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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권하는 영화 <안경>

인적이 드문 바닷가 마을, 도시 생활에 지친 타에코(고바야시 사토미)는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을 찾다가 이 마을의 민박집인 ‘하마다’를 찾게 된다. 혼자서 조용히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타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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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리뷰

휴식을 권하는 영화, <안경>

인적이 드문 바닷가 마을, 도시 생활에 지친 타에코(고바야시 사토미)는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을 찾다가 이 마을의 민박집인 ‘하마다’를 찾게 된다. 혼자서 조용히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타에코. 그러나 민박집 주인인 유지(미츠이시 켄), 어디선가 나타나 팥빙수를 파는 사쿠라(모타이 마사코), 불쑥 불쑥 나타나는 고등학교 생물 교사 하루나(이치카와 미카코) 등이 ‘젖어든다’라고 말하는 행동 등에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결국 민박집 ‘하마다’를 떠나려는 타에코. 하지만 타에코가 새로 구한 민박집 역시 타에코가 원한 곳은 아니다. 다시 ‘하마다’로 돌아온 타에코는 자신을 찾아 온 요모기(카세 료)를 만나게 되는데…….

이 영화는 주인공인 타에코가 섬에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가 주축을 이룬다.

<안경>은 이 영화를 연출한 오기가미 나오코의 전작 <카모메 식당>처럼 줄거리 요약이 잘 안 되는 영화다. 그렇다고 해서 <안경>이 난해한 예술영화라고 말하기도 어려운데, 그건 이 영화가 형식적인 실험 등에는 별 관심이 없는 전형적인 대중영화의 형식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즉, 관객들에게 <안경>이라는 영화를 보는 것 자체는 그리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안경>은 특별히 ‘극적인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소소한 전원 생활을 다룬 영화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그 공간 안에서는 꽤 큰 사건이 벌어지는 법인데 <안경>은 영화가 시작하고 끝이 날 때까지 커다란 극적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국내 아트하우스 계열 영화관에서 장기 상영하며 인기를 모았던 <카모메 식당>을 본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텐데, <카모메 식당> 역시 핀란드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하나의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일본 여성들의 평온한 일상을 다루었다. 하지만 <안경><카모메 식당>보다 좀 더 소소하게 캐릭터의 미묘한 변화를 다루는 영화다. 적어도 <카모메 식당>이 식당에 늘어나는 손님의 숫자로 성공을 가늠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안경>에서 그런 외면적인 변화는 거의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타에코는 이 작은 공동체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돈다.

<안경> 역시 <카모메 식당>처럼 작고 이상적인 공동체의 완성에 관한 영화다. 그러나 <카모메 식당>이 ‘여성들의 연대’라고 볼 수 있는 이상적인 공동체의 완성기를 다루고 있다면, <안경>의 공동체는 좀 더 느슨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일본 주류 사회에서 유리된 일본인 여성 집단을 다루는 <카모메 식당>과는 달리, <안경>의 공동체 구성원은 현실적인 도시 생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카모메 식당>에 등장하는 일본인 여성이 지닌 전사(前史)가 영화 속에서 여성 간의 화학 작용을 키워나가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에 비해, <안경>에서 캐릭터의 개인사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 편이다. 가령, 두 영화 모두에 조금은 초월적인 존재로 등장하는 모타이 마사코(<카모메 식당>에서 여행용 가방을 잃어버리고 식당에 합류하는 마사코 역, <안경>에서 ‘인생 최고의 팥빙수’를 만드는 정신적 지주인 사쿠라 역)가 연기하는 두 영화 속의 캐릭터들을 비교해 보아도 <카모메 식당>의 마사코의 인생사는 간략하게나마 영화 속에 설명이 되는 반면에, <안경>의 사쿠라에 관련된 정보는 영화 속에서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안경>의 다섯 주요 캐릭터 중 실제 삶에 대한 정보를 최소한이라도 얻을 수 있을 만한 인물은 고등학교 생물 교사로 등장하는 하루미가 유일하다. (그녀는 영화 속 마을 근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학교 생활이 잠시나마 보여지는 유일한 인물이다.)

평화롭게 사쿠라가 만든 '인생 최고의 팥빙수'를 먹는 주인공들

줄거리상으로 <안경>은 타에코가 이 마을로 들어오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는 이야기로 요약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비슷한 시기에 마을을 찾아왔다가 홀연히 떠나는 사쿠라의 모습과 겹쳐지는데,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타에코가 사쿠라의 역할을 언젠가 대체할 인물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사쿠라는 이 아주 작은 공동체의 사실상 리더고 타에코는 이 초월적인 존재에 점차 감화되어 간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안경>은 전체적인 줄거리의 중요성이 그다지 높은 영화는 아니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바닷가 마을은 결코 화려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등장인물은 자주 ‘젖어든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 역시 관객들이 이 영화의 분위기에 젖어들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감독의 의도는 시종일관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데, 이 영화는 이야기의 진행을 종종 멈추고 등장인물이 일종의 정서적 감흥 상태를 보내는 시간을 정겹게 보여주고는 한다. 장난스럽게 보이는 ‘메르시 체조’를 같이하는 장면, 바닷가를 가만히 바라보는 장면, 낚시를 하는 장면 등이 모두 그러하다. <카모메 식당>에서도 그러했듯,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속 등장인물은 말보다는 응시 또는 지극히 사소해 보이는 행동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는 캐릭터가 벌이는 행동에 대해 논리적 설명을 하는 데 힘을 기울이지 않는다. 즉, 사쿠라는 어떤 사람이고 그녀는 왜 바닷가에서 팥빙수를 만드는가? 왜 유지는 이 마을에서 민박을 하게 되었는가? 왜 하루나는 학교에 자주 지각하면서도 민박집에 들르게 되었는지? 등등 <안경>은 관객이 논리적인 설명을 필요로 할 만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비워놓아 버린다.

이렇게 비워진 이야기상의 구멍은 결국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몫일 수 밖에 없는데, <안경>은 좀 더 나아가서 그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으며 굳이 이유를 설명하자면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한다. 타에코나 사쿠라의 도시 생활이 어떠한지는 영화 속에서 간단하게 설명되는 하루나의 일상과 그리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은 먹는다거나 잔다거나 멍하니 있다거나 하는 일상적인 행동을 할 뿐이다. 하지만 이들의 일상은 지극히 특별한 것이기도 하다. 이들의 행동을 잘 지켜보면 그들이, 현대인이 바쁘게 하거나 무시하고 넘어갈 만한 일, 즉 비생산적인 일이라고 볼 만한 일을 지극히 느린 속도로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이 영화가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보여주는 영화적 주제는 ‘완전한 휴식이 주는 평온함’과 같은 것이다.

타에코가 '안경'을 잃어 버리는 장면. '안경'은 마음에 대한 은유?

확실히 <안경>에서 인물들이 취하는 휴식들은 절절한 고독감이나 외로움과 같은 극단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이 갈구하는 휴식은 절절함보다는 도시 생활 또는 일상의 피로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정도의 동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타에코가 다시 일상생활로 복귀하면서 길에서 안경을 잃어버리고 민박집 주인인 유지가 이 안경을 발견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주인공이 마음을 그 마을에 놓고 간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주인공 타에코가 안경으로 상징되는 현실의 굴레를 그즈음에야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정성 들여 만든 팥빙수를 먹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역설한다.

만약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꽉 찬 플롯과 요란한 시각효과 그리고 위악적인 개그에 질린 관객이라면 필히 이 영화를 선택하기 바란다. 단, 앞서 장황하게 이야기한 것처럼 그저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영화를 편안하게 즐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옥색빛 바다의 느낌처럼 부드러운 분위기의 영상.

차분한 느낌의 영상을 선보이는 일본 영화 DVD. <안경> 역시 그런 느낌은 여전하다. 하지만 해안가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안경> DVD는 상대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고 화사한 느낌까지 든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분위기만큼 담백하고 차분한 느낌의 영상을 선보이고 있으며 해상도는 최신작으로는 평이한 수준이다. 부드럽게 구현되는 영상이 편안한 느낌이다.

스펙터클보다는 음악적인 느낌을 추구하는 깔끔한 음향.

일본어 돌비 디지털 스테레오를 포맷으로 삼은 <안경> DVD의 음향은 소박하고 깔끔하다. 이 영화는 소박한 영화의 내용처럼 사운드 구성 역시 소박한 편인데, 스테레오 포맷으로도 충분히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극적인 음악 대신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피아노 음악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좌우 프런트 스피커를 통해 산뜻하게 구현되며 대사 출력 역시 깔끔하다.

메이킹 필름에서 인터뷰하는 주연 배우 고바야시 사토미(좌)

메이킹 필름에서 설명하는 팥 맛있게 끓이는 법(우)

메르시 체조를 하고 있는 배우 모타이 마사코 (좌)

‘안경의 휴일’에서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우)

반복해서 보게 되는 ‘아침에 젖어들기’의 오프닝 타이틀 (좌)

‘아침에 젖어들기’ 중 나이를 잊고 ‘가위 바위 보’에 빠진 배우들 (우)

서플먼트가 별로 없었던 <카모메 식당> DVD와 달리 <안경> DVD는 2장으로 구성되어, 비교적 풍부한 서플먼트가 담겨 있다. 다른 하나의 안경(30분 48초)은 메이킹 필름으로서 영화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일본식 메이킹 필름의 특징인 여성 내레이션 진행과 함께 부분 부분 배우 인터뷰, 영화 속 요리, 동물 등 사소한(?) 궁금중을 자아낼 만한 내용을 담았다. 메르시 체조 완전판(5분 53초)은 영화에 등장하는 조금 독특한 체조인 ‘메르시 체조’의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는 메뉴다. 영화에서 이 체조의 창안자로 등장하는 사쿠라 역의 모타이 마사코가 체조를 시연하고 거기에 영화에 참여한 배우와 엑스트라인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안경의 휴일(2분 36초)은 섬에서의 일상을 점토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독특한 영상물이다. 마지막으로 아침에 젖어들기(68분)는 영화의 등장인물이 겪을 만한 즐거운 일상을 다룬 1분 내외의 단편 60편 모음집이다.

<안경 SE>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주연 : 고바야시 사토미,이치카와 미카코,카세 료등

■ Spec
화면 Anamorphic Widescreen 1.78:1
음향 돌비 디지털 2.0ch 스테레오

더빙 일본어

자막 한국어, 영어, 일본어

상영시간 107분

지역코드 DualLayer / Region 3

제작년도 2007년
출시일자 2008년 5월 16일


Special Features

1. 또 하나의 안경
2. 메르시 체험 완전판
3. 안경의 휴일
4. 아침의 황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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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SE

감독:오기가미 나오코 출연:고바야시 사토미, 이치카와 미카코, 카세료 외21,500원(15%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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