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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Old School - 올드 스쿨 명반 10선

올드 스쿨 시기의 명반과 1980년대 후반까지 초기 힙합의 황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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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의 태동을 알린 올드 스쿨 시기의 명반과 1980년대 후반까지 초기 힙합의 황금기를 수놓은 위대한 스승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것만 해도 힙합 입문자뿐만 아니라 마니아들에게도 또 다른 감흥을 느끼게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미덕은 음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각종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며 대책 없는 비행을 저지르는 힙합 슈퍼스타들도 유년 시절부터 나름의 롤 모델이 있었으며, 공공연하게 음악과 매체를 통해 존경심을 내비치기도 한다. 힙합의 현재는 과거와 분절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과거의 명작들을 접하다 보면 음악의 발전이 꼭 시간의 경과와 일치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힙합의 태동을 알린 올드 스쿨 시기의 명반과 1980년대 후반까지 초기 힙합의 황금기를 수놓은 위대한 스승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것만 해도 힙합 입문자뿐만 아니라 마니아들에게도 또 다른 감흥을 느끼게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랜드 마스터 플래시 앤 더 퓨리어스 파이브(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 <The Message>(1982)

1982년 그랜드 마스터 플래시와 그를 위시한 5명의 재담꾼이 <The Message>를 발표하기 이전까지, 힙합은 단지 파티 전문 DJ가 재생하는 음악에 맞춰 단발적인 추임새를 덧붙이는 유희 행위에 불과했다. <The Message>는 앨범 명에서도 드러나듯이 랩의 정의를 의미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말장난의 단계에서 구체화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발화 행위로 승화시킨 기념비적인 앨범이다. 동명 타이틀인 그들의 대표곡 「The message」가 흑인 밑바닥의 삶을 그 어떤 시보다 적나라하게 표현하였다는 점은, 두꺼비처럼 자기 과장에만 몰두해 있는 작금의 힙합 뮤지션들에게 일깨우는 바가 크다. 또한 순간적이면서도 즉흥적인 여흥을 즐기려는 목적이 강했던 나머지 구체적인 기록물로 저장, 전파되지 못했던 한계를 레코드판을 통하여 최초로 뛰어넘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턴테이블리즘에 기초하여 전개되는 스크래칭 파열음의 향연과 펑키한 사운드는 올드 스쿨 힙합의 계보를 잇는 기본 모델로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된다.

엘엘 쿨 제이(LL Cool J) <Radio>(1985)

요즘엔 영화 스크린을 통해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엘엘 쿨 제이지만 1985년 첫 데뷔 앨범을 발표했을 당시에만 해도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음악성을 겸비했으며, 뛰어난 패션 센스까지 지니고 있던 일대의 트렌드세터였다. 약관에도 못 미치는 만 18살의 나이에 발표한 <Radio>는 이에 걸맞은 패기와 대담함으로 가득 차있는 앨범이다. <Radio>는 수많은 히트 앨범과 함께 현재까지도 앨범 프로듀싱 능력의 건재함을 증명하고 있는 릭 루빈(Rick Rubin)의 존재를 알린 작품이기도 하며, 그에 의해 창조된 간결하면서도 단단한 드럼 비트가 빈틈없이 펼쳐진다. 스피커를 진동시킬 정도로 거세게 증폭되는 「Rock the bells」와 「I can't live without my radio」의 바운싱은 길거리 문화를 꽃 피워가던 춤꾼들의 미각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또한 저돌적인 비트는 자신감 넘치면서도 때로는 당돌한 메시지로 꾸며진 가사와 결합하여 십대 청소년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유도했고, 대중적인 성공으로 인하여 엘엘 쿨 제이는 십 대들의 롤 모델로 자리 잡으며 그의 랩을 따라하며 래퍼의 꿈을 키워나간 수많은 지망생들을 양산시켰다.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 <Planet Rock>(1986)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과 로저 트라웃먼(Roger Troutman)의 잽(Zapp)을 거쳐 펑크(funk)의 흐름은 아프리카 밤바타에 의해 결국 힙합이라는 새 물결과 마주치게 된다. <Planet Rock>은 일렉트로 펑크(electro funk)의 정석을 제시하며 기계적인 효과음과 미래지향적인 사운드가 앨범의 기본적인 토대를 이루고 있지만, 그 위에 구축된 구체적인 구성물들은 다양한 장르에 기원을 둔 사운드가 혼합되어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유럽에 원류를 두고 있는 뉴 웨이브와 흑인 뮤지션들에 의해 체계화된 디스코 뮤직 등은 아프리카 밤바타의 손길에 의해 <Planet Rock>에서 결합하여 이후 프리스타일 계열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현재 힙합 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전자 사운드와 랩의 결합 공식이 이미 20여 년 전에 완벽하게 구현되었다는 점은 그만큼 시대를 앞서 간 선각자의 칭호를 붙이기에 충분하다. 엄밀히 따지자면 아프리카 밤바타를 단순히 힙합 장르에 국한시킨 아티스트로 규정짓는 것은 그의 광대한 음악적 스펙트럼에 누가 되는 발언이지 않을까.

런 디엠씨(Run DMC) <Raising Hell>(1986)

198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힙합의 양상은 또 다른 티핑 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이전까지 힙합 음악을 흑인들이 향유하던 하위문화로 인식되던 상황에 반기를 들고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견인하게 된 데에는 런 디엠씨의 공로는 절대적이었다. 주지하다시피 런 디엠씨의 <Raising Hell>은 록과 힙합의 융화를 실현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단순히 장르적 교배를 뛰어넘어 백인과 흑인의 대표 음악 장르간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이 앨범이 가지고 있는 의의는 명확하며 이는 에어로스미스(Aerosmith)와 조우한 「Walk this way」에서 구체화되었다. 렙 런(Rev Run)과 디엠씨(D.M.C)가 윽박지르듯 쏟아내던 파워풀한 래핑은 록의 거칠 질감과 뒤섞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였고, 결국 이는 대중적인 성공으로 연결되어 힙합 음악의 가능성을 가시화한 성과를 획득하였다. 음악뿐만 아니라 이들은 시각적인 요소까지 심혈을 기울인 영리한 면모를 드러냈고, 올드 스쿨의 이미지는 결국 런 디엠씨 스타일로 귀결되는 학습 효과를 유도하기까지에 이르렀다.

비스티 보이스(Beastie Boys) <Licensed To lll>(1986)

비스티 보이스는 1986년 데뷔작인 <Licensed To lll>을 발표하면서 힙합과 록의 교배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비평가와 팬들 사이에서 비교의 대상으로 런 디엠씨와 자주 언급되었다. 이들은 힙합과 펑크의 심연에는 저항과 반발이라는 공통분모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실증을 통해 대중에게 제시하였다. 그룹 결성의 시초가 펑크 록 밴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음악 세계에서 표출되었던 하드코어적 성향은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다소 신경질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샤우팅에 가까운 래핑을 고수하며 파티를 즐기고(「Fight for your right」), 여성에 대한 관점을 적나라하게 표현할 때(「Girls」)는 영락없는 동네 소년에 가깝다. 비록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운드의 특성이 펑크 록(punk rock)에 가깝지만, <Licensed To lll을 빛내고 있는 주옥같은 명곡들이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에 일정 부분 빚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도 명작을 즐기는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에릭 비 앤 라킴(Eric B & Rakim) <Paid In Full>(1987)

1987년은 힙합 음악의 랩 방법론에 일대 개혁을 일으킨 해로 기억될 것이다. <Paid In Full>에서 19살의 라킴이 창조해 낸 가사와 플로우는 이전까지 통용되어온 랩 방법론에 거스르는 독창적이면서도 고차원적인 결합물이었다. 여타의 래퍼들이 박력 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랩을 구사했다면, 오히려 라킴은 가급적이면 불필요한 힘을 목소리에서 빼며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에 탁월한 면모를 드러냈다. 하지만 정작 라킴이 최고의 래퍼라는 칭호를 붙이기에 주저하지 않는 이유에는 랩 가사에 있어서 라임의 배치를 시의 영역이자 예술의 경지까지 부상시킨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사로 표현되는 문장 사이에서 적절하게 배치된 라킴의 라임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침해하지도 않으면서도 플로우의 진행에도 역행하지 않는다. 또한 불과 19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표현력과 기발한 메타포 사용은 랩의 외연을 확대시키기에 충분했다. <Paid In Full>은 결국 1980년대 후반 힙합 황금기의 막을 여는 전주곡이자, 수많은 랩 천재들을 탄생시킨 교과서적인 앨범이었다.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1988)

스스로를 공공의 적이라 규정지으며 잠자고 있던 흑인의 사회 비판 의식을 각성할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이들은 당시로는 매우 급진적인 메시지를 살포하며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를 안겨다 주었다. 퍼블릭 에너미는 곳곳에 산재하고 있는, 흑인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사회 제도의 불합리성을 힙합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 전파하고, 동지들을 결속하여 봉기할 것을 독려했다. 척 디(Chuck D)와 거대한 시계를 목에 걸고 행보하는 기행적인 이미지로 유명한 플레이버 플랩(Flavor Flav)의 호소력이 넘치는 강렬한 래핑은 다분히 선동적인 웅변을 연상케 하였다. 이들은 흑인에게 구속된 속박을 옥죄는 요인을 흑인 자신뿐만 아니라 매스 미디어, 국가 조직 등으로 삼고, 후폭풍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담함으로 일갈했다.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보다는 말콤 엑스(Malcolm X)에 가까웠던 이들의 행보는 말초적인 유희에 빠져있던 블랙 커뮤니티 내부의 문제를 날카롭게 제시한 선동가와 다를 바 없었다.

엔더블유에이(N.W.A) <Straight Outta Compton>(1988)

퍼블릭 에너미를 통해 블랙 커뮤니티의 결속력을 응집시킬 도화선을 마련했다면 엔더블유에이는 직접적이고 위협적인 파괴의 언어로 폭발했다는 것에 의의를 들 수 있다. 사운드의 측면에서는 닥터 드레(Dr. Dre)에 의해 창조된 둔탁한 드럼 비트는 지금 들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감각을 뽐내고 있으며, 디제이 옐라(DJ Yella)의 스크래치 사운드와 적절한 효과음의 사용은 아드레날린을 촉진시키는 한편, 갱스터 랩 특유의 긴장감을 확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앨범 내에서 눈여겨 볼만한 유의 사항은 이들이 쏟아내고 있는 래핑의 대담함이다. 대표곡 「Fuck tha police」의 가사는 비합법적 범죄 행위에 익숙해 있던 멤버들의 가치관과 실생활 그 자체이며, 인종 차별적 부조리에 더 이상은 가만있지 않겠다는 선전 포고나 다름없다. 실제로 1992년 일어난 LA 폭동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전혀 근거 없는 사실이 아니며 가장 정력적인 활동을 벌인 1980년대 말, FBI가 이들을 요주 대상으로 삼았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퀸 라티파(Queen Latifah) <All Hail The Queen>(1989)

지금이야 각자만의 개성을 지닌 여성 래퍼들이 활동 영역을 진취적으로 넓혀가고 있지만, 그러한 기반을 닦아 놓은 공로는 응당 퀸 라티파에게 돌려져야 할 것이다. 지극히 남성 중심적이었던 힙합 영역에서 여성 래퍼가 무대 한가운데로 부상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음악 내부에서 성적 다양성을 확보해나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된 엘엘 쿨 제이처럼 퀸 라티파 역시, 일반 대중에게는 뮤지컬 영화에 자주 출연한 배우로 인식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외모에서 느껴지는 풍채에 걸맞은 미국 힙합의 ‘큰 어머니(big mama)’이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하우스 비트 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래핑이 인상적인 「Come into my house」와 함께 정신없이 흘러나오는 속사포 래핑이 일품인 「Dance for me」도 그녀의 데뷔 앨범을 수놓고 있는 곡이다. 또한 퀸 라티파는 여성 권리 신장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페미니즘적인 메시지를 담은 「Ladies first」를 발표하면서 대중의 뇌리에 더욱 깊숙이 각인되었다.

드 라 소울(De La Soul) <3 Feet High And Rising>(1989)

음악적 정당성의 기준에 의하여 샘플링을 바라보는 시각이 분분하지만, 힙합 음악에 있어서 샘플링이란 결코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드 라 소울은 샘플을 추출하는 프로듀서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아티스트이다. 기존의 명곡은 물론이고 음악으로 표현될 수 있는 효과적인 소리라면 가리지 않고 활용했던 이들의 실험 정신은 분명 '힙합 사운드의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갱스터 랩이 본격적으로 창궐하고 있던 시점에 데 라 소울은 상식을 뒤엎는 역발상적인 자세로 독자성을 확보하였다. 지극히 현실적인 세속적 향락을 절대가치로 삼은 트렌드에 역행하여 약물을 멀리하기를 권유하는 「Say no go」와 추상적인 묘사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Me myself and I」는 청취자에게 생경한 느낌을 증여하는 흥미로운 곡이다. 메시지뿐만 아니라 앨범 재킷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포근하게 채색된 사운드는 지나치게 경직된 힙합에 대한 선입견을 연성화한 힘이었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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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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