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소마의 DVD 라이프
신나는 가족용 판타지 스릴러,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
뉴욕에 살던 그레이스가의 삼 남매 말로리(사로 볼거)와 쌍둥이 형제인 자레드, 사이먼(프레디 하이모어의 1인 2역)은 어머니 헬렌(메리 루이스 파커)를 따라 시골의 대저택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이 저택은 80년 전 갑자기 실종된 아서 스파이더위크(데이빗 스트레이던)가 살던 곳으로, 아서의 딸이자 아이들의 친척인 루신다(조안 플로라이트)가 떠난 후에 오랜 기간 방치되어 오던 곳이다. 이사 온 첫 날, 저택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낀 말썽꾸러기 자레드는 숨겨진 비밀의 방과 ‘비밀 가이드북’을 찾아낸다. ‘절대 보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책을 읽은 후부터 자레드와 가족의 주위에는 이상한 일이 계속 벌어지게 되는데…….
|
잘 알려진 것처럼 영화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국내에도 올해 5권의 책으로 완간된 동명의 동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원작자이자 이 영화의 공동 제작자이기도 한 토니 디털리치와 홀리 블랙의 주장에 따르면, 저자들은 메인 주에 사는 아이들로부터 실제로 요정들을 보았다는 편지를 받았고 요정들이 만든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이 아이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어쨌든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할리우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다. 판타지 장르 자체가 기본적으로 높은 기술력의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한 장르인데다가, 이렇게 가족 전체를 만족시킬 만한 안정적인 이야기 구조와 화려한 볼거리의 가족 영화는 할리우드의 전매특허라고 할 만한 것이다. 더구나 이 영화의 총 제작자인 프랭크 마샬과 캐슬린 케네디는 일찍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앰블린 스튜디오에서 <구니스>나 <그렘린> 같은 가족용 SF 액션 영화를 만들어 온 인물들이기도 하다.
|
영화의 구조는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만큼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하다. 아버지에게서 버림 받은 가족들은 낯선 시골에 정착하게 된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느슨한 가정은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게 되고, 가족은 일치단결하여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가족 공동체는 다시 완벽한 가정의 모습으로 환골탈태하게 된다. 이 영화의 중심인물인 자레드가 바로 가정의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그는 가족 중 유일하게 아버지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는 인물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아버지를 가정에서 제거하는(물론 외형상 실제 아버지가 아닌 존재이기는 하지만…….) 인물로 변화하는데, 이런 설정은 아버지를 넘어서거나 부정하면서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할리우드 이야기 구조의 일반적인 관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티> 같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초기 영화들은 거의 이런 이야기 구조의 범위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스파이더 위크가의 비밀>은 판타지로 변주되기는 했지만 매우 전형적인 이야기를 답습한다고 말할 수 있다.
|
더욱이 이 영화의 연출자인 마크 워터스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나 <프리키 프라이데이> 등 경쾌하고 즐겁지만 동시에 ‘성장’이라는 테마를 무척 잘 담아낸 할리우드 스튜디오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발휘했던 인물로, ‘성장’과 ‘가정의 복원’이라는 테마에 판타지 어드벤처가 가미된 이 가족 영화의 연출자로서는 최적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예상대로 매우 전형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활력있는 영화로 이 영화를 조율했다. 영화는 원작의 주인공들이 9세, 13세 정도였던 것을 10대 중후반으로 업그레이드시키며 좀 더 폭넓은 관객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데, 성인 관객까지 염두에 둔 듯 스릴러적인 요소들이 강화된 편이다. 특히 후반부의 고블린 부대와 몬스터의 우두머리인 물가래스가 스파위더위크 저택을 공격하는 시퀀스는 대형 판타지 영화들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상당한 함량의 서스펜스와 박력을 지니고 있다. <스파이더 위크가의 비밀>은 비록 가족 영화를 지향하고 있기는 하지만 잘 짜여진 호러 스릴러의 구조를 고스란히 재연하고 있기도 하다. 판타지 영화인 만큼 이 영화에는 브라우니, 그리핀, 스프라이트 같은 선한 크리처와 고블린, 트롤, 물가래스 같은 악한 크리처가 동시에 등장하는데, 이 악한 크리처들을 에이리언 같은 잔혹한 생명체나 연쇄 살인마 등으로 대치하면 이 영화는 그 자체로 훌륭한 호러 영화가 되어버린다. 다행히 이 영화의 크리처들의 시각화는 악한 크리처들조차도 아주 어린 관객들을 제외하면 무서울 정도는 아니며 사실 좀 귀엽기까지 할 정도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있다.
|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매우 잘 만들어진 가족용 판타지 스릴러다. <반지의 제왕>이나 <황금 나침반> 또 <해리 포터> 시리즈처럼 방대한 세계관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집 바로 뒤편에 우리가 늘 상상만 해 오던 동화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는 이 이야기는 친숙하면서도 흥미롭다. 거기에 개성이 다른 쌍둥이 캐릭터를 모두 소화하는 프레디 하이모어를 비롯한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과 <타이타닉>과 <뷰티풀 마인드>의 제임스 호너의 음악,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패트리어트> 등의 촬영의 카렙 데스챠넬 그리고 ILM이 맡은 시각 효과 등 할리우드의 최상급 스탭들이 만들어낸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가 더해지면서 이 영화는 때로는 스릴 있고 때로는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설득력 있게 전해준다.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아주 부담스럽지도 아주 어렵지도 않은, 가족 모두가 즐겁게 감상할 만한 영화다.
|
DVD의 표현력은 최신작답게 뛰어나다. CG가 많이 사용되고 어두운 장면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 등 재생 난이도가 꽤 높은 편이지만 DVD 포맷으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는 충분히 잘 표현하는 편이다. 물론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이기 때문에 레퍼런스 급의 영상 퀄리티를 지니고 있지 못하고 어두운 장면의 배경 등의 표현에서 필름 그레인이 발견되기는 한다. 또 인물의 얼굴들을 표현하는 데에 날카로움이 덜한 편인데, 이는 이 영화가 가족용 판타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예측된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해상도가 높고 자연스러운 표현력이 돋보인다.
|
영어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역시 판타지 영화니 만큼 충분히 박력 있다. 특히 챕터 11의 스파이더위크가 저택 습격 장면에서의 박력이 돋보이는데, 제임스 호너의 강력한 스코어와 더불어 서라운드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영화 곳곳에 담긴 추격 장면 등의 음향 효과 역시 인상적이다. 아쉽다면, 가족용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의 한국어 더빙이 담겨 있지 않다는 점 정도다. 물론 이는 척박한 국내의 가족 영화 시장과 쇠락하는 DVD 시장의 한계 때문이리라. 다만 필자가 받은 QC 디스크에는 일부 장면에서 자막 처리가 늦은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이는 출시용 디스크에서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
||
| ||
|
||
| ||
|
||
|
서플먼트는 가족 영화임을 고려한 듯 주로 영화 속 크리처를 소개하는 할애되었는데, 감독 마크 워터스가 진행하는 Spiderwick: It's All True! (7분 6초)는 이 영화가 실제라는 가정 하에 영화의 크리처들과 전체적인 세계관을 소개하고 있다. It's A Spiderwick World!(8분 46초)는 원작자인 홀리 블랙과 토니 디털리치가 이 이야기를 창안하게 된 과정과 크리처들과 캐릭터에게 이름을 붙이게 된 이유 등을 소개하고 영화화가 진행되게 된 과정 그리고 각색 과정을 통한 영화에서의 변화 등이 소개된다. Arthur Spiderwick's Field Guide는 영화 속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는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 가이드’의 DVD 버전으로, 선택하면 영화 속의 크리처들과 요정들의 세계에 대한 내용이 서술된 책 내용을 볼 수 있다. 영어만 지원되는 것이 아쉽긴 하다. 또 크리처들의 영화 속 장면도 선택해 볼 수 있다. 그 외 Field Guide : In-Movie Mode는 영화 본편을 보면서 책 모양의 아이콘을 선택하면 앞서 서술한 서플먼트의 책 내용을 볼 수 있는 메뉴다. 아쉽게도 북미에 출시된 2디스크 버전에 수록된 메이킹 필름 등의 서플먼트는 국내 버전에서 볼 수 없다.
|
<마크 워터스>,<프레디 하이모어>,<메리 루이스 파커>,<사라 볼거>9,900원(0%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