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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 프로이트의 알기 쉬운 교양강좌 - 『정신분석학 입문』

『정신분석학 입문』에서 다루는 내용은 크게 세 덩어리입니다. 실수, 꿈, 신경증(노이로제)라는 세 가지의 상황을 프로이트는 하나하나 풀어 가면서 의식이 자리하는 저 너머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의 비밀을 벗겨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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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Document 20세기 이후의 인류를 이해하려면 세 사람으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니체,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그 세 사람으로 꼽힙니다. 세 사람의 저서는 대중적으로 읽혔다고 하기엔 좀 난해한 부분이 있는데, 그 유명세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래서 세 사람은 각각 나름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르크스의 ‘빨갱이’, 니체의 ‘신은 죽었다’, 프로이트의 ‘변태’.

잠재의식과 그 속에 내재한 성적 욕망에 대한 에너지를 중심 주제로 다루는 바람에 ‘변태’ 딱지가 붙었고, 실제로 그의 이론이 치고나간 과감성에 대해 후대 학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남긴 업적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관심을 돌리고, 그 인간의 이성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근대의 시작이었다면, 그 이성의 보이지 않는 그늘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에게 처음 눈길을 준 것은 프로이트라고 봐도 무방하니까요.

그런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책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재미있고 어렵지 않은 책이 『정신분석학 입문』입니다. 실제 대학에서 의사와 일반인, 연구원, 대학생 등 다채로운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이 정리된 『정신분석학 입문』은 구성이나 흐름 등이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에 전혀 지식이 없는 독자라도 마치 <EBS 교양강좌>를 듣는 듯한 느낌으로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므로, 너무 프로이트라는 이름값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정신분석학 입문』에서 다루는 내용은 크게 세 덩어리입니다. 실수, 꿈, 신경증(노이로제)라는 세 가지의 상황을 프로이트는 하나하나 풀어 가면서 의식이 자리하는 저 너머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의 비밀을 벗겨 갑니다.

먼저 다루는 것은 ‘실수’입니다. 사람들이 살면서 일상적으로 일으키는 실수들이 언뜻 보기엔 우연한 일들 같지만, 프로이트는 그런 실수들에도 사실 어느 정도의 배경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경우입니다. 혼자서 짝사랑하는 이성이 있고, 우연찮게 도서관에서 옆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눈을 마주치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려고 했는데 그만 조용한 도서관에서 ‘어!’ 하고 큰 비명을 지르고 맙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상대 이성도 무슨 일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겠죠.

그냥 주변 분위기와 갑작스런 만남에 의해 벌어진 실수라고 여겨지지만, 프로이트는 다르게 짚습니다. 애초에 주인공은 상대를 열렬하게 원하고 있는 욕망을 가진 존재이고, 자아는 주변의 상황에 맞게 늘 감추어진 욕망을 통제하려 듭니다.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면 인사하고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겠지만, 욕망의 직접적 돌출과 이를 억제하려는 자아의 관념이 충돌하면서 ‘어!’ 하는 이상한 비명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욕망하는 무의식과 억제하는 자아간의 충돌로 인한 실수는 여러 가지입니다. 중요한 회의에서 갑자기 이해가 되지 않는 헛소리를 혼자 주절거리거나, 우산을 가져온다는 것이 면도기를 가져온다거나 하는 헛웃음만 나오는 실수들이 우리 주변에는 상당수 존재합니다. 프로이트는 모든 실수가 단지 건망증 같은 것에서 비롯되는 우발적 상황이 아니며, 그 실수의 내면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욕망과 제어의 충돌이라는 자아 내면의 흐름을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결과로 나타나는 또 다른 무의식의 출현은 바로 ‘꿈’입니다. 꿈의 종류는 수없이 다양합니다. 어제 겪었던 일들이 좀 이상하게 변형되어 그날 밤에 꿈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전혀 나의 일상과 무관한 인물과 사건이 나타나서 깬 다음에도 고개를 갸웃갸웃하게 만드는 꿈도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생전 한 번도 실물로 본 적이 없는 용의 실체를 꿈속에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그 케이스입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꿈의 발현 또한 앞서 언급한 실수와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고 이야기합니다. 무의식이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을 제어하려는 자아. 그 충돌의 과정이 꿈이라는 결과물을 인간의 영혼에 심어준다는 것입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지나다가 갈색 사냥개가 내 뒤를 쫓아오는 것을 보았다. 개는 내 발뒤꿈치를 물었는데, 도무지 떨어지지 않는 사냥개를 나는 한참 매달고 달리다가 어느 돌계단에 앉아서 손으로 잡아 떼어내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그 장면이 아프거나 기분 나쁜 것은 아니었다. 건너편에서는 웬 중년 부인 두 사람이 앉아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실제 어느 환자의 꿈을 예시로 든 프로이트는 꿈을 꾼 사람의 진술을 종합하여 아래와 같은 해석을 도출합니다.

환자는 한 여성에게 연모의 감정을 품고 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딱히 접근할 방도는 없었다. 환자는 남들이 놀랄 정도로 개를 다루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었고, 마침 여성은 사냥개를 데리고 다녔다. 환자의 꿈에 개가 나온 것은, 환자의 무의식이 여성을 욕망했기 때문이다. 단, 여성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그의 자아가 꿈에서 여성 자체를 필터링했기 때문이다. 마치 검열받은 신문처럼 군데군데가 지워진 채 꿈은 완성되지만, 그 파편을 살펴보면 본래 무의식이 욕망했던 것을 찾을 수도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1856~1939)
이렇게 꿈틀거리는 무의식의 욕망을 프로이트는 ‘리비도Libido’라는 말로 정의합니다. 본능을 있게 하고 발현시키는 원천으로서의 리비도는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가지는 근원적인 욕망에의 힘입니다. 먹고, 싸고, 교미하는 가장 본능적인 행위에 충실한 이 욕망은 그러나 사회화라는 체계에 의해서 제약당합니다. 유아는 배변의 본능에서 쾌감을 느끼고 그 행위를 욕망하며, 배설물 자체를 자기 신체의 일부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회화의 과정에서 그러한 본능을 제약당합니다. 그리고 사회화된 자아는 자신의 그러한 본능을 감추게 되면서 리비도의 영역은 의식이라는 가시적 자아의 저 안쪽으로 숨어듭니다.

이렇게 무의식과 자아의 대립을 통해 인간의 행위 전반, 의식 전반에 대한 설명을 프로이트는 강의하는 듯한 대화체로 서서히 풀어나갑니다. 『정신분석학 입문』은 그렇게 일상적인 사례와 예시부터 시작하여 프로이트 이론의 주요 개념인 이드, 에고, 리비도, 발달과 퇴행 등을 조금씩 잡아 나가며, 마지막에는 신경증이라는 정신병리학적 요소의 근원과 치료에까지 언급하면서 독자들에게 인간이 스스로의 인식을 바라보는 새로운 지평을 제시합니다.

프로이가 처음으로 발견하고 지적한 인간 무의식의 세계, 그리고 그를 통한 자아라는 존재에 대한 재인식은 이후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새롭게 연구되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자크 라깡과 같은, 프로이트의 후예로 일컬어지는 일군의 학자들은 프로이트 이론이 가지고 있던 과도한 성적 함의와 남근중심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무의식 세계를 제시한 바 있으며, 슬라보예 지젝에 이르러서는 마르크스의 잉여가치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응용한 ‘잉여쾌락’과 같은 개념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정신분석학이라는 분야는 사실 실제 들춰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일반 독자들의 ‘보편적 관심 범주’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한국에서 라깡이나 지젝의 인기는 상당한 수준이기도 합니다. 그 원류로서의 프로이트는 그래서 더 재미있고 관심이 가는 인물입니다.

프로이트의 책 중에서도 가장 입문서로 쉽고 재미있는 책이 오늘 소개한 『정신분석학 입문』입니다. 보통은 『꿈의 해석』을 가장 먼저 읽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꿈의 해석』은 프로이트의 기본 개념에 대한 설명이 약해 초심자들이 쉽게 넉다운되기도 하는 책이라고 여겨집니다. 일반 개론서나 개설서보다 쉽게 쓰여진 『정신분석학 입문』은 ‘변태’ 별명을 달고 다니는 프로이트를 그나마 친근하게 해주는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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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아하고 고고한 이미지가 되어버린 책 읽기가 어느 날부터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어디 가서 취미가 책 읽기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책보다 좋은 것은 먼지 날리는 시골 비포장도로에서 하루 두 번 오는 버스 기다리며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그는 나이가 좀 더 들고 감성과 지성이 경륜으로 불릴 쯤이 되면 포크 가수로 전업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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