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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로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것은-미스터 라떼(Cooking for Mr. Latte)/보드카 크림소스 펜네

커플이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때로는 서로를 길들여가면서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이들과의 관계 또한 요리를 매개로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 아름다움. 그 모든 소통의 중간에 제3의 언어로 요리가 자리한다는 것, 참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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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는 각자의 입맛대로 영역을 구획해 나갔다. 이를 테면 그가 올 스테이트 카페의 햄버거를 소개하면, 내가 카페 블뤼의 여섯코스짜리 식사로 안내하며 맞받아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고 나서 때가 찾아왔다. 우리 집에서 첫 식사를 대접하기로 한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처음으로 요리를 한다는 것은 매우 각별한 일이다. 데이트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해도 그렇다. '요리를 잘하느냐 못 하느냐'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다. 이것은 당신이 생각하고 보아오고 알아온 방식과,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쾌락에 대한 사고방식 안으로 누군가를 이끌어 오는 첫 관문이다. 초대받은 사람은 당신이 음식을 조합해내는 모습을 통해 당신이 옹졸한 사람인지 아닌지 영양 제일주의자인지, 인색한지 아니면 영리한지, 식성이 까다로운지 아니면 그냥 스타일이 확실한 것일 뿐인지 대번에 알아낼 수 있다.
뭘 대접할 것인가를 두고 내가 잠을 설쳤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내 모든 것을 알아 낼 것이다. 그는 작가이고, 작가는 관찰하기를 즐기지 않던가. 나는 단지 좋은 음식으로 그의 호감을 사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바베트의 만찬>에 나오는 화려한 만찬 같은 것을 차려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나는 워낙에 그런 식으로 요리를 하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물론, 몇 년간 프랑스에 살았던 적이 있기 때문에 프랑스 요리쯤은 어렵지 않다. 게다가 프랑스 시골음식은 웬만하면 사람들이 다 좋아할 만한 안전한 음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리를 가지고 거들먹거릴 마음도 없었고 '나랑 사귀게 되면 매일매일 푸아그라를 먹게 될 거에요' 하는 인상을 주며 그를 속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그가 맛있게 먹고, 다음에 또 식사하러 오고 싶게 만들고 싶었다. 내가 그를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듯, 나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해주길 바랐다.


『미스터 라떼』(원제: 『Cooking for Mr. Latte』)는 푸드 칼럼니스트(칼럼도 쓰지만 레서피도 쓰고, 나름 창작도 하니 지금부터는 요리작가라고 하자) 아만다 헤서(Amanda Hesser)의 두번째 책. 추가로 더한 에피소드도 있지만 2000년부터 2년 동안 <뉴욕 타임즈 매거진(The New York Times Magazine)>에 연재한 것을 모아 한 권으로 엮은 것. 요리 작가인 아만다가 지금의 남편인 태드 프렌드(Tad Friend)와 처음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의 에피소드들과 거기에 등장한 레서피를 곁들인 푸드 다이어리다. 미스터 라떼는 아만다가 태드와 처음으로 만나 저녁식사를 하던 날, 식사가 끝나고 카페라떼를 시키는 그를 보고 붙인 별명인데, 이 연애 다이어리의 제일 중요한 상징이기도 하다. 그녀가 요리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음식을 먹고 마시며 관계를 돈독히 해 나가는 일상생활과 미스터 라떼와 싸우고 사랑하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레서피들과 함께 보여진다.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사연이 하나 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2004년 가을. 첫 요리책이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었던 나는, 불안한 마음을 서점에 틀어박혀 책 구경하는 것으로 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책을 발견했다. 이 낯 간지러운 제목 좀 보라지. 요리에 관한 가벼운 에세이겠구나, 하고 넘겨보던 그 즉시, 몇몇 에피소드와 레서피들이 풍기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어내고 곧바로 사 버렸다. 그렇게 첫눈에 반해 읽기 시작했고 아주 정신을 못 차리고 푹 빠져버렸다.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요리를 배우고, 글을 써온 사람다운, (한마디로 요리를 알고 있는 전문가) 요리에 대한 시선과 여러 번 만들면서 검증했음이 분명한 요리법들이 마음에 쏙 들었고 글 전체에 흐르는, 인간관계에 대한 따듯함이 좋았다.

그리고 이 훌륭한(?) 책은 첫 책이 나오기도 전인 완전 초짜 요리작가가 "나도 이런 책을 써보고 싶다!!"는 황당한(?) 전투력에 불타도록 만들어 주었음은 물론, 누군가에게 음식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단, 인간관계를 보다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둘도 없는 수단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조금씩 기록하고, 더 느끼기 시작하도록 해 주었다.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 이들에게 요리를 만들어 주고, 가르치는 일을 좀 더 의미 있게 생각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그 사람이 뭘 먹고 싶어하는지, 무엇이 부족한데 어떤 요리로 채워줄 수 있을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의미다.

그렇게 홀딱 반한 책이 만약 국내에서 번역되어 팔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에 친한 편집자에게 이 책의 판권을 사셔야만 합니다, 라고 피 토하는(?) 추천을 했었다. 재미있는 내용에 음식 이야기도 많고, 연애 이야기니 대중성도 있고, 게다가 초벌 번역 후 음식 재료나 레서피를 감수하고 싶다며(사실은 이것이 주 목적) 날뛰는 나를 위해 친절하게 수소문을 해 주셨지만 이미 판권이 한국의 한 출판사에 팔렸다는 소식. 서운한 마음에 '번역되어서 나온 거, 읽어봐서 요리용어 같은 거 엉망이면 책에 빨간 펜으로 일일이 표시해서 익명으로 보내버릴 테다.'라고 소심하게 혼자 날카로운 칼을 갈아댔었다.

책은 몇 년 뒤, 내가 한창 여행 중이었던 올 1월에 나왔고, 돌아오자마자 반갑게 사서 읽었다. 개인적으로 분홍색 커버보다, 흰색으로 된 페이퍼 북 표지를 더 좋아했고, 번역된 표지 디자인을 보니, 일러스트는 그렇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귀여운 글씨 때문에, 그 안에 가득한 놀라운 요리들과, 인간관계 이야기와 레서피가 있는 책이라고 보이기보다는 <커피 프린스> 속편 같은 느낌을 줬지만(이 책이 요리코너에 진열되어 있는지도 궁금하다) 천만다행히도 내가 익명서를 보낼 일은 없었다. 뭐, 있다고 하더라도 읽는 사람들이 이해하는 데는 별 문제없는, ' 별 모양의 아니스라고? 저런, 팔각이란 좋은 이름이 있는데.' '왜 레시피에는 마카로니 치즈라고 써 놓고 앞의 에세이에는 마카로니, 치즈, 마카로니와 치즈라고 떨어져 있는 재료처럼 해놓았을까.' 정도로 아주 사소한 것이다. 이런 거 밤에 안경 끼고 낄낄대며 하나씩 찾는 것은 이 소심하고 집요한 요리작가의 취미이니 혹시 출판사 편집장께서 이 글을 보셨더라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요.

『미스터 라떼』가 다른 연애 요리책들과 차별되는 점은 바로 리얼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는 요리 사진도 없고 끊임없이 나오는 뉴욕의 레스토랑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게 나와 있지 않다. 라떼 씨랑 언제 첫 키스를 하는지는 더더욱 안 나온다. 그렇지만 오히려 사진과 과정샷이 나와도 "오늘은 남자친구를 위해 도시락을 쌌어요." "오늘은 남자친구 술안주로 골뱅이 무침을 만들었어요." "오늘은 해장국으로 콩나물국을 끓였어요." 같은 책보다 아주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두 사람과, 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변화를 겪는, 일종의 성장소설 같은 부분이 있으면 더 실감이 나련만, 남자친구에게 요리자랑 한다는 핑계로 살림을 해주고 있으면 연애는 다 없어져 버린다. 그렇게 계속 좋아서 밥만 해다 바치는 연애가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이야? 일방통행스러운 요리 더하기 연애 컨셉의 레시피북과 소설들은 적어도 나에게는 전혀 현실감 있게 다가오질 않는다.

이 책에선 무엇보다 요리라는 큰 컨셉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었기 때문에 둘의 관계와 주변인들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게 잘 녹아날 수 있었다. 다만 요리작가로 활동해 오던 이의, 조금은 전문적인 글이니만큼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생소한 재료나 중간중간에 나오는 뉴욕의 레스토랑 이름들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녀의 전문적인 분야를, 그녀 생활의 한 부분을 모든 이들이 편하게 읽도록 써낸 것은 정말 작가의 부러운 능력이다.


첫 데이트 때, 정오가 지나간 오후나 저녁 시간에 먹는 정찬에서, 우유가 들어간 음료를 시키면 안 되는 관습을 어기고 저녁식사 시간에 라떼를 주문하는 그를 보며 '손 볼 곳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그를 집에 초대해 저녁을 지어주고, 취향을 면밀히 관찰해 좋아할 만한 간식을 창작해 보기도 한다. 그 또한 무심한 듯이 식사를 하는 듯 보이지만 집에 그녀를 초대해 신경 써서 잘 만든 요리를 대접하고 그녀의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무심한 척, 잡지에 실린 새로 나온 레스토랑의 평을 대화 소재로 삼곤 한다. 그렇게 동글동글하게 서로를 받아들이고, 다른 이와 나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최대한 이해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눈살 찌푸려지는 닭살커플의 미식기행이 아닌, 커플이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때로는 서로를 길들여가면서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이들과의 관계 또한 요리를 매개로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 아름다움. 그 모든 소통의 중간에 제3의 언어로 요리가 자리한다는 것, 참 멋진 일이다.

저자 아만다 헤서
(Amanda Hesser)
그리고 요리 관련 칼럼을 쓰면서 해외 출장도 다니고, 무엇보다 칼럼만 쓰면서(요리잡지뿐만 아니라 신문과 패션지까지), 밥을 먹고 사는, 아니 살 수 있는 그녀가 부럽다. 칼럼으로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것은 고사하고, 한국은 정말 느끼는 대로, 냉철하게 레스토랑 같은 것 비판하기도 힘든 곳이니까. 잘 써주면 돈 받았다고 할 테고, 혹평을 쓰면 고소한다고 할 테고. 뭐 요즈음은 그렇게 평을 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문 열어두는 곳도 드무니까. 여행이나 패션지의 푸드칼럼까지 이야기하다가는 스크롤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관두자.

한창 이 책에 빠졌을 때, 연애와 요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책을 내게 된다면 어떤 요리에,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하나 참 자주 생각해 봤었다. 그렇게 끄적거려 놓은 여러 주제들과 목차들이 아직도 내 노트북의 '써야 할 글들' 폴더에서 오랫동안 잠을 자고 있는데, 정리해서 마무리 짓기는 아주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유는, 하나의 긍정적인 스토리가 되기 위해서는 아만다의 책에서처럼 결혼이라는 해피엔딩을 만들어야 앞에 늘어 놓여질 남녀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정리가 될 것 같아서다. (적어도 대중들은 꼭 보고 싶어 할 모습이다.) 그동안 남자들과 만나서 밥 먹고 사귀고, 헤어지고, 뭐 그런 이야기들을 주욱 늘어놓아 보아도 정리가 안 되고 어째 신세타령으로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술만 한잔하면 폴더에 묻어놓은 주제들을 생각하며 울컥해 친구들에게 음식과 남녀관계에 대한 책 쓰고 싶다고 버럭 외치지만, 전공한 음식에 대해서는 좀 알지 몰라도 이성에 관한 일들을 추슬러 보면 이거 참 책으로 쓰기에는 모자라고 성질 나고 글로 늘어놓고 나면 아무도 안 읽을 일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픽션이 아니라 다이어리일 경우에는 더 그렇다. 너무 잔인한 현실, 옆구리가 마음의 공복감은 편안한 배부름과는 상반된 느낌이니 아무래도.

꼭 여자의 연애담은 결혼으로 이어져야 해피엔딩이란 말인가, 라고 발악이라도 해 보고 싶지만, 뭐 현실은 그렇다. 무엇보다 대충 눈가림으로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없듯, 나 혼자 스스로 도취되어 이야기를 쓱쓱 만들어 낼 능력도 없다. 좋게 말하면 거짓말을 못 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지나치게 고지식한 내 성격 탓이다. 그래도. 밥을 계속 먹어야 살 수 있듯이 연애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하나쯤은 아만다처럼 잘 추스려 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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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이 추천하는,
웬만해서는 망치기 힘든 보드카 크림소스의 펜네
처음으로 잘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요리해 줄 일이 생겼을 때 만들면 좋은 파스타. 재료도 복잡하지 않고 스파게티처럼 돌돌 말아서 우아하게 먹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서 서로를 구제해줄 수 있다. 첫 초대에서는 심플하게 준비하는 게 최고. 요리실력 자랑할 겸 배터지게 코스로 먹는 집들이가 아닌 이상 간단히 먹고 술 한잔하고 분위기 잡는 것이 목적이니까. 그리고 요리에 쓰고 남은 보드카로 간단한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크나큰 장점. 약간 새콤한 맛의 파스타니까 보드카 오렌지나 보드카 크렌베리가 어울릴 듯.

재료
펜네 1봉지(360g) / 양파 큰 것 한 개 / 홀 토마토 또는 다진(diced) 토마토 캔 1캔(360g) / 베이컨 2줄 / 올리브 오일 2 테이블 스푼 / 이탈리안 페페론치니 4알 또는 마른 통고추 5cm / 보드카 70ml (너무 비싼 것을 살 필요는 없지만 칵테일로 마실 경우를 생각해서 괜찮은 것을 고를 것) / 생크림 120ml / 소금

요리법
1. 펜네는 끓는 소금물에 넣어 삶는다. 물은 반드시 큰 냄비에 넉넉히 끓이고 1.5리터의 물에 소금 2 티스푼 정도의 비율로 넣는다. 소금을 넉넉하게 넣어주지 않으면 나중에 소스를 아무리 많이 뿌려도 간이 배질 않아 맛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

2.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잘게 썬 베이컨과 페페론치니를 넣고 중간 불에서 1분 정도 볶아 기름에 매운맛을 내 준다. 보통 마른 고추를 쓸 경우 씨를 빼고. 5cm정도로 자른 통고추를 넣어 맛을 낸 다음 건져놓는다.

3. 미리 곱게 다져놓은 양파를 넣고 2분 정도, 양파가 나른해 질 때까지 볶는다. 그 다음 토마토 갈은 것은 넣고 소금을 약간 넣은 다음 불을 아주 약하게 줄여 10분 정도 졸인다.

4. 불을 약간만 세게 올리고 보드카를 넣는다. 30초 정도 끓인 다음 크림을 넣어 1분 정도 중간 불에서 끓인다. 잘 저어줄 것.

5. 다 삶아진 펜네를 넣어 1분 정도, 소스가 잘 배어들도록 끓인다. 맛을 보고 소금간을 더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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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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