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팝 스타들, 연말 공연 러시 미리보기
미카, 건즈 앤 로지스...
내한 공연계가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팝 가수들이 한국 팬들의 예상 밖의 열렬한 호응에 반해 재차, 삼차 찾아오는 것은 다반사고, 전문 공연 기획사들이 성장하고 대기업들까지 투자에 나서면서 공연 빈도와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서울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선 세계적인 팝 디바 비욘세의 내한 공연이 1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팝 음악을 적게 소비하는 나라로 알려져 거물급 팝 스타들의 월드 투어에서 소외되어 온 것이 사실인데도 비욘세의 경우 2007년에 이어 최전성기에만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으레 ‘한물간’ 아티스트들이 뒤늦게 찾고는 하는 내한 공연의 성격이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욘세뿐만 아니라 올해만 해도 숱한 팝 스타들이 줄줄이 한국행을 이어갔다. 현재 1980년대 뉴웨이브 열풍을 주도해 빌보드 차트는 물론 패션계에서도 아이콘으로 떠오른 레이디 가가, 설명이 필요 없는 팝의 여왕 머라이어 캐리가 차례로 홍보차 한국을 다녀갔고, 2009년 그래미 시상식 올해의 노래의 후보자인 제이슨 므라즈는 2월에 3번째 한국 공연을 치렀다. 록 팬들은 대형 록 페스티벌들이 경쟁적으로 거물급 헤드라이너들을 유치하는 덕분에 탄성을 지르며 여름 동안 록 음악을 만끽했다. 브릿 팝의 일인자 오아시스, 얼터너티브 록의 영웅 위저, 이모 열풍의 주역 폴 아웃 보이가 ‘지산 록 페스티벌’에, 인더스트리얼의 최강자 나인 인치 네일스, 피아노 록으로 큰 사랑을 받은 킨이 ‘ETP FEST’에 다녀갔다.
내한 공연계가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팝 가수들이 한국 팬들의 예상 밖의 열렬한 호응에 반해 재차, 삼차 찾아오는 것은 다반사고, 전문 공연 기획사들이 성장하고 대기업들까지 투자에 나서면서 공연 빈도와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상승세는 올해 연말 공연 성수기를 노리고 찾아오는 해외 팝 스타들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현 시점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인 신성에서부터 그토록 보기를 고대해 오던 왕년의 거장, 풋풋한 신인의 소규모 공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풍성하다. 다채롭게 펼쳐진 올해 연말 내한 공연 잔치의 메뉴들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훑어보고 파헤쳐 보자.
미카
귀여운 팝 카멜레온 미카가 앞으로 한 달 동안 펼쳐질 화려한 공연 릴레이의 스타트를 끊는다. 오는 11월 28일 토요일, 서울 멜론 악스 홀이다.
미카는 2007년 영국에서 데뷔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현 시점 가장 ‘핫’한 신예로 떠올랐다. 나오자마자 2주 만에 영국 차트 정상을 차지한 그의 시그니처 송 「Grace Kelly」는 영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2007년 한해 가장 애청된 노래 중 하나다. 2008년 영국의 그래미상에 해당하는 브릿 어워드에선 리오나 루이스를 누르고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한국에서는 특히 인기가 좋다. 「Grace Kelly」를 필두로 「Lollipop」 「Big girl」 「Love today」 「Happy ending」이 연이어 라디오 전파를 장악, TV CF에도 숱하게 삽입되며 팝 가수로는 근래에 보기 드문 빅 히트를 거뒀다. 혹시 미카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의 대표곡을 조금만 들어보면 금방 ‘아는 곡’이라며 맞장구칠 수 있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도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 귀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미카의 음악은 톡톡 튀는 재미가 있다. 달콤한 사탕 같은 버블검 팝에 록 에너지를 밀어붙이는가 하면 잘근잘근 씹어 부르는 디스코 후크 송과 장대한 스케일의 가스펠 합창까지 한 번에 구사한다. 한마디로 총천연색이다. 왕립 음악 학교를 졸업한 실력파 미남 싱어송라이터가 들려주는 다채롭고 즐거운 팝의 향연이 미카 음악의 요체다.
미카의 이번 첫 내한 공연은 홍콩, 도쿄를 포함한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열린다. 미카는 올해 9월에 2집 새 앨범 <The Boy Who Knew Too Much>를 발표하고 지금은 투어 활동에 한창이다. 바로 전엔 북미 지역을 순회했으며 내년부터는 본토인 유럽 전역을 도는 대장정에 나선다. 대중적이면서도 신나는 공연을 원하는 분들, 특히 들뜬 분위기를 선호하지만 록이나 재즈 같은 마니아 장르엔 익숙지 않은 분들에게 강추다.
건즈 앤 로지스
1980년대 메탈 키드들의 영웅 건즈 앤 로지스가 드디어 역사적인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결성 24년 만에, 한국에서 「November rain」으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한 지 무려 17년이 지난 뒤에 성사된 감동적인 이벤트다. 당시 이들에게 열광했던 현 넥타이 부대들의 예약이 벌써부터 쇄도하고 있다 한다.
건즈 앤 로지스는 1985년에 결성, 데뷔 앨범 <Appetite For Destruction>이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하며 무서운 신예로 떠오른 메탈 그룹이다. 등장할 당시 ‘이제 메탈 음악은 끝났다’는 회의감이 팽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안티 메탈’을 선언했던 얼터너티브 록 밴드들과도 대등하게 경쟁하며 록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이들 이후에 메탈 밴드가 최정상 인기를 누린 적이 없음을 감안하면 메탈의 대미를 장식한 주역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초기 히트곡인 「Welcome to the jungle」 「Sweet child o' mine」으로 악을 써대며 거친 록을 내뿜다가 다음 앨범 <Use Your Illusion>에선 2장 분량의 장대한 예술성을 뽐냈다. 그래서 록 밴드의 음악적 성숙과 확장을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그룹이기도 하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Appetite For Destruction>과 <Use Your Illusion>은 모두 대중음악사의 명반들로 공인받는다.
아쉬운 것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찾아와 전성기 멤버들을 대부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이클 잭슨의 「Black or white」의 유명한 기타 연주의 주인공이기도 한 기타리스트 슬래시, 리듬 기타 이지 스트래들린, 베이스 더프 맥케이건, 드럼 맷 소럼의 최전성기 연주자들이 모두 빠지고 보컬 엑슬 로즈와 키보드 디지 리드만이 오리지널 멤버로 참여한다. 건즈 앤 로지스는 한창 잘나갈 때도 멤버들이 끊임없이 불화를 일으키며 ‘사이가 안 좋은 밴드’로 정평이 났었다.
엑슬 로즈는 2008년 11월 새로운 멤버들로 보강해 팀을 재결성시켜 15년 만에 신보 <Chinese Democracy>를 냈으며 이번 공연은 그 월드 투어의 일환이다. <Chinese Democracy>는 권위 있는 대중음악지 롤링 스톤에서 별 4개의 호평을 받으며 그룹의 화려한 재기를 알렸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월드 투어의 공연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스태프 70명, 장비 70톤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직접 공수해 온 장비로 인해 음향의 질이 높아질 것은 물론이고 특수 효과와 영상도 활용해 화려하게 연출할 것이라 한다. 일시는 12월 13일 일요일. 장소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 경기장이다.
에릭 베네
팝 팬들에게 미카, 록 팬들에게 건즈 앤 로지스가 있다면, 흑인 음악팬들에겐 에릭 베네가 있다. 2005년 <Hurricane>으로 한국 내에서 브라이언 맥나잇만큼이나 넓은 지지층을 확보한 그가 드디어 첫 내한 공연을 벌인다.
에릭 베네는 로맨틱한 필의 진한 발라드 음악을 주로 들려주기 때문에 연말을 맞아 훈훈한 데이트 코스를 찾고 있는 연인들에게 안성맞춤인 공연이다. 1996년 데뷔한 에릭 베네는 네오 소울이 급부상할 시점에 등장해 비슷한 노선을 걸었으나 크게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1999년 토토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Georgy porgy」, 그래미 후보에까지 올랐던 「Spend my life with you」가 반응을 얻으며 인기 가수 반열에 올랐다.
결정적인 앨범은 2005년 발표한 3집 <Hurricane>이었다. 여배우 할 베리와 결혼 생활 도중 ‘섹스 중독’이라는 루머가 돌아 얼마 가지 않아 이혼했고 그 절절한 슬픔과 고독을 담아낸 앨범이었다. 시카고, 셀린 디옹 등의 히트곡을 주조해 낸 팝계의 미다스의 손 데이비드 포스터가 다듬어낸 팝적인 친화력도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Hurricane」 「Where does the love go」 「The last time」 「Still with you」 등, 한국에서만도 숱한 히트곡이 배출되었다. 박효신 등의 대표적 소울 가수들이 라이브에서 커버해 부르는 단골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일시는 12월 19일 토요일, 장소는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이다. 단순히 분위기만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처럼 정교하고 기교 있게 다루는 에릭 베네의 놀라운 보컬 기술에 집중해 감상하면 더 재밌을 것이다. 「Hurricane」 「Still with you」 같은 대표곡은 꼭 챙겨가는 것이 좋다.
디사운드, 렌카
「Do I need a reason」으로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애시드 재즈 그룹 디사운드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내한한다. 이미 작년에 한 번 한국을 방문해 공연을 가진 적이 있지만 당시 대단히 뜨거운 호응이 일어 빠른 시일 내에 또 한 번 찾아오게 되었다.
「Do I need a reason」 같은 달콤한 팝 선율에 취할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하지만 본래는 애시드 재즈를 추구하는 만큼 「Enjoy」 「Talking talk」 같은 살짝 그루비한 곡들이 즐비하니 약간 몸을 움직일 준비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 펑키한 클럽 사운드를 로맨틱하게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일시는 12월 19일 토요일. 장소는 서울 멜론 악스 홀이다.
신인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상큼한 매력에 빠지고 싶다면 렌카의 공연도 좋다. 아직 생소한 이름이지만 대표곡 「The show」는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곡이다. 유명 TV CF에 배경음악으로 삽입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에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서며 한국 팬들과 첫 대면을 가졌다.
렌카는 호주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소녀에게 꽃을 건네받는 듯한 예쁜 발랄함을 선사한다. 건반을 연주하는 그녀는 음악에 화창한 행복감을 심어 놓는다. 팝 스타의 내한 공연치고는 작은 규모인 홍대 브이홀에서 열리지만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하며 풋풋한 기분 전환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볼만하다. 일시는 12월 22일 화요일이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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