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크리스마스엔 그녀를 찾지 마세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Another’ Music!
성탄절을 며칠 앞둔 날이면 거리와 방송 전파는 어김없이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로 점령당한다. 고막을 철벽방어하거나 무인도에 가거나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접할 수 없는 공간에 있지 않은 이상 이 노래는 사람이 지닌 배타성을 전면적으로 무시한 채 하염없이 달려든다. 너무 많이 들어서 질릴 대로 질린 ‘그녀 목소리’는 올해도 마찬가지로 외이도를 타고 우리를 방문한다. 정말이지 ‘귀를 감아 넘어오는 그녀 목소리 지겨워도 듣게 되는 그런 멜로디’가 아닐 수 없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Another’ Music!
성탄절을 며칠 앞둔 날이면 거리와 방송 전파는 어김없이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로 점령당한다. 고막을 철벽방어하거나 무인도에 가거나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접할 수 없는 공간에 있지 않은 이상 이 노래는 사람이 지닌 배타성을 전면적으로 무시한 채 하염없이 달려든다. 너무 많이 들어서 질릴 대로 질린 ‘그녀 목소리’는 올해도 마찬가지로 외이도를 타고 우리를 방문한다. 정말이지 ‘귀를 감아 넘어오는 그녀 목소리 지겨워도 듣게 되는 그런 멜로디’가 아닐 수 없다.
싫증 나는 노래는 한 차례 더 찾아온다. 왬(Wham!)의 「Last christmas」, 태어난 해는 머라이어 캐리의 그것보다 10년이나 더 일러 큰오빠 격이지만, 포스는 아래인 곡이다. 방송에 눈 내리는 장면이 나올 때면, 스키를 타거나 썰매를 타는 사람들이 화면에 잡힐 때면 싱크로율 100%에 가깝게 배경음악으로 등장한다.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목소리도 물릴 대로 물렸는데, 연례행사처럼 꼭 12월에 다가와 귓가에 속삭인다.
이 노래들이 겨울철과 크리스마스 시즌의 대표곡이 된 것은 다수의 기분을 충족하는 좋은 멜로디를 지녔기 때문임은 분명하다. 작품이 나온 지 십수 년이 넘은 시점에도 사랑받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그들과 오랜 세월을 같이해 권태감이 드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캐럴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매년 이맘때면 ‘내가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것은 다른 음악이야!’라며 늘 듣던 게 아닌 새로운 캐럴을 갈구하는 이에게 대안이 되었으면 한다.
아샨티(Ashanti), 「Christmas time again」 from <Ashanti's Christmas>(2003)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로서도 경력을 쌓아 나가고 있는 리듬 앤 블루스 가수 아샨티의 크리스마스 스페셜 음반에 수록된 곡이다. 수록곡 중 몇 편의 창작곡 중 하나인 「Christmas time again」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타고 흐르는 성대에 미스트를 뿌린 것만 같은 촉촉한 아샨티의 음성이 무척 멋스럽다. 그래서 정적임에도 섹시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당사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아무리 가늠해보아도 그녀의 정규 작품들보다 더 괜찮은 앨범이다. 수록곡들을 들으면 눈 내리는 밤, 반짝이는 조명이 달린 트리 등이 자연스럽게 연상될 만큼 크리스마스 캐럴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절대 명반이라고는 할 수 없는, 12월 단 며칠 동안만 즐기기에 좋은 비운의 음반이기도 하다.
레디시(Ledisi) 「Be there for christmas」 from <It's Christmas>(2008)
데뷔 13년차인 중견인데 2008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신인 부문’ 후보로 올라 많은 이를 의아하게 한 R&B, 가스펠 가수 레디시의 크리스마스 앨범도 기존 캐럴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제공할 듯하다. 캐럴 고전과 몇몇 창작곡을 더해 제작한 이 음반에서 「Be there for christmas」는 단연 돋보이는 노래. 몸을 들썩이게 하는 펑키한 브라스 반주에 레디시의 굵직하면서도 시원하게 뻗는 음성이 더해져 음악을 들으며 진정으로 즐기고 싶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빨간 날인만큼 파티 분위기라도 내고 싶다면 이 노래가 어떨까? 아샨티의 앨범이 수면을 걷는 느낌이라면 이 앨범은 물 안에 들어간 것처럼 깊이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글스(Eagles) 「Please come home for christmas」 from <The Complete Greatest Hits>(2003)
크리스마스 즈음에 자신도 모르게 정말 많이 들어 온 노래다. 23일부터 26일까지 공중파와 온갖 케이블 채널을 마크하고 있으면 올해도 만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나 홀로 집에(Home Alone)>를 처음부터 끝까지 빼놓지 않고 봐야 한다. 크리스마스 휴일을 맞아 프랑스로 여행을 떠난 가족들은 케빈이 따라오지 않았다는 걸 알자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어 수소문한다. 연락이 닿지 않자 걱정이 된 엄마는 결국 혼자 집으로 가기로 한다. 공항을 떠나기 전 케빈의 엄마, 아빠가 포옹할 때 이 노래가 흐른다. 블루스 가수 찰스 브라운(Charles Brown)이 1960년에 발표한 곡으로 영화에서는 사우스사이드 조니(Southside Johnny)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이글스, 본 조비(Bon Jovi), 팻 베네타(Pat Benatar), 잽 앤 로저(Zapp & Roger) 등 수많은 뮤지션이 리메이크했다.
프린스 앤 더 레볼루션(Prince And The Revolution) 「Another lonely christmas」 from <The Hits And B-Sides 3>(1993)
프린스의 히트곡 모음집에 수록되었으나 정규 앨범에는 실리지 않았다. 1984년 발표한 명반 <Purple Rain>에서 「I would die 4 u」를 싱글 커트할 때 B면에 녹음해 공개한 곡이다. 프린스가 부르는 것이니 섹시하게 들릴 것 같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랑하는 연인이 크리스마스에 세상을 떠났고 그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애도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전주 없이 바로 나오는 노래와 절규하듯 뽑아내는 보컬, 끝에 다다라 아무것도 보지 않고 질주하는 듯한 기타와 건반 연주는 연인을 잃은 남자의 슬픔을 그대로 대변한다. 우울한 크리스마스 노래는 어떤가.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 「Merry, merry christmas」 from <Merry, Merry Christmas>(1989)
팝 음악 최고의 아이돌 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은 2008년 14년 만에 발표한 신보 <The Block>으로 더는 ‘뉴 키즈’가 아닌 ‘올드 엉클즈’임을 증명했다. 잔뜩 기대를 품었던 팬들은 속상했으나 그래도 풋풋했던 모습을 회상하며 안타까움을 달랜다. 그 한때 발표한 이 스페셜 앨범의 썰매를 타는 어린애들은 해 가는 줄도 모르고 눈길 위에다 썰매를 깔고 즐겁게 달리는 모드로 촬영한 재킷 사진을 보면 아련함이 크다. 수록곡 중에는 온 세상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달라고 이야기하는 「This one's for the children」이 싱글로 커트 되었으나 크리스마스에 맞는 곡은 뭐니 뭐니 해도 「Merry, merry christmas」다. 올드 스쿨풍의 랩 향연을 듣고 싶다면 「Funky, funky Xmas」를 접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욜란다 애덤스(Yolanda Adams) 「O holy night」 from <Christmas With Yolanda Adams>(2000)
고전 캐럴이지만 욜란다 애덤스의 목소리이기에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정상급 가스펠 가수인 그녀이기에 성탄절과 더욱 어울리는 게 아닌가 하다. 이 곡 말고도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나 「Silent night」 「The first Noel」 같은 리메이크에서는 편곡에 큰 변화를 가하지 않았음에도 시원한 음성과 가창만으로 노래를 완전히 달라 보이게 만든다. 주류 시장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가스펠 앨범이 당시 R&B/힙합 앨범 차트 40위 안에 들었다는 사실이 욜란다 애덤스의 능력을 이야기해준다. 말 그대로 ‘심금을 울리는’ 원숙한 보컬을 이번 크리스마스에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 「Christmas at the zoo」 from <Clouds Taste Metallic>(1995)
꼭 캐럴일 필요는 없다. 20년 넘게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는 미국의 인디 록 밴드 플레이밍 립스의 일곱 번째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연인과의 사랑 이야기, 가족의 화목한 모습을 그리는 일반적인 성탄절 노래와는 거리가 먼 가사가 이채롭다. 노래에 등장하는 인물은 마치 인류를 구원하러 온 예수님인 양 동물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이 불행해 보였고 그들은 스스로 돌보는 것을 원한다고 생각해서 크리스마스에 모든 우리를 연다는 내용이다. 코끼리, 오랑우탄, 캥거루, 새들 모두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정작 이 엄청난 짓을 저지른 사람은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야 한다는 걸 몰랐나 보다. 뭐, 그런 결말은 나타나지 않으나 명백한 범죄니 크리스마스라고 기분 업(up)돼서 이런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길.
업타운(Uptown) 「Sad christmas」 from <Represented... Now Believe>(1997)
그룹의 리더 정연준이 1993년 발표한 솔로 데뷔 음반 <하루 하루 지나가면>에 실린 「슬픈 크리스마스」를 리메이크한 노래다. 등장하는 목소리만 늘어났다는 점 말고는 특별히 달라진 게 없어서 리메이크라기보다는 원곡의 그룹 버전이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것 같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다가온 이 밤거리에 가득 넘치는 징글벨 캐럴 속으로 멀어져 가는 그대여 안녕이란 말도 없이 사라져 가네 저 하얀 겨울 속으로 하염없이 창밖에는 눈이 내리네 그댈 볼 수 없도록’ 짧은 가사에 담은 이별에 대한 아픔이 듣는 사람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동시에 크리스마스에 연인과 헤어지는 커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궁금증을 품게도 한다.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내는 솔로들 중 일부는 결별하는 쌍이 증가하길 간절히 염원하겠지만.
샤크라(Chakra) 「Lonely christmas」 from <Chakra's Ringing Gingle Bells>(2000)
그런 놀부 심보를 가진 사람은 샤크라의 노래처럼 ‘Once again it's lonely christmas’라고 매년 한탄하는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 이국적인 분위기와 발랄한 댄스곡을 앞세워 2000년대 초반 걸 그룹 시대를 풍미한 샤크라도 크리스마스 스페셜 앨범을 냈다. 한 철 바짝 벌어 보지도 못하고 그냥저냥 묻히고 말았지만, 그룹의 팬들에게만큼은 해를 지나도 12월마다 사랑받고 있다. 외국의 성탄 축하곡이 재미없게 들리는 이라면 우리 대중음악이 신선하게 다가설 수도 있을 것 같다. 콘셉트인지 오타인지 알 길 없으나 앨범 제목에 들어간 ‘Gingle’마저 새롭고 또 새롭다.
이지 이(Eazy-E) 「Merry muthaphuckkin' Xmas」 from <5150: Home 4 Tha Sick>(1992)
성탄절이 황량하게만 느껴지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최후의 코스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는 연중 펼쳐지는 연인들끼리의 오붓한 행사에 방점을 찍는 날이지만, 솔로들에게는 쓸쓸함과 처량함만을 가중시키는 가혹한 날이기도 하다. 홀로 지낸 세월이 오래돼 감각마저 무뎌진 원사 급의 솔로가 아닌 신참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에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던 연인 없이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어느 누군가에게,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기지 않고 여자 친구에게 차인 어느 누군가에게 12월 25일은 세상 모든 것이 어두워 보이는 암전의 날이다. 남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즐겁다고 하는데 자기만 혼자라서 세상이 밉게만 느껴진다면 갱스터 랩의 획을 그은 故 이지 이의 ‘참으로 족구하고 자빠질 크리스마스야!’를 들어 보길. 노래를 따라 욕을 하는 게 삭임질이 될 테니까.
구관이 명관이라며 머라이어 캐리와 왬의 노래가 좋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선곡을 해보는 건 어떨까? 제목만 같은 윌 다우닝(Will Downing)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라든가 독일 힙합 팀 투 포 패밀리(2-4 Family)가 주도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랩 올스타즈(Rap Allstars)가 왬의 노래를 샘플링한 「Last christmas」라도.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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