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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앰비밸런스한, 균형감을 약간 잃은 듯한

지구촌 정의실천 운동가 수전 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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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조지의 Another world(is possible if…)』(정성훈 옮김, 산지니, 2008)는 ‘폭압적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실천적 제안서’다.

『수전 조지의 Another world(is possible if…)』(정성훈 옮김, 산지니, 2008)는 ‘폭압적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실천적 제안서’다.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만약’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살피는 게 목적이다. 또한 “책의 일정 부분은 ‘세계화와 지구촌 정의실천 운동에 대한 입문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제 보니 세계인을 놀라게 한 WTO(세계무역기구) 시애틀 각료회의(1999)와 이탈리아 제노바 G8(선진 8개국 정상)회담(2001)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 그리고 2003년 2월 15일의 전 세계적인 반전시위의 배후에는 ‘지구촌 정의실천 운동’이 있었다. 지구촌 정의실천 운동은 1997년과 1998년 무렵 시작되었다.

“지구촌 정의실천 운동은 누구를 상대로, 또 어떠한 문제를 위해 싸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공통된 합의를 바탕으로 결성된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조직의 노(老)활동가인 수전 조지(Susan George)는 지구촌 정의실천 운동이 저항하는 대상을 ‘적수’라고 칭한다. ‘상대편’이나 ‘적(敵)’이 아니라 ‘적수’라고 하는 까닭은?

“‘상대편’은 마치 윔블던 테니스 대회 등의 스포츠 경기에서 쓰이는 표현 같은 느낌을 준다. 우리가 펼치는 운동이 스포츠 경기와 같은 것은 아니며, 우리는 게임이 진행되는 중에라도 게임의 규칙이나 전략을 자유롭게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펼치는 게임의 규칙이나 전략이 언제나 신사적인 것도 아니다.” 단, 폭력은 금물이다.

‘적(敵)’은 완전하고도 절대적인 승리만이 유일한 해결책일 것 같다는 인상을 주지만, 정치의 세계에서 완전한 승리나 패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적수’란 그 모습을 달리해가며 오랜 기간 우리의 주변을 맴돌 존재이고, 이들과의 전쟁은 부분적으로는 소모전의 성격을 갖게 될 공산이 크다.” ‘적수’를 물리치려면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의 기본원칙을 다시 살피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수전 조지에게 워싱턴 컨센서스는 세계 체제 속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행위자들이 선호하는 일련의 정책적 결정을 일컫는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하나의 총체적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의 적수들은 워싱턴 컨센서스에 담긴 강령의 각 부분을 하나씩 실천하는 집단이다.”

IMF, 세계은행(World Bank), WTO에 의해 채무국에 적용되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여러 정책이 바로 ‘구조조정 프로그램’이다. 우리도 경험한 ‘충격요법’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경제적?정치적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기본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분야, 모든 단계에 경쟁을 장려한다.
2. 인플레이션을 저지한다. 곧, 화폐의 구매력 감소로 이어지는 임금과 물가의 동반상승을 견제한다.
3. 수출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교역량을 증대시켜라. 교역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4. 단기투기성자본을 포함한 모든 자본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한다.
5. 기업과 부자에 대한 세금을 감소시켜라.
6. 많은 기업과 부자들이 자신의 자금에 조세기관의 감시가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는 조세피난처를 폐쇄해서는 안 된다.
7. 민영화, 민영화, 민영화하라. “민영화란 사실 양도, 또는 ‘헐값에 넘기기’를 점잖게 표현한 말에 불과하다.”
8.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노동자들 사이에 경쟁을 장려하라.
9. 원가에 기반을 둔 정책을 시행하라. 예를 들어 교육이나 의료처럼 예전에는 무상으로 제공되던 서비스에 대해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풍월이라 하겠다. 수전 조지는 WTO 체제하의 국제 협약으로 비교적 낯선 ‘서비스교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을 크게 우려한다. 또한 사교계 모임 같은 인상을 풍기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 쇠퇴일로를 걸으며 적실성을 상실해가는 반면, 베일에 가려진 ‘빌더베르그회담’은 다보스포럼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는 것에 주목한다.

 

 

내가 보기에 수전 조지는 약간 앰비밸런스(ambivalence)하다. 그런 예를 몇 가지 들자면 우선,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그것의 강인함을 인정한다. “자본주의 체제가 경기침체기와 위기상황에서조차 매번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경제가 번창하는 시기에는 얼마나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지겠는가?”

또한 그녀는 미국인들이 ‘종교적’ 단체라고 부르는 집단이나 평화운동 단체들과는 일정한 선을 긋는다.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해서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면서도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형(사회민주주의와 같은 것은 아니다)만이 우리에게 해답을 제공해줄 수 있을” 거란다. 나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른바 ‘성장’이라고 하는 것의 대부분은 우리를 더욱 가난하게 만들거나, 혹은 과거의 경제적, 사회적 실패를 벌충하려는 헛된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고는 얼마 안 있어 “윤택한 삶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자연환경을 우선시하는 경제로 변환하는 작업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나는 “유럽은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우리의 희망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진정한 세력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그녀의 유럽 대안론에도 적잖이 회의적이다. “유럽이 스스로의 결정적 역할을 인식하지 못하다면” 그녀는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의 건설이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 우리는 그녀가 예상한 대로 ‘유럽중심주의’라는 비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다 같은 놈인걸!’ 운운하며 투표를 거부하는 사람은 내가 보기에 신자유주의자를 위해 신이 내려준 구세주 같은 존재”라거나 “아무리 불충분해 보일지언정 대의민주제는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는 그녀의 주장은 쉽사리 동조하기 어렵다.

“우리는 각 사회 계층(남자들에게만 국한된다고 하더라도)을 공화국이라는 공통된 이념하에 통합시켜주던 징집제도도 폐기해버렸다”고 아쉬워하는 그녀가 오로지 비폭력 노선만을 강조하는 것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두 인간을 국제형사재판소의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제안은 적극 지지한다.

“내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심판을 받아야만 할 사람으로 우선 꼽고 싶은 인물은 첫 번째로는 헨리 키신저-여러 가지 명백한 이유가 있다-이고, 두 번째로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IMF 정책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13년간 총괄한 미셸 캉드쉬이다(현재는 교황청의 ‘정의 및 평화 위원회’ 소속이다.).

우리에게 ‘저승사자’나 다름없던 미셸 캉드쉬의 이름을 접하자 이 책에 인용된 헤겔의 경구가 떠오른다.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유일한 진실은 역사의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한편 “세계적으로 서비스교역은 전체 교역의 1/5을 차지하고, 금액으로는 15억 달러에 이른다.”(91쪽)에서 ‘15억 달러’는 잘못된 액수 같다. 원서가 출간된 2004년께 세계 전체 교역량이 얼마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셈하여(15억 달러?5) 산출한 전체 교역량(75억 달러)은 터무니없이 적다.

미국의 7대 기업이었던 엔론은 4년간에 걸쳐 15억 달러나 되는 회계부정을 저질렀고(110쪽 옮긴이 주), “유전자변형식품의 수출 불가로 인한 연간 손실액이 적어도 3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 미국 측 주장이었다.”(117쪽) 더구나 “미국과 유럽 간의 연간 교역량이 4조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119-120쪽), 유럽과 미국 사이의 연간 서비스교역량만 해도 8천억 달러 안팎일 것이다.

아무튼 수전 조지는 적수들과의 싸움을 길게 내다본다. “우리가 목표로 삼은 일, 역사상 그 누구도 해낸 적이 없는 이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그리고 전 세계적이며 장기적인 운동을 펼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나로선 글쎄다!

『루가노 리포트(The Lugano Report)-21세기 자본주의의 유지 방안』(이대훈 옮김, 당대, 2006)은 ‘유출된’ 보고서 형식의 ‘사실적 허구’다. 이 책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연구팀이 어느 위원회의 간부들에게 제출한 기밀보고서 양식을 취한다. “특별연구팀의 임무는 특정 직업을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현 세계를 있는 그대로 규명하는 것이다.”

특별연구팀에 부여된 연구 주제는, 다시 말하면, ‘자본주의 체제가 어떻게 하면 21세기에도 잘 보존될 수 있을 것인가?’다. 보고서의 결론은 암울하다. 수전 조지는 이 책의 내용이 허구임을 밝혔으나, 일부 독자는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루가노 리포트’의 작성을 맡은 일단의 전문가는 우리로서는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 전문가들은 세계인구가 대략 80억에 이르게 될 2020년이 되면 경제적, 생태계적,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인 그 모든 이유로 자본주의의 유지가 완전히 불가능해진다고 결론내립니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사람들, 특히 최빈곤층에 속한 사람과 자본주의 체제에 통합되어있지 않으며 통합될 수도 없는 사람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최단시간 내에 제거해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수전 조지의 Another world』의 결론이자 2003년 포르토 알레그레 연설에서)

『외채 부메랑(The Debt Boomerang)-제3세계 외채는 어떻게 우리 모두를 해치는가?』(이대훈 옮김, 당대, 1999)는 운이 나쁜 나라들을 외채의 노예로 묶어두는 것이 선진국들에게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선진국 시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하여 씌어졌”다.(한국어판 서문에서)

우리나라는 한동안 심한 외채부담을 겪었다. 외채위기가 남의 일만은 아니었다. 물론 시기적으로 다를 순 있지만 말이다.

“1982년 외채위기가 시작되고부터 1990년까지(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입수할 수 있는 완전한 통계는 1990년 것까지였다) 108개월 동안 남반구의 채무국들은 북반구의 채권자들에게 이자만 월평균 65억 달러를 지불했다. 원금 상환까지 포함한다면, 1982년 1월부터 1990년 12월까지의 108개월 동안 채무국은 매월 평균 124억 5천만 달러를 채권국에 상환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제3세계의 외채라는 ‘부메랑’이 남반구에서 그것을 날려 보낸 북반구로 되돌아와 북반구에 미치는 영향을 여섯 가지 측면에서 다뤘다. 그 여섯 측면은 환경파괴, 마약, 조세부담, 일자리와 시장 축소, 이민 폭증, 갈등과 전쟁 고조 등이다. 수전 조지는 미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 귀화한 미국계 프랑스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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