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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와는 다르다! - 『노다메 칸타빌레』
모든 것이 완벽한 캐릭터는 재미가 없다. 가끔은 완벽한 영웅의 성공담을 보고 배우는 것도 좋겠지만, 대개는 어딘가 어수룩하면서도 빛나는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욱 빠지게 된다. 인간미가 있는 천재가 더욱 친근한 것이다.
니노미야 토모코의 『노다메 칸타빌레』는 2004년 제28회 고단샤 만화상 소녀 부문 수상을 하고, 총 2,000만부가 넘게 팔린 대히트작이다. 당연한 수순으로 우에노 쥬리 주연의 TV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국내 방영된 <베토벤 바이러스>가 『노다메 칸타빌레』와 비슷하다고 해서 새삼스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한 케이블 채널에서는 <베토벤 바이러스>와 『노다메 칸타빌레』를 함께 편성할 정도로, 두 작품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괴짜들이 모인 오케스트라가 발전해가는 과정이라든가 이상한 콤플렉스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약간 비슷한 개성의 조연들 정도를 빼면 『노다메 칸타빌레』와 <베토벤 바이러스>의 공통점은 클래식 음악밖에 남지 않는다.
『노다메 칸타빌레』가 선발주자이기 때문에 원조라는 말도 가능하겠지만, 사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스토리나 캐릭터가 완전히 새로운 것도 아니다. 자신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동료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예술가나 자신의 세계에만 빠져 기행을 벌이는 예술가는 아주 익숙한 소재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장점은 전혀 새로운 인물이나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코믹한 만화적인 캐릭터가 아주 고상한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서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야릇한 즐거움이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최대 장점은 역시 캐릭터에 있고 <베토벤 바이러스> 역시 마찬가지다. 노다메와 치아키의 캐릭터 못지않게, 강마에의 캐릭터도 돋보인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있겠지만 그걸 표절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당하다. 오히려 비슷한 설정이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었다는 것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뒤늦게 『노다메 칸타빌레』를 본 이유는 <베토벤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화를 보기 시작하자 확 빨려 들어갔다. 다양한 악기가 모여 지고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처럼, 다양한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절묘한 드라마에 매혹 당한 것이다. 장래 희망은 지휘자이지만 다양한 악기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이유로 피아노과를 다니고 있는 치아키 신이치. 어느 날, 만취한 상태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노다 메구미의 집이었다. 온갖 쓰레기가 널려 있고 악취가 진동하는 속에서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하고 있는 노다메. 운명적인 만남 이후 노다메와 치아키의 기묘한 인연이 시작된다.
이미 말한 것처럼 『노다메 칸타빌레』의 캐릭터는 가히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노다메. 먹는 것을 좋아해 친구 도시락도 마구 훔쳐 먹지만, 요리는 물론 치우거나 정리하는 것은 최악이다. 방에서 곰팡이가 피는 건 약과다. 어떤 음악이건 듣기만 하는 것으로도 연주를 하는 재능이 있지만 정작 악보는 제대로 보지 못한다. 노다메와 만나 기묘한 콤비가 되는 치아키는 최고의 지휘자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릴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수영도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외국을 나가 원하는 스승에게 배울 수가 없었다. 자신의 재능이 그대로 썩어버릴 수 있다는 절망에 휩싸이지만, 엉뚱하게도 노다 메구미와의 만남을 통해서 좋은 방향으로 풀려간다. 매정한 듯도 하지만, 사실은 꽤 사람을 잘 챙기는 구석도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캐릭터는 재미가 없다. 가끔은 완벽한 영웅의 성공담을 보고 배우는 것도 좋겠지만, 대개는 어딘가 어수룩하면서도 빛나는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욱 빠지게 된다. 인간미가 있는 천재가 더욱 친근한 것이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메와 치아키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이유 때문에, 그들은 방황하고 있다. 치아키는 트라우마 때문에, 노다메는 느슨한 삶 때문에. 하지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치아키와 노다메가 만나면서 기묘한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노다메는 유치원 선생이 아닌 피아니스트로서의 길을 걸어가고, 치아키는 드디어 외국으로 나가 지휘자의 길을 가게 된다.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가진 인간적인 매력이 그들을 더욱 사랑스럽고 친근하게 느끼도록 한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이제 치아키와 노다메가 유럽으로 진출하여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길에 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성장을 하면서도, 그들이 가진 캐릭터의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노다메 칸타빌레』의 진정한 매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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