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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 아름다움이 뭐기에

‘아름다움’은 일단 여자가 상상되는 단어입니다. 물론 동물 세계에서는 수컷이 더 아름답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여자가 이에 해당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여자들은 아름답기 위해 어떤 것들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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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일단 여자가 상상되는 단어입니다. 물론 동물 세계에서는 수컷이 더 아름답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여자가 이에 해당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여자들은 아름답기 위해 어떤 것들을 했을까요. 이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치장의 역사』(김영사.2004년)라는 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여자들은 과연 아름다워지기 위해 어떻게 치장을 해왔느냐에 대한 문화사적 소개입니다. 이에 비해 조용진 교수의 『미인』(해냄.2007년)이라는 책을 보면 ‘미인학’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 미인에 대한 해부학적 분석과 미인에 대한 정의가 소개되어 있으며, 『아름다움의 과학』(프로네시스.2008년)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아름다움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사에서 보는 아름다움과 과학으로 보는 아름다움을 소개하겠습니다.

***

다이안네 크루거(Diane Kruger).

이 사진은 다이안네 크루거(Diane Kruger)라는 이름의 독일출신 배우다. 아마 많은 분들은 이 배우를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크루거는 영화 <트로이>(2004년)에서 헬레나로 출연했으며, 〈내셔널 트레저〉(2004년)에서도 니콜라스 케이지 상대역으로도 출연했다. 그러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 배우가 아니라 그녀가 맡은 역할, 즉 <트로이>에서의 헬레나를 말하고자 한다. <트로이>의 여주인공인 헬레나는 정말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말에 딱 맞는다. 미모 하나로 병사를 가득 실은 수많은 배를 출동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호메로스의 『일디아드』의 신화의 세계에 있었던 여자가 19세기 중엽 슐리만이라는 고고학자에 의해 역사 속의 인물로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그녀는 어쩌면 파리스나 아킬레우스보다 더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아름다움! 그녀는 바로 아름다움의 대명사이다. 과연 아름답다는 것이 뭐기에 수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바쳤고, 또 많은 영웅들의 목숨을 가져갔으며, 트로이라는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을까?

가장 난봉꾼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은 아마도 제우스일 것이다. 수많은 여신과 여인과 관계를 가진 그는 정말 많은 자식을 두었다. 그중 스파르타의 왕비였던 레다에 빠져서, 그녀와 몰래 연애를 하기 위해 백조로 변신시켜 임신을 시킨다. 레다는 알로 낳았고, 시간이 지나 알이 깨지자 백조가 아니라 아름다운 여자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그녀가 바로 헬레네인 것이다.

헬레네는 자라면서 더욱 아름다워지고 그녀에게 청혼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줄을 이을 정도였다. 그 와중에 미케네 왕의 동생인 메넬라오스와 결혼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을 다른 곳에서 벌어졌다.

바다의 여신인 테티스와 펠레우스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테티스는 신의 사회에서 인기가 있어서 매우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결혼을 하기 위해 둘은 주변에 청첩장을 돌려서 결혼식이 성대하게 치러지기를 원했다. 에리스는 바로 불화의 여신이기에 결혼식장에 걸맞지 않아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에리스는 초대받지 못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단이 된다. 에리스는 초대받지는 못했지만 결혼식에 참석했고, 그곳에 황금사과를 던져놓는다.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미녀에게’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역시 에리스는 불화의 여신이 맞다. 이 사과로 말미암아 큰 불화가 잉태했으니 말이다.

그리스 여신도 인간의 여성도 똑같았다. 여신들도 자신이 가장 아름답기를 원했다. 아름다움이 뭐기에! 헤라(제우스의 아내), 아테나와 아프로디테가 이 사과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면서 다툼을 벌이게 되었다. 그런데 세 여신 중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심사나 심판이 필요했다. 세 여신은 제우스에게 판정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여신을 선택했을 경우 나머지 두 여신으로부터 반발을 살 것이 뻔했기에 영악한 제우스는 심판을 고사하고, 다른 사람을 내세운다. 이가 바로 파리스다.

영화 <트로이>(2004)의 헬레네.
세 여신은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파리스에게 뇌물을 제공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뇌물은 중요한가 보다. 헤라는 대제국을 다스리게 해주겠다고 말했고, 아테나는 전쟁에서 승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니까 두 여신을 남성이 가장 탐을 낼 만한 ‘영웅’이 되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제안을 한다. 파리스는 영웅이 되기보다는 아름다운 여인을 선택했다. 아름다움이 뭐기에!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파리스 만세, 그의 선택은 최고였고, 최선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란 바로 헬레네였다. 헬레네가 처녀였으면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그녀는 유부녀였던 것이다. 신화에서 보면 신들은 약속을 항상 지킨다. 신들은 그냥 허투루 말하는 경우가 없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파리스를 헬레네가 있는 그리스로 데리고 간다. 아프로디테의 약속은 완벽하게 지켜졌다. 파리스는 헬레네를 데리고 트로이로 도망간다.

자신의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의 심정이 어땠을까? 아마 파리스를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았을 것이다. 그는 아내를 되찾기 위해 형인 아가멤논과 주위의 도움을 받아 군대를 몰고 트로이로 향한다. 긴 전쟁의 끝은 트로이의 패배였다. 전쟁에서 이긴 메넬라오스는 헬레네를 데려온다. 헬레네는 벌을 받았을까? 아니다, 메넬라오스는 그녀를 순순히 받아주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큰 무기를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만약에 내 경우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이건 생각하기도 싫다.) 그 무기란 바로 아름다움이었던 것이다. 아름다움이 뭐기에!

참, 이 얘기를 하나 더 하고 넘어가야겠다. 인류역사를 바꾼 유명한 사과가 네 개 있는데, 그것은 이브의 사과, 뉴튼의 사과, 윌리엄 텔의 사과와 오늘 얘기의 주인공 격인 파리스의 사과다.

아름다움이 뭐기에 여신들이 다투고, 인간들이 전쟁을 일으킬까. 여성은 왜 끊임없이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할까. 그렇다면 아름다움에는 과연 일반화된 기준이 존재할까? 그런데 아름다움에 대해 우리들은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오늘 이야기는 바로 이 ‘아름다움’에 관한 것이다.

과연 여성들은 아름다워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통시적으로 한 번 살펴보자.

『치장의 역사』, 베아트리스 퐁타넬, 김보현 역, 김영사, 2004년 4월.
『미인』, 조용진, 해냄, 2007년 7월.
『아름다움의 과학』, 울리히 렌츠, 박승재 역, 프로네시스, 2008년 3월.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의 표현

미국인들의 연간 화장품구입비는 건강을 위해 투자되는 액수보다 더 많다고 하니 건강보다는 아름다움을 더 중요시한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실제 추운 겨울에도 젊은 여성들은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닌다. 당연히 그 목적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라고 생각이 드는데,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차라리 감기에 걸리는 것을 선택하겠다는 적극적인 자기표현으로 생각이 든다.

『치장의 역사』 | 베아트리스 퐁타넬, 김보현 역 | 김영사 | 2004년 4월
여성들이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마 화장을 하거나 멋진 옷차림과 장신구를 활용하는 행위다. 영국 데이터모니터(DATA MONITOR)사의 발표에 따르면 화장품 시장은 2008년 세계 화장품 시장규모는 전년보다 4.1% 증가한 1,421억 7,7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 전년대비 6.1% 성장한 39억 7,800만 달러의 시장규모를 형성해 전 세계적으로 2.8%의 점유율을 차지함으로써 세계 10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자신의 몸에 치장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처음으로 얼굴이나 몸에 치장을 한 것은 의식(儀式)의 목적 때문이라고 본다. 높은 직위에 있었던 제사장은 온몸에 치장을 하고 또 향수를 뿌리고 환각제를 먹고 접신을 했을 것이다. 또 이집트 고 왕국시대 이후 눈두덩에 발랐던 아이섀도는 사막에서 눈병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시력을 강화시키는 데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화장에는 미학적인 의미 이전에 실용적인 의미로도 활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부터인지 화장이나 치장은 여성의 영역으로 변해버렸으며, 또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주된 용도가 되어 버렸다.

이 책에서 보면 “화장술은 몇 가지가 순환하며 유행하는 데 반해, 화장품의 성분과 보관법, 색채와 화장법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화장술을 표현한 부분을 한 번 살펴보자.

“중세의 그림에 나오는 얼굴들은 눈썹, 속눈썹, 이마 위의 잔털까지 모두 뽑은 모습을 하고 있다. …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갈라진 작은 틈처럼 보이는 가느다란 입술을 선호했다. 입술은 굽이치는 선이었고, 입술의 가운데 부분만 두꺼워서 마치 작은 심장처럼 보였다. 이러한 입술은 20세기의 부드러운 입술, 콜라겐을 주사한 입술과는 크게 다르다.” 그러나 17세기에 이르면 이와는 다른 모습이 선호되고 있었다.

“낭만주의 시대의 여인들은 창백해 보이기 위해 벨라돈나 풀에서 추출한 마약과 동공을 확장시키는 아트로핀을 복용했다. 눈 밑에 기미를 만들려고 밤늦게까지 책을 읽기도 했다.”라는 부분에서 나는 한참이나 웃었다. 얼굴이 하얗게 보이려는 노력은 지금과 다름이 없으나, 기미를 일부러 만들려고 몸을 피곤하게 내몰았다니 말이다. 이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시대나 문화권마다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얼굴에 대한 미적 선호가 변한 것과 마찬가지로 몸에 대한 부분도 변했다. 구석기 시대의 여인상인 빌렌도르트의 비너스(Venus of Willendorf)를 보면 유방, 복부, 둔부가 극단적으로 과장되어 있다. 이는 생식·출산을 상징하는 주술적·원시적 숭배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시기에 아름다운 여인의 기준은 아기를 잘 낳는 몸매를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 뚱뚱하다고 출산율이 높은 것은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오히려 출산율이 낮다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시대에는 밀로의 비너스 같은 아름다운 엉덩이에게 찬사를 보냈고, 앙시앵 레짐 시기에는 유방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코르셋을 입은 통통한 미녀가 아름다움의 대명사였으며, 중세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는 여성들의 몸은 꼭 끼는 옷에 눌려 있었다. 그러나 여성해방시대에 돌입하자 여성들의 모습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피부 밖에서 피부 안쪽으로 자신들의 초점을 바꾸었다. 즉 여성들은 격렬한 스포츠를 통해서 근육을 키웠으며, 식이요법을 이용해 피부 밑에 있는 지방을 버리고 싶어 했다.

아름다움을 위한 여자들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피부 위에 하는 화장이나 몸 위를 멋지게 보이게 하는 치장뿐만이 아니라, 피부를 직접 바꾸는 성형수술까지 여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미인학(美人學)이 필요해?

미인학이라는 단어는, 처음 듣는다. 얼굴학자로 유명한 조용진 교수는 미인학을 제창하고 있다. 그는 이제 미인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말하고 있는 미인학의 정체는 무엇일까? ‘미인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고 방향을 제시하고, 개념을 분화하고 교육’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인』 | 조용진 | 해냄 | 2007년 7월
“미인은 어떤 마력적인 힘으로 사람의 마음을 근원적으로 감동시키는 아름다움을 지닌 호모 베누스타스(Homo venustas)”라고 말한다. 미인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존재라는 것인데, 우리는 아름다운 사람을 보았을 때 300분의 1초 만에 뇌 속에 쾌감을 증가시켜 마음의 변화를 일으킨다고 하니 미인은 정말 대단한 존재다.

아내나 애인과 같이 있으면서도 옆에 있는 다른 여자를 쳐다본 경험이 어느 남자에게나 있을 것이다. 물론 당연히 아내나 애인에게 핀잔을 들었을 테지만 말이다. 이처럼 미인은 남자들의 시선을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미인을 보면 쾌감이 생기니 말이다.

나폴레옹은 “아름다운 여자는 눈을 즐겁게 하고, 착한 여자는 마음을 즐겁게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은 틀린 말이다. 눈이 즐겁다는 말이 잘못된 표현인 것이다. 우리의 눈은 빛이 들어오는 통로일 뿐이지 즐거움을 느끼는 곳이 아니다. 즉 눈을 통해 들어온 형상이 뇌로 전해져서 뇌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미인학이 존재가능하려면 계량화와 같이 객관적으로 미인을 판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조용진 교수는 일단 얼굴의 종횡비를 가지고 계량화하고 있다. 유럽 여자의 얼굴 종횡비는 1:1.5라고 한다. 유럽에 있어서 아름다움의 전형으로 평가 받는 미로의 비너스상의 얼굴비가 바로 1:1.5라고 한다. 그런데 하회탈의 얼굴 종횡비는 1:1.3으로 한국 여성의 평균과 같다고 한다. 이 책에는 얼굴의 각 부분을 수치적으로 확인하고 있으며, 자세한 사진들까지 수록하고 있어서 미인학이라는 학문을 실감하게 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 재미있는 내용은 한국인의 미인형을 남방계형과 북방계형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북방계형은 2만 5천 년 전부터 시베리아에 찾아든 빙하기를 1만 5천 년 간이나 보낸 종족이 한반도로 남하하여 주로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퍼져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남방계형은 동남아시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있는 순다 열도에서 이주하여 1만 2천 년 전부터 8천 년경 사이에 주로 한반도의 서남해안에서 바닷가와 강가를 북상하여 살았다.

조용진 교수는 이 두 그룹은 한눈에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남방계는 얼굴이 네모지고, 안면의 요철이 뚜렷하며 눈썹이 진하고 쌍꺼풀진 눈이 크고 검다.” 그리고 북방계의 특징은 “평평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작다. 눈은 안쪽에 몽골주름이 있으며 눈동자의 직경도 11밀리미터 정도로 작아 안구도 작다. 속눈썹과 눈썹의 색깔이 흐리고 입술도 얇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두 개의 집단이 전혀 다른 용모를 지닌 것은 그들이 원래 살았던 환경 때문이다. 즉 추운 곳과 더운 곳에서는 적응에 유리한 형질들이 자연 선택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집단이 함께 살아오면서 중간형 형질들로 가진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필자는 거의 북방계에 가깝다. 중국에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그곳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고는 ‘중국의 최북방인 장춘이나 하얼빈에서 온 줄 알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미인학이라는 학문을 통해서 독자들은 미인이라는 것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더 나아가 아름다움에 대한 좀 더 과학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아름다움은 최고의 선이고 권력이다

앞에서 필자는 아름다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화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름다움의 과학』 저자인 울리히 렌츠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학문적으로 답하자면 아름다움이란 절대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계층, 문화, 지역을 넘어서 또 나이, 직업, 성과는 별개로 아름답다고 인식되는 얼굴은 어디에서나 같다.”고 강력하게 말한다. 이에 대한 사례를 소개해보자.

사례 1
“1998년에 ‘신생아가 선호하는 매력적인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태어난 지 14시간이 지난 아기에서 길게는 6일이 지난 아기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실험진행자의 품에 안긴 아이의 왼편과 오른편에 각각 모니터를 놓는다. 화면에는 매력적인 여자의 사진과 그렇지 않은 여자의 사진을 번갈아 띄운다. 그 결과 아기는 거의 2/3를 매력적인 얼굴을 보는 데 할애했다. 그러나 자신의 엄마는 아름다움의 정도와 상관없이 가장 오래 쳐다 보았다. 엄마는 항상 최고였던 것이다.”

사례 2
“두 사람이 좁은 인도에서 마주쳐 지나갈 때 누가 누구를 피하는지는 누구의 매력이 더 크냐에 달려있다. 보통은 더 아름다운 사람들이 길을 양보 받는다.”

사례 3
“여종업원이 받은 팁의 액수는 그들의 미모에 의해 결정되었다. 서비스 질은 미모의 반만큼도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 종업원들의 경우에는 외모보다는 친절하고 정중한 모습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사례 4
“1991년 사회학자 두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1,300명의 남녀를 인터뷰했다. 졸업앨범 속의 사진이 매력적일수록, 여자들의 남편은 교육을 많이 받았고 부자였다. 하지만 남자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남자들의 외모가 매력적일수록 그 아내들의 교육수준은 낮았다.”

『아름다움의 과학』 | 울리히 렌츠, 박승재 역 | 프로네시스 | 2008년 3월
첫 번째 사례를 살펴보면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 경향은 선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전혀 다른 문화권 사이에서도 미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한마디로 해서 아름다움은 시공간에 따른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사례 2를 보자. 그 사례가 사실이라면, 아름다움은 정말 권력과 같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람은 어디에서나 다른 사람들의 양보를 끌어낼 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필자입장에서 약간 의심이 간다. 저자는 필자와 같이 이 사례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위해 비슷한 경우를 또 보여준다. “판매사원의 외모가 호감을 줄수록 고객들의 자발적 구매가 늘었다. 그리고 잘생긴 사장이 그렇지 않은 사장보다 더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사례 3’을 보면 여자의 경우에는 아름다움이 그들의 능력보다도 더 중요한 점이었지만, 남자의 경우는 그 능력 그대로 평가를 받았다. 즉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바로 여자의 영역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사례 4’로 연결된다.

‘사례 4’는 여성에 있어서 아름다움이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아름다우면 무엇이나 손에 있는 어느 것도 황금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참, 아름다움이 뭐기에…….

저자는 이렇게 구체적인 연구 사례를 통해서 아름다움에 대한 의미를 과학적으로 읽어내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얼굴 각 부위를 모아서 한 사람의 얼굴을 만들 경우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나올까?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름다움은 부분의 합,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러 얼굴들에서 개별적인 부분들(눈, 코, 입 등)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로서 형상을 인지한다.”

그렇다면 여자의 아름다움만 중요하며, 남자는 그렇지 않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남성의 아름다움은 예나 지금이나 차가움이다. 예쁜 남자는 허영에 차 있으며 나르시스적인 냄새를 풍긴다. 남자에게 있어서 아름다움이란 기껏해야 사은품 정도일 뿐, 진정한 남자의 기준은 다른 영역에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남자는 다시 유행한다.” 남자의 기준이 얼굴이 있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만약 남자도 아름다움으로 평가 받았다면, 아마 나는 지금도 독신이었을 것이다. 휴우~

역사나 문화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아름다움이란 어느 정도 상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고, 시공에 따라 변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과학적으로 살펴봤을 때에는 절대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둘은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둘 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을 어떤 학문 분야로 접근하느냐가 아니라, 아름다움 그 자체가 아닌가?

자! 이제 아름다움을 마무리 하면서 마지막으로 데스몬드 모리스가 『벌거벗은 여자』에서 말한 ‘여체예찬론’을 들어보자. “모든 여자는 아름다운 신체를 가지고 있다. 이 아름다움이란 수백만 년 동안의 진화의 종착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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