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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 이상향은 어디일까?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곳을 상상하곤 합니다. 그곳은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에덴의 동산’이라 하고, 도연명은 ‘무릉도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바로 ’유토피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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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곳을 상상하곤 합니다. 그곳은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에덴의 동산’이라 하고, 도연명은 ‘무릉도원’이라고 했습니다. 또 ‘샹그릴라’라는 이름으로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바로 ’유토피아‘라고 생각합니다.

유토피아라는 단어를 우리에게 익숙하게 한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을유문화사, 2007년 6월)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과연 토머스 모어는 어떤 나라를 이상향으로 보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숲 사람들』(황소자리, 2007년)을 통해 현대 문명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아프리카 피그미 족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이상향을 찾을 수 있을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또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사군자, 2006년)에서는 아마존 싱구 부족 삶의 모습이 유토피아는 아닐지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과학을 통해서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인간실험: 바이오스피어 2』(알마, 2008년 3월)를 보겠습니다.

과연 어떤 사회가 이상적일까요? 이에 대한 의문을 풀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유토피아』, 토마스 모어, 주경철 역, 을유문화사, 2007년 6월.
『숲 사람들』, 콜린 M. 턴블, 이상원 역, 황소자리, 2007년 11월.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정승희, 사군자, 2006년 11월.
『인간실험 : 바이오스피아2』, 제인 포인터, 박멈수 역, 알마, 2008년 3월.

***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21세기 사회는 어떤가? 현실 생활에 만족하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다. 과거에는 어땠을까? 과거에도 지금과 똑같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항상 현실에 만족하고 사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30대인 사람은 자신의 20대 시절을 그리워하며 ‘그때가 참 좋았지.’라고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아니면 자신보다 나이가 10년 정도 아래인 사람과 이야기 도중 그에게 “참 좋을 때다.”라고 말하곤 한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우리는 지금이 행복할 때지만, 결코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 시절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가 좋았던 때라고 기억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가진 특징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항상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다. 현실에 대한 불만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바로 인간의 역사였다고 말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 전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호모 사피엔스가 이렇게 삶의 터전을 옮긴 것은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였다. 물론 초기 인류가 생각하는 좀 더 나은 생활의 터전은 아마 먹을거리를 확보하기에 쉬운 지역이었을 것이다. 초기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을 위해 먹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먹을 것을 찾아서 끊임없이 돌아다녔다.

그랬던 그들이 정착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누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농사짓는 법을 배우고, 야생동물을 기르게 되면서 더 이상 먹을거리를 따라 옮겨 다니지 않고도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먹을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정착 농경생활을 시작하자 인구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수렵채집시기와 비교해서 엄청나게 인구가 증가했다. 피를 나눈 가족 중심의 공동체를 영위했던 그들의 삶은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공동체의 무리가 커지면서 사유재산과 계급이 발생했다. ‘재산’과 ‘계급’이 우리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다.

재산이 많고 계급이 높은 사람이 남들 위에 군림하면서 권력을 행사하는 불평등한 사회는 소수의 사람에게는 유토피아였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디스토피아였다. 그 전통은 시대를 거치면서도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유토피아란 사회는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생존을 위한 먹을 것에서 어느 정도 해방이 된 상태에서, 소유에서의 평등, 사회적 지위에서의 평등이 바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인 17세기 초 토머스 모어가 원하는 이상사회의 모습을 한번 들여다보자.

토머스 모어가 원한 세상

『유토피아』| 토마스 모어/주경철 역 | 을유문화사 | 2007년 6월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를 세상에 내놓은 것은 1516년, 영국이었다. 그 시절이 어떤 특징을 지녔는지를 먼저 살펴본다면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를 쓰게 된 계기나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은 유럽대륙을 변화시켰다. 이는 그 시절 싹트기 시작한 자본주의를 더욱 확대할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의 근본은 이윤이다. 영국에서는 모직물 공업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농토를 목양지로 바꾼다. 그것이 바로 자본가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윤이 남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사를 짓던 소작농들은 자신들의 삶을 지탱하고 있던 땅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또 그 시절은 종교개혁이 시작된 시기이다. 『유토피아』 발간 1년 후인 1517년 독일 땅에서 마르틴 루터는 금기영역이었던 교회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기 시작한다. 중세에 기독교는 세상의 중심이었으며,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이었다. 모든 가치에 중심이 되는 기독교적 세계관이 흔들리고 있었던 시기였던 것이다.

실상 토머스 모어는 그 시절 영국에서 잘 나가는 집안 배경과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다. 아버지인 존 모어 경은 법률가였다. 아버지의 희망대로 토머스 모어는 법학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대법관까지 지냈으며, 왕에게 크게 인정받는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영국의 현실을 좋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좀 더 나은 사회를 원했다. 그는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돈이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하여 돈이 없어지길 원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만일 돈이 사라진다면 공포, 고뇌, 근심, 고통, 잠 못 드는 밤이 함께 사라집니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로 돈이 사라진다면 빈곤도 완전히 사라지는 것입니다.”(153쪽) 게다가 모어는 사유재산까지 없애길 원했다. 이를테면 유토피아 사람들은 10년에 한 번씩 추첨으로 집을 바꾸어 살고 있다고 말한다.

유토피아 지도
그 시절 모든 나라는 왕이 통치하던 시기였지만, 그는 왕국을 원하지 않았다. 토머스 모어가 원하는 유토피아는 최고 통치자까지도 사람들의 대표가 뽑는 것을 원했다. 이것은 상당히 혁명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유토피아에서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방법은 이렇다. “매년 30가구당 한 명의 시포그란투스를 뽑는데, 시포그란투스는 모두 200명이며 이들이 모여서 네 명의 후보자 가운데 원수를 선출한다.”

더 나아가 그는 사람들이 모두 노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신의 교양을 위해서 공부하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 했다. 사람들은 모두 6시간밖에 일을 하지 않지만 이 정도의 노동으로도 생활필수품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단언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여성이나 성직자, 귀족이나 그들에게 붙어먹고 사는 깡패와 같은 시종, 걸인 들은 일을 하지 않기에, 생활필수품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유토피아에서는 그러한 직업의 사람들이 없기에 6시간의 노동만으로도 생활필수품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는 무위도식하는 계급에 대한 질타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6시간만 노동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정신적 교양을 쌓는 데 헌신하도록 하고 있다.

또 토머스 모어는 평등을 강조하기 위해 유토피아 사람들의 옷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토피아 인들은 같은 모양의 옷을 입으며, 이 옷은 모두 집에서 만든다고 한다. 게다가 그 옷을 2년 동안 입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더 많은 옷을 가지고 있어봐야 추위를 더 잘 막는 것도 아니고 더 멋지게 보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예 원치를 않는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결혼하기 위해 남녀가 선을 볼 때에는 남녀 모두 옷을 벗어서 맨몸을 상대방에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모어가 생각하기에 옷이라는 것은 가식적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 방법을 도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토머스 모어 동상

그러나 토머스 모어가 그리고 있는 유토피아 사회는 가부장적인 질서를 가지고 있다. “각 가구의 최연장자가 가장이 됩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아이들은 부모에게, 연소자는 연장자에게 복종합니다.”(80쪽)라고 표현함으로써 유토피아는 가부장적 권위주의 사회임을 보여준다. 현대의 여성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말도 안 되는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 책 『유토피아』는 이렇게 끝이 난다.

“비록 그가 의심할 바 없이 대단한 학식과 경험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나는 그가 말한 모든 것에 동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유토피아 공화국에는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으면 좋겠다고 염원할 만한 요소들이 많았다고 본다.”(155쪽)

이상향을 꿈꾼 토머스 모어의 실제 현실은 어땠을까? 그는 불행한 죽음을 맞이했다. 물론 행복한 죽음은 없지만, 그는 제 명에 죽지 못했다. 독실한 신앙을 가진 그는 결혼 때문에 국교를 바꾼 헨리8세의 정책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모어는 반역죄로 사형을 당한다. 그런데 사형당하는 순간에도 그는 여유가 있었다. 죽어서 유토피아에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도끼를 들고 있는 사형 집행인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내 목은 짧으니 조심해서 다뤄주게.”

토머스 모어가 생각한 유토피아의 모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평등이다. 그는 돈을 없애고 재산에 있어서의 평등과 왕과 귀족이 없는 그런 평등사회를 원했다. 과연 그런 사회가 있을까?

문명이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 인간사회에서 사유재산제와 계급이 발생한 것은 청동기시대라고 역사학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이 문명을 만들기 시작한 때부터 불평등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석기시대에는 재산이나 계급이 평등한 사회니 그 시절이 바로 유토피아는 아닐까? 아니면 지금도 오지에서 수렵채집으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유토피아가 아닐까?

『숲 사람들』| 콜린 M. 턴블/이상원 역 | 황소자리 | 2007년 11월.
아프리카로 가보자.

인류학자인 콜린 M. 턴블이 1950년대에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밤부티 피그미와 3년 간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체험한다. 턴블과 같은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우리는 아무런 기록도 남아있지 않은 우리 선조들의 선사시대 삶의 모습을 조명해볼 수 있다. 신석기 시대 이후 농경 정착생활을 통해서 불과 1만 년 동안 우리 인류는 지구 곳곳에 문명을 심어놓았다. 그 문명으로 말미암아 우리네 삶은 획기적으로 변했다. 그리하여 문명사회에서 우리는 편리하게 살고, 아직 수렵 채집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에 불편하고 어렵게 살고 있다고 흔히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턴블이 함께한 피그미족의 삶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숲은 피그미에게 사계절 의식주를 해결해준다. 그리고 철이나 식량같이 필수적인 것들은 이웃에 사는 다른 종족과 물물교환을 통해서 확보한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든 캠프(거주지)를 옮겨 다니며 아주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음이 느껴진다. ‘원시부족들은 미개하고 그들의 삶은 아주 불편할 것이다.’라는 우리들의 고정관념은 이 책을 읽어보면 여지없이 깨진다.

“밤부티 피그미 무리에게는 추장도, 공식회의도 없었다. 생활 영역에 따라 주도적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한두 명의 남자나 여자가 있지만 이는 현실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그쳤다. 논쟁을 끝내야 할 경우 이는 특히 두드러졌다. 판사도 법정도 없었기 때문이다. 흑인 부족들은 나름의 재판소를 가지고 있었지만 피그미는 달랐다. 논쟁은 생겨날 때처럼 자연스럽게 종결되었다.”

계급이 분화되기 전의 삶을 살고 있는 그들에게는 어떤 권력도 존재하지 않는다. 약간의 다툼은 존재하지만, 아주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한다. 여기에서 우리의 현대적인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발견한다. 우리는 현대화된 도시에서 편리하게 살고 있다고 느끼고는 있으나, 여러 가지 불평등과 그에 따른 갈등 또 오염된 환경 등 편리함에 대한 대가를 크게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정승희 | 사군자 | 2006년 11월
이번에는 남아메리카 아마존으로 가보자.

“옷을 벗으면 인간이 보인다. 돈을 받고 벗으면 몸매만 보이지만 자연 속에서 자연으로 벗고 있으면 ‘자연’이란 이름의 인간이 보이는 것이다.”

KBS 카메라감독인 정승희는 10여 년간 아마존 지역을 촬영하면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옷을 거의 입지 않은 상태로 산다. 토머스 모어가 이야기하는 평등의 조건 중에 하나이다.

또 이들 마을에는 추장이 존재한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면 추장은 마을을 지키고 또 마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야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쉽지만, 그들은 권력이 없이도 문제를 잘 해결한다. 그들에게 권력은 없지만 권위는 있다.

“추장은 마을의 공동기금을 관리하거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그 과정을 관장하는 식의 역할을 수행할 뿐 부족 구성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거나, 그들을 구속하는 식의 권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276쪽)

권력이 있다는 것은 이미 계급 사회를 의미한다. 소수의 지배계급에게 세상은 유토피아일지도 모르지만, 대다수의 피지배계급 사람들에게는 결코 유토피아가 아니다. 그렇기에 권력이 없는 아마존 싱구 부족의 삶이 문명사회보다 불편한 점은 있겠지만, 우리보다 훨씬 행복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싱구 부족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이 결코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권의 책을 보면 문명이 유토피아를 사라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 계급이 없고, 평등한 사회를 우리는 과거에 이미 잃어버린 것이다. 이를 다시 되돌릴 수는 없을까? 혹시 과학으로 우리는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과학으로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 있을까?

『인간실험 : 바이오스피아2』| 제인 포인터/박범수 역 | 알마 | 2008년 3월
과연 사회제도를 통해서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말도 안 된다.’이다. 사회제도로 말미암아 우리는 유토피아를 떠나버렸다. 지금처럼 지구의 환경이 망가진 상태에서는 사회제도가 완벽하다고 해도 그곳은 유토피아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으로 환경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을 위한 실험이 있었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투손 부근 사막에 1987년부터 외부와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 마련되었다. ‘바이오스피어2(Biosphere 2)’라는 이름의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바이오스피어’는 자연생태계를 의미하며, 이에 대해 ‘바이오스피어2’는 의미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생태시스템을 말하는 것이다.

이 실험은 1991년 9월부터 2년간 8명(남자 4명, 여자 4명)이 참가했으며, 이들은 자급자족적 농업으로 생존을 했다. 넓이가 1,275헥타르(1헥타르는 가로 세로가 각 100미터인 넓이, 따라서 축구장보다는 조금 더 넓음)인 이 곳에 지구생태계와 아주 비슷하게 내부를 꾸며 놓았다.

바이오스피어2의 외관

바이오스피어2의 내부는 인간 거주 구역, 집약농업 생물군계(농업구역), 산호초가 포함된 대양 생물군계, 열대우림 생물군계, 사바나 생물군계, 사막 생물군계, 습지 생물군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모아온 3,800종의 식물과 동물이 있었다. 즉, 바이오스피어2는 지구의 생태계를 그대로 모방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곳에서 대원들은 자신들이 먹을 식량을 직접 재배하고, 사용한 물을 재사용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호흡하게 될 공기까지도 관리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들의 일차적인 목적은 바이오스피어가 지구생태계에서 하는 일을 그대로 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것이었고, 만약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다른 행성에도 이러한 곳을 건설함으로써 우주 식민지 구축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지구의 생태시스템을 지금보다 쾌적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오염되지 않게 지구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스피어2의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계급적 위계질서 하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관계조차도 자연환경만큼이나 좋게 만들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실험의 결과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이오스피어2’에 닥친 위험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먼저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급격히 치솟았다. 이를 낮추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땅에 초록 잎을 가진 식물을 심었다. 그리고 열대우림에서 빨리 자라버린 나팔꽃 넝쿨도 잘라냈다. 이 넝쿨은 빛을 차단해서 다른 식물의 광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산소의 농도도 정상치(공기의 21퍼센트)보다 5퍼센트나 떨어지기도 했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한다. 마침내 그 원인을 찾아낸다. 없어진 산소는 바로 시멘트가 먹어버린 것이었다. 또한 식량생산도 마음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바이오스피어2의 내부
게다가 안에 있는 동물들이 멸종하기 시작했다. 또 완두콩이 곰팡이의 공격으로 죽어갔고, 감자도 곰팡이의 공격을 견디지 못했다. 이것은 이들의 식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적절한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하게 되자 그들은 체중이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으며, 더욱 큰 문제는 그들 사이에 온갖 적의와 증오감을 만들어냈다. 또한 바이오스피어2에 들어간 8명에게는 폐쇄된 공간에서 지내게 됨으로써 우주선이나 남극 연구기지에서 오랜 기간 지내는 사람과 같이 여러 가지 정신적인 문제가 생겨났다. 8명은 두 편으로 갈려지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다. 이성적인 그들이지만 결코 유토피아를 만들 수는 없었다.

과학으로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어림도 없었다. 아직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은 자연을 흉내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숨 쉬며 살고 있는 이 지구 생태계는 무려 40억 년의 장구한 기간 동안 생성된 것이다. 그것을 얄팍한 인간의 과학으로 흉내를 내고자 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탐욕이다. 그런데 우리 지구의 생태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우리는 생태계를 지금도 무참히 무너뜨리고 있지 않은가.

유토피아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않는 곳이 아니고, 과거에는 존재했었지만 인간의 문명이 이를 없애버린 것은 아닌가. 우리가 문명의 편리함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야만 유토피아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유토피아는 결코 과학으로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우리에게 다시는 유토피아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나를 슬프게 한다. 혹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유토피아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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