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刻 |
骨 |
難 |
忘 |
새길 각 |
뼈 골 |
어려울 난 |
잊을 망 |
남에게 입은 은혜가 뼈에 새길 만큼 커서 잊히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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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결혼식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웬만큼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 아니면 초대장(청첩장)을 반드시 지참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소란스런 입구를 가까스로 통과한 일반 하객은 그때부터 본의 아니게 일종의 관객이 된다. 예식이 끝나면 한 편의 연극, 혹은 뮤지컬을 본 느낌으로 귀가하게 될지 모른다.
개그계의 거성으로 불리는 박명수의 결혼식 역시 노래와 춤, 코미디가 뒤섞인 호화 버라이어티쇼를 방불케 했다. 강호동, 이휘재, 김제동 등 TV를 틀면 쏟아져 나오는 연예인들로 객석은 차고 넘쳤다. 사회자는 이 시대 최고의 MC로 손꼽히는 유재석, 축하 공연 역시 오락 프로의 대명사 ‘무한도전’ 멤버들이 총동원됐다. 성시경의 감미로운 축가도 일품이었다. 이런 리얼 스토리를 드라마, 혹은 쇼 프로로 제작하자면 출연료만도 억대에 육박할 것이다.
이 화려한 결혼식에 쇼만 있었던 건 아니다. 드라마도 있었다. 마흔을 눈앞에 둔 박명수는 미모의 여의사를 배필로 맞이하기 위해 무던히 애태웠다고 자백했다. 깨질 뻔했던 위기도 여러 차례 있었던 듯하다. 결혼식 당일 뮤직비디오로 보여준 ‘바보에게 바보가’라는 노래를 미리 장모님 앞에서 불러 허락을 받아냈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도 나왔다.
주례를 맡은 나에게도 이 결혼은 인연이 각별하다. 알고 보니 신부의 아버지는 30년 전 동료 교사였다. 나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입대를 미룬 채 모교에 부임한 새내기 국어 교사였고 그분은 갓 결혼한 미남 수학 선생님이었다. 첫딸을 낳았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가물거린다. 제대 후 방송사에 입사하면서 소식이 끊겼는데 이번에 박명수 덕분에 30년 전 직장 동료들과 감격의 조우를 하게 됐다.
‘일요일 일요일밤에’를 연출할 당시 ‘시네마천국’이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어느 날 분위기 전환용으로 연기대상 시상식을 패러디한 적이 있다. 신인이던 박명수는 그 당시 주로 바보 역할을 맡았는데 어떤 상황, 어떤 배역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즐겁게 연기했다. 그 모습이 가상해서 신인 연기상을 주었는데 그 후 나를 만날 적마다 그 상이 제 인생에 등불이 됐다는 말을 했다. 정식으로 상을 준 것도 아니고 코미디 프로에서 웃기려고 준 상에 그토록 감사해하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거성’이 된 후에도 그 마음, 그 태도가 달라지지 않은 게 신기했는데 드디어 인생 제2막의 증인이 되어 달라고 내게 요청을 한 것이다.
예식장에서 만난 미남 수학 선생님은 이제 반백의 교감 선생님으로 변했다. 아직도 신랑이 불안하고 걱정된다는 장인의 농 섞인 말에 나는 진담으로 화답했다.
“그의 무한도전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눈에 보이는 외양은 일부이고 속속 드러날 재능이 무궁무진하다.”
살아보니 세상의 바보는 두 종류다. 받은 걸 금세 잊어버리는 바보와 받은 건 반드시 되돌려주는 바보. 15년 동안 지켜 본 박명수는 물론 후자다. 은혜 갚는 바보가 승리하는 세상을 보여준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주철환의 사자성어>는 춘명출판사와 함께하며, 매주 목요일 총 10편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