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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극을 감동으로 승화시킨 어느 죽은 기타리스트의 고별 무대 -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Tribute>(1987)

‘11월 연예인 괴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년 11월에는 연예계에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납니다. 이런저런 자잘한 일에서부터 심각하게는 누군가의 죽음을 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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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연예인 괴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년 11월에는 연예계에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납니다. 이런저런 자잘한 일에서부터 심각하게는 누군가의 죽음을 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11월만 되면 유독 세상을 떠난 음악인들이 어느 때보다 더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Tribute>(1987)

적어도 한국에서 랜디 로즈(Randy Rhoads)는 ‘메탈 키드’들의 편애를 한몸에 받는 기타리스트일 것이다. 소아마비라는 핸디캡을 극복했다는 점과, 갑작스럽게 찾아온 비극적 최후까지. 마치 영화 대본을 위해 구성된 것처럼 보이는 그의 짧은 연대기는 음악팬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신화에 가까운 신파적 스토리는 그의 죽음 이후 공개된 더블 라이브 앨범 <Tribute>로 방점을 찍는다. 연주하는 랜디 로즈를 번쩍 들어 올리고 있는 오지 오스본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 이 음반을 사가(史家)들은 헤비메탈 황금시대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록한다.

일반적으로 추모 음반은 뮤지션의 사후에 동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관례였고 그것이 또 미덕으로 여겨져 왔다. <Tribute>의 문법은 그 시작부터 어긋나 있었다.

랜디 로즈의 기타 플레이 또한 동시대의 거장들과 비교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의 기타는 에드워드 밴 헤일런(Edward Van Halen)의 신기의 태핑(tapping)이나, 마이클 쉥커(Michael Schenker)의 카리스마적 지배력을 표출하지 못했다. 단순 테크닉으로만 일합을 겨루자면 그는 결코 최고가 아니었다.

그러나 랜디 로즈의 어법은 불특정 다수에게 과시하는 듯한 거물들의 방법론과는 달랐다. 랜디의 선율에는 ‘일인칭’에게, 바로 내 앞에서 말을 거는 듯한 울림이 존재했다. <Tribute>는 그 ‘감성 화법’의 진수를 보여주는 음반이다.

그간 ‘강성 어조’를 주무기로 삼아왔던 헤비메탈은 랜디와 더불어, 이 앨범과 더불어, 미학으로 승화되었다. <Blizzard Of Oz> 시절의 「I don't know」 「Crazy train」 등은 그 좋은 예증이다. 아마도 가장 아름다운 기타 솔로 중 하나로 기억될 「Mr. Crowley」와 그 뭉클함으로 감히 펠리니의 <길>에 비견될 만한 「Goodbye to romance」에 도달하면 ‘서정적 에피파니(ephiphany)’의 지수는 최대치로 비등한다. 블랙 사바스 시절의 골든 레퍼토리, 「Iron man」 「Children of the grave」 「Paranoid」에 이르면 블랙 사바스 진골 서포터스마저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랜디의 마지막 육성이 담긴 소품 「Dee」의 짧지만 진한 여운을 뒤로한 채 헤비메탈 최대의 드라마는 그 막을 내린다. 연출은 리더 오지 오스본이 맡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오직 랜디의 기타에 맞춰져 있다. 그만큼 오지의 랜디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허나 음반의 출시는 정작 팀워크에는 보탬이 되지 않았다. 특히 기타리스트 제이크 이 리(Jake E. Lee)에게는 글자 그대로 악몽이었다. 그는 결국 오지 오스본과의 불화 끝에 팀을 이탈하게 된다. 실제로 오지는 제이크에게 ‘랜디처럼 연주해 줄 것’을 강요했다고 전해진다.

후에 오지 오스본은 잭 와일드(Zakk Wylde)라는 또 다른 천재를 영입하여 <No Rest For The Wicked> <No More Tears> 등의 수작들을 낚아 올리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잭 와일드를 포함해서 그 누구도 랜디의 후계자가 되지 못했다. 적어도 메탈의 영토에서 랜디를 마지막으로 서정 시인의 계보는 중단되었다.

톱 뮤지션들조차도 가슴을 저미는 그의 연주에 고개를 숙인다. 그와 작업을 함께했던 메탈계의 베테랑 토미 앨드리지(Tommy Aldridge)는 다음과 같이 말할 정도다. “랜디는 내가 작업하고 또 앞으로 작업할 뮤지션들 그 누구보다도 훨씬 뛰어난 사람입니다.”

그를 향한 추모의 손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0년 크리스 임펠리테리(Chris Impellitteri), 다임백 대럴(Dimebag Darrell), 세바스천 바흐(Sebastian Bach), 조지 린치(George Lynch) 등으로 구성된 ‘메탈 드림팀’이 다시 한 번 ‘헌정 앨범’을 바친 것. 랜디 로즈는 이로써 두 번이나 ‘트리뷰트’를 받은 흔치 않은 음악인의 반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누가 연주해도 <Tribute>가 전하는 독특한 느낌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두 번 다시 들을 수 없는 음악이기에 팬들의 애틋함은 증폭된다. 그가 생전에 남긴 소수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타오르는 걸작 라이브 앨범이다.

랜디 로즈는 이 음반을 통해 헤비메탈은 차가운 금속 물체가 아니라 따뜻한 피가 흐르는 유기체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메아리의 깊이로 치자면 <Blizzard Of Oz> 도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한다. 신파도 이쯤 되면 고급이다.

- 글 / 이경준 (zakkrandy@hanmail.net)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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