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하나보다는 여럿이 좋아 - 드렁큰 타이거 & 조나스 브라더스 & 하우스 룰즈
드렁큰 타이거 <Feel gHood Muzik: The 8th Wonder> - 깊고 진한 인간의 냄새.<br> 조나스 브라더스 <Lines, Vines And Trying Times> - 팝과 록 음악에 경의를 표함.<br> 하우스 룰즈 <Pool Party> - 하우스 음악으로 무더위를 날리자!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포드’의 창립자이며 ‘자동차 왕’이라 불리는 헨리 포드는 생전에 “모이는 것은 시작이고, 함께 있는 것은 진전이며, 협력하는 것은 성공이다.”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혼자서라도 성실하게 모든 일을 처리해서 엄청난 성과를 이루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이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서로 어깨를 맞대고 노력해 원한 바를 성취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이런 게 요즘 사회에서 필요한 상생의 첫 단계일 듯합니다. 음악계에서도 이런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일반 대중은 잘 모르는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을 대거 초빙한 드렁큰 타이거, 함께 있기에 멋진 음악이 나오는 세 형제, 조나스 브라더스, 더욱 근사한 댄스음악을 표현하기 위해 댄서와 프로듀서가 뭉친 하우스 룰즈. 이들의 새 앨범은 시작과 진전, 성공으로 가는 과정을 충분히 이행한 예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 <Feel gHood Muzik: The 8th Wonder>(2009)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일반 대중에게 좁게는 무브먼트 크루의 수장, 넓게는 ‘한국 힙합의 대부’로 각인되었지만,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소화하고 있는 일부 마니아들에게는 더 이상 음악적 접점을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 이빨 빠진 호랑이로 치부당하기도 하였다. 무대 위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표출하며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순간의 산화(散華) 이후에는 척수염이라는 또 다른 병마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힘들어했다. 타이거 JK의 내면에 혼재되어 있는 양면성은 그의 8집이 두 종류의 챕터로 분리되어 발표된 사실과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타이거 JK는 일반 대중과 마니아 양자의 귀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목표에 도전했다. 그렇다고 <Feel Good Side>와 <Feel Hood Side>로 나눠진 가시적인 구도가 대중성과 작품성의 동류항으로 이해될 필요는 없다. 전반적으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음반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2 CD 체제를 감행한 타이거 JK의 배포처럼, 각각의 수록곡들이 속해 있는 구획에 얽매이지 않는 청취자들의 개방성이 보장된다면 숨어 있는 랩의 묘미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8집의 수록곡에서 자주 다뤄지는 랩의 재료들은 힙합 뮤지션(특히 타이거 JK 본인의 입장에서는 중견 힙합 뮤지션)의 주위를 둘러싸 그들의 목을 옥죄고 있는 냉혹한 현실이다. 자신도 모르게 일신을 책임져야 할 운명에 도달하게 된 현실에 대하여 짧은 탄식을 내뱉는 「비켜가」와 우여곡절의 인생사를 숫자를 이용하여 재치 있게 풀어본 「숫자놀이」에서 이와 같이 씁쓸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8집이 허무한 신세 한탄의 연속으로 끝맺음되지는 않는다. 음악 한길을 걸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난제와 아픔은 역설적으로 음악을 통해서 해결책을 얻고 치유 받는다. 음악과 아티스트의 관계는 결코 끊어질 수 없는 사이임을 아내 윤미래와 엮은 「True romance」에서 새삼스럽게 깨달으며 힘을 얻게 되고, 그 연료는 뜨겁게 불타올라 한 마리의 광폭한 괴물(「Monster」)이 되어 음악에 대한 혼을 불사른다.
지금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8집 이전의 앨범에서도 나타났던 매커니즘이다. 하지만 8집에서 추가되는 두 가지 빠진 퍼즐 조각은 ‘가족’과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다. 「축하해」에서 타이거 JK는 아들 조단의 탄생으로 인한 환희를 감추지 못하고 마음껏 발산한다. 가사에서 드러나는 조단 사랑의 메시지는 추후 그의 작업물에서 변치 않는 모티브로 작용할 듯싶다.
8집 앨범에서는 전작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낯선 얼굴의 이름들이 대폭 참여했다. 이전부터 힙합에 관심을 가진 마니아라면 한 번쯤은 그들의 음악을 들어봤을 듯한 팔로알토(Palo Alto), 화나(Fana), 진보(Jinbo), 양갱의 참여는 선배 아티스트로서 이들이 좀더 대중적인 조명을 받게 하고 싶은 소박한 욕심이 담겨 있다. 힙합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불과 10년 전의 한국에서 고군분투하던 자신의 과거와 오버랩 되는 언더 뮤지션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잡음 속에서도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작업에 비견될 것이다.
사실 전설적인 래퍼 라킴(Rakim)의 참여로 인해 8집의 화두가 기형적으로 쏠린 기분이 없지는 않다. 또한 혹자는 투박한 가사와 갈지자로 혼란스러운 전체적인 앨범 방향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허나 랩 게임을 외면적으로 드러나는 스킬의 경연장으로만 이해한 나머지 진솔한 메시지를 간과해버린 랩 로봇의 가사보다 타이거 JK의 그것에서는 인간의 냄새가 묻어난다. 그것도 매우 깊고 진하게.
13,400원(19% + 1%)
14,700원(18% + 1%)
10,400원(20%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