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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2007 수상작DVD <다른 영화는 가능하다>

서울독립영화제 2007 수상작 모음집 DVD인 <다른 영화는 가능하다>는 짧지만 강렬한 6편의 ‘독립 영화’를 모아 놓았다. ‘블록버스터’로 대변되는 상업 영화의 틀을 벗어나 만들어진 이 영화들은 마치 응축된 힘의 단편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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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서울독립영화제DVD

서울독립영화제 2007 수상작DVD, <다른 영화는 가능하다>

오랜 오염 때문에 생태계의 모습은 재편된다. 이제 동물들은 식물들의 먹이가 되어버린다. (<소이연(所以然>), 오래전 무림 고수가 있었다. 하지만 강적을 만난 무림 고수는 숨을 거두며 ‘강철’이 되기를 원한다. ‘자동판매기’로 환생한 무림 고수는 그만 사랑에 빠져버리는데…….(<무림일검의 사생활>), 중학생 소영은 시험을 보던 중 부정행위자로 몰린다. 소영을 적발한 기간제 교사 영숙은 이 사건이 며칠 후 정규직 임용에 악영향을 끼칠까 전전긍긍한다. (<알게 될 거야>), 9회 초 투 아웃,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상대방의 행동들의 의도를 읽어내려고 고뇌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저 피곤해 할 뿐이다. (<투수, 타자를 만나다>), 새벽길, 소녀 둘이 으슥한 골목을 걷는다. 그리고 자신들의 고통과 대면한다. (<사과>), 1학기 초 새로운 반에 모여든 고등학생들. ‘학교 짱’ 종백과 이사장의 손자이자 유력한 반장 후보인 판수와의 권력 대결의 중간에 끼게 된 신후는 권력 싸움의 이면을 보게 된다. (<김판수 당선, 그 후>)

<소이연(所以然>, 환경 파괴로 생태계의 먹이 사슬 체계가 뒤집어진 미래의 모습.

서울독립영화제 2007 수상작 모음집 DVD인 <다른 영화는 가능하다>는 짧지만 강렬한 6편의 ‘독립 영화’를 모아 놓았다. ‘블록버스터’로 대변되는 상업 영화의 틀을 벗어나 만들어진 이 영화들은 마치 응축된 힘의 단편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자본의 힘이 미치지 못한 관계로 기술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대신 이 영화들에게서 우리는 기술적인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을 젊은 독창성과 비판 의식을 맛볼 수 있다.

2007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소이연(所以然)>은 쉽사리 접하기 어려운 실험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는 기존의 생태계가 파괴된 후의 ‘자연의 역습’이라는 둔중한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흙을 이용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황폐해진 가상의생태계를 묵묵히 표현해낸다. 이 영화는 ‘산소 대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게 된 도심의 숲’이라는 기사를 모티프로 해서 출발했는데, 흙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관계로 자연의 질감이 잘 살아있기는 하지만 흑백 화면 속에 표현된 변종 생물들의 그로테스크한 모습에서 무시무시함까지 느껴지게 하는 정서적 충격을 안겨준다.

<무림일검의 사생활>,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자동판매기의 어여쁜 사랑.

반면 이 DVD에 수록된 또 다른 애니메이션 <무림일검의 사생활>은 무거운 <소이연>의 정서적 충격을 충분히 감소시킬 만한 정반대의 정서적 감흥을 주는 작품이다. 얼마 전 다른 애니메이션 두 편과 함께 <인디애니박스:셀마의 단백질 커피>에 포함되어 극장에서 공개되기도 한 <무림일검의 사생활>은 전작이었던 <아빠가 필요해>(2005)를 통해 독립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자신만의 따뜻한 색깔을 지닌 신진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장형윤 감독의 영화로 무협지 속의 캐릭터를 현대와 일상적인 판타지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강철’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한 강호의 무림 고수가 환생해 자동판매기가 된다는 설정도 재치 있지만, 자동판매기인 무림 고수가 소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상상력 역시 비범하다. 딱 보아도 한국산 애니메이션이라는 느낌이 드는 정감 가는 그림체, 판타지와 일상과 결합시킨 영화 속 장면들이 한없이 귀엽고 따사롭게 다가온다. 특히 이런 판타지들이 이제는 기억의 저편으로 떠밀려 나가고 있는 구석진 뒷골목과 쪽방의 풍경 위에 얹어 놓는 연출력이 훌륭하다.

<투수, 타자를 만나다> 과대 망상증 구원 투수의 코믹한 강박 관념과 반전.

독립 영화가 ‘예술’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무척이나 유쾌한 코미디영화인 <투수, 타자를 만나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기가 이미 기울어진 상태에서 등판한 구원 투수의 심리를 뒤쫓는 이 영화는 이 투수가 공 하나를 던지기까지 중언부언하는 투수 머리 속의 생각들 들려준다. 쉴 새 없이 야구 이론을 들먹이며 고뇌에 빠진 우리의 구원 투수와 달리 그를 제외하면 아무도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시츄에이션 코미디 한 토막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 주인공은 빈 공간에서 벌어지는 동네 야구 경기에서 메이저리그의 특급 마무리인 마리아노 리베라부터 ‘동방 특급’ 선동열과 ‘레전드 클로저’인 김용수까지 들먹이지만, 주인공의 고뇌와 달리 경기에 지쳐 집에 가고 싶은 선수들과 심판은 심드렁할 뿐이다. 어쨌든 영화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투수가 마침내 결정구를 던지면서 끝나게 되는데, 영화는 막바지에 포복절도할 반전을 숨겨놓는 센스를 잊지 않는다.

<알게 될 거야> 오해받은 소녀와 두려워하는 기간제 교사 그리고 불안한 삶.

학교가 주요 공간인 두 편의 영화 <알게 될 거야>와 <김판수 당선, 그 후>는 학교라는 공간을 권력 관계가 판치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묘사하고 있는 영화들이다.

감각적인 촬영이 돋보이는 <알게 될 거야>는 계약제 교사와 학생이라는 두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억압과 둘 사이에 다시 반복되는 권력 관계의 악순환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교사는 자신의 작은 권력과 협잡으로 소녀의 믿음을 배반하고 자신의 실속을 챙기지만, 영화 속에 표현된 그녀를 둘러싼 상황 때문에 관객은 그녀를 무조건 미워하지도 못하게 된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 또래다운 새침한 복수를 하는 소녀의 모습을 통해 영화를 귀엽게 마무리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반면 남학생들이 주인공인 <김판수 당선, 그 후>는 협잡과 폭력이 판치는 현대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고 부를만한 영화다. 폭력을 휘두르며 반을 지배하려는 소년과 그 소년을 이용해 권력을 얻는 소년 양자를 모두 무시무시하게 그려 놓은 이 영화에서 둘을 관찰하는 소년의 무력감까지 담아 놓은 감독의 연출력이 녹록하지 않다. 알고 보면 권력을 다투는 두 소년뿐 아니라 진실을 하는 관찰자 소년 역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인물이며 이는 부당함 앞에서도 침묵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김판수 당선, 그 후> 폭력은 어떻게 권력에 이용되는가?

마지막으로 <사과>는 이 DVD에 속한 6편의 영화 중 가장 정서적 감흥도가 높은 영화다.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해 어둑한 시간대에 외진 자기 집에서 시내로 걸어가는 매우 짧은 여정을 다룬 일종의 로드 무비인 이 영화는, 비록 물리적 거리는 짧지만 이 여정 속에 소녀가 맞닥뜨린 현실의 무게와 고통이 만만치 않게 다가오는 영화다. 특히 흑백 화면에 펼쳐진 스산한 풍경들과 절망의 벼랑에 서 있는 소녀들의 심상에 대비시키는 연출력이 훌륭한데, 흔히 청소년들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묘사하는 기존 영화들과 달리 추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소녀들의 내면을 현실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또 차곡차곡 쌓여진 정서적 감정 위에 올려진 후반부의 반전의 무게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수작 영화다.

<사과> 후미진 골목을 걷는 소녀들의 스산한 오딧세이.

DVD로서의 평가를 하자면 솔직히 <서울 독립 영화제 2007 수상작 : 다른 영화는 가능하다> DVD의 영상과 음향은 그리 우수한 편은 못된다. 1.33:1 비율의 스탠더드 사이즈의 화면비를 기본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사과>와 <김판수 당선, 그 후>, <투수, 타자를 만나다>는 애초에 1.33:1 화면비로 만들어진 영화(<투수, 타자를 만나다>는 DV촬영이나 레터박스로 처리)들은 별 문제가 없으나 애초에 35mm 필름으로 촬영되어 와이드 화면비로 만들어진 나머지 두 편의 영화들이 와이드 스크린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아나몰픽 포맷이 지원이 안 된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고가의 제작비가 사용되는 이런 작업들을 해내기 어려운 독립 영화계의 여건을 생각해 본다면, 이런 기술적인 아쉬움은 새로운 영화를 만난다는 즐거움에 비해 사소한 문제로 생각된다. 당연하게도이 DVD 속의 6편의 영화들 간의 화질 차이도 발견되는데, 아무래도 35mm 필름과 HD로 촬영된 영화들이 DV로 촬영된 영화들 보다 화질이 우수한 편이다.

비교적 단출한 스펙 속에서도 깔끔한 음향을 들려주는 <무림일검의 사생활>.

음향 역시 돌비 디지털 스테레오만을 지원하며, 음성이 뚜렷하게 들리지 않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는 역시 기본 제작비의 차이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다행히 한글과 영어 자막이 지원되므로 자막을 활용해 감상하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무림일검의 사생활>같은 경우에는 음향 효과 등이 잘 표현되는 편이다.

<무림일검의 사생활>을 만든 장형윤 감독의 인터뷰 모습 (좌)

별도로 만들어진 특별 영상으로 꾸며진 <소이연>의 김진만 감독의 영상 중 하나(우)

조감독을 인터뷰하는 형태를 띈 <투수, 타자를 만나다>의 특별 영상(좌)

인터뷰를 하고 있는 <알게 될 거야>의 김영제 감독 (우)

인터뷰 중인 <사과>의 안세훈 감독(좌)

인터뷰 중인 <김판수 당선, 그 후>의 이정현 감독 (우)

서플먼트는 기대 이상으로 풍부한 편인데, 작품 별로 감독들의 인터뷰 또는 DVD를 위해 준비된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서울독립영화제의 개막과 폐막 영상 그리고 홍보 영상이 담겨 있어 2007년 서울독립영화제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이 영화제 특유의 향취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젊고 열의에 가득 찬 제작진들이 이 DVD의 서플먼트 속에서 자신들의 작품에 보내는 애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챙겨볼 만한 서플먼트들이 그득하다.

<서울 독립 영화제 2007 수상작 : 다른 영화는 가능하다>

감독 : 김진만, 장형윤, 김영제, 권상준, 안세훈, 이정현

주연 : --


■ Spec
화면 A4:3 LETTER BOX
음향 돌비 디지털 2.0 스테레오

더빙 한국어

자막 한국어, 영어

상영시간 211분 41초 (서플먼트 포함)

지역코드 DualLayer / Region 3

제작년도 2007년
출시일자 2008년 6월

Special Features

- 감독 스페셜 영상
- 감독 인터뷰
- 페스티벌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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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독립 영화제 2007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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