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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도 삶은 지속된다 - <연을 쫓는 아이>
우리에게는 늘 ‘타자’로만 인식되어 온 낯선 땅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그 비극적인 역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에게도 행복은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삶은 지속된다, <연을 쫓는 아이>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아미르(카리드 압달라)는 샌프란시스코에 살며 작가로서의 캐리어를 쌓아가는 중이다. 자신의 첫 소설이 출판되어 집으로 배달되어 온 날, 아미르는 어린 시절 자신을 아끼던 아버지의 친구 라힘 칸(션 터브)의 전화를 받게 되어 파키스탄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한 동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자신(제케리아 에브라하미)과 하인이자 친구였던 하산(아흐마드 칸 마흐미드제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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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작가의 영어 소설로 잘 알려진 <연을 쫓는 아이>는 주인공 아미르의 성장통과 모험을 통한 속죄라는 씨줄과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라는 날줄이 잘 엮어져 있는 소설이다. 원작자인 할레드 호시이니는 처녀작들이 대개 그러하듯 자신의 실제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를 장대하게 펼쳐 나갔다. 특히 이 소설은 세련미가 풍기는 도회적인 배경의 소설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국내 출판계의 국외 소설 분야에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인기를 끈 제3세계 배경의 소설이기도 한데,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묘사된 아프가니스탄의 풍경과 아리도록 슬픈 기억이 조우하며 빚어내는 독특한 향취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몬스터 볼>(2001), <네버랜드를 찾아서>(2004), <스트레인저 댄 픽션>(2006) 등 다소 침울한 문학적 향취가 짙게 묻어나는 영화에서 재능을 발휘한 바 있는 마크 포스터가 연출한 <연을 쫓는 아이>는 이런 소설의 성공에 기대어 큰 기대를 자아낸 바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영화로서의 결과물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 영화 역시 ‘낙원’ 미국과 ‘지옥’ 아프가니스탄이라는 할리우드 특유의 흑백론적인 정치학에서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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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500페이지를 훌쩍 넘어서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약 2시간 정도 되는 분량의 영화 속에 담아내는 데 기본적으로 무리가 따르지만, 영화판 <연을 쫓는 아이>는 소설 속에 세세하게 담아내는 아프가니스탄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경향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아미르의 아버지인 바바는 마초적인 아프가니스탄 아버지의 영웅적인 면모와 부정적인 면모를 모두 지니고 있는데, 이 영화 속에서의 바바는 그런 소설 속의 캐릭터에 비하면 지나치게 좋은 아버지로서의 면모만이 부각된 편이다. 또 소설 전체가 일찍이 모국을 떠난 아미르로 대변되는 망명자들이 하산으로 대변되는 자신의 모국에 대한 깊은 속죄 의식과 역사에 대한 부채 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데 비해 영화판은 인간 사이의 멜러적 감수성에 좀 더 집착하는 편이다.
원작을 읽은 독자의 시선으로 보자면 특히 ‘나치’와 ‘탈레반’ 그리고 ‘쇠주먹’을 연결시키는 소설의 정치적 상징들이 영화에서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운데, 대부분의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이 무려 30여 년이나 ‘탈레반’과 ‘소련’이라는 파시스트들에 의해 참혹한 고통을 겪었고, 이는 영화 속에서 소년 하산이 겪는 고난에 그대로 투영된다는 점에서 보듯 이 영화가 역사와 폭력을 빼면 말할 것이 없는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가족 영화 관람 등급에 해당하는 PG-13이라는 영화 등급에서 보듯,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를 비교적 간략히 다루는 이 영화의 순화된 연출은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태도이기는 하지만 역사적 비극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연을 쫓는 아이>는 생소하기만 했던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데, 계급간의 차별, 이민자의 고독, 전쟁과 학살로 정신과 육체가 모두 피폐해진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 비교적 잘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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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 속의 원작자의 인터뷰 내용처럼 영화와 소설모두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하산의 강간 사건 장면에서 주인공 아미르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는 곧 아프가니스탄에게 당연히 지녀야 할 세계의 부채 의식을 가장 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즉, 아프가니스탄은 그동안 ‘강간’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최근 아프가니스탄 재건 후 만들어진 첫 영화인 <천상의 소녀>(2003)가 소개된 바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영화 팬들에게 익숙한 아프가니스탄의 이미지는 올해 개봉한 <람보 4: 라스트 블러드>의 전편이자 개봉 당시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손꼽혔던 <람보 3>(1988)에서의 미국에게 구원받아야 할 약자로서의 묘사나 2007년 여름에 있었던 한국인들의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과 ‘탈레반’으로 상징되는 광신도 테러리스트 집단과 같은 스테레오 타입 뿐이다. 이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이다. 영화판 <연을 쫓는 아이>에 대한 국내 평단의 비판적 시각(모 평론가는 이 영화를 일컬어 ‘꼴 보수 프로파간다’라는 노골적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역시 이 영화의 정치적 시각이 지닌 한계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원작에 비해 영화가 단편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에서 묘사된 우정이나 사람들에 대한 묘사마저 폄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물론 <연을 쫓는 아이>는 역사와 폭력의 무게를 덜어내고 좀 더 폭 넓은 관객을 대상으로 삼는 이야기와 가족으로의 회귀라는 전통적인 할리우드 구조의 구축에 더 힘을 기울인 것은 맞다. 대표적으로 영화의 서두와 말미에 사용되는 ‘널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해줄께.’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가족애'라는 이 영화의 핵심적 주제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영화의 전반부에서 아미르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베푸는 하산이 이 대사를 하고, 결말부에는 반대로 아미르가 하산의 아들인 소랍에게 이 대사를 한다. 이는 절대적인 헌신성을에 기반한 사랑의 힘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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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비교적 순화된 연출에도 불구하고 영화판 <연을 쫓는 아이>는 정작 보수적인 아프가니스탄 사회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상영이 금지된 영화다. 특히 파쉬툰인인 소년 아셰프가 하지라인인 하산을 강간하는 장면은 암시적인 연출에도 불구하고, 남성 간의 강간 자체를 깊은 명예 훼손으로 생각하는 이웃들에 의해 하산을 연기한 아흐마드와 그의 가족들을 심각한 위협에 처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일화는 아직까지 영화적 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아프가니스탄은 전쟁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있는 땅이다. 한국전쟁의 기간이 단지 3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휴전' 후 여전히 전쟁이 남긴 이데올로기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우리 사회를 생각하면 그 '상흔'이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임은 명확하며, 지금도 역시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한국인들의 입국이 위험한 '분쟁 지역'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곳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삶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영화판 <연을 쫓는 아이>에서 발견하는 사실 역시 지극히 당연한 그 사실이다. 우리에게는 늘 ‘타자’로만 인식되어 온 낯선 땅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그 비극적인 역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에게도 행복은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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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DVD의 영상은 최신작다운 해상도와 색감이 돋보인다. 온화하고 차분한 색감의 영상은 비극적인 사건이 연속됨에도 불구하고 감상자들을 차분하게 영화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데, 두드러진 화질의 열화 없이 깔끔하게 영상이 구현된다. 칼 같은 화질이라기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의 영상이지만, 인물들의 묘사 등에도 별다른 문제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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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 역시 깔끔한 편인데, 마크 포스터의 연출인 폭력적인 사건을 상당히 많이 덜어냈기 때문에 그다지 음향 부분에 임팩트를 느낄 장면들이 많은 편은 아니다. 음향 효과 보다는 깔끔한 대사의 처리와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가 맡은 동양적인 음악의 표현이 훨씬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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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로는 원작자인 할레드 호세이니, 감독 마크 포스터 그리고 각색을 맡은 데이비드 베니오프가 참여한 음성 해설이 먼저 눈에 띈다. 서로의 분야(영화와 소설)에 대해 친구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형식이라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원작의 창작과 각색 과정을 담은 피쳐릿 Words from The Kite Runner(14분 25초)에는 원작자인 할레드 호세이니와 감독 마크 포스터 등이 등장해 원작의 집필 의도와 영화화 과정의 중심 주제 선정에 대해 들어볼 수 있다. 촬영 과정을 담은 Images from The Kite Runner(24분 38초)는 낯선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과 배우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감독의 연출 방식 등을 담고 있다. 또 원작자 할리드 호시이니가 아프가니스탄 구호 단체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Public Service Announcement with Khaled Hosseini(1분 19초) 와극장용 예고편 등 1장 짜리 디스크로는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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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포스터>,<제케리아 에브라하미>,<아흐마드 칸 마흐미드제다>9,210원(7%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