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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베트남과 미국 경제

미국 의회는 2006년 11월 9일 베트남에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 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를 승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가 32년 만에 완전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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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는 2006년 11월 9일 베트남에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 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를 승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가 32년 만에 완전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미국은 지금 연착륙? 경착륙?

경제신문이나 잡지에 종종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가 ‘경착륙(硬着陸, hard landing)’과 ‘연착륙(軟着陸, soft landing)’입니다. 원래는 비행기나 우주선 등이 착륙하거나 궤도에 진입하는 기법을 나타내는 비행용어인데, 실질적으로는 경제 분야에서 경기변동을 얘기할 때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경제는 호경기, 불경기, 공황 등이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경기변동 과정을 겪게 마련입니다. 경기가 꼭대기에 도달하면 다시 후퇴하면서 침체국면으로 들어서고, 침체국면에서 다시 상승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그럼 경착륙은 어떤 의미일까요? 'hard landing'이라는 영어 표현이 암시하듯이 비행기나 우주선이 활주로에 거칠게 착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착륙방식을 빗대어 경기가 갑자기 냉각되면서 투자가 위축되고 소득이 줄어들며 주가가 폭락하고 실업자가 급증하는 현상을 경착륙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착륙이 일어나면 경기가 고성장 기조에서 급격한 침체기로 돌아서게 됩니다.

이에 비해 연착륙은 마치 비행기 조종사가 승객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비행기를 활주로에 부드럽게 착륙시키듯 경기가 갑자기 불황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서서히 충격 없이 하강시킨다는 게 주된 골자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연착륙은 고성장세를 구가해 온 경기가 급격한 경기침체나 실업증가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안정기에 접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경착륙과 연착륙이 반드시 따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실물경제가 경기연착륙 현상을 보이더라도 거시경제지표나 기업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증권시장에서는 경기경착륙 현상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경기 하강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경기 하강이 시작하기 전부터 재정, 환율, 통화 등 정책수단을 적절하게 조합해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미국 경제가 4대 악재(惡材)로 자칫 경착륙의 길로 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4대 악재로는 무역적자 급증, 소비?투자 둔화, 증시 폭락, 실물경기 급락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8,623억 달러(2006년 말)에 달하는 무역적자 폭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경제적 위상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함께 미국 내 소비와 투자 역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로 촉발된 경제불안감이 소비심리 악화와 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밖에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는 미국 증시와 실물경기 침체 양상도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하강세를 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경착륙, 연착륙
경기가 고성장 기조에서 급격한 침체기로 돌아서는 것이 경착륙, 고성장세를 구가해 온 경기가 급격한 경기침체나 실업증가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안정기에 접어드는 것이 연착륙.

서브프라임 모기지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금리로 주택마련 자금을 빌려주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연쇄적인 충격파를 던졌다. 연체율 상승 등으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한 펀드와 금융회사가 연쇄적으로 손실을 보면서 신용 경색 우려가 글로벌 금융 위기로 번진 것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베트남과 미국 경제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베트남을 다룬 영화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1986년에 나온 영화 <플래툰>과 1987년, <굿모닝 베트남> 등이 이에 속합니다. 그런데 당시 영화들은 미국이 베트남에 참전해 퇴각한 쓰라린 과거 때문인지 ?트남이 마치 지옥천지와 같은 곳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많이 풍긴 점이 특징이었습니다. 이처럼 한동안 부정적인 이미지로 일색되었던 베트남에 대해 최근 미국이 긍정적이며 우호적인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미국 의회는 2006년 11월 9일 베트남에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 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를 승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가 32년 만에 완전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특히 베트남으로서는 미국과의 PNTR 관계 재정립이 큰 의미를 갖습니다. 2006년 11월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총회에서 세계 150번째 회원국으로 승인받자마자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인 미국과의 정상무역관계까지 회복했으니 베트남으로서는 무역장벽을 한꺼번에 걷어내는 성과를 올린 것입니다. 한마디로 베트남이 고속성장 엔진을 단 셈입니다.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는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외교수립 등 관계 정상화에 앞서 상대방 경제사정을 파악한 후 맺는 체결을 의미하며, 무역관계인 ‘정상무역관계(NTR : Normal Trade Relation)’를 영구적으로 맺는 것을 뜻합니다. PNTR, NTR 모두 국제통상용어는 아니며 미국 의회에서 사용하는 법률 명칭일 뿐입니다. NTR은 미국이 교역국에게 낮은 관세로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종전의 ‘최혜국대우(MFNT : most-favored-nationtreatment)’에 해당하는 것으로 NTR 대우 국가는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상품에 대해 저관세 혜택을 받게 됩니다.

미국 의회는 교역국의 NTR 지위를 연장하기 위해 매년 심사를 하는데, PNTR을 맺으면 심사 없이 NTR 지위를 자동으로 부여받게 됩니다. 그동안 고속 경제성장을 구가해 온 베트남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본 궤도에 올려놓음에 따라 경제발전의 보폭이 더욱 빨라질 전망입니다. 경제전문가들은 2000년대 들어 7~8%대의 경제성장을 기록해 온 베트남이 세계 경제무대에서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인구가 8,000만 명이 넘는 베트남은 2001년부터 5년간 연평균 7.5% 성장에 이어 2010년까지 연평균8% 이상의 고속 성장을 일궈내 수출 1,000억 달러(약 94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 덕분에 1인당 국민소득이 2001년 410억 달러에서 2006년 620달러로 껑충 뛰어올랐고, 해외자본 유치도 2002년 14억 달러에서 2006년 60억 달러로 4배 이상 늘어날 전망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베트남 진출도 봇물을 이뤄 2006년 대베트남 투자액이 26억 8,300만 달러로 세계 1위를 기록했습니다. 2000년 6,700만 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이후 꾸준히 늘어 2005년 5억 5,100만 달러를 넘긴 이후 지난해 4배 이상 급증한 것입니다. 투자건수도 2000년보다 6배 가까이 늘어난 207건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는 대부분 건설 분야에 집중돼 있습니다. 2006년 말 베트남 전체 투자의 55%가 제철소, 철구조물 공장 건설 등 중공업 분야에 집중돼 있고, 그다음으로 신도시 건설 20%, 호텔 및 아파트 건설이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미국과 다른 나라와의 무역관계인 '정상무역관계(NTR)'를 영구적으로 맺는 것이다. NTR, PNTR 모두 국제통상 용어는 아니며 미국 의회의 법률 명칭이다. NTR은 미국이 교역국들에게 낮은 관세로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종전의 최혜국대우(MFNT)에 해당하는 것으로, NTR 대우 국가는 미국 시장에 수출되는 상품에 대해 저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경제상식사전』 연재를 마칩니다.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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