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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다움’의 변주 - 노라 존스 & 스눕 독 & 엠씨 스나이퍼

달콤하게 녹아드는 재즈 발라드를 불러왔던 노라 존스가 음악 방향을 살짝 비틀었네요. 다소간 ‘록’의 기운을 머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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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게 녹아드는 재즈 발라드를 불러왔던 노라 존스가 음악 방향을 살짝 비틀었네요. 다소간 ‘록’의 기운을 머금고 있습니다. 스눕 독은 롱런하기 힘든 힙합 음악계에서 통산 10집으로 컴백했습니다. 대형 스타의 신보라서 그런지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화려한 피처링 가수들만 봐도 힙합계의 맏형 포스가 묻어납니다. 엠씨 스나이퍼는 ‘사랑’을 주제로 한 컨셉 앨범을 내놓았네요. 주특기인 서정적인 현악기 사용이 ‘사랑’이란 주제와 어울려 더 애틋하게 들립니다.

노라 존스(Norah Jones) <The Fall>

커피 테이블에 앉아 듣는 부드러운 명품 재즈는 그만 잊어야 할 것 같다. 재즈 피아노 대신 일렉트릭 기타와 부를리처(Wurlitzer) 키보드를 연주하는 노라 존스의 네 번째 앨범이다. 차 마시며 차분하게 듣기에 좋았던 전작들과는 달리, 클럽에서 춤추듯 흥겨운 비트에 몸을 맡기고 어깨를 들썩이며 즐겁게 들을 수 있다. 눈부시게 변한 외모만큼이나 달라진 존스의 새 음악과 새 밴드, 그리고 새로운 방향성 모두를 만나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첫 싱글로 발매된 「Chasing pirates」는 그러한 새로운 모습이 총집결된 트랙이다.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럼의 완전한 록 편성의 밴드 음악으로, 퍼지 톤의 빈티지 키보드 리프와 둔중한 그루브의 베이스라인이 노라 존스의 매혹적인 목소리와 맞물려 상승효과를 발휘한다. 틈틈이 존스가 연주하는 부를리처 키보드 솔로도 무척이나 아름답다. 2분 40초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사랑스럽고 중독적인 노라 존스의 베스트 송이다.

오랜 연인이자 음악 동료였던 리 알렉산더와의 결별은 노라 존스에게 새로운 생각을 갖게 했다. 존스는 그동안 같이 했던 핸섬 밴드 대신 새 사람을 만나 다른 사운드를 실험하길 원했고, 이를 위해 톰 웨이츠의 1999년도 레코드 <Mule Variations>를 제작했던 잭콰이어 킹을 초빙했다. 킹스 오브 레온, 모데스트 마우스와도 작업한 인디 록 프로듀서 잭콰이어 킹은 톰 웨이츠의 기타리스트였던 스모키 호멜, 마크 리봇 같은 베테랑을 녹음실에 데려왔다.

잭콰이어 킹이 신보 전반의 조율을 책임지는 동안, 노라 존스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할에 전념을 다했다. 그 결과 앨범에 실린 13트랙 모든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8곡은 단독으로 작사 작곡했고 나머지 5곡도 공동으로 썼다. 친구이자 재능 넘치는 록 뮤지션 라이언 아담스와 인디 록 그룹 오커빌 리버의 윌 셰프, 그리고 「Don't know why」를 탄생시킨 제시 해리스가 작곡 파트너로 함께하며 존스의 성장에 도움을 줬다.

앞서 예고한 바대로 노라 존스의 4번째 정규작 <The Fall>은 기존의 팝 재즈에서 탈피한 로큰롤 앨범이다. 「Chasing pirates」 같은 곡에서는 귀엽고 섹시한 면모도 보여주지만 대체로 성숙한 컨템포러리 록을 선사한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로킹한 트랙은 7번째 곡인 「It's gonna be」. 이게 과연 노라 존스의 작품이 맞나 싶을 만큼 템포가 빠르고 드럼도 사운드도 묵직하다. 라이언 아담스와 합작한 「Light as a feather」에서는 진한 컨트리 스타일을 선사한다.

헤어진 옛 연인을 떠올리는 「I wouldn't need you」처럼 매우 사적인 내용을 담은 곡들도 있다. 감미로운 발라드 「Back to Manhattan」도 과거의 기억을 암시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곡에서 그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맨해튼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 우리 말할 필요도 전혀 없어요. 나는 당신의 눈동자도 쳐다보지 않을 거예요.”라고 노래하고 있다. 따뜻한 피아노 연주와 멜랑콜리한 멜로디, 호소력 짙은 음성이 애틋하게 와 닿는다.

얼마 전부터 노라 존스의 음악이 살짝 지루해진 것이 아닌가 싶더니 반가운 변화다. 정말 많이 달라졌다. 그렇지만 거부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보컬리스트로서 존스의 목소리는 여전히 관능적이며 거기에 만만치 않는 작곡 실력과 기타 연주 등 아직 다 선보이지 않은 그녀의 놀라운 재능까지 더했다. 싱어송라이터로의 성공적인 안착이다. 톰 웨이츠처럼 들리길 의도했다지만 캐롤 킹의 명반 <Tapestry>까지도 연상되는, 데뷔 이래 노라 존스의 최고 앨범이다.

- 글 / 고영탁(taakizm@gmail.com)

스눕 독(Snoop Dogg) <Malice N Wonderland>

뒷골목 마약 냄새로 찌든 갱스터 래퍼에서 대중 라디오에 친숙한 가수로 거듭나기까지 스눕 독(38)은 늘 변신을 추구해야만 했다. 이를 위해 악랄한 마초 이미지를 버려야 했고 팝스타들의 카메오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으면 금세 삼류로 전락하는 힙합계에서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이 건방진 양아치는 힙합 조류에 부합하는 퍼포먼스로 롱런을 이어갔다. 살아남기 위해 레이블을 옮긴 것도 벌써 다섯 차례. 그 사이 스눕의 음반은 전 세계 3천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신작은 그가 직접 제작자로 변신한 또 하나의 ‘보험용 앨범’이다.

스눕 독은 지난해 발표한 9집 <Ego Trippin>을 끝으로 게펜에서 EMI 산하 Priority 레코드로 소속사를 옮겼다. ‘말리스’와 ‘원더랜드’라는 타이틀로 발매된 신보는 그래서 통산 10집이자 이 회사의 첫 작품으로 나왔다. 현재 새 음반 활동에 돌입한 스눕은 “내 마음속에는 간혹 악한 감정이 존재하지만 지금은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과거 감옥을 제집처럼 드나들던 그가 이젠 가정을 생각할 줄 아는 철든 사나이의 모습으로 변모한 것이다.

음반은 절친한 동료인 넵튠스의 패럴과 팀발랜드를 비롯해 릴 존, 테디 라일리, 알 켈리, 브랜디 등 쟁쟁한 스타들이 초빙됐다. 초기 시절 「Gin and juice」 「Ain't no fun」 같은 독설과 유머 넘치는 라임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협연한 「Signs」 이후 주류 라디오에 가까이 다가간 흔적은 사운드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브랜디와 패럴이 협연한 「Special」, 음악감독 테디 라일리와 R&B 여가수 재즈민 셜리번이 초빙된 「Different languages」 등이 대표적인 곡들이다.

그러나 싱글은 전형적인 스눕 스타일의 곡에서 폭주를 터트린다. 크리스 브라운과 리아나 앨범으로 유명한 애틀랜타 프로듀서 드림(The-Dream)과 트리키 스튜어트 콤비가 감독을 맡은 첫 싱글 「Gangsta luv」가 MTV에서 호응을 얻고 있으며, 그 외 팀발랜드와 제자 단저(Danja)가 공동으로 제작한 두 번째 싱글 「That's tha homie」는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토박이가 애틀랜타 남부 힙합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다.

이처럼 수록곡은 강한 비트로 주조된 거친 어법의 말리스와 달콤한 R&B곡조의 원더랜드로 구성됐다. 이러한 두 가지 테마는 곧 나쁜 혹은 좋은 캐릭터를 동시에 표현한 스눕의 양면적 개성을 담고 있다. 해골 악마와 육감적인 글래머 여성을 등장시킨 음반의 커버 디자인은 스눕 특유의 카툰으로 제작됐으며 19세 이하 청취 불가 딱지는 여전히 스눕표 음향을 대변한다.

앨범과 관련 레오너드 브룩스 EMI그룹 어반 A&R팀 부사장은 스눕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스눕의 랩은 거대한 힘을 보여줬고 어반 장르에서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진짜 유행을 창출하는 가수이자 힙합계의 글로벌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는 스눕이 어느덧 단순히 랩의 선두주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힙합 문화의 빅 보스로서 그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힙합 가수의 통산 10집이 주는 의미가 그래서 중요하다.
- 글 / 김獨(quincyjones@hanmail.net)

엠씨 스나이퍼(MC Sniper) <Museum>

근래 들어 스나이퍼 사운드(Sniper Sound)의 캐치프레이즈는 단연 클래식이었다. 스나이퍼 사운드의 수장인 엠씨 스나이퍼(MC 스나이퍼)와 그의 오른팔 아웃사이더(Outsider)의 최근 앨범까지 클래식 염색체가 광범위하게 서려 있다. 그의 새 앨범 <Museum>은 클래식과 힙합의 크로스오버 가능성을 탐구해보고자 한 일련의 성과들을 집대성하고 있다.

그간의 시도들에 대한 산물로 전반적인 스트링 편곡의 완성도는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 「이별의 숲」에서는 스트링 선율과 스크래치 사운드의 긴킹한 상호 공조를 통한 피치의 긴장감이 존재한다. 클래시컬하지만 단기적인 리프를 반복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그야말로 마에스트로의 단상에 올라가 내실 있는 작품을 완전 생산하였다. 이전에 묻어나던 레게와 타령조의 사운드는 발붙일 공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전체적인 앨범 코드는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사랑에 있어서는 이별을 노래하며, 인생에 있어서는 죽음을 논한다. 그럼에도 극단적인 고뇌에 침윤하지는 않는다. 「사람의 마음이 이리도 쉽게 변할 줄은 몰랐어」와 「유서」 「국화꽃향기」에서 그의 화법은 오히려 담담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실낱같은 희망을 연성화된 스트링 선율 위에 남겨 놓기도 한다.

클래식이라는 새로운 수맥을 발견한 뒤 그는 우직하게 우물을 파왔다. 허나 각고의 노력 끝에 마시게 되는 샘물의 달콤함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앨범을 통해서 들려오는 래핑은 지나치게 경직되고 과도한 힘이 들어간 느낌을 준다. 또한 반복하며 전개되는 플로우의 단조로움은 장엄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괴리감을 촉발시킬 뿐이다.

본격적으로 힙합과 클래식 간의 궁합을 점쳐 본 국내 뮤지션이 희소하다는 측면에서 엠씨 스나이퍼의 음악적 행보는 매우 고무적이다. 한국 힙합 신에 있어서도 방외인적 성향이 다분했던 그였기에 과거의 유산들이 온당히 평가받지 못한 점도 재차 조명 받아야 한다. 이제 그에게서는 산전수전을 모두 거친 베테랑의 여유로움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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