들이다.

그러니까 옛날의 것을 버무려 그들만의 독특한 체계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가운데 으뜸은 개러지(Garage) 록의 거친 소음이 차지한다. 이들의 복고가 흔해 빠진 리메이크처럼 상품성과 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은 아니다. 이들은 역사의 감각을 중시한다. 저 옛날의 음악으로부터 원류를 찾는 것이야말로 연주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는 것이다.

<White Blood Cells>는 이들이 결성한 지 5년 되어 발표한 세 번째 앨범이지만 이른바 새로운 개러지 즉 네오 개러지 록(Neo-Garage Rock)의 흐름을 전 세계의 비주류 음악계에 유통시켜 하나의 트렌드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각종 록 ?문지들이 다투어 이 앨범을 2001년의 베스트 앨범 중의 하나로 선정했다. 구체적으로 <모조(Mojo)>지는 연말 선정에서 전체 14위로 올려놓았고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NME)>에서는 3위, <스핀>지에서는 놀랍게도 1위였다. 갑자기 그 무렵 록 잡지들의 표지는 잭과 화이트 사진으로 뒤덮였으며, 개러지 록을 특집으로 다룬 기사들이 난무했다.

이 앨범은 이전의 2장 앨범보다는 개러지 요소가 조금은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니, 개러지는 여전한데 ‘잘 들리는 개러지’로 꾸며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교화된(civilized) 개러지! 아기자기하게 가공해서 좀 더 밝고 쉽게 개러지를 표현한 것이 더 많은 팬들의 청각 피세포를 자극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앨범 다음에 발표한 <Elephant>는 그 덕분에 대중적 관심이 대폭 상승하면서 미국 차트 6위, 영국 차트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은 나중에 그래미상 시상식 현장에도 초대되었다.)

일례로 록 마니아들이 좋아한 이 앨범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Fell in love with a girl」은 개러지의 거친 요소가 만연해있지만 너무 생소하거나 어렵게 들리지는 않는다. 네오 개러지 록이니 뭐니 해서 어렵다는 선입관만 없다면 의외로 팍 꽂히는 곡이다. 얼마 후 혜성처럼 등장한 영국의 소녀 소울 가수 조스 스톤(Joss Stone)이 덥석 이 곡을 리메이크한(다만 girl을 boy로 바꿔 「Fell in love with a boy」) 것은 곡 자체도 매력적이었겠지만 대중들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개입했을 것이다.

메뉴는 상기한 잡종이란 생래적 존재가 시사하듯 다양하다. 「Hotel Yorba」는 컨트리의 밝은 리듬이 살아 있고 「We're going to be friends」는 어린아이의 발라드와 같으며 짧은 곡 「Little room」은 일방적 절규를 들을 수 있다. 「I think I smell a rat」는 정말 옛날 느낌이 물씬한 록이며 「Expecting」과 「Now Mary」는 그들의 브랜드인 개러지의 소음이 살아 숨 쉰다. 만약 그들의 초창기 사운드를 알고 싶으면 뒤 노래들을 챙기면 된다.

화이트 스트라입스 음악에는 출세의 욕망이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타일의 록을 할 리가 없다. 그들은 갑작스러운 대중과 매스 미디어의 이목을 부담스러워 한다. 음악만을 주목해달라는 뜻에서 둘 사이를 남매라고 거짓(실제로는 전에 부부 사이)을 흘리는 등 사적(私的)인 것에 대한 매체의 관심을 봉쇄하고 있다.

‘단순하고 순수하면 그만’이라는 사고의 소유자들. 그들의 이런 지향은 앨범의 수록 곡이 열여섯 곡인데도 러닝 타임은 겨우 40분 32초라는 사실에도 나타난다.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록은 이전의 펑크와 그런지보다도 훨씬 더 ‘원형’ ‘원시’로 돌아가 그것을 록 마니아에게 안겨주었다. 그 ‘평민성’이 주목을 받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록의 여러 장르들이 시장에서 소진돼버린 바람에 이 시대의 록은 갈 길이 별로 없다는 것의 반증이었는지도 모른다.

-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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