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열전』, 강판권, 글항아리, 2007년 6월.
『초록 덮개』, 마이클 조던, 이한음 역, 지호, 2004년 12월.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 박상진, 김영사,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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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가벼운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들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산에 올라갑니다. 걷는 것이 운동도 되고, 숲에 있을 때는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상쾌한 공기가 그들의 건강을 지켜줍니다. 숲에는 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는 정말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인간에게 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무의 고마움은 잘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을 한번 살펴보시죠. 책도 휴지도 책상을 비롯해 집의 많은 가구도 나무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나무열전』(글항아리, 2007년)을 통해 나무와 한자를 함께 만나보시죠.
『초록덮개』(지호, 2004년)에서는 식물에 대해서 우리 선조들이 알고 있었던 지식을 보시겠습니다. 마지막엔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김영사, 2004년)로 목재조직학이라는 과학으로 나무 문화재를 분석함으로써 역사의 비밀을 파헤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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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가 없었다면 인간의 역사는 어땠을까? 아마 지금과 같은 고도의 문명을 이루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대나무, 비단, 파피루스와 양피지만 가지고는 우리가 알아낸 지식을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900년 전에 발명된 종이는 인류 문명의 견인차였다. 그런데 이 종이는 나무로 만들어진다.
나무는 태양의 빛 에너지, 물과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어내고는 산소를 내보낸다. 이 산소 덕분에 지구 상의 동물들은 숨을 쉴 수 있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나무의 소중한 역할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개발과 경작지 확대라는 미명하에 전 세계의 숲이 파헤쳐지고 있다. 숲이 없어지면서 홍수도 자주 일어나고, 토양은 침식되며, 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외투처럼 지구를 덮고 있는 이 나무가 사라진다면 아마 인간도 사라질 것이다. 나무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서는 나무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사랑한다고 하지 않는가.
먼저 나무가 가지고 있는 깊은 뜻을 알기 위해 한자와 만나보도록 하자.
| 지구 상에서 가장 큰 나무인 세콰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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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한자가 만나면…
| 『나무열전』, 강판권, 글항아리, 2007년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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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한자교육은 그동안 변덕스러웠다. 한자를 배운 세대가 있는 반면 배우지 못한 세대도 있다. 한글만을 고집하는 신문도 있지만, 우리가 쓰는 언어는 많은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어서 한자를 모른다면 그 뜻을 알아내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한자를 아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한자는 대표적인 ‘표의문자’이다. 즉, 사물의 생김새를 흉내 낸 글자다. 그런데 한자에는 식물의 모습에서 따온 글자가 많다고 한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중국인들이 한자를 만들 때 참조한 것은 주변 사물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기댄 것은 식물입니다. 한자에 나무와 풀 부수가 가장 많습니다. 단순히 부수만이 아니라 단어도 가장 많습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단어가 식물에서 빌린 것입니다.”(12~13쪽)
이제 이 책으로 들어가서 한자로 풀어내는 나무 이야기를 들어보자.
먼저 소나무 이야기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이고, 사철 푸른빛을 띠고 있기에 절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소나무를 한자로 쓰면 송(松)이다. 나무 목(木)과 공변될 공(公)이 합쳐진 형성문자다. ‘공변되다.’라는 말은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공평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른 의미도 있다. 소나무에 사용된 공(公)자는 벼슬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공작(公爵)이라는 뜻이니, 이 나무에 벼슬을 내렸다는 의미이다. 진시황제가 바로 벼슬을 내린 장본인이다.
“그가 현재 산동성에 위치한 태산(泰山)에서 어떤 나무에게 공작의 벼슬을 내렸습니다. 왜냐하면 진시황제가 갑자기 비를 만났을 때 비를 피하게 해준 고마운 나무였기 때문입니다.”(72쪽) 그 나무가 바로 소나무인 것이다. 소나무에는 종류도 많은데, 껍질 색깔에 따라 적송(赤松), 흑송(黑松), 백송(白松)으로 나눈다. 또 육송(陸松), 해송(海松)은 소나무가 있는 지역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 소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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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송(赤松)에서 사는 버섯이 바로 송이(松○)다. 송이버섯은 재배가 되지 않기에 아주 귀한 버섯이다. 또 송이버섯은 수십 년 이상 나이를 먹은 소나무에서만 자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소나무 숲이 울창한 곳에서 자라기 마련이다. 소나무가 많은 곳을 우리는 흔히 솔밭, 즉, 송전(松田)이라고 부른다. 소나무의 꽃가루를 송화(松花)라고 하며, 소나무에서 나오는 기름을 송진(松津)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소나무에서 살며 잎을 갉아먹는 나방의 어린 벌레를 송충(松蟲)이라고 불렀다. 추석에 먹는 떡이 바로 송편인데, 이 역시 솔잎을 깔고 만들었기에 송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처럼 소나무에 관한 한자어도 많고, 이 한자어를 통해서 소나무를 보니, 소나무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두 번째 만날 나무는 복사나무다.
복사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며 한자로는 도(桃)이다. 도는 나무 목(木)과 조(兆)가 합쳐진 문자다. 조는 수를 세는 단위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여기에서는 ‘점을 친다’는 의미가 있다. 점을 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조짐(兆朕)이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복사나무 열매가 바로 복숭아다. 복숭아는 반으로 쪼갤 수 있는 열매로, 쪼개서 갈라지는 모습으로 점을 쳤다고 한다. 복사나무의 꽃은 복사꽃으로, 무릉도원(武陵桃源)이란 말이 복사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복사꽃은 핑크색으로, 동북아시아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색이라고 한다. 복사꽃의 핑크색을 도색(桃色)이라고도 표현하고 있는데, 저자의 말이 재미있다.
“도색은 성적인 측면을 강조할 때도 사용합니다. 도색잡지(桃色雜誌)는 성적으로 음란한 내용을 담은 잡지를 말합니다. 왜 복사꽃에서 성적인 측면을 발견했을까요? 사람들은 복사꽃에서 욕정을 느끼나 봅니다. 그래서 복사꽃은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혹 사람들이 복사나무에서 성적인 요소를 발견한 것은 복숭아가 여성 성기를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읽으니 중국인들은 나무의 특징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들은 그 특징을 살려 그들의 문자에 의미를 새겨놓은 것이다. 한자를 통해서 바라본 나무의 세계는 정말 흥미롭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식물에 대한 지식이다.
식물에 대해 우리가 잃어버린 지식
| 『초록덮개』, 마이클 조던 저 / 이한음 역, 지호, 2004년 1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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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선조들은 자연의 동식물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었다. 왜냐하면 잡식동물인 인간에게 동식물은 생존을 좌우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동식물은 인간으로도 변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또 식물은 상상을 자극해 쾌락과 환각을 일으키는 물질로도 인간 사회에서 활용되었고, 특히나 지배 계급이었던 샤먼에게는 신과 만나는 계기도 마련해주었다.
식물의 이름에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비유적인 관점이 담겨 있다고 한다. 사리풀의 이름에 들어 있는 의미를 살펴보자.
“사리풀(Black Henbane)은 유럽 북부에 흔한 독초이다. 이 식물이 처음 기록된 것은 앵글로색슨족의 시대이지만, 식물과 그것이 지닌 힘은 그보다 수백 년 전부터 구전되어왔다. 이 식물의 영어 이름은 서기 1000년경에 처음 기록되었는데, ‘헨벨(Henbell)’이라는 이름이었다. 그 이름은 꽃받침이 종 모양이라는 점과, 사리풀이 암탉(Hen)들이 돌아다니며 헤집기 좋아하는 곳인 쓰레기 더미에서 자라는 경향이 있다는 점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름은 변하게 된다. 1398년이 되자 저술가들은 그 식물을 ‘헤네본(Hennebone)’이라고 적었다. ‘본(Bone)’이라는 단어를 보고 뼈대만 앙상한 모습을 지칭한다고 상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사실 ‘베인(bane)’이라는 단어의 고어이다. 베인은 독의 원천 또는 불행의 원인을 뜻한다. 닭이 그 식물의 씨를 먹으면 앓다가 죽곤 했으므로, 사람들은 그 식물이 위험한 독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나무는 인간보다 훨씬 크고, 수명도 인간보다 훨씬 길다. 그렇기에 인간은 나무에 정령이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모든 나무를 신성시하지는 않았고, 특정한 나무를 골라 신성한 존재로 삼았다. 수렵 채집인들은 처음에 실용적인 방식으로 나뭇잎과 뿌리를 식량으로 삼고, 목재를 도구와 무기와 보금자리로 만드는 용도로 썼다. 그리고 동물들이 뜯어먹어도 괜찮은 식물이 어떤 종류인지 관찰하고, 야생 짐승들이 각종 교목, 관목, 초본에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아주 오랫동안 유심히 지켜본 후에야 식물을 먹어보았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 중 더 모험심이 강했던 부류들이 겪은 시행착오도 직접적으로 이런 지식을 늘렸을 것이고, 뱃속에 넣어도 좋은 것이 무엇이고 아닌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식을 쌓기까지는 많은 사람이 죽거나 병이 들었을 것이다. 초기 인류는 이런 학습 과정을 통해 이런저런 나뭇잎이나 나무껍질을 씹으면 두통이나 치통이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상처를 입었을 때 나뭇잎이나 이끼를 갖다가 출혈을 막았을 것이고, 그런 행동을 오랜 기간 하다 보니 어떤 식물이 감염을 막아주고 더 빨리 상처를 아물게 하는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야생의 침팬지도 자신의 몸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멀리까지 가서 그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식물을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어느 시대든 간에 사람들은 상상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동식물들을 떠올리곤 했다. 유니콘, 설인, 리바이어던 같은 환상 속의 동물들은 신화, 전설, 설화를 통해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인간은 오로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식물들도 창조해왔다. 신화적인 식물들을 꿈꾸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고대 근동과 극동 지역의 전통사회에 그런 식물들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유럽에서 상상의 식물들에 대한 믿음은 중세 시대까지, 심지어 르네상스 시대를 넘어서까지 지속되었다…….
불로불사의 영약 즉, 이승에서 영생할 수 있는 열쇠가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어떤 신비로운 식물이 지닌 마력에 들어 있다는 믿음은 인류 역사의 아주 이른 시기부터 있어왔으며, 완전히 사라진 적이 결코 없었다. 강인한 긴 수명 때문에 나무는 삶과 생식력의 강력한 상징이 되었으므로, 불멸의 상징을 꼽을 때 가장 가주 마주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즉, 나무나 식물은 우리 인간에게 오랫동안 도움을 주었다. 나아가 사람들은 상상력은 불로초가 있을 것이라는 데에 미치고, 이를 찾으러 다니기까지 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나무를 단순한 착취대상으로만 삼았고, 이로 인해 우리 지구는 점차 망가져 갔다. 이제 우리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무를 숭배까지 하지는 않지만, 나무가 없어진다면 우리 인간도 없어진다는 사실은 알아차렸다. 우리가 잃어버린 나무에 대한 지식을 다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만날 책은 과학으로 나무를 연구함으로써 역사에서 풀리지 않았거나 의문이 있는 부분을 밝혀낸 이야기다.
과학적으로 나무를 분석하니 역사가 보인다
|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 박상진, 김영사, 2004년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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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조직학(Wood Anatomy)은 나무를 이루고 있는 세포 모양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박상진 교수는 목재조직학과 옛 나무의 재질과 보존 방법을 공부하는 고고목재학(Archeological Wood)을 통해서 목재 유물의 특성을 연구, 분석하여 역사학에서 제대로 규명해내지 못하는 중요한 사실들을 밝혀냈다.
1971년 7월 5일 무령왕릉 발굴은 해방 이후 최고의 발굴이라는 명성을 얻는다. 그러나 이 엄청난 유물의 발굴은 도굴의 위험 때문에 하루 만에 졸속으로 끝난다. 그래서 최악의 발굴이라는 오명도 얻는다. 1,500년 전에 만들어진 이 무덤에서 108종 2,906점에 이르는 유물이 출토되었는데, 이 중에는 아주 귀중한 유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고대의 왕릉 중 유일하게 이 무덤의 주인공을 알려주는 매지권(買地券)이 출토된 것이다. 매지권의 내용을 보면 “백제 사마왕(斯麻王: 무령왕)이 523년 62세에 죽어 묘에 안장하며 매지문서를 작성한다”는 내용으로
『삼국사기』의 기록과 일치했다. 그러므로
『일본서기』에 나오는 사마왕이 무령왕과 동일 인물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유물 중에는 나무인 것도 있었다. 그것은 왕과 왕비의 시신을 감쌌던 11조각의 널빤지였다. 이 널빤지는 바로 관이었다. 보통 땅속에 묻힌 나무 널빤지는 보통 20~30년 이면 썩어버린다. 그런데 1,500년이 지났지만, 이 나무관은 남아있었다. 옻칠을 수십 번 반복하여 기나긴 세월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세월을 이긴 나무관은 고대의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발굴된 지 20년 후인 1991년 이 책의 저자인 박상진은 나무관의 재질분석을 하게 된다. 현미경을 들여다본 그는 놀라운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확대된 세포 모양을 확인하던 찰나,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일본인들이 자기네들 나라에만 있다고 자랑해 마지않는 금송(金松)의 세포 배열이 잃어버린 기나긴 세월을 일깨워주듯 나와 눈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송을 과학적으로 표현하면
“식물학적으로는 낙우송과(科)의 금송속(屬)으로서 자손이 귀한 집안의 외동아들이다. 세계의 다른 어떤 곳에도 없고 오직 일본열도의 남부지방에서만 자란다. 키가 수십 미터에 지름이 두세 아름을 훌쩍 넘치게 자라는 큰 나무”라고 한다. 그런데 나무관의 재질이 금송이라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일까?
놀라운 일이란, 바로 무령왕의 탄생에 있었다. 사실 무령왕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삼국사기』보다는
『일본서기』가 훨씬 더 자세하다.
『일본서기』에 의하면 무령왕은 일본에서 태어났고, 왕위에 오를 때 백제로 돌아온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금송으로 만들어진 관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증명해주는 것이다. 백제와 일본의 왕가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아키히토 일왕의 2001년의 발언은 무령왕 시대에 일본과의 밀접한 관계였다는 것이고, 무령왕의 관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예전 신라의 고분은 주인을 알 수 없었기에 번호를 붙였다. 153호, 155호 고분식으로 말이다. 그러다가 해당 고분에서 특별한 유물이 나오면 그 유물을 따라서 고분의 이름이 붙여진다. 금관이 출토되어서 금관총이라고 불었고, 1926년 발굴된 서봉총은 스웨덴의 황태자이며 고고학자인 구스타브 공작이 참관, 출토된 금관을 손수 채집하였고, 이 금관의 관에 세 마리의 봉황 모양이 장식되어 있기 때문에 스웨덴(瑞典)의 ‘서(瑞)’ 자와 봉황의 ‘봉(鳳)’ 자를 따서 서봉총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155호 고분’이라고 의미 없는 이름이 붙여진 고분은 무령왕릉이 발굴된 지 2년 후인 1973년 자신만의 이름을 갖게 된다. 새로운 이름은 바로 천마총(天馬塚)이었다.
| 천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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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75센티미터, 세로 56센티미터, 두께 0.6센티미터의 캔버스에 금방이라도 하늘로 올라갈 것 같이 날렵한 말을 그린 그림이었다. 그 캔버스는 나무였고, 용도는 말다래(말안장에 늘어뜨려 진흙이 튀는 것을 박는 장식품) 혹은 장니(障泥)라고 부르는 유물이다. 이는 고구려의 벽화를 제외하고는 가장 오래된 그림이라고 한다.
처음 발굴했을 때 이 나무는 백화수피(白樺樹皮)라고 알려졌다. 백화는 자작나무를 말하는 것이니, 백화수피는 자작나무 껍질을 말하는 것이다. 자작나무의 껍질은 하얀색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에 알맞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방부제 성분인 큐틴이 들어 있어 잘 썩지 않고 곰팡이도 피지 않는다. 그렇기에 1,500년 동안이나 땅속에 있었어도 그림이 그대로 살아있었던 것이다. 신라인들은 이러한 특성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작나무는 백두산이나 시베리아에서 자라는 나무다. 그렇다면 신라가 고구려에서 자작나무껍질을 가져왔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자작나무, 거제수나무, 사스레나무 중 하나일 것으로 보고 있다. 셋은 거의 차이가 없어서 셋 모두에게 백화수피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고구려에서 가져온 자작나무라면 두 나라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증거가 될 것이지만 거제수나무나 사스레나무는 신라영토에서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자는 아마 신라영역에서 구할 수 있는 두 나무 중의 하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뉴스에서 보니 천마도의 색이 많이 바래버렸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목재조직학이라는 과학으로 나무를 들여다보니 새롭게 역사를 바라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처럼 나무로 만들어진 문화재의 나무 종류를 알아보는 것은 단순한 흥미 차원이 아니라, 국가와 국가 혹은 지역과 지역 사이의 교류를 짐작해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된다. 그래서 유적지에서 나오는 나무는 썩은 나무토막 하나라도 반드시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현재도 우리 인간의 사촌인 영장류들은 숲에서 나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도 물론 나무숲에서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인간은 숲을 떠났고, 숲을 망가뜨렸고, 숲을 황폐하게 하는 것이 우리를 죽이는 행위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인문학으로 보거나 과학으로 살펴봐도 나무는 우리의 삶이 있어서 아주 가까운 존재이다. 나무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우리는 나무 덕분에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