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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올 겨울, 편안한 앨범들 - 스팅 & 심성락 & 보드카레인

참 반갑게도 스팅이 새 앨범으로 돌아왔네요. 팝의 고풍스러운 신사인 그가 이번엔 ‘겨울’을 주제로 낭만적인 음악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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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반갑게도 스팅이 새 앨범으로 돌아왔네요. 팝의 고풍스러운 신사인 그가 이번엔 ‘겨울’을 주제로 낭만적인 음악을 선사합니다. 60을 앞둔 나이에 걸맞게 각국의 민요, 캐럴, 클래식 소품들이 눈에 띄는군요. 거장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요즘입니다. 한국 아코디언 연주의 전설 심성락도 앨범을 냈습니다. 반세기 동안이나 되는 음악 경력의 ‘첫 독집’이라 의미가 남다릅니다. 구슬픈 애수와 거장의 향기가 동시에 느껴지네요. 보드카레인도 발 빠른 새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편안함이 돋보이는 미니 앨범 <이분쉼표>를 발표했습니다. 가을과 겨울 사이의 한적함이 느껴지네요.

스팅(Sting) <If On A Winter’s Night...> (2009)

겨울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가혹하다. 엄동설한, 그 혹한과 눈보라 그리고 지독한 어둠이 있다. 펄펄 내리는 눈의 낭만은 연인 아니면 여유 있는 자들의 사치일 것이다. 어릴 적 고향인 영국의 뉴캐슬에서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경험한 스팅(Sting)은 겨울이 갖는,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운 그 이중적 의미를 사색한다. “우리의 조상은 겨울의 길고 긴 어둠의 밤에서 빛을 찾는 역설을 축하했다. 겨울의 극한점은 계절의 새로운 순환이 시작되기 위해서라도 축하 의식(ritual)이 필요했다. 겨울 의식과 과거의 신화의 심장부에 있는 것은 바로 이 자연과의 상상적 연대였다.”

스팅은 겨울의 눈발 사이를 걸으며, 또 몸을 녹이기 위해 따뜻한 화로 앞에서 그것을 응시하면서 사색의 무드, 때로는 철학적이나 더러는 비이성적인 무드에 잠기곤 했던 경험을 통해 겨울은 혹한과 긴 어둠에 유령이 거주하는 계절임을 안다. 신보 <If On A Winter's Night...>은 겨울의 찬가이자 삶의 진행에 대한 진지한 통찰이다. 녹음도 올해 2월 혹한기에서 추위와 어둠을 체험하며 진행되었다.

스팅은 수세기에 걸쳐 무수한 음악가들이 겨울을 노래하고 그 의미를 탐색해왔다는 것을 전제해 겨울에 불리고 연주된 영국의 민요를 비롯해 캐럴, 자장가 그리고 클래식을 선별, 고감도 편곡으로 재해석해냈다. 그는 “겨울이란 주제는 영감이나 소재가 풍부하다. 모든 서로 다른 음악스타일을 한 앨범으로 여과하는 작업을 통해 난 정화되고 새로운 어떤 것을 창조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먼저 캐럴은 14세기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캐럴인 「Gabriel's message」와 15세기 독일의 캐럴 「Lo how a rose e'er blooming」, 비슷한 시대의 작자 미상 영국 캐럴 「There is no rose of such virtue」 그리고 역시 민요인 「Cherry tree carol」을 골랐다. 크리스마스의 노래들은 통상적으로 경축의 성격을 갖지만 스팅의 시각에선 그 시즌은 오히려 다수에게 지독한 외로움과 소외로 다가온다.

사자(死者)를 경배하는 뜻에서 할로윈 때 아이들이 집집을 방문해 돈과 케이크를 구하면서 부르는 「Soul cake」(수록곡 가운데 그나마 템포가 빠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시와 메리 맥매스터(앨범에 참여한 스코틀랜드 하프 연주자)가 부른 게일어 민요 선율에 착안해 스팅이 곡을 붙인 「Christmas at sea」를 선택한 건 이 때문이다. 그가 캐럴과 크리스마스에서 본 것은 어두움이다. 그것은 겨울의 이미지와도 맞닿아있다.

「Balulalow」 그리고 스팅과 그의 오랜 동료인 기타리스트 도미니크 밀러가 작곡한 「Lullaby for an anxious child」는 이번 앨범의 또 하나 스타일인 자장가들이다. 스팅은 자장가가 갖는 이중적 터치, 아이를 달래면서도 듣는 사람을 뒤흔드는 성격에 주목한다. 이 자장가들은 요람에 잠자는 아이의 평안이 아니라 어두운 기운을 전한다. 「The snow it melts the soonest」는 영국 북동부 뉴캐슬지방의 민요다. 스팅은 이번 앨범에 참여한 여성 피들 연주자 캐슬린 티켈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불러준 것이라며 소개해주었을 때 비로소 이 노래의 가치를, 그 황량함 속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했다. 어쩌면 이 곡이 17세기 영국의 작곡가 헨리 퍼셀이 쓴 「Cold song」과 함께 앨범의 음악 색깔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고전음악으로는 바흐의 6번 첼로 조곡에서 빌려와 스팅이 가사를 붙인 「You only cross my mind」와 헨리 퍼셀의 또 하나 작품인 「Now winter comes slowly」를 골랐다. 겨울을 논하면서 어찌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빠질 수 있겠는가. 그중 「거리의 악사(Der leiermann)」를 영어로 옮긴 게 「Hurdy gurdy man」이다.

그가 겨울에 집착하는 데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다. 확실히 과거의 겨울보다 지금의 겨울은 눈도 적고 덜 춥다. 추운 계절이 줄어든다는 것은 지구의 계절적 리듬이 깨지고 있다는 점 외에 인간의 정신세계에도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팅이 주목하는 것이 인간 정신의 축소, 바로 이 지점이다.

앨범은 차갑고 어둡다. 아마도 떠들썩한 감성에 젖은 세대에게는 재미없고 부담스러운 작품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어두움을 알아야 밝음이 있다는 것을, 겨울을 나야 봄이 있다는 자연의 순환적 의미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삶과 자연의 연대, 그것이다. 통속과 작위적 즐거움, 그 현대의 무한 상업적 풍토를 통박하는 스팅의 진지함은 우리에게 각성의 쾌감을 전달한다. 그래서 이 앨범이 도리어 밝게 다가오고 지금의 다른 대중가요가 어둡게 들린다.

-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심성락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2009)

한국이 자랑하는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의 앨범이다. 고희를 넘긴 그는 50년의 음악 활동에 걸쳐 배호, 최희준, 남일해, 남진, 나훈아, 송대관, 최백호, 주현미, 신승훈, 이승철 등 수많은 국내 대중음악 별들의 앨범에 참여했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도 말한 적이 있다. “가수들 이름 한번 불러봐. (같이 작업) 안 한 사람이 없다니까.”

그의 감칠맛나면서 비애감이 압권인 아코디언 연주는 <봄날은 간다> <효자동 이발사> 등의 영화와 <달콤한 인생>과 같은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되었다. 이번 앨범도 전도연과 고두심이 주연했던 2005년의 영화 <인어공주>의 테마 곡이자 나중 광고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어 익숙한 「My mother mermaid」를 듣고 감동한 프로듀서 강재덕이 노(老) 뮤지션 심성락의 바람 같은 인생을 담아보려는 뜻에서 제작에 임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거장 심성락으로선 첫 독집이다. 음반사에도 ‘50년 만의 데뷔 앨범’이라는 재미있는 수식을 붙였다. 아스토라 피아졸라의 명곡 「리베르탕고(Libertango)」와 정훈희 오리지널 그리고 조관우의 리메이크로 널리 알려진 「꽃밭에서」는 프랑스의 명 아코디언 연주자 리처드 갈리아노(Richard Galliano)를 초대해 서로 경배하는 자세로 녹음했다. 이 곡을 비롯해 아코디언 음색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가 연주를 선사한 영화들 가운데 담백함이 빛나는 엄정화 감우성 주연의 2001년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Shopping」이나 「면도」가 빠진 것은 아쉽다. 조성우, 박기헌, 신명수, 황상준 등 그간 맹활약해온 영화음악 감독이 쓴 곡을 중심으로 엮었다. 「My mother mermaid」(조성우 곡)도 그렇지만 <효자동 이발사> 중의 「자전거」(박기헌 곡)와 영화음악가 신명수가 쓴 새 창작곡 「바람이 운다」 또한 압권이다.

아코디언과 그것이 빚어내는 음악의 세계, 그 아련한 이펙트를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앨범이다. 이번은 기존 영화의 연주곡과 새 창작곡을 배합해 내놓았지만 차후엔 온전한 신작 앨범을 기대한다. 그게 음악에 생을 던진 노장에 대한 우리 음악계의 참된 예우가 아닐까 해서다.
-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보드카레인 <이분쉼표> (2009)

2007년 <The Wonder Years>가 첫 앨범이지만, 2005년부터 결성된 팀의 경력을 살피면 벌써 5년이다. 홍대 라쳀브 클럽부터 펜타포트 록페스티벌까지. 보드카레인(VodkaRain)은 매년 쉬지 않고 공연했다. 그러니 별도의 재충전 시간을 갖지 못했던 이들에게 <이분쉼표>란 이름은 자연스러운 제목으로 다가온다.

쉼표로 연상되는 건 휴식이다. 2009년 4명의 멤버는 싱글 「숙취」 외에는 별도의 곡을 발표하지 않았고, 덕분에 얻은 여유를 음악으로 풀어냈다. 모던 록에 중점을 두었던 성향은 <이분쉼표>를 통해 휴지기의 아늑함이 담긴 잔잔한 팝으로 변신했다.

경쾌한 리듬을 생성하는 통기타와 세지 않은 드럼 소리는 편안하다. 「서랍을 비우다」부터 「자장가」로 이어지는 4곡의 짧은 재생 시간에서 밴드는 악기의 특징을 잡아내기보다 느긋하고 차분해지려는 분위기 합에 총력을 기울인다. 앨범 목적인 ‘쉼’이 너그럽게 묻어난다.

그래서 <이분쉼표>엔 보드카레인의 또 다른 모습이 만들어졌고 동시에 정규 앨범과는 별개의 매력을 펼친다. 첫 시도임에도 어색하지 않다. 예상치 못한 작은 결단에서 밴드는 놓칠 수 없는 운치를 발견했다.
- 글 / 이종민(1stplanet@gmail.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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