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시장을 초토화한 틴 팝의 위력 -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 <Millennium>

그들의 앨범은 21세기 첫해를 홱 잡아챈 틴 팝의 성공 수표였다. 나오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자그마치 1,000만 장을 웃도는 가공할 판매고를 기록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우리 대중음악계는 하루가 다르게 아이돌 그룹의 수가 늘어나는 중입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기존에 있는 보이 밴드, 걸 그룹의 아성을 깨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곤 하지만요. 한국의 이런 아이돌 그룹 붐을 일으킨 건 1990년대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뉴 키즈 온 더 블록이나 테이크 댓의 영향이 크겠죠. 어느 순간 이들도 예전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시들해졌지만, 그 열기는 엔싱크와 백스트리트 보이즈 같은 팀이 고스란히 계승하게 됩니다. 새천년에 들어서기 전, 단 두 장의 앨범으로 지구촌 스타로 급부상했던 백스트리트 보이즈가 다가오는 10월 새 앨범으로 2년 만에 컴백한다고 하는데요, 예전의 명성을 재현할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 <Millennium>(1999)

그들은 그룹명대로 뒷골목 아이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팝 시장의 맨 앞줄에 서서 화환 세례를 독점한 부러운 아이들이었다. 1990년대 후반, 새천년을 넘볼 무렵 시장은 얼터너티브 록, 갱스타 랩, 펑크 그리고 테크노도 물러가고 이제 그들의 ‘틴 팝’ 차례였다.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는 그들의 후원자인 어린 10대들의 전폭적인 환호 아래 사상 유례가 없는 성공 사례를 창출한 틴 팝의 전방위 선두였다. 세기말과 뉴 밀레니엄을 잇는 불안정기는 그들의 손아귀에 빨려 들어가면서 마지막 안정기의 화염을 뿜었다.

그들은 오랜 세월을 기다렸다. 결성과 동시에 성공한다는 것은 흐름에 견주어 애초 불가능했다. 그들이 솟아오르려면 절대 원군(援軍)인 10대들이 나서야 했다. 하지만 백스트리트 보이즈가 출현한 때는 20대들의 록과 힙합이 대세를 주고받고 있던 시대였다. 고전을 면치 못한 채 그룹은 아예 미국을 떠나 유럽을 활동 근거지로 삼아야 했다.

멤버 닉 카터는 1999년 록 전문지 『롤링스톤』에 시작기의 고통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우리가 처음 앨범을 냈을 때 스눕 도기 독(Snoop Doggy Dogg)은 큰 존재였다. 너바나(Nirvana)는 더 큰 존재였다. 우리는 순환하는 사이클의 나쁜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세기의 끝자락이 다가오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음반이 팔려 나가면서 세상은 그들 편이 되었다. 이제 애써 음악적 만족도를 위해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처럼 보였다. 키드들의 감각을 맞춘 씩씩한 리듬과 달콤한 멜로디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백스트리트 보이즈는 그런 상궤의 버블 검 음악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흠잡을 수 없이 완벽하게 주조된 음악이라면 ‘10대들을 꼬드기는 상업성’이라는 재래식 비판을 가뿐히 넘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들의 앨범 <Millennium>은 21세기 첫해를 홱 잡아챈 틴 팝의 성공 수표였다. 나오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자그마치 1,000만 장을 웃도는 가공할 판매고를 기록했다. 그것은 틴 팝의 승리가 아니라 ‘완벽한 팝’이 만들어낸 승전보였다. 보이 밴드 음악이라고 잘 만든 음악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

늘어난 미국, 아니 전 세계의 10대 청소년들을 겨냥한 음반 기획사 자이브(Jive)의 시선은 예리했다. 자이브가 속한 좀바 뮤직 그룹의 총수 클라이브 콜더(Clive Calder)는 백스트리트 보이즈에, 외부의 시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고화질 음악’을 심었다. 음반사의 기획력과 패권 의지, 그리고 그것을 음악으로 실현한 작곡자이자 프로듀서 맥스 마틴(Max Martin)의 역량은 광채를 발했다.

3집이 되는 이 앨범은 그들의 가장 성공한 앨범이기도 했고, 음악적으로도 정점을 선사했다. 리듬감이 살아 숨 쉬는 발라드 곡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맥스 마틴식’ 리듬인 약간은 변칙적인 ‘팝 정글리듬’을 취한 댄스곡이 활기를 띠면서 총 13곡 모두에 높은 완성도를 부여했다. 멤버들은 최선의 보컬을 들려주었고 화음도 좋았다. 음악의 두 핵(核)이라 할 멜로디와 리듬감을 모두 포획한 것이었다.

첫 싱글 「I want it that way」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것은 멜로디 감성을 자극하는 동시에 리듬으로 살짝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전형적인 ‘리듬 플러스 멜로디’ 트랙이었다. 이 곡은 2000년 『롤링스톤』과 MTV가 공동 선정한 ‘위대한 100곡의 팝송’에서 당당 10위를 차지했다. 뒤를 잇는 「Show me the meaning of being lonely」 또한 리듬감이 살아 숨 쉬는 전형적 그들 식의 발라드였다. 그들은 너무도 절묘하게 리듬과 멜로디의 경계선을 넘나들었다.

댄스의 매력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이어서 맥스 마틴은 「Larger than life」를 통해 전형적인 팝 정글리듬에 록의 느낌을 주는 강한 기타 배킹을 사용, 댄스의 생명이라 할 역동성을 살려냈다. 유사한 패턴인 「It's gonna be you」와 「The one」등도 최신 리듬을 구현하면서 10대들의 귀와 발을 마음껏 유린했다.

백스트리트 보이즈는 이 앨범 이후 점점 침잠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이미 다른 틴 팝 가수들을 전면에 불러낸 뒤였다. 같은 회사의 라이벌 그룹 엔싱크(N'sync)는 백스트리트 보이즈보다 더 짧은 기간에 더 많은 앨범을 팔아치웠으며,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lera)등 소녀 팝 가수들도 속속 성공 노선을 밟았다.

그들은 틴 팝 시장의 폭발을 견인했지만 그 못지않은 후유증도 남겼다. 그들과 더불어 만연한 성공지상주의로, 음악계는 예술이 아닌 산업(business)의 지배 체제로 변해 아티스트는 남지 않고 자본과 상술이 판을 치게 되었다. 이후 그들과 같은 성공을 꿈꾸는 틴 팝 밴드와 솔로 남녀 가수들이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에 걸쳐 ‘지겨울’ 만큼 쏟아져 나왔다.

음악 산업은 음악가를 돕는 게 아니라 스스로 가능한 키드들을 발굴해 매출을 채우기에 골몰했다. 흐르는 세월에 불구하고 두고두고 듣는 음악의 예술성은 뒷전이었다. 그들은 오로지 앨범의 ‘유통기한’만을 생각했다.

글 / 임진모 (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4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오늘의 책

김기태라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장르

2024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 김기태 소설가의 첫 소설집.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등 작품성을 입증받은 그가 비관과 희망의 느슨한 사이에서 2020년대 세태의 윤리와 사랑, 개인과 사회를 세심하게 풀어냈다. 오늘날의 한국소설을 말할 때, 항상 거론될 이름과 작품들을 만나보시길.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율의 시선』은 주인공 안율의 시선을 따라간다. 인간 관계는 수단이자 전략이라며 늘 땅만 보고 걷던 율이 '진짜 친구'의 눈을 바라보기까지. 율의 성장은 외로웠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진심으로 안아주는 데서 시작한다.

돈 없는 대한민국의 초상

GDP 10위권, 1인당 GDP는 3만 달러가 넘는 대한민국에 돈이 없다고? 사실이다. 돈이 없어 안정된 주거를 누리지 못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누구 탓일까? 우리가 만들어온 구조다. 수도권 집중, 낮은 노동 생산성, 능력주의를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선진국에 비해 유독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왜 대한민국 식당의 절반은 3년 안에 폐업할까? 잘 되는 가게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장사 콘텐츠 조회수 1위 유튜버 장사 권프로가 알려주는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장사의 기본부터 실천법까지 저자만의 장사 노하우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