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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여자들, 전천후 호걸과 함께 일생일대의 복수를 완수해가다 - 『와이쥬엠 야규인법첩』
이번 작품의 주된 테마는 복수다. 그것도 보통 사람들의, 가장 치열하고 잔혹한 복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완수해야만 하는.
『바질리스크 코우가인법첩』을 본 이유는, 닌자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와이쥬엠 야규인법첩』을 본 이유는, 『바질리스크 코우가인법첩』을 만든 원작자 야마다 후타로와 만화가 세가와 마사키가 다시 콤비를 이룬 작품이기 때문이다. 『바질리스크 코우가인법첩』은 기묘한 능력을 가진 닌자들의 괴이한 혈투가 펼쳐지는 한편,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의 애절한 사랑이 전편을 뒤흔드는 매력적인 만화였다. 『와이쥬엠 야규인법첩』도 동일한 소설가와 만화가의 손을 거친 작품이기에 기본적인 정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번 작품의 주된 테마는 복수다. 그것도 보통 사람들의, 가장 치열하고 잔혹한 복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완수해야만 하는.
아이즈의 번주인 가토 요시나리는 학정을 일삼는 악당이다. 그런 가토에게 저항한 호리 몬도 일족은, 전투에서 패배하여 남자들은 모두 포로가 되고 여성들은 비구니가 사는 절로 도망친다. 가토의 심복이며 잔인하기로 악명이 높은 아이즈 칠본창은 호리 일족의 남자들을 끌고 절에 가서 여자들을 내놓으라며 행패를 부린다. 쇼군의 누이가 모습을 드러낸 덕에 겨우 호리 일족의 여성 7명만 목숨을 구하고, 남자들은 모두 칠본창에게 무참하게 학살당한다. 살아남은 호리 일족의 여성 7명은 복수를 다짐하고, 야규 쥬베이를 만나게 된다.
야규 쥬베이는 대대로 도쿠가와 쇼군가의 병법과 검법 스승인 야규 가문의 장남이다. 그러나 규율과 관습에 얽매여 사는 것이 싫었던 야규 주베이는 장남으로서의 의무와 책임 그리고 권리를 포기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간다. <무사 쥬베이>『베가본드』『귀무자2』 등 다양한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의 주요 인물로 등장할 정도로 일본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인 쥬베이는 탁월한 검술과 인술 능력, 그리고 병법까지 익힌 전천후 호걸로 유명하다. 『와이쥬엠 야규인법첩』의 야규 쥬베이는 연약한 여성들이 뛰어난 전투력을 가진 칠본창에 맞서 복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승으로 등장한다.
제목에도 ‘야규’가 등장하는 것처럼, 『와이쥬엠 야규인법첩』의 주인공은 야규 쥬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와이쥬엠 야규인법첩』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요소는 야규가 벌이는 화려한 전투가 아니라 여성들이 직접 복수를 하는 극적이면서도 사실적인 과정이다. 호리가의 여성들은 직접 복수를 하기 원한다. 야규에게 칠본창을 죽여 달라고 호소하는 대신, 야규에게 검법과 병법을 배우는 것이다. 물론 평범한 여성들이 몇 년을 수련한다 해도 칠본창과 정면으로 맞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야규는 최대한 여성들이 배울 수 있는 검법과 전투기술을 가르쳐 주고, 지옥훈련을 통해 신체의 능력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칠본창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함정을 파서, 그들이 끌려드는 순간 기습으로 죽여 버린다. 개개인 모두가 탁월한 능력을 가진 칠본창은 한두 명이 함정에 빠져 죽어간 뒤, 쉽게 함정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들이 그저 함정과 기습만으로 칠본창에게 복수하는 것이 아니다. 야규 쥬베이가 직접 칠본창을 죽이지는 않지만, 그들을 죽이기 위한 계획은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온다. 고도의 심리전, 지형지물을 이용한 야규의 병법이 없으면 애초에 복수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단순한 함정이 아니라, 철저한 전략전술의 승리다. 여성들의 복수가 중심인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제목이 『와이쥬엠 야규인법첩』인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야규 쥬베이가 있어야만 여성들의 복수가 가능하고, 『와이쥬엠 야규인법첩』의 모든 이야기가 풀려나간다. 야규 쥬베이와 그의 스승인 다쿠앙 선사가 한 축이라면 가토 야스나리와 칠본창 그리고 칠본창의 스승인 아시나 도하쿠가 반대편에서 맞선 『와이쥬엠 야규인법첩』은 그들의 머리싸움만으로도 탁월한 재미를 준다. 단지 일 대 일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길 수밖에 없는 형국을 만들어내기 위해 서로가 전략을 짜는 과정이 더욱 흥미를 자아낸다. 서로 자신의 새로운 패를 하나씩 내보이면서 벌이는 용호상박의 대결이 『와이쥬엠 야규인법첩』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야하고 폭력적인 각각의 에피소드가 톡 쏘는 맛의 양념이고.
또한 여성들의 복수가 테마인 『와이쥬엠 야규인법첩』에서 인상적인 광경은,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선사들이 벌이는 싸움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싸움이 아니다. 그들은 정식으로 무술이나 검법을 배우지 않았고, 신체적으로도 뛰어나지도 않다. 다만 다쿠앙 선사의 명령으로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들을 희생하는 것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보통사람들의 방식으로 사무라이나 군인들과 당당하게 맞서 싸운다. 죽을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다.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니까. 복수의 과정을 보는 것도 충분히 짜릿하지만, 그런 희생을 보는 것 역시 충분히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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