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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 Y염색체의 비극

정치·경제·사회·문화, 이 모든 방면에서 여성은 이미 남성을 추월했거나 추월하고 있다. 그나마 남성들이 생물학 분야에 기대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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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이야기』, 김성원 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4년 05월
『남편 생태보고서』, 김상득 저, 샘터, 2007년 11월
『남자의 미래』, 메리언 살츠먼 저/이현주 역, 김영사, 2006년 8월
『자연의 유일한 실수, 남자』, 스티브 존스 저/이충호 역, 예지, 2003년 12월

필자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말싸움하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 싸움은 항상 결과가 동일했습니다. 일방적인 게임이었으니까요. 어머니의 기가 막힌(?) 기억력과 ‘말발’에 아버지의 목소리는 자꾸만 작아지고, 끝내 아버지는 조용히 소주잔에 위로를 받고는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자라면 ‘저렇게 일방적으로 깨지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필자도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필자의 모습도 어릴 때 봤던 아버지의 모습과 똑같이 되어버린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코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남자들은 절대로 여자에게 말로 당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10년 전에 일어난 일을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는 여자들의 초능력을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어떤 책에 보니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남자는 과거의 일을 기억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에너지 낭비다.” 즉, 여자들이 과거에 벌어진 일에 대해 모두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남자들은 그것을 기억할 필요가 없다는 아주 자조적인 말이었죠. 그 책의 필자도 아마 아내에게 호되게 당한 것 같았습니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수컷을 남자라고 합니다. 이 남자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요. 오늘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먼저 김성원의 『남자 이야기』(랜덤하우스코리아, 2004년)와 김상득의 『남편 생태보고서』(샘터, 2007년)를 통해서 남자들에 대한 우스운 이야기를 보겠습니다. 그리고 매리언 샬츠먼 등이 쓴 『남자의 미래』(김영사, 2006년)를 보면 21세기 현실에서 남자들이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물학 입장에서 남자를 본 스티브 존스의 『자연의 유일한 실수, 남자』(예지, 2003년)를 읽으면서 과연 남자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자포자기 상태가 될지도 모르죠.

***

남자들은 중고교 시절까지 새로운 학년으로 진급하여 학급 구성원이 바뀌면 쉬는 시간마다 교실에서는 싸움이 일어난다. 이는 ‘짱’을 정하기 위한 하나의 의례 행사다. 어느 정도 주먹의 순서가 정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싸움은 없어진다. 남자들은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다. 이 호르몬은 공격성과 적극성 등 남성성에 해당하는 특징을 만들어준다.

몇 년 전부터 출판계에서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 같이 남녀의 차이점을 다루고 있는 책이 많이 출판되었다. 정말 두 성은 많이 다르다. 화성과 금성에서 온 사람들처럼 둘은 말도 통하지 않았을뿐더러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도 아주 다르다.

오늘은 두 성 가운데 남성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남자’라는 존재의 정체성을 알아보자. 그들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웃기는 남자, 멍청한 수컷 이야기

“남자는 목도리 도마뱀이다. 목도리 도마뱀은 적을 위협하거나 암컷을 유혹할 때 목둘레에 있는 프릴을 우산처럼 활짝 펼친다. 이 화려한 프릴이 여자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슬며시 웃음이 났다. 정말 남자들은 그렇다. 필자도 남자이기에 이 부분에 그대로 공감이 갔다. 어쩌면 여자에게 남자의 마음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인류에게 있어서 춤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용기를 가지게 하는 춤과 다른 하나는 짝을 찾기 위한 춤이라고. 짝을 찾기 위한 춤은 다른 동물에게도 나타난다. 특히나 새들에게 있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은 기본이다. 지금도 춤을 잘 추는 남자들은 여성에게 인기가 좋다. 필자가 아는 사람 가운데 살사춤을 아주 잘 추는 사람이 있다. 그것 때문인지 그 주변에는 항상 아름다운 여자들이 있다(나도 춤을 배워야겠다).

가마우지의 구애춤.
(춤 이름: booby booby)
전철에 타면 중년의 남자들 중 몇몇 사람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다리를 벌리고 앉는다. 이들을 보통 ‘쩍벌남’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일단 영역 확보 때문이다. 개가 다니면서 오줌을 누며 자신의 영역을 표시해놓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능적인 행동이다. 그렇다면 영역 확보를 해서 어쩌자는 이야기인가. 사냥할 동물도 많고, 채집할 식물도 많으며, 적으로부터 잘 보호되고 안전한 영역을 확보하는 것은 짝을 찾는 데에 아주 유리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남자들의 행동에는 생존을 위한 것도 있지만, 여성을 확보하기 위한 부분도 있다.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들을 이렇게 부르나 보다. “아우! 이 짐승.” 남자들은 이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

남자는 결혼을 하면 ‘남편’이 된다. 이미 그는 짝을 찾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일부일처제는 남자들에게 아주 유리하다. 특히나 필자와 같은 보통 남자들에게는 아주 반가운 제도다. 일부다처제라면 알파 수컷이 이 세상 여자들을 독과점할 테니 말이다.

『남편 생태보고서』는 결혼에는 성공했지만 아내에게 한없이 약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현실의 남편 세계를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남편의 생태 공간인 ‘서식장소’에 대한 부분을 한 번 보자.

“이들은 주로 거실과 침대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팬티차림을 좋아해서 집에서는 거의 벗고 돌아다닌다. 아무 데나 드러누우며 신문이나 책을 보다가 잠들기도 하고 TV에서 하는 스포츠 중계를 공부하듯 보기도 한다. 몸에는 털이 많은데 이들이 돌아다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털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아무데서나 방귀를 뛰고 트림을 한다. 거실 소파는 이들 때문에 거의 침대가 된다. 이들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아내에게 달라붙어 아내를 귀찮게 한다.”(12쪽)

위의 글을 읽으면서 필자는 마구 웃을 수밖에 없었다. 글 속에 있는 남편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남자는 여자와 비교해서 털이 많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 대머리가 되기도 한다. 이것 또한 남성의 특징이다.

남편의 또 다른 특징을 보도록 하자.

“이들은 혼자 있고 싶어 하지만 막상 혼자 남겨졌을 때 자신의 자유를 곤혹스러워 한다. 독립적인 존재인 것처럼 굴지만 사실은 의존적인 존재다. 무리 지어 있을 때는 무리를 불편해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고립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이들은 언제나 고립과 무리를 오가느라 바쁘다. (…) 이들의 기억력은 아주 낮다. 그래서 이들은 각종 기념일이나 가족의 생일을 달력과 탁상용 달력과 다이어리에 기록해 둔다.”(58쪽)

남자는 외로움에 약하다. 부부 중에 남자가 먼저 죽으면 여자는 홀로 남아서 상당한 기간을 생존하지만, 아내가 먼저 죽었을 때 남자들은 몇 년 살지 못한다고 한다. 남자들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 형벌 가운데 ‘유배’는 남자들에게 아주 가혹한 형벌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외로움이 두렵다면 아내에게 평소에 잘해야 하고, 여자들을 기쁘게 하려면 생일이나 기념일을 잊지 않고 챙겨야 할 텐데, 남자들은 이 부분에도 젬병이다. 달력이나 다이어리에 표시를 해놓기는 하지만, 아내가 언질을 주지 않으면 그것을 쓴 것조차 잊어 먹는 것이 남자란 존재다. 여자가 곰국을 끓이면 이들은 두려워한다. 그것은 바로 혼자서 있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니 말이다.

남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여성 위에 군림해왔다. 학자들은 1만 년 전에 농경사회가 되면서 남성 우월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20세기 중반부터 뭔가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여성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마치 그동안 당했던 것에 대해 복수라도 하겠다는 듯이 아주 격렬했다. 그런데 그 반란이 실패로 끝났으면 남자들은 편했겠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반란이지만 여성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이제 남성들은 어찌 살아야 할 것인가.

그들의 이야기(His Story)는 이제 끝나고 그녀들의 이야기(Herstory)가 시작된다

21세기 들어 새로운 남성형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는 축구선수인 데이비드 베컴에서 시작되었으며,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이라고 부른다. 이 개념을 보도록 하자.

“대표적인 메트로섹슈얼은 대도시에 살거나 그 가까운 곳에 살면서 돈을 쓰는 젊은 남성이다. 그들이 대도시에 사는 이유는 최고의 상점, 클럽, 체육관, 미용실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동성애자, 이성애자 혹은 양성애자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자기 자신을 사랑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의 성적 취향은 기쁨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모델, 웨이터, 대중매체나 대중음악 종사자, 운동선수 같은 특별한 직업이 메트로섹슈얼의 관심을 끄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남성의 허영을 반영하는 제품이나 피부질환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한다.”(46쪽)

즉, 메트로섹슈얼은 소비 지향적이어서 명품 양복이나 좋은 옷차림을 선호하며, 자신의 외모를 위해 성형수술도 불사하며,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귀고리를 한다. 전통적인 남성 스타일과는 많이 다르다. 이들은 민소매 티셔츠를 선호해서 팔 근육과 함께 문신도 멋지게 새기고 다닌다. 어쩌면 이들에게서는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흘러넘친다. 즉, 메트로섹슈얼은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이다. 성에 있어서의 ‘통섭’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메트로섹슈얼의 대표적 인물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이들은 왜 이렇게 경계를 허물고 싶어 할까. 그것은 남성의 생존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메트로섹슈얼이 아니면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들은 변했고 그들의 역할이 이제 덜 지배적이라는 사실은 남성에게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의 경제, 문화, 정치적인 변화는 여성 운동이 여성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했던 것처럼, 남성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가져다주었다. 현대 남성은 자신의 모습을 다시 계획하고 만들어 내는 데 더욱 자유로워졌으며, 가장 활발하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남성, 즉 자신의 M-ness를 가장 잘 포용할 수 있는 남성은 오늘날의 성별 환경에서 가장 번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245쪽)

위의 문장에서 보면 남성들에게 M-ness가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M-ness의 뜻을 살펴보자.

“최고의 전통적인 남성의 특징(힘, 명예, 인격)과 전통적으로 여성과 관련된 긍정적인 특징(애정어린 양욱, 소통성, 협력)을 결합시킨 남성성. 이는 양면적인 성별 특징을 지닌 것이 아니라 성 중립적이고 개인화한 생활방식을 의미한다. My-ness로도 알려져 있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잠재력을 파악함으로써 보다 높은 질의 감정적, 신체적 즐거움과 남성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255쪽)

메트로섹슈얼과 M-ness를 통해서 쓰러져 가는 남성의 권력을 잠시라도 멈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이것이 대세라면 쫓아가야 할 텐데, 젋은 남자들의 경우에는 가능하겠지만, 나이를 먹은 남자들에게 이러한 변신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들에게 귀걸이도 하고 명품 양복과 명품 속옷까지 챙겨 입으라고 말하면,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그냥 이대로 살다 죽지 뭐.”

내 대답도 마찬가지다.

"그래! 이렇게 사느니 죽자“

자, 이제 남성의 시대는 완전히 지나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의(His) 입장에서 자신들의 이야기(Story)를 써오던 인류의 역사(History)는 이제 달라져야 할 것이다. 과연 그녀들의 이야기(Herstory)가 쓰여질 것인가. 미래에는 여성스러운 남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남성성의 미래는 어떨까.

Y염색체의 미래는…

21세기를 몇 년 남긴 1996년 영국 에든버러 로슬린연구소에서 복제양 돌리가 탄생했다. 드디어 인간의 과학기술로 동물을 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정말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남성들은 더욱 놀랐다. 그 이유는 돌리가 처녀 생식을 통해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수십억 년을 이어온 유성생식의 역사가 사라질지도 모를 지경에 처해진 것이다. 이제 남성은 필요 없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자들은 등골이 오싹했을 것이다. 이제 이 책의 제목이 주는 의미를 살펴보자. 『자연의 유일한 실수, 남자』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건강하고 균형이 잡혀 있고 편안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연은 항상 좋은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다’는 말은 가장 편안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연이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그 실수의 결과가 바로 ‘남자’를 만든 것이란 이야기다. 이 책의 원제목을 보면 『Y: The Descent of Men』이다. 즉, 남성을 상징하는 Y염색체가 몰락한다는 의미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은 성염색체에 있다. 여자의 성염색체는 XX이고 남자는 XY다. 남성만이 갖고 있는 Y염색체는 아주 취약하다. 그 이유를 들어보자.

“Y염색체를 가진 사람은 출발부터 힘든 삶을 맞이하며, 갈수록 더욱 힘들어진다. 수정 시에는 태아가 약간 더 많이 생기지만 그 이후부터는 Y염색체를 가진 존재는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출생 전에도 남자는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색맹에서부터 근이영양증에 이르기까지 X염색체 상에 존재하는 유전자 손상 때문에 일어나는 온갖 종류의 질병을 더 많이 겪는다. 출생 시에 남자 아이는 여자 아이보다 겨우 5% 정도 더 많지만, 남자 아이는 한 달이 지나도 갓 태어난 여자 아이의 성장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그리고 나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50세까지는 남녀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지만, 80세 이상의 인구 중에는 1/3만 남자이고, 100세 이상의 노인에게 여왕이 보내는 축하전보를 받는 사람(저자는 영국 사람임)은 여자가 남자보다 9배나 많다. 중년기를 지나면서부터는 여자 세계가 되는 것이다.”(320쪽)

가장 아름다운 남성 육체의
모습으로 일컬어지는 다비드상
게다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도 나쁜 점이 있다. 이 호르몬은 남성을 더 적극적이고 정열적으로 만들지만, 면역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즉, 남성다움을 갖는다는 것은 반면 자신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이렇게 남성은 선천적으로 약하다. 그럼에도 강한척하고 있는 완고함은 더욱 남성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20세기 중반 시몬느 보바르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성이라고 했다. 즉 생물학적으로는 강하나 사회 제도적으로 약하게 만들어 졌다는 의미다. 그녀는 그런 여성을 ‘제2의 성’이라고 불렀고, 책의 제목도 동일하게 『제2의 성』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에 차있었고, 이에 여성 해방운동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남자가 바로 ‘제2의 성’이 된 것이고, 미래에는 Y염색체는 아예 없어질지도 모른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그 일을 겪을 우리 남성의 후손들이 가엽고 불쌍하다. 그런데 지구상에 남성이 없어지고 여성들만 남아서 처녀생식을 한다면 여자들이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만만한 남성들이 곁에 있어야 ‘씹는’ 맛도 나는 것 아닌가.

정치·경제·사회·문화, 이 모든 방면에서 여성은 이미 남성을 추월했거나 추월하고 있다. 그나마 남성들이 생물학 분야에 기대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래, 맞다. 남성은 자연의 우연한 실수에서 태어난 존재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필자의 세대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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