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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품으로 돌아간 라틴 아메리카의 어머니 - 메르세데스 소사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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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소사’라는 이름은 광대한 라틴 아메리카만큼 깊고 넓다. 그의 역사는 조국 아르헨티나 현대사의 질곡이자 라틴 아메리카의 거울이다.

지난 10월 4일 아르헨티나가 배출한 위대한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가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4세. 9월 18일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병원에서 신장 및 폐질환 치료를 받아오다 끝내 숨졌다. 소사의 주검은 24시간 동안 대중에게 공개된 후, 다음 날 묘지에 안장됐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그의 업적을 기려 3일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메르세데스 소사’라는 이름은 광대한 라틴 아메리카만큼 깊고 넓다. 그의 역사는 조국 아르헨티나 현대사의 질곡이자 라틴 아메리카의 거울이다. 또한 그의 목소리는 남미 민중의 희로애락이다. 그는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가감 없이 토해낸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 무게는 결코 가볍지가 않다.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하염없이 흐느끼기도 하고, 환한 미소를 짓기도 한다. 『뉴욕 타임즈』는 ‘희망과 정의의 목소리’라고 극찬했다.

그는 또 ‘누에바 깐시온 최고의 해석자’로 존경받고 있다. 소사는 싱어송라이터는 아니지만, 구전되어 오던 민요나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들을 아주 훌륭하게 해석하는 걸로 정평이 나있다. 「Gracias a la vida (삶에 감사하며)」가 대표적이다. 칠레 여가수 비올레따 빠라(Violeta Parra)가 만든 이 곡은 메르세데스 소사의 노래로 더 유명하다.

민중의 마음을 노래하는 메르세데스 소사를 군부 정권이 가만둘 리가 없었다. 소사는 1970년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를 체포와 투옥, 망명 등 고통과 시련으로 보내야만 했다. 시대는 그를 투사로 만들었다. 그는 1988년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좌파 여성입니다. 하지만 어떤 정파에도 속해있지 않죠. 아티스트는 모든 정치적인 정파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난 인간의 권리를 믿죠. 난 진정한 평화를 원합니다.”라고 자신의 정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바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어머니는 1980년대부터 까에따누 벨로주(Caetano Veloso), 미우똔 나시멘뚜(Milton Nascimento), 가우 꼬스따(Gau Costa) 등 라틴 음악 거장들은 물론이고, 나나 무스꾸리(Nana Mouskouri), 루치오 달라(Lucio Dalla), 루치아노 파바로티, 안드레아 보첼리 같은 유럽의 인기 가수들, 그리고 존 바에즈, 스팅 등의 팝 스타들과 함께 작업을 하며 세계적인 지명도를 획득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노래 속에 저항에 대한 의지가 사라졌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전 세계 민중을 위해 노래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건 나를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사람들을 위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노래는 변하게 마련입니다. 투쟁과 단결의 노래도 있고 인간의 고통에 대해 호소하는 것도 있죠. 이제 나는 민중에게 무슨 문제 제기를 하고 싶진 않았어요. 대신 새로운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반박했다.

소사는 자신이 태어난 대지의 품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가 이 땅 위에 뿌려놓은 주옥같은 노래들은 더욱 견고해지고 빛날 것이다. 우리네 삶의 여러 파편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 소사의 대표 앨범 5

<Mujeres Argentinas (아르헨티나 여인들)>(1969)

메르세데스 소사를 누에바 깐시온의 대표적인 가수로 올려놓은 음반.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아리엘 라미네즈와 시인이자 작사가인 펠릭스 루나가 합작으로 만든 여덟 곡이 소사의 웅장한 울림으로 담겨 있다. 앨범 제목에서 나타나듯, 이 작품은 아르헨티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여류시인 알폰시나 스토르니에 대한 노래 「Alfonsina y el mar (알폰시나와 바다)」가 제일 유명하다.




<Mercedes Sosa En Argentina (아르헨티나의 메르세데스 소사)>(1982)

1982년 스페인 망명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서 2월 18일부터 28일 사이에 부에노스아이레스 오페라 극장에서 가진 공연의 최고 순간들만을 모아 높은 작품. 3년 만에 고국 무대에 선 메르세데스 소사의 감격적인 인사와 노래가 관객들의 환호성과 끊임없이 랑데부하고 있다. 대표곡 「Gracias a la vida」와 레온 히에꼬의 명곡 「Solo le pido a dios」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Misa Criolla>(1999)

아르헨티나 작곡가 아리엘 라미네즈가 1962년 라틴 아메리카 민중들을 위해 만든 토속 미사 음악을 메르세데스 소사의 목소리로 감상할 수 있는 음반. 남미 지역의 토속 음악과 서양 카톨릭 미사 형식이 결합되어 독특하면서도 경건한 느낌을 준다. 메르세데스 소사의 목소리는 신(神)을 위해 순례를 떠나는 민중의 마음이다. 「Kyrie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와 「La peregrinacion (순례)」를 추천한다.





<Corazon Libre (자유로운 마음)>(2005)

2003년 지병인 심장병의 악화로 활동을 중단해, 월드 뮤직 팬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겨줬던 메르세데스 소사가 자신의 건재함을 알린 작품. 일흔이 넘은 나이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자유, 그 자체다. 단출한 악기편성에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오히려 풍성하고 꽉 찬 느낌이다. 세월의 흔적이다. 「Los ninos de nuestro olvido (우리 망각 속의 아이들)」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앨범 커버는 존 바에즈가 직접 그렸다.





<Cantora (가수)>(2009)

메르세데스 소사의 유작 음반. 이 작품이 발표된 후 며칠 뒤 소사는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가수’라는 앨범 타이틀이 더욱 와 닿는다. 메르쎄데스 소사와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실력파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해서 만든 듀엣 형식의 작품이다. 피토 빠에즈, 까에따누 벨로주, 찰리 가르시아, 조앙 마누엘 세라 등 최고의 음악 거장들과 소사의 입맞춤은 환상적이다. 「Zamba del cielo (하늘의 삼바)」 「Desarma y sangra (무장 해제하고 피를 흘리다)」 등 모든 노래들은 울림이 크다.




- 글 /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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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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